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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 국민, 망원경 국민/최성재님 글
현미경 국민, 망원경 국민 한국인은 다른 민족과 비교해 보면 독특한 면이 참 많은 민족이다. 서양인도 아니고 동양인도 아니다. 그렇다고 남쪽 사람도 아니고 북쪽 사람도 아니다. 다시 자세히 살펴보면 틀림없는 동양인이고 어김없는 서양인이고 영락없는 남쪽 사람이고 둘도 없는 북쪽 사람이다. 한국인은 눈이 4개인데, 그 중 둘은 진짜 눈이지만, 나머지 둘 중에 하나는 현미경이고 다른 하나는 망원경이다. 한국인은 맨눈으로 보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근시나 원시에는 안경을 끼면 제격인데, 한국인은 눈이 그다지 나쁘지 않은지 안경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설령 안경을 끼더라도 한 쪽에 초고배율 현미경을 바싹 들이대거나 은하계를 넘어 다른 성운도 엿볼 전파 망원경을 초고성능 풀로 안경에 딱 붙여 버린다. 한국인은 현미경을 애지중지한다. 이 현미경은 독특하여 과거를 들여다보는 데는 세계최고 성능을 자랑한다. 단군님이 태백에 신시를 열던 때부터 장군님이 금강산에 관광객을 받아들이던 때까지, 이 현미경을 쓱 들이대면 과거란 생물이 그 세포만이 아니라 세포질, 세포핵, 그 안의 이중 나선구조까지 안 보이는 게 없다. 환웅의 유전자와 웅녀의 유전자가 결합되는 과정도 눈에 선히 보인다. 이 현미경을 쓱 들이대면, 과거란 물체가 그 분자만이 아니라 원자, 원자만이 아니라 양성자, 중성자, 전자, 중성미자, 쿼크까지 휑하니 보인다. 당 나라를 끌어들여 삼국을 통일한 게 아니라 남북조의 또 다른 분열 시대를 연 것이, 그 반민족적인 행위가 어찌 그리 잘 보이는지. 668년 평양성 함락 후 8년에 걸친 치열한 전투 끝에, 현재 미국보다 더 세었던 당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당과 한치도 양보 않고 당당히 맞붙어 한 놈도 남기지 않고 만주 이북으로 쫓아낸 것은 희한하게도 안 보인다. 이건 맨 눈으로 보아야 보이는데,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까 너무 커서 보일 리가 없다. 아니, 이 때는 어느새 현미경을 젖혀 두고 고성능 망원경으로 숨을 죽이고 바라보다가 가슴을 친다. 발을 구른다. 만주와 중국의 반쪽을 동이족의 나라로 만들었어야 하는데, 좁디좁은 한반도란 자루, 그것도 목을 질끈 묶은, 대동강 이남의 작은 자루 속에 갇혀 버렸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로다. 백제의 후손이 세운 저 바다 건너 일본을 함께 아우르지 못한 것도 통탄할 일이 아니던가. 맨눈으로 볼 일을 망원경으로 보니까 이런 멀리 멀리 떨어진 것들이 앞산과 뒷산처럼 잘 도 보인다. 만주는 우리 땅, 일본도 우리 땅, 중국도 우리 땅, 파미르도 우리 땅, 인도도 우리 땅, 중동도 우리 땅, 우리 조상의 땅인 미국도 우리 땅, 캐나다도 우리 땅, 멕시코도 우리 땅, 남미도 우리 땅. --아메리카 원주민은 몽골족이나니, 어릴 때는 엉덩이에 푸른 반점이 있다네. 476년 망한 대로마가 무려 1400여년이나 지리멸렬하다가 1870년 로마까지 아우르면서 부활하였지만, 이태리 '구두'에 갇힌 것이 그리 통탄할 일이던가. 라인강과 다뉴브강 이남, 지중해와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서쪽을 다 아우르지 못한 것이 그리 통탄할 일이던가. 1990년 동서독이 통일되면서 같은 인종, 같은 언어, 같은 문화, 같은 역사의 오스트리아를 함께 아우르지 못한 것이 그리 통탄할 일이던가. 아니 게르만이라면 영국도, 화란도, 미국도 다 함께 아울러야 하리라. 도대체가 이성계도 박정희도 다 글러먹은 인간이다. 사대주의자고 친일세력이다. 봉건주의자이고 독재자이다. 한 놈이 가만있었으면 만주는 절로 우리 땅이 되었을 것이고, 또 한 놈이 가만있었으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절로 꽃피었을 것이다. 배부르고 등 따습고. 뿐이랴, 마을마다 웃음이요, 동네마다 잔치요, 시골마다 인정이요, 도시마다 질서일 터인데, 박정희란 일본 앞잡이가 허리에 권총차고 눈에 '나이방'을 끼고 새된 소리를 질러서 모든 게 뒤꼬이게 되었다.