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서 함께해야 할 우리 잔치, <아리랑축전>
가서 함께해야 할 우리 잔치, <아리랑축전> 김연갑(사단법인 한민족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 <아리랑축전>은 아리랑의 시대정신에 따라 우리가 함께해야할 민족잔치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다음 세 가지를 인식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하나는 아리랑이란 무엇인가와 남북한간의 인식의 차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냉정하지만 축전 참가의 득실에 대한 논의이다. 이를 위해 우선 세 가지 자료를 인용한다. 하나는 북한 문인 채 옥이 쓴 단일팀 단가에 대한 글이고 (중국 흑룍강성에서 발행하는 부정기 간행물《문화산맥》, 문화총서(2)에 기고한 글임. 조선문․흑룡강 조선민족출판사가 1997 부정기 간행물로 중국, 미국, 조선, 한국의 필자들이 기고한 글의 모음집) 두 번째는 월드컵에서의 아리랑과 관련하여 쓴 기사. 그리고 세 번째 자료는 비교적 최근에 쓰여 진 <아리랑축전>에 간한 글이다. 이를 전제로 하고 이어서 필자가 최근에 <한겨레신문>과 대학신문에 기고한 칼럼, 그리고 특강 원고를 정리한 몇 편의 글을 통해 아리랑과 <아리랑축전>에 다가가 보고자 한다. 1.단일팀 단가 합의와 의미 남북회담 40년사에서 단일안 제안으로 논란 없이 합의를 얻어낸 유일한 회담으로 기록된 남북단일팀의 <아리랑>단가 합의에 대해 피력한 글이다. “1989년 3월 9일 판문점에서는 제11차 아세아경기대회에 북과 남이 유일팀으로 출전하기 위한 회담이 열리였다. 유일팀의 명칭문제, 깃발 문제, 노래문제, 선수 선발 문제 등 수많은 문제들이 상정되여 사상과 제도의 첨예한 계선을 넘나들며 론난을 빚었다. 그러나 북과 남이 단번치기로 합의한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아리랑》을 유일팀의 노래로 정할데 대한 제안 이였다.(중략) 우리 민족의 넋을 버리지 않았다면 북에 있건 남에 있건 해외에 살건 리념과 체제, 신앙의 차이를 초월하여 하나의 통일국가를 부화시킬 수 있다는 7천만의 의지를 과시한 력사적인 장거였다. (중략) 해내외의 우리 민족은 민족대단결의 기치아래 굳게 뭉쳐 통일을 이룩함으로써 민족이 수심가로 불러온《아리랑》을 통일의 환희를 담은 7천만의 대합창으로 터뜨리고야 말 것이다.” 공감하는 내용이다. 특히 이 쾌거가 북한이 아리랑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였다는 점에서 주목하게 된다. 그러니까 아리랑의 저항정신을 중심에 두었던 것을 이를 계기로 연대와 대동정신으로 무게의 중심을 이동시켰다는 것이다. 이것의 한 결과가 이번의 <아리랑축전>인 것이다. 2. 월드컵과 아리랑 이번의 남측 월드컵에서는 세 가지 형태로 아리랑이 쓰인다. 하나는 ‘파도아리랑’외 4종의 응원가가 불리는 것과 같은 응원가 형태이고, 두 번쌔는 전야제에서 2002명의 합창으로 이뤄지는 <아리랑월드컵>과 같은 합창 형태이고, 세 번째는 개막식에서의 세계 북연주자 들에 의해 이뤄지는 <아리랑 드럼 훼스티벌>의 타악기 연주형태이다. 결국 이번의 월드컵은 아리랑을 소재로 하는 행사로서 아리랑의 대중성과 형식을 할용 하는 행사인 것이다. 이는 북한이 아리랑정신인 연대와 대동성을 주제로 한다는 점에서 분명하게 대비가 되는 것이다. 다음의 신문 기사의 논조에서 이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아리랑이 2002 한·일 월드컵을 통해 전 세계에 울려 퍼진다. 한국 월드컵조직위원회(KOWOC)는 한국 고유 정서가 담긴 아리랑을 모티브로 한 월드컵 노래를 만들어 월드컵 전야제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 노래는 월드컵 전야제에서 한국 중국 일본을 대표하는 가수들에 의해 최초로 소개된 후 월드컵 대회 기간 중에 응원가로도 적극 활용된다. 뿐만 아니라 5월 31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개막 행사에서는 아리랑을 주제로 한 드럼 페스티벌도 열려 한국 문화의 우수성이 전 세계인들에게 알려진다. 