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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함구한 북한의 의도와 남북교감
통일뉴스 2002. 4. 13 <기자논평> `아리랑` 함구한 북한의 의도와 남북교감 홍 민 기자 (tongil@tongilnews.com) 4월 10-12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민간급 실무접촉에서 기대했던 `아리랑축전`에 대해 북측이 함구하고 나섰다. `아리랑축전`에 대한 북측의 입장에 잔뜩 기대를 모았던 남측 민간단체들은 실망의 기색이 역력하다. 한마디로 `아리랑축전`을 통해 작년 이후 정체된 민간교류의 활성화를 모색하던 민간단체들에서는 의외의 무관심이란 반응이다. 반면 정부의 태도는 이상하리만큼 담담하다. 제주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임동원(林東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는 "정부는 북한에서 열리는 `아리랑축전`과 한일 월드컵을 연계시켜 협력한다는 방안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역시 민간단체의 기대를 무색케 하는 담담한 반응을 나타냈다. 다만 임 특보는 "남북은 각기 두 행사가 안전하게 개최되도록 말없이 서로 협력하게 될 것"이라는 말로 `아리랑축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대신했다. 뭔가 확고함이 묻어나는 한편 남북간의 충분한(?) 교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쯤에서 느껴지는 직감은 뭔가 `아리랑`에 대한 남북간의 묵시적 합의나 입장조율이 `무관심`으로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만하다. 최소한 구체적인 남북 당국간의 합의는 없었다고 해도 일종의 묵시적인 `아리랑축전`에 대한 조심스런 상한선을 그어놓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지난 3일 임동원 특사팀의 방북 당시 `아리랑축전`에 대한 남북간의 묵시적 교감은 어느 수준에서 이루어졌을까? 우선 임 특보는 방북 기자회견을 통해 북측에서 `아리랑축전`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최소한 우리 정부가 생각하는 `아리랑축전`에 대한 입장을 북측에 밝혔다고 볼 수 있다. 내용은 `아리랑축전`에 대한 남측 민간의 기대와 관심과 달리 우리 정부측에서 걱정하는 입장이었을 것이다. 첫째, `아리랑축전`의 남측 참가가 혹 가져올 위험성이다. 작년 `만경대파문`으로 가뜩이나 민간교류의 국민적 회의감의 미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더 큰 규모의 민간참여는 자칫 특사 방북으로 `원상회복`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남북관계에 혹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특히 들뜬 `아리랑` 기대에 휩싸여 관광단 모집에서부터 정부의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발생할 혼란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효율적인 정부의 통제가 힘들 때 제2의 만경대 파문이 발생할 경우 남북관계는 의도치 않게 돌이킬 수 없는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남한 당국의 고심의 흔적이 있다. `정부가 전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지만 또한 배제될 수도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대규모 관광단이 장기간(2달) 북측을 오갈 경우 신변안전이나 행동통제를 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도 된다. 두 번째로 행사 내용이 문제이다. 물론 북한이 계속 홍보하고 있듯이 `아리랑` 공연이 민족적인 정서에 호소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하지만 아직 `아리랑` 공연 전체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어떠한 형태로든 `아리랑`에 체제 선전적 내용이 들어갈 수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공연은 경기장 전체가 하나의 공연대상이라는 점에서 5.1경기장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그 거대한 `아리랑` 공연의 부속물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정치적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이 정부 당국자의 비공식적 입장이다. 자칫 체제 선전적 내용이라던가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 들어가 있을 경우 정치권의 공세나 보수층의 반발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작년 `만경대` 파문으로 민간교류에 대한 거센 비난이 있었던 걸 감안한다면 이 정도 걱정은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정부 당국자의 말에 따르면 `전향적인 생각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맘놓고 있을 순 없는 사안`이란 것이다. 일단 `아리랑 공연의 전체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4월 15일 태양절 행사 때 전체 공연이 시연되면 그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해 내용상의 문제점을 짚어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북한의 `아리랑축전`에 대한 함구의 의도는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어려운 대외정세와 북미관계의 돌파구로 북한은 남측 `특사`를 통한 전격적인 해결방법을 택했다. 가까스로 북미대화와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단초를 마련한 마당에 남한 정부에 무거운 고민과 부담을 주는 `아리랑축전`의 짐을 지우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리랑축전`이 최소한 다시 `만경대` 파문과 같은 정치적 부담감으로 작용하길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의도는 특사팀 방북 당시 북한 고위 당국자가 밝힌 `만경대 파문에 대한 심심한 사과`와도 무관치 않은 것이다. 호전된 남북관계와 북미대화의 기회를 정치적 공세에 휘말리게 해 어그러뜨리지 않겠다는 배려로 볼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이번 특사방북을 북한이 어느 정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새삼 짐작할 수 있다. 김대중 정권만큼 북한과의 의사교환에서 신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민감한 정치공세가 가열되는 시기에 최소한 김대중 정권과 마지막 남은 교감을 같이 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아리랑축전`에 대한 민간접촉의 기대와 실망은 좀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남북간의 교감과 한반도 정세의 큰 그림 하에서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통일뉴스 2002-04-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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