--이게 바로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이영희나 김용옥, 이종석 따위 한국의 엉터리 식자층이 일제히 내린 결론이다. 정답이다. 정설이다. 진리이다. 이들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 --경부고속도로는 10년이 지나도 보수할 것 하나 없게시리 멋지게 건설되었을 것이고, 중소기업이 연합해서 세계 최대최고의 제철공장도 만들었을 것이고, 자연친화적인 석유화학 공장이 줄줄이 산 속에 들어서서 새소리, 물소리, 물장구치는 소리, 이슥한 밤에 처녀 멱감는 소리로 공장 노동자의 가슴을 설레게 했을 것이다. 세계 제일을 자랑하는 중소기업이 수십만 개, 수백만 개 저절로 생겨나서 전세계가 한국의 고품질 완제품이나 부품을 사려고 웃돈을 찔러 줄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외자 한 푼 안 빌리고 국민의 눈물어린 돈으로 자동차 공장, 조선소, 항공회사를 설립하여 하나같이 세계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 이를 팔아 누구나 똑같이 분배하였으리라. --경부고속전철만이 아니라 호남고속전철, 강원고속전철, 서해안고속전철도 벌써 완공하여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뀌었으리라. 공해라는 것은 아예 자취를 감추어 청계천에 피라미가 떼지어 몰려다니고 중랑천에 쉬리가 숨바꼭질하리라. 전국이 골고루 발전하여 서울로 서울로 보따리 싸들고 올라올 리도 없고 경상도로 경상도로 공장 찾아 개나리 봇짐 지고 가출하지도 않으리라. 국회는 여야가 나란히 앉아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어떡하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나라에 이익이 될 법을 만들까 하여 밤잠을 설치리라. 짜장면 배달한다고 중국 집 아이들이 국회의 문지방을 새까맣게 반들거리게 하리라. --아, 통일, 통일, 군사독재가 없었으면 통일은 진작 되었으리라. 대한민국의 국토면적은 10만 제곱킬로미터가 아니라 22만 제곱킬로미터가 되었으리라. 동북아의 강국, 동북아의 부국, 동북아의 지상낙원, 아, 대한민국, 우리 대한민국! 손에 손잡고 감격의 노래를 부르리라. --일년에 순익을 6조원 내는 삼성전자는 지배구조만 제대로 되면, 소유와 경영만 분리되면, 소액주주의 입김만 제대로 살면,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하면, 순이익을 60조원을 내리라. 당당히 세계 최고 순익을 내는 대회사가 되리라. 세계최대기업 GE의 순이익 16조원(127억달러)을 압도적으로 물리치리라. 아아, 우리 대한민국! 이상은 눈앞에 어른거리고 현실은 천 리 만 리 떨어져 있구나. --소유경영이 분리되고 자동차 전문회사였던 기아자동차가 삼성의 음모가 아니었으면, 어이 무너졌으리오. 대우 김우중은 죽일 놈이요, 동아 최원석도 죽일 놈이다. 해태 박건배도, 대한 항공의 조중훈도 다 죽일 놈이다. 재벌은 모조리 죽일 놈밖에 없다. 이놈들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 정경유착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 뭐, 아니 망했다고? 이게 안 망한 나라고 무엇인가. --조선일보의 못된 친일행각, 독재 나팔수 짓, 낱낱이 파헤치지 않는 게 없다. 현미경을 들이대면 암울한 일제시대의 민족지라는 조선일보는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이것은 모름지기 재벌처럼 방씨 일가의 세습 때문에 생긴 일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세습은?) 미제 앞잡이 언론은 거론하지 말라. 하여튼 족벌 언론이 문제의 핵심이다. 보나 안 보나 '뻔할 뻔' 자 아닌가. 당연히 구소련과 동구 공산독재의 나팔수, 권력의 비호 아래 자진해서 거짓과 왜곡과 암호밖에 안 실었던 구공산권의 신문들, 날마다 조선총독부로부터 정간과 폐간의 위협에 시달렸던 조선과 동아에 비하면, 수천 수만 배 악랄했던 공산 독재 시절의 신문들과 그 관계자는 영원히 문을 닫게 하고 그 입을 재봉틀로 박아야 하리라. 민주화 이후 시장경제에 편입된 이후 그렇게 과거를 확실하게 단죄하는 나라가 단 한 나라도 없으니, 개탄! 개탄! 저들은 영원히 일어서지 못하리라. --갑자기 망원경을 들여다본다. 아, 저 북쪽의 수령님과 지도자님의 대 잇기는 오로지 출중한 역량 때문에 그리된 것이다. 