따라서 전야제와 개막 행사에서 세계에 소개될 아리랑은 이제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은 물론 아시아 문화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특히 아리랑의 전통적인 리듬과 접목된 월드컵 노래는 지난 달 본선 조 추첨식에서 발표된 월드컵 공식 노래인 아나 스타샤의 ‘붐’과 함께 월드컵의 열기를 더하는 몫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전야제 이후에는 월드컵 응원가로도 쓰일 예정인 만큼 만약 전세계인들에게 성공적으로 홍보가 될 경우에는 현재 가장 대표적인 축구 응원가로 불리는 ‘올레 올레(Ole Ole)’와 맞먹는 인기를 누릴 가능성도 충분하다.”(정지융기자) 3. 축전 참가에 따른 현실적인 문제 이글은 <아리랑축전>의 참가와 그에 대한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제시한 글이다. 득은 남북교류의 극대화라고 했고, 실은 남남갈등의 심화 가능성이라고 했다.매우 현실적인 문제제기이다. “아리랑 축전 참가는 민족화해· 협력이라는 우리의 소망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너무나 소중한 기회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히려 남남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우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우리가 아리랑 축전에 참가하면서 더불어서 북한의 여러 곳을 관광할 수 있어서 지금까지 금강산에 국한되었던 관광 범위가 크게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이는 남북간의 긴장 완화에 기여하고 남북한 평화공존의 분위기가 더욱 확산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이러한 교류의 가능성은 최근 총련의 태도 변화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조선인총련합회는 당초 한국에서 개최하는 월드컵 대회에 관광단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올해 2월 총련은 대회기간 중 한국관광을 희망하는 재일 조선인들의 요청이 많아 500～600명의 북한국적 재일 조선인 방문단을 한국에 파견하기로 방침을 바꿨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830여명이 남한을 찾은 것을 감안하면 이번 방한단 규모는 이례적인 숫자이다. 그동안의 총련과 북한 관계를 볼 때 총련이 단독으로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기보다는 충분한 논의 끝에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리랑 축전 기간이 월드컵대회 기간과 상당 부분 중복되기 때문에 북한이 월드컵대회 기간에 도발이나 혼란을 조성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거기에 우리가 아리랑 축전에 대거 참가하기까지 하면 월드컵 대회의 안전 개최는 더욱 확실히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아리랑 축전 참가는 어쩌면 남남갈등이 심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것은 올해 1월 23일 한 야당의 수석부대변인이 “아리랑 축전은 88년 서울 올림픽 당시의 평양축전과 똑같이 월드컵을 희석시켜보겠다는 북한의 전략”이라며 “이런 행사에 정부가 지원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했고 다른 야당 총재도 비슷한 이유를 들어 아리랑 축전 참가 허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러나 북한이 <평양청년학생축전>을 개최한 것이 88올림픽 개최 다음 해인 1989년이므로 이와 같은 발언은 역사적 사실과 벗어난다. 그리고 아리랑 축전을 통해 북한이 월드컵을 희석시키려 한다는 주장을 하지만 이는 북한의 능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반응은 우리 사회의 보수층 다수가 ‘아리랑 축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으로서 축전 참가 문제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4. 