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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역사의 정의'는 있는가
2002.5.7 오마이뉴스 우리에게 '역사의 정의'는 있는가 무관심속 완공 앞둔 '백범기념관' [현장취재] 효창공원내, 10월 완공 목표 마무리 공사 한창 손병관/권우성 기자 redguard@ohmynews.com ▲ 서울 용산구 소재 효창공원내에 건립중인 백범기념관이 10월 완공을 목표로 막판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일제의 폭압에 온몸으로 맞섰던 우국지사는 광복된 조국에서 암살자의 총탄에 스러졌고, '충량한 황국신민'을 맹세했던 일본군 장교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했다가 측근의 총탄을 맞고 절명했다. 상반된 삶의 궤적을 그렸으나 하나같이 총탄에 급서한 두 사람, 백범 김구 선생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리는 기념관이 각각 작년과 올해 건립에 들어가 조만간 완공될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두 기념관이 모두 김대중 대통령의 의지로 착공에 들어간 사실은 완공된 후에도 세인들의 입에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7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의 구 테니스장 부지에서는 오는 10월 완공을 앞두고 백범기념관의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었다. 대지면적 5500여 평, 연건평 2920 평의 대지에 지하1층, 지상2층의 백범기념관이 완공되면 현재 백범회관 1층에 있는 전시물들도 모두 기념관 전시홀로 옮겨져 1층에는 청년기, 2층에는 임정시절 백범의 전시물들이 방문객들을 맞게 된다. ▲효창공원 인근에 위치한 백범기념사업협회 사무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년 전부터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이하 기념사업회, 회장 김신) 일을 하게 됐다는 박상종 사무국장은 "국고지원금 160억원에 국민모금 20억원을 합쳐 총180억원이 조성됐고, 이중 국고지원금 100억원은 이미 받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박 사무국장은 "근세사를 이해하는 학교 선생님들이 간혹 영상자료를 구하러 찾아오고, 공사중인 기념관 옆 백범 묘소로 올라가 풀을 뽑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며 "백범의 업적에 비해 (그 동안의 기념사업이) 너무 초라한 면이 없지 않았다"고 느낌을 전했다. 백범기념관은 기념사업회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49년 백범 서거 직후 발족한 기념사업회가 을지로와 종로 등의 단칸 사무실을 전전하다가 92년경 효창동에 전세로 사무실을 마련한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러나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의 기념관이 각각 70년과 88년에 준공된 것을 생각하면 세기가 바뀌어서야 들어서는 백범기념관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없지 않다. 효창공원은 백범의 묘소를 비롯, 3의사(三義士: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와 임시정부 요인(석오 이동녕, 청사 조성환, 동암 차이석)의 묘들이 모여 있는 곳. 효창공원은 조선조에 왕가의 무덤(효창원)이었다가 동학농민전쟁 때 일본군이 주둔하면서 공원이 됐다. ▲효창공원에 자리잡은 백범 김구 선생의 묘소.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임정요인들의 환국 이후 백범이 3의사와 임정 요인들의 무덤을 이곳으로 이장시키기 시작했고, 49년 6월26일 안두희의 흉탄에 서거한 백범 자신도 7월5일 국민장을 거쳐 이곳에 안식을 취함으로써 효창공원은 독립지사들의 넋이 서린, 유서 깊은 명소로 자리잡았다. 아직 유해의 행방을 찾지 못한 안중근 의사의 가묘(假墓)도 이곳에 조성돼 있다. 백범 사후의 조명 작업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욱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승만 정권 시절을 '가장 엄혹한 시절'로 기억하고 있는 박 사무국장은 "50년대는 학교 교과서에서 '이봉창' '윤봉길'은 배울 수 있어도 이들의 투쟁을 배후에서 지도한 백범 김구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던 시대였다"고 회고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집권 시기에 백범 묘소를 찾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묘소 주변에 철망을 치고 참배를 제한했고, 심지어 아들 김신의 앞길조차 막았다. 