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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의 '천국'/ 김수행
아래 글은 5월 11일자 [한겨레신문] '시평'에 실린 김수행 교수의 글이고, 답변에 있는 글은 TAERI 21세기 경제학연구소( http://www.taeri.org )의 최용식씨의 반론 내용입니다. 혹시 다른 의견이 있는 분들은 관련된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홈페이지 운영자 최 동 국 ........................................................................................................................... 2002. 5. 10 한겨레 신문 여론칼럼 > 시평 외국인 투자자의 '천국'/ 김수행 하이닉스를 마이크론에 파는 문제와 관련해 `국가신인도' 또는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의욕'이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하게 이야기하니까 매우 어려운 것 같지만, 쉽게 말하면 “외국인 투자자에게 싸게 팔아야 한국에 더욱 많이 투자할 것 아닌가”이다. 그러나 한번 싸게 팔면 계속 더욱 싸게 팔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거덜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하이닉스 이사회는 헐값으로 팔려고 하지 않는데, 정부가 나서서 헐값으로 팔아야 한다고 윽박지르는 바람에 채권단은 그냥 헐값에라도 팔자고 정부 편을 들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관치금융'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채권단은 지금 손해를 보더라도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해야만 나중에 정부로부터 `공적 자금'이나 `한은특별융자'라도 받을 수 있다고 계산하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백인이고 코나 키가 클지 모르지만 한국인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최대의 이득을 지상 목표로 삼는다. “이윤율이 10%라면 모험을 하고, 50%라면 뇌물을 바치며, 100%라면 살인까지 한다”는 `좌우명'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의 `환심'을 산다는 것은 한국경제나 한국사회를 멍들게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김대중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온갖 정책을 채택했다. 상품·외환·자본시장을 완전히 개방해 외국인이 한국경제를 지배하게 만들었고, 정리해고제를 실시했으며, 비정규직을 양산했고, 은행과 기업을 헐값으로 외국인 투자자에게 팔았으며, 엉터리 전투기를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했고,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의료보험을 개악했으며, 이제 거대한 기간산업인 발전까지도 국민들의 거대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게 헐값으로 팔려고 한다. 외국인 투자자의 탐욕을 규제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사회와 경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1997년 12월에 터진 외환위기를 다시 생각해 보자. 우리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우리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했던가? 외국은행은 한국경제가 계속 호황을 누릴 것으로 판단해 한국계 금융기관에 거액의 달러를 빌려주었기 때문에, 한국계 금융기관이 달러 빚을 못 갚으면 당연히 외국은행이 손해를 보고 도산해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완전히 적반하장이 되었다. 외국은행은 빚을 더 높은 이자율로 상환받았고 한국계 금융기관과 한국경제는 망했다. 정부가 외국인 채권자와 한국인 채무자의 중간에 들어서서 거액의 민간 빚을 정부의 빚, 아니 국민의 빚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첫째는 우리 정부가 외국인, 특히 미국인의 탐욕스런 요구에 너무나 쉽게 굴복했기 때문이다. `국가신인도' 또는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의욕'에만 신경을 쓰고 우리나라 국민이나 산업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다. 국민을 희생시켜 외국인 투자자의 탐욕을 만족시킨 것이다. 둘째, `도덕적 해이'를 우리나라의 기업이나 금융기관에만 적용시키고 외국계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적용시키지 않은 `사대주의적' 학문풍토와 정치풍토 때문이었다. 한국경제가 계속 호황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은 이미 1996년부터 알 수 있었다. 한국 수출의 거의 40%를 차지하던 반도체·철강·자동차·조선·화학제품의 수출이 국제가격의 폭락이나 엔화 절하에 의해 큰 타격을 받았고, 이에 따라 재벌은 `위기'라고 외치면서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해소하라고 온갖 방안을 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외국은행이 심지어 아무런 외환업무 경험도 없는 종합금융회사에 거액의 달러를 대출한 것은 미국 정부나 아이엠에프를 믿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위기에 빠지더라도 미국 정부 또는 미국 정부가 지배하는 아이엠에프가 빚을 대신 받아 주리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외국은행의 `도덕적 해이'가 아니고 무엇인가? 김수행/ 서울대 교수·경제학 http://www.hani.co.kr/section-001057000/2002/05/001057000200205102043800.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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