그 연대와대동의 정신으로 사발 그릇 깨어지면 두세 조각이 나는데 38선이 깨어지면 한 덩어리 된다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날 넘겨주오 필시 이름 없는 어느 농투산이들이 해방공간 아니면 한국전쟁기 쯤에서 부르기 시작했을 이 ‘38선아리랑’은 아리랑 6천 수 중의 하나이다. 어떤 시인이 있어 민족 분단의 아픔을 이보다 더 절실하게 민중언어로 노래할 수 있었겠는가. 아리랑은 한문으로 지어진 이 땅의 수많은 문집(文集)· 지지(地誌)· 족보(族譜)의 어디에도 단 한 줄로도 기록해 놓지 않은 것을 순전히 할머니와 어머니의 가슴과 입으로만 전해져 축척해 놓은 민중의 참말(眞言)이다. 사전적으로는 그저 “아주 오래 전부터 불려져 오는 대표적인 민요의 하나” 쯤으로 설명하지만 기실 아리랑은 단지 민요만이 아닌, 민요 그 이상의 노래인 것이다. 음악적인 갈래로는 50여 종, 노랫말 련(聯·stanza) 수로는 6 천여 수, 전승지역으로는 남북은 물론 해외 146개국 전 교포사회, 이것이 아리랑의 총체적인 모습이다. 하나의 노래가 이렇게 많은 종류와 노랫말을 갖고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다는 것은 놀랍고 신비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아버지 어머니" 조차도 우리말로 못하는 교포 3세들일지라도 아리랑만은 우리말로 부르는 유일한 노래이니 그렇지 않은가? 더욱이 단지 고여만 있는 노래가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하며 생명력을 이어 오는가하면, 모든 분야와 형태로 능동적으로 확산하여 기층을 이뤄 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름의 시대정신을 담아 그 역할을 해오고 있으니, 이는 아리랑이 ‘역사의노래’이면서 ‘노래의역사’임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리랑의 시대정신, 그 긴 세월동안 지켜오고, 그 많은 노래말이 반영하고 있는 아리랑정신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사랑을 기저로 한 저항정신· 연대와대동정신· 해원상생(解寃相生)정신, 이것이 바로 아리랑의 3대정신이다. 동학농민전쟁 현장에서, 의병전쟁 현장에서, 그리고 일제하의 수많은 항일투쟁 현장에서 아리랑은 통문(通文)과 암호로서 또 때로는 군가와 애국가로서 제 역할을 해냈다. 일제의 식민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조선총독부 건물 완공 기념식 날인 1926년 10월 1일에 맞춰 개봉한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 결코 조선이 제국주의 야욕에 희생되지 않으리라는 의지를 서구 지식인들에게 외친 김 산의 그러다 80년대 들어 이산가족 상봉(‘85)이 실현되는 등 남북간의 각종 교류(’89년 윤이상통일음악회)가 이뤄지면서 아리랑이 중요한 교류의 실마리로 역할을 하기 시작 했다. 그 하나가 남북 단일팀 단가(團歌)를 아리랑으로 합의한 사실이다. 이는 45년 판문점 회담사상 유일한 동일안(同一案)· 합의라는 쾌거를 거둔 것이다. 이때로부터 아리랑의 시대정신이 저항성에서 연대와대동성으로 전이(轉移), 거대한 아리랑의 저류로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오늘 우리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이 있다면 그것은 남과 북, 나아가 146개국 교민이 함께하는 한민족공동체 실현을 이끌어내는 연대와 대동정신이 아니겠는가. 북한은 지난해 말 <아리랑축전> 개최를 알리면서 “세상 사람들은 <아리랑>을 비롯한 우리의 민요들을 잘 알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훌륭한 우리 민요들은 국제적 친선과 연대성을 위한 힘 있는 수단들로 되고 있다.”고 함으로서 아리랑의 시대정신을 통해 민족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삼고자한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인식은 “민족의 슬픔과 기쁨의 력사가 비껴있는 노래<아리랑>을 주제해명의 기본 수단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저리게 했던 <아리랑>을, 오늘 떨치는 랑만과 긍지에 넘친 행복의 <아리랑>으로 세상”에 제시하려 한다고 했다. 