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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사에겐 천국 환자에겐 지옥?
2002.5.17 오마이뉴스 한국, 의사에겐 천국 환자에겐 지옥? 안종주의 <한국 의사들이 사는 법> 홍성식 기자 hss@ohmynews.com 의사가 존경의 대상? ▲ <한국 의사들이 사는 법> 표지. ⓒ한울 한국에서 의술은 더 이상 인술(仁術)이 아니며, 의사는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2002년 한국에서의 의술이란 훈련된 하나의 '기술'에 불과하며, 의사란 카지노 경영자처럼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의사들의 파업이 불러온 '2000년 의료대란' 현장을 의료담당 기자의 입장에서 발로 뛰며 취재한 안종주 기자가 펴낸 신간 <한국 의사들이 사는 법>. 저자는 '아파도 병원 문턱 안 넘을 각오'를 하며, 어금니를 악물고 '비판의 영역' 밖에 있던 한국 의사들의 가식과 위선을 수술대에 눕혔다. 안종주는 단언한다. "한국은 의사만의 천국이며, 의사가 없어야 환자가 산다"고. 책은 다소 거친 듯한 이 역설의 근거를 조목조목 서술하고 있다. 2000년 의사파업은 의사들만의 완벽한 승리였다.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한 싸움에서 국민은 손써볼 도리 없이 의사들에게 백기를 들었다. 그들은 전리품으로 대폭 인상된 보험수가를 챙겼고, 그들에게 지급된 돈은 곧장 건강보험 재정 파탄으로 이어졌다. '의사파업'의 수혜자는 의사뿐 정부의 정책실패와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로 인한 재정 파탄. 그렇다면 그 책임은 정부와 의사가 졌나? 천만에다. 그들은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했고 이는 대폭 인상된 세금고지서와 건강보험료로 국민들의 등을 짓눌렀다. 당시 정부와 의사들이 약속한 의료개혁은 흐지부지되고, 한국의 의료환경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다,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들의 주장만을 내세우고 있는 의사집단의 이기주의는 언제든지 제2, 제3의 의사파업이라는 악재를 불러올 수 있어 국민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허위 진단서 발급과 건강보험 허위·과다청구, 유령 교통사고 환자 만들기와 무분별한 낙태와 제왕절개 수술 등 의사들의 불법·탈법 역시 여전하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한국에선 아프면 나만 손해다. 절대 아프지 말자"는 자조 섞인 세간의 농담이 농담만으로는 들리지 않는다. 진정 한국은 '의사에겐 천국'이고, '환자에겐 지옥'인 나라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없는가? <한국 의사들이 사는 법>은 4부로 나누어 현 단계 한국 의료계를 진단하고, 위기의 원인을 규명하며, 향후 개혁방안까지를 제시하고 있다. 안종주가 진단하고, 규명하고, 제시한 것들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한국의료의 위기는 의사집단이 야기" ▲의사파업 당시 제대로된 진료를 받지 못해 애타하는 환자와 보호자.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국 의사들이 사는 법'으로 이름 붙여진 1부에서는 의사들이 돈을 벌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법망을 피해 가는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어떤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앞서 언급한 건강보험 허위·과다청구와 유령 교통사고 환자 만들기는 '의사들의 거짓'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 2부 '한국의료 벼랑 끝에 서다'는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 의약분업, 민간 의료보험, 공공의료의 황폐화, 국민 건강권의 위기, 의사들의 의료윤리 부재 등을 분석하여, 한국의료 위기의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2000년 봄과 여름 세간의 '뜨거운 감자'였던 의사파업. 과연 어떤 사건과 쟁점들이 의사와 약사, 정부와 국민의 갈등을 증폭시켰고, 의약분업을 둘러싼 논쟁과 의사파업의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냉정하게 분석한 글들은 3부 '의사파업과 의약분업 다시 보기'에 실렸다. 4부 '한국의료 희망 말하기'는 제목 그대로 한국의 의료제도와 의사가 그들의 이익이 아닌, 환자와 국민을 위한 의료제도와 의사로 거듭나기 위한 개혁의 방안들이 서술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국의 모든 의사들이 비난과 조롱의 대상은 아니다. 저자 역시 의사들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기 위해 <한국 의사들이 사는 법>을 쓴 것은 분명히 아닐 터. 오늘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세상과 인간을 향한 인술'을 실천하고 있는 존경받아 마땅한 의사들도 적지 않다. 처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만나던 날로... 국민은 의사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자신이 누리는 사회적 지위와 보장된 높은 수입에 상응하는 수준의 도덕률을 지켜달라는 것. '돈'과 '환자'를 등가물로 저울 위에 올리지는 말아달라는 것. 이것이 과한 요구인가? 책의 마지막 안종주는 이런 말을 한다. '의사는 의료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과 책무를 다해야한다. 의사 자신의 도덕 불감증은 스스로 치료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기자는 이런 말을 덧붙이고 싶다. 당신이 처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만나던 날, 그날의 초심(初心)을 다시 한번 기억해보라고. 대체 '무엇'이 당신을 의사로 살고 싶게 했냐고. 아래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일부를 인용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나의 양심과 품위를 가지고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관계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나는 인간의 생명을 그 수태된 때로부터 더 없이 존중하겠노라. -나는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나는 자유의사로서 나의 명예를 걸고 위의 서약을 하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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