정권 말기인 1959년 "묘역 주변에 운동장만은 안된다"던 독립지사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끝끝내 효창운동장을 세운 것도 이승만이었다. ▲백범 김구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도 이승만의 '기행(奇行)'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백범 등 애국지사들의 무덤을 이장하고 효창공원에 골프연습장을 지으려던 계획이 여론의 반대로 실패하자 박 대통령도 이승만에 질세라 반공투사 위령탑, 어린이놀이터, 노인회관 등을 마구 짓기 시작했다. 5, 6공 신군부 집권기를 지나 '문민정부의 시대'가 오자 변화의 움직임이 싹트기 시작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44주기 추도식이 있었던 1993년 현직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백범 묘소를 참배했고,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강조했다. 60년대말 백범기념사업회 이사를 맡았던 김대중 대통령 역시 기념사업회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이 있었다. 2000년 6월26일 열린 기념관 기공식에는 김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백범기념사업회 내부에도 김 대통령이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지원키로 한 데 대해서는 수긍하기 어렵다는 기류가 존재한다. ▲백범의 비서를 지낸 선우진 백범기념사업협회 상무이사ⓒ 오마이뉴스 권우성 중경임시정부 시절부터 백범을 수행하기 시작, 1948년4월 백범을 모시고 남북협상차 북한을 다녀왔던 선우 진(81)옹은 "각자 목적이 다르지만, 우리의 목적(백범기념관)을 달성하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도 "경제발전에 대한 공헌은 인정해야겠지만, 그것 때문에 쿠데타로 헌정 질서를 문란케 한 과오가 가려지지 않는다. 박정희에게 가장 탄압을 받았던 사람이 그 사람을 위해 200억원의 혈세를 지원하다니? 그래서 반대가 많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어쨌든 백범기념관이 오는 10월 완공되면 효창공원 일대는 명실상부한 '백범의 성지'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러나 친일의 잔재들이 엄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자주독립을 향한 그의 비원(悲願)을 후세에 온전히 전하는 것은 또 다른 숙제로 남겨진다. 일제 치하에서 각자 다른 길을 걸었던 두 사람의 기념관이 2002년 동시에 지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후세대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논란속에 건립중인 '박정희 기념관' ▲ 이관복 박정희기념관반대 국민연대 상임대표가 3월 29일 상암공원을 방문, '박정희 기념관' 공사 현장을 가리키고 있다. ⓒ 민족문제연구소 여론의 말없는 지지 속에 백범기념관 건립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 지난 1월말 서울 마포구 상암동 근린공원에서 소리 소문 없이 공사에 들어간 박정희기념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1999년 5월 대구 방문길에 김대중 대통령이 '정부 차원의 박정희기념관 건립 지원'을 공언한 것에서부터다. 그해 7월 발족한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회장 신현확)'는 500억원의 국민성금을 모금하는 조건으로 208억원(사업회 운영비 포함)의 국고 보조금 등 총 708억원 규모의 사업비 추진을 승인받았다. 그러나 당초 연건평 2500평 부지규모를 자랑했던 '도서관 용도의 기념관'은 연건평 1591평에 총사업비 214억원으로 규모가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규모가 줄어든 것은 국민모금의 부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 2년간의 국민모금액은 4월말 현재 약 16억원으로, 당초 목표의 3% 정도에 불과한 상태이고 그나마 돈을 낸 사람들의 명단조차 공개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모금 실적이 부진할 경우 지원금을 환수하겠다"던 행정자치부는 그러나 2000년 12월 100억원에 이어 작년 12월에는 나머지 100억원을 군소리 없이 지급했다. 김 대통령의 퇴임 이후에도 예정대로 사업이 추진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가 기공식 없이 공사에 들어간 것도 이해할 만한 일이다. 지난달 18,19일 공사현장에서 시위를 벌인 시민, 사회단체들은 "혈세 200억원을 국고에 회수하고 공사를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2002/05/07 오전 10:52:08 ⓒ 2002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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