그러니 이번 북한의 <아리랑축전>은 가장 가까이 있는 우리는 물론 해외동포들과 세계인을 맡기 위한 대동굿판이 분명하지 않은가? 원래 우리의 잔치 문화는 작은 꼬투리만 있어도 이를 계기로 이웃은 물론 그동안 소원했던 이들이 거리낌 없이 올 수 있게 멍석을 깔아 모이게 하여 악수와 눈빛으로 또 때론 박장대소와 고함으로 그동안 쌓인 것들을 털어내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무 치장이나 격식이 없는 연대와대동의 장인 것이다. 그렇다면 첫 장면에서 여가수가 중앙무대에 올라 아리랑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잔치에 무었을 따지고, 무슨 방법을 따져서 가니 마니, 된다 안된다 해야 하겠는가? 더욱이 해외동포나 먼 나라 사람들도 가겠다고 하는데 말이다. 현실적으로 미묘한 시기에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라는 장애 때문에, 거기다 눈앞에서 1994년 중지된 팀 스프리트 훈련을 대체한 것으로 분석되는 연합전시증원연습(한국과 미국이 3월 21일부터 27일까지 연합전시증원연습(RSOI)과 독수리연습(Foal Eagle)을 개최하여 더욱 이상 기류를 자아내지 않았는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대와대동정신이 오늘의 남과북이 절실하게 실천해야 할 시대정신임을 깊이깊이 간직해야 할 일이 아닌가. 5. 눈물로 불렀던 아리랑, 기쁨으로 부르자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 거듭되는 외세의 침략과 압력을 물리치고 평화와 친선을 도모하는 나라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아리랑>은 세계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지난해 11월 북한이 <아리랑축전> 개최를 알리면서 밝힌 행사의 주제이면서 동시에 목적이다. 이는 분명 가까이는 우리와 동포사회를, 멀리는 전 세계를 향한 화해의 손짓이다. 아리랑이 담고 있는 시대정신이 연대와대동정신이니 그 뜻의 실천인 셈이 아닌가. “세상 사람들은 <아리랑>을 비롯한 우리의 민요들을 잘 알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훌륭한 우리 민요들은 국제적 친선과 연대성을 위한 힘 있는 수단들로 되고 있다.” 최근의 북한 문헌에서 기술한 아리랑에 대한 설명이다. 이러한 인식에서 축전의 주제와 명칭으로 정해졌다고 본다. 공식명칭은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 풀이하면 “아리랑을 주제로 체조와 카드색션 그리고 춤과 노래로 꾸민 축전”이 되는데, 2001년 7월에 이미 ‘72년 혁명가극 <피바다> 제작, ’76년 <관현악곡아리랑> 완성, ‘89년 남북단일팀 단가 합의, 2001년 강성부흥아리랑 발표 등 아리랑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던 김정일위원장의 지시로 동년 7월경 주제와 명칭을 <아리랑>으로 정하고, 11월에 공식화 하면서 연습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행사 내용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한에 공개했다가 거두절미하고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 총연습 까지는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총련 소식통에 의하면 첫 순서는 여가수가 중앙무대에 올라 아리랑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하며 여러 자료를 분석할 때 민족의 수난과 극복의 여정을 37가지 아리랑을 독창·합창·관현악연주 등으로 형상화할 것으로 본다. 이에 대해 일부는 이번 행사도 체제강화용 정치선전 일 것이라고 우려를 한다. 그러나 홍보 자료를 보면 “눈물로 흩어진 민족, 기쁨으로 만날 것”이란 대목이나 이미 공개한 150장 정도의 배경대 그림에 조선노동당 상징인 망치나 붓 그리고 낫과 같은 노동당 문양 대신 선난선녀의 이별과 정한을 보여주는 그림들로 되어있다는 것에서 이는 기우라고 본다. 80분 정도의 이러한 내용은 첨단 전자문화에 길들여진 우리에게는 자칫 지루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알고 보면 ‘하나는 전체를 위해, 전체는 다시 하나를 위하여’ 라는 목표 하에 행해지는 사람들에 의한 행위라고 볼 때 경탄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대집단체조는 1971년 <집단체조창작단>이 창립되면서 지금까지 80여 편에 900여회 공연이 있었고, 이 중 세계에 널리 알려진 것은 ‘89년의 <세계청년학생축전>과 2000년의 대집단체조 <백전백승조선노동당>이다. 