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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김수행 교수, 어찌된 증오와 적개심인가? /최용식
최용식 (ecnms21@yahoo.co.kr) TAERI 21세기 경제학연구소 * 다음 글은 5월 11일자 [한겨레신문] '시평'에 실린 김수행 교수의 글 '외국인투자자의 천국'이라는 글에 대한 제 반론입니다. 역시 글솜씨 하나만은 탁월하다. 자신의 증오와 적개심을 표현하기 위해서, 국민적 호소력이 뛰어난 소재를 화두로 삼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는 이런 짓을 해서는 안된다. 하이닉스 문제를 다루려거든 실체적 진실에 보다 접근하는 노력을 먼저 기울였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실제로, 하이닉스 문제는 고도의 판단력을 요구한다.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이 가능한가의 여부는 반도체 가격의 향후 동향에 달려 있고, 반도체 가격은 세계경제의 경기동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반도체 가격이나 세계경제의 경기동향은 쉽게 결론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 가격만 하더라도, 지금 128M SDRAM의 현물가격이 2달러 선으로 추락해 있는 상황이다. 하이닉스가 현상유지라도 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3달러는 넘어야 하고, 독자생존을 위해서는 4달러는 넘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비록 현물가격이지만, 지금 2달러 선으로 떨어져 있는 것이다. 현재의 가격추락세가 정상적인가를 판단하는 일도 쉽지가 않다. 마이크론이 보유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 가격하락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인데, 이것은 하이닉스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마이크론의 전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경제의 전망도 누구 하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경제전문가는 아직 없다. 연초부터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 경기가 지금은 주춤거리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김수행 교수는 참으로 용감하다. 무조건 헐값 매각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경제학자라는 사람이 현실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은 체, 이처럼 감정을 앞세우는 짓이 과연 타당할까? 이런 글을 [시평]이라고 실어주는 한겨레신문은 또 언론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을까? 김수행 교수의 증오심과 적개심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가 궁금할 뿐이다. 실제로도 이성적인 분석은 하나도 눈에 띠지 않고 전반적으로 감정과잉이 글을 지배하고 있다. 증오심과 적개심으로 가득차 있지 않다면, 이런 글은 도저히 쓸 수 없다는 것이 내 판단인 것이다. 자,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면서 따져보자. 첫째, 김교수는 "상품·외환·자본시장을 완전히 개방해 외국인이 한국경제를 지배하게 만들었고"라고 썼다. 일제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우리 국민들에게는 이 문제는 대단한 호소력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감성은 이성을 잠재우는 것이 보통이고, 그에 따라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기도 하다. 김수행 교수에게 물어보자. 세계에서 가장 실업률도 낮고 성장률도 높으며 물가도 안정된 나라들이 어떤 나라들인가를 말이다. 지금 유럽에서는 아일랜드와 핀란드의 경제적 성과가 가장 뛰어나다. 이 두 나라 모두 유렵의 변방으로서 가장 낙후된 곳에 속했었으며, 자원도 빈약하고 국내시장도 협소했으며, 자본축적도 부족하고 과학기술마저 가장 뒤떨어진 나라였었다. 그런데 이런 나라들이 지금은 경제적으로 가장 각광받고 있으며, 그 원동력은 외자유치에 있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영국은 70년대 말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내산업기반이 무너졌지만, 국영기업의 대대적인 민영화와 함께 외자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지금은 경제적 번영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70년대까지 영국병에 시달리면서 계속 추락하기만 하던 영국경제가 이탈리아를 앞선 것은 물론이고, 프랑스를 앞지를 수 있었으며, 독일도 넘보고 있을 정도이다. 1인당 국민소득에 있어서는 이미 독일을 앞서기도 했다. 미국경제도 마찬가지다. 거대한 규모의 재정수지와 국제수지의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은 고달러화와 고금리 정책을 통해 외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으며, 그 성과로 90년대에는 사상 최장기 호황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회주의권인 중국이나 베트남 역시 마찬가지다. 외자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으며, 그 덕에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인민들의 삶도 점차 풍족해지고 있다. 경제현실이 위와 같은데, 경제학자인 김교수가 개방화를 오로지 비난만 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어이없고 한심한 일이다. 김교수는 무엇보다 먼저, 세계 경제학계에서 왜 GNP 개념이 퇴장하고 GDP 개념이 새롭게 부상했는지, 그 이유를 먼저 따져볼 일이다. 즉 "국부를 창출하는 것은 국민이 아니라,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생산활동"이라는 사실이라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정리해고제를 실시했으며"라고 했다. 그렇다면 정리해고는 왜 해야 했는가? 환란 때문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환란을 불러온 책임을 물어야지, 왜 이것을 김대중 정부에 따지는가? 