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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독 간호사의 눈물 "왜 너희들 나라로 돌아가지 않느냐?"
2002.2.28 시민의 신문 (www.ngotimes.net) 기획연재 파독 간호사의 눈물 "왜 너희들 나라로 돌아가지 않느냐?" 95년 6월 4일 한국 청소년 문화 팀인 '천둥소리'가 4일간에 걸친 '세계음악경연 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1백80개 민족이 살고 있는 베를린·브란덴부르크 주의 내로라하는 43개의 연주가 및 연주 팀 중에서 우리 2세 사물놀이 팀이 최고상을 받은 것이다. 부모들은 물론 동포사회가 기쁨으로 떠들썩했다. 나는 시상식에서 연신 눈시울을 적시는 사람들을 보며 지난 15년간의 문화활동을 영화의 화면처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독일사회에는 한국문화가 많이 알려졌고, 여러 도시에 한국 문화그룹들이 수 없이 많지만, 훨씬 이전인 79년 나는 한국에서 온 무세중씨로부터 탈춤을 처음 배웠다. 80년 초 한 살 된 둘째 아이를 업은 채 꽹과리를 들고 농악의 순서를 외우던 일, 풍물의 기초는 익혔지만 더 이상 가르쳐 줄 선생이 없어 한국에서 풍물을 하는 사람들이 오면 무조건 배워달라고 애걸하던 일들이 엊그제 같다. 탈춤배웠던 게 엊그제 같은데... 꽹과리를 손에 들면 모든 시름을 잊곤 했다. 그렇게 익힌 문화기량으로 우리는 한국의 인권, 민주, 노동문제를 알리 때마다 작은 공연을 했고, 이것은 사회적인 문제와 더불어 한국문화를 독일 사회에 알리는 데 큰 힘이 되었다. 85년에는 여성모임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한국인들만을 위한 모임이 아니라 다른 외국인들도 참여하고 나아가 우리 2세들의 문화 교육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한독 문화협회'를 결성하였다. 당시 독일에서 태어난 우리의 2세들은 서서히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자신의 정체성의 대한 물음을 갖기 시작하고 있었다. 청소년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베를린 시의 후원으로 마련되어, 한국인 2세 뿐만 아니라 독일 청소년 및 다양한 외국 청소년들이 모여 한국문화와 한국사회의 문제, 한국말, 나아가 독일사회에서의 청소년 문제 등에 관한 세미나를 할 수 있었고, 정기적으로 전통가락을 배우기도 했다. 이렇게 시작된 청소년들의 만남은 계속되었다. 나는 한국 장단을 배우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의 열망을 채워줄 선생이 없어 고민하던 중,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92년부터 독일에서 연주회와 강습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베를린의 문화생활 공동체인 'UFA 파브릭'과 상의하여 매년 베를린에서 강습과 연주회를 조직하였다. 우레와 같은 사물 장단을 뜻하는 '천둥소리'라는 이름의 청소년 문화패가 결성된 건 94년이었다. 10명의 단원들은 한독가정의 자녀, 한국인 2세, 그리고 독일에 입양된 한국 청소년들이다. 이 단원들의 일상생활에서 민주적인 원칙은 투철하다. 공연 요청이 들어오면 공연의 필요성이나 공연 내용 등을 같이 토론해서 결정하는데, 여기서 나도 같은 한 표 밖에 행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주장을 하려면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어야한다. 나이 먹은 권위는 이때 아무런 힘을 못쓴다. 이런 우리 2세들의 생활에서 나는 힘을 얻고 많이 배운다. 이제는 이 단원들이 독일, 한국 청소년에게 사물놀이 강습을 하고 있으며, 매년 5월 전 독일 청소년 모임을 조직하기도 한다. 우리의 아이들은 한국과 독일의 두 문화 사이에서 정체성 문제로 방황하기도 하고, 때론 자라난 독일 문화를 자기 것으로 하며 어느 듯 청년이 되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꼭 한국 문화만을 고집해야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모들이 가졌던 문화를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를, 나아가 이런 다양한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 세대보다는 열린 생각과 마음으로 살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한시도 잊은적 없는 조국 우리는 독일 이민 한국인 1세대로 스무 해 동안 살던 고향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한 채, 이제 오십 중반에 서있다. 그러나 통일 이후 유럽 공동체 내에서 큰 목소리를 내게된 독일은 외국인에 대해 그리 너그럽지 않다. 91년 5월 개정된 외국인법이나 최근 극우 조직의 외국인 폭력사태는 우리를 위축시키고 분노하게 만든다. 걸핏하면 "왜 너희들의 나라로 돌아가지 않느냐"는 핀잔에 울컥 솟는 서러움은 비단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그 동안 수만 명의 한국 간호원이 독일에 왔고, 이미 한국으로 돌아갔거나 여전히 독일에 남아 살고 있는 등 각기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나는 결코 외국에 산다고 해서 내 나라를 잊은 적이 없다. 아니 한시도 잊을 수가 없었다. 외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모국의 안녕 만큼 나 자신의 존재와 밀접하게 느껴진 것은 없었다. 그 동안 20여 년이 넘게 조국 한국을 바라보며, 같이 해왔던 활동이 나에게 무엇이었을까. 이미 세상을 떠나신 분들, 그리고 병환으로 활동이 어려우신 분들도 많다. 그러나 다시 일어서는 마음으로 올해 '한민족 유럽연대'라는 모임이 만들어졌다. 이제는 한국을 쳐다보고 염려하는 마음만이 아니라 이곳에 사는 우리 자신과 2세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만남이 되길 바란다. <최영숙 독일거주 한국인> 글쓴이는 44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났다. 간호대를 졸업하고 수도의과부속병원에 근무하던 중 파독 간호사 모집에 응모했다. 글쓴이는 66년 10월 15일 간호요원으로 독일에 왔으며 81년까지 결핵 요양원 등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다. 87년부터 92년까지 전민협 국제부와 대표 활동, 90년부터 95년까지 범민련 국제부와 문화부 활동, 98년부터 한독 문화협회 회장을 거쳐 현재 간호사로 있다. 재독 한인 2세 문화패인 '천둥소리' 지도와 '재독 한국 여성모임', '한민족 유럽연대' 등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편집자> http://www.ngotimes.net/times/times_view.asp?code=8&code2=3&idx=77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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