이러한 행사는 당연히 많은 인원이 참여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 행사의 경우 가수나 무용수 그리고 각 분야의 공훈예술가들은 물론 어린 학생에서 비전향장기수 까지 참여, 10만 명이 참여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대동강변 <능라도 5·1경기장>의 규모가 15만 명이라는 데에 있다. 그러니까 공연자가 10만 명이니 나머지 관중 5만 명이 채워져야만 제대로 된 공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바로 매일의 이 자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초대석으로 2개월 54회 동안 함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남측의 월드컵에서는 ‘아리랑파도’와 같은 응원가 5종과 전야제에서의 2002명에 의한 합창 <아리랑판타지>, 개막식에서의 <북에 의한 아리랑>을 준비하고 있어 아리랑을 소재로 한 잔치가 된다. 그렇다고 보면 북한의 아리랑잔치는 남측보다 한 달을 앞서서 치러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먼저 가서 아리랑의 연대와 대동정신을 오늘의 시대정신으로 승화시켜 민족공동체를 실현하는 실천적 역군으로서의 역활를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이 후덕함에 화답하여 월드컵 잔치에 함께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 이제 나운규선생*이 영화 <아리랑>에서, 김 산선생**이 *춘사 나운규(1902~1937)는 한국영화사상 빼놓을 수 없는 배우이자 감독·작가·제작자이다. 1924년 ' 운영전'에 가마꾼 단역배우로 출연한 이후 1937년 '오몽녀'의 감독을 마지막으로 영화 일생을 마치기까지 그가 온 정열을 쏟아 부었던 13년간은 한국영화의 여명을 밝힌 신 새벽이었다. 함북 회령 출신. 만주, 시베리아 등지를 전전하며 항일운동으로 감옥에 투옥되기까지 했던 극가 한국의 레지스탕스작품으로 기록되는 '아리랑'의 원작·각색·주연·감독까지 도맡았다. ** 김 산(金山), 그의 33년 짧은 생애는 당시 중국 혁명과정을 취재하러 북경에 온 미국인 여기자 님 웨일즈(Nym Wales)가 “작은 약소국 조선이 흘린 피가 결코 물에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는 소금처럼(like salt in water) 되어서는 안 된다”는 칼날 같은 각오로 항일투쟁을 하는 모습에 매료되어 구술에 따른 일대기를 쓰게 된다.(그래서 공동 저자로 표기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김 산이 처형된 사실을 모른 채 1941년 미국에서 출판하였다. 님 웨일즈는 그 존재 자체도 묻혀졌을 한 조선인 투사를 “영원한 생명”으로 탄생시켜 놓았다. 그것은 김 산의 생애를《song of ariran》으로 담아 출간했기 때문이다. ***광복군아리랑 우리네 부모가 날 찾으시거던 광복군 갔다고 말 전해 주소 광풍이 불어요 광풍이 불어요 삼천만 가심에 광풍이 불어요 바다에 두둥실 떠오는 배는 광복군 싣고서 오시는 배래요 동실령고개서 북소리 둥둥나더니 한양성 복판에 태극기 펄펄 날려요 6. 나는 ‘아리랑축전’을 보러 간다 구한말로부터 태평양전쟁기 까지의 전 기간 내내, 중국·미국·시베리아· 만주· 일본으로부터 불어 닥친 거대한 침략과 혁명의 폭풍은 우리를 어쩔 수 없이 흩어져 살게 했다. 거기에 내재적 모순과 미·소의 패권주의가 부딪쳐 남북을 두 동강이로 갈라놓았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인 ·조선인민 ·고려인· 조선족·조센징으로 헤어져 살게 되었으니 그 긴 세월은 고난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밟아도 밟아도 되살아나는 민들레꽃처럼 쇠심줄 같이 질긴 생명력으로 피고 또 피었고, “타국의 바람결에 언뜻 스쳐도 뼈 속 까지 스며드는 아리랑”을 지팡이로 삼아 수난의 고개 고개를 넘어왔다. 