한 사회와 한 국가는 자체의 논리와 법칙과 관습이 있는 법이다. 우린 이를 존중해야 한다. 이걸 세습이란 형식 논리로 폄하함은 시대착오적인 미제국주의자의 논리일 따름이다. 기아로 죽은 사람이 3백만이라는 유언비어를 그대로 믿는 자는 한 마디로 구제불능이로다. 아무리 그래도 한 3백 명 정도 영양실조에 걸렸으리라. 직접 취재한 기자 한 명 없이 어이 냉전적 사고에 물든 자들의 말을 그대로 믿겠는가. 아니면 그 사회에서 죄짓고 도망 온 자들의 말을 그대로 믿는가. 그 굶주림이란 것도 한국과 미국이 압도적인 현대무기로 압박하지 않으면 어이 발생했으랴. 외부 위협만 없으면 노동자와 농민의 나라가 어이 경제건설에 매진하지 않으리오. --한 쪽은 자기 나라를 자기 힘으로 지키는데, 한 쪽은 세계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3만7천명의 외국군 우산 아래서 목을 내밀고 눈을 반짝이고 있으니, 어찌 겁이 나서, 살이 떨려서 굶어 죽더라도 오로지 총을 만들고 대포를 만드는 데 매달리지 않을 수 있으랴. 불쌍한 남조선 인민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총화로써, 호상비판으로써, 실전을 방불케 할 군사훈련으로써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지 않을 수 있으랴. 한 민족이 한 민족을 이해 못하니, 나, 이를 통탄하노라. 한국인의 현미경과 망원경은 이렇게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그러면서 맨눈으로는 도대체 무엇이든 보려고 하지 않는다. 미안, 미안, 천만에, 한국인이란 일반화는 어폐가 있다. 그렇지 않다. 권력을 가졌거나 지식정보를 가진 자들이 날마다 국민이라고 민중이라고 서로 자기 편이라고 우기는 보통의 대한민국 사람들은, 대부분의 선량한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배움이 없어서 현미경을 구경도 못해 보았다. 망원경도 말만 들었다. 텔레비전에서나 보았다. 현미경을 어찌 살 수 있겠는가. 망원경을 어찌 선물로 받았겠는가. 죽으나 사나 맨눈으로 볼 뿐이다. 눈이 잘 안 보이면 안경을 써서 맨눈처럼 볼 뿐이다. 그래서 이들 눈에는 미생물은 한 마리도 안 보인다. 손톱마다 그 밑에 백만 마리가 득실거린다는 것을 그래서 신경도 안 쓴다. 눈썹에만도 천만 마리가 있다는 걸 웃어넘긴다. 뱃속에는 2조 마리나 있다는 걸 그러려니 한다. 안 보이니까. 이들 눈에는 중국도 안 보이고 일본도 안 보이고 미국도 안 보인다. 망원경이 없으니까. 알기는 알지만, 그들의 모습이 안 보이니까, 그저 대한민국의 관습과 법을 따른다. 대한민국의 명절을 지키고 대한민국의 공휴일을 지킨다. 미국도 알고 일본도 알고 중국도 알지만, 그들이 내 잣대가 될 수는 없다. 망원경이 없으니까, 실감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철조망이 하두 두터워 북녘의 모습도 잘 안 보인다. 허나 그들이 무슨 짓거리를 하는지, 정도야 빤히 보인다. 주체적으로 산다는 것은 굶주림을 뜻하고, 우리 식대로 산다는 것은 생지옥을 뜻한다는 것 정도야 맨눈으로 보면 빤히 보인다. 맨 귀로 듣는 북한 아나운서의 웅변이 영 괴롭다. 애처롭다. 북녘 애들이 춤추며 웃는 연기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거대한 동상 앞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는 우상숭배에 소름이 끼친다. 군사훈련을 나날이 강화시키는 것에 더럭 겁이 난다. 부자간에 산천초목을 떨게 만드는 권력을 주고받는 것에 머리카락이 곤두선다. 가슴마다 모신 빨간 사진을 보면 나도 모르게 으스스해진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대한민국 사람들은 눈을 제대로 뜨고 있다. 인간이 볼 필요 없는 것은 안 본다. 손에 가시가 들어가면 그 때는 돋보기를 쓰고 들여다보면 된다. 바늘에 실 꿸 일 있으면 눈 밝은 중학생 아들을 불러서 부탁을 하면 된다. 문제는 늘, 배우되 헛배운 자들이다. 이들이 어찌나 시끄러운지, 여름날 밤 개구리 소리보다 더 시끄럽다. 뚝, 뚝! 아니, 아니지. 자장가 삼아 잠이나 자자. (2004. 3. 10.) (2001. 3.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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