아리랑, 우리에게 아리랑이 있다. 가끔은 눈시울을 붉히며 뜨거운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 이 노래는 아주 오랜 옛적부터 불려온 아름다운 노래이다. 가슴을 저리게 하는 아름다운 선율에는 슬픔이 담겼듯이, 이 노래에도 슬픔이 담겨있다. 우리가 그렇게 긴 세월 동안 비극적이었듯이 이 노래에도 그만큼의 비극이 배어있다. 아름답고 비극적이기 때문에 이 노래는 오랜 동안 모두에게 애창되어 왔다. 굳이 50여종의 갈래에 6천여수의 노래말이 적층되어 왔다는 사실로 해서 ‘노래의역사’로 담보하지 않았다 해도, 1990년 남북한이 단일팀 단가로 합의하여 ‘역사의노래’로 담보하지 않았다 해도, 거기다 2001년 세계 유네스코가 <아리랑상>(Arirang Prize)을 제정하여 세계무형문화유산의 상징어로 해서 ’세계의노래‘로 담보하지 않았다 해도, 아리랑의 위상과 현재적 가치는 분명하고도 뚜렷하다. 그 뚜렷하고 분명한 아리랑의 위상과 가치란 두말할 나위 없이 아리랑이 ’민족의노래‘라는 사실이다. 민족의 노래, 아리랑. 한민족이라면 누구도 이를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노래가 그 민족 구성원 모두에게서 이의 없이 공인을 받은 예는 어느 나라 어느 민족에게도 없는 유일한 아리랑만의 영예(榮譽)이다. 그래서 아리랑을 정의하여 ‘조선인의 쌀’이라거나 ‘고난의 꽃’이라거나 ‘조선인의 진언’이라고 한 소이는 분명한 것이다. 실제 이 지론대로 한민족이 사는 곳 어디에서든 아리랑은 민족의 자존과 그 존재증명으로서 불려져 오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그토록 갈라져 살면서 또 조국을 떠나 살면서 아리랑을 부르고, 불러오는가. 그것은 뭐니 뭐니해도 아리랑이 지닌 대동정신 때문일 것이다. ‘대동정신’, 이는 근래에 들어 우리 것 다운 축제를 대동제(大同祭)라고 부르면서 논의 되듯이 사회 구성원이 그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과 대립을 지양하고 새로운 질서가 나타나기를 바라며 그를 위한 실천적 행위를 같이하는, 그래서 ‘크게 하나 되는 공동체정신’를 말한다. 이것은 아리랑의 시대정신으로서 현재적 가치를 담보하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다. 바로 이런 정신을 주제로 한 잔치가 <아리랑축전>이고 이 축전이 4월 말 평양에서 펼쳐진다. 헤어져, 흩어져, 갈라져 살아 온 많은 세월, 그래서 생채기 져 멍울로 남은 수난의 민족사가 체조와, 무용과, 카드 색션으로, 거기에 웅장한 민족배합관현악과 대규모의 합창에 의해 아리랑으로 형상화 된다고 하니 얼마나 설레는 잔치판인가. 그것도 우리를 위해 우리의 것을 소재로 하고 주제로 하여, 거기다 냉냉한 첨단 기재로 하기 보다는 10만의 동포들 얼굴과 가슴으로 꾸민다고 하니 얼마나 애뜻한 잔치인가. 긴 북녘의 겨울 내내 시린 손을 불어가며 마련했다니 또 얼마나 동포애적인가! 따져보자. 언제 우리가, 우리만의 이름으로, 우리가 주체가 되어, 가슴으로 하는 축전를 가져 본적이 있는가. 그것도 남북이 해외동포가 한자리에서. 더 따져보자. 나라 이름 조차 다 외울 수 없는 이(異)민족을 불러서, 그것도 친일파 청산을 화두로 삼고 있는 시점에서 일본과 손을 잡고 치루는 월드컵 경기도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데, 하물며 한민족이 모여 아리랑잔치를 벌린다는데, 그래서 그 잔치를 통해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제시한다는데 여기에 어떤 의미를 붙여 수식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러니 ‘우리’가 하는 잔치에 내가 빠져서는 안 될 일, 날짜 맞춰 웃어른 모시고, 이웃 챙겨서 꼭 갈 일이다. 그 잔치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가서 기어이 내 음치의 목소리까지 보태어서, 드디어 터져 나올 아리랑 대합창에 가슴 벅차 펄쩍펄쩍 뛰어보고 싶다. 그리고 누구든 부등켜 안고 눈물 콧물 뒤범벅된 얼굴로 서로 부비며 소리치고 또 소리치고 싶다. 아무 말이라도 하며 무슨 소리라도 외치며 발목이 시리도록 뛰어 보고 싶다. -끝- 이 글은 <한겨레신문>·2002년 4월 6일자의 칼럼과 청주대학 등에서 행한 특강 원고를 고쳐 쓴 것이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