원인과 결과를 도치하는 자가 어떻게 학자일 수 있는가? 그의 말이 최소한의 논리적 설득력이라도 갖추려면, 정리해고를 하지 않고도 환란을 극복한 사례가 세계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단 한번이라도 있었는가를 먼제 제시해야 한다. 그런 조사를 한번이라도 해보았을까? 이런 조사도 해보지 않고 경제학자를 자처할 수 있을까? 셋째, "비정규직을 양산했고"라고도 썼다. 기업인들에게 물어보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생산성의 차이가 얼마나 되느냐고 말이다. 기업인들은 말할 것이다.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생산성이 두배 이상 높다고 말이다. 그런데 왜 비정규직만 늘어날까? 그 이유는 김수행 교수처럼 우리 경제를 저주하는 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자들의 저주가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었고, 기업인들도 장래를 불안하게 보게 됨에 따라,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넷째, "은행과 기업을 헐값으로 외국인 투자자에게 팔았으며"라고도 했다. 환란도 당하지 않았던 일본도, 또한 국내에 수천조엔의 국부가 쌓여 있는 일본도, 장기신용은행을 미국계 투자조합에 팔았다. 왜 그랬을까? 이런 이유조차 모르는 그가 과연 경제학자로서의 자격이 있는 것일까? 다섯째, "기간산업인 발전까지도 국민들의 거대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게 헐값으로 팔려고 한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지만, 국영기업의 민영화가 없이는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을 더 이상 높일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세계적으로도 공공부문의 축소에 열성적인 나라일수록 경제적 성과가 뛰어났다는 사실을 재인식하기 바란다. 최소한 중국의 고도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국영기업이 아니라 민간기업이라는 사실이라도 눈여겨보기 바란다. 여섯째, "외국은행은 빚을 더 높은 이자율로 상환받았고 한국계 금융기관과 한국경제는 망했다"는 그의 주장은 진짜로 적반하장이다. 환란을 우리나라처럼 성공적으로 단기간에 극복한 나라는 세계사적으로 아직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환란 이후에도 우리 경제는 세계최고수준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며, 실업률도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한다. 또한 우리 금융기관들은 이제 선진국 수준의 경영수지를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계 금융기관과 한국경제가 망했다니, 이런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를 일이다. 일곱째, "정부가 외국인 채권자와 한국인 채무자의 중간에 들어서서 거액의 민간 빚을 정부의 빚, 아니 국민의 빚으로 전환시킨 것이다"는 말은 어떤가?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고도 환란을 극복한 나라가 있던가? 금융공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그는 정녕 모른다는 말인가? 이런 투정은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를 수술과 투약으로 살려놓았더니, 감사는 커녕 수술비와 약값이 비싸다고 뗑깡을 놓는 짓이나 하나도 다름없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공적자금 투입규모가 환란의 규모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적다. 그런데 비난을 앞세우다니! 수준 이하의 글이라고 여겨져서, 비판할 마음이 전혀 없었으나, 누구도 김수행 교수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또 내가 나서고 말았다. 혹시라도 김수행 교수와 같은 발상이 경제정책에 영향을 끼치면, 우리 경제의 몰락이 심각하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http://www.taeri.org/EconoRead/Readboard.asp?name=newbox&number=241&page=1&startpage=1&step=0 ================================ ┼ ▨ 외국인 투자자의 '천국'/ 김수행 ┼ │ │ 아래 글은 5월 11일자 [한겨레신문] '시평'에 실린 김수행 교수의 글이고, 답변에 있는 글은 TAERI 21세기 경제학연구소( http://www.taeri.org )의 최용식씨의 반론 내용입니다. │ 혹시 다른 의견이 있는 분들은 관련된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 │ 홈페이지 운영자 최 동 국 │ │ ........................................................................................................................... │ 2002. 5. 10 │ 한겨레 신문 │ 여론칼럼 > 시평 │ │ │ 외국인 투자자의 '천국'/ 김수행 │ │ │ │ 하이닉스를 마이크론에 파는 문제와 관련해 `국가신인도' 또는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의욕'이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하게 이야기하니까 매우 어려운 것 같지만, 쉽게 말하면 “외국인 투자자에게 싸게 팔아야 한국에 더욱 많이 투자할 것 아닌가”이다. 그러나 한번 싸게 팔면 계속 더욱 싸게 팔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거덜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하이닉스 이사회는 헐값으로 팔려고 하지 않는데, 정부가 나서서 헐값으로 팔아야 한다고 윽박지르는 바람에 채권단은 그냥 헐값에라도 팔자고 정부 편을 들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관치금융'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채권단은 지금 손해를 보더라도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해야만 나중에 정부로부터 `공적 자금'이나 `한은특별융자'라도 받을 수 있다고 계산하는 것이다. │ │ 외국인 투자자는 백인이고 코나 키가 클지 모르지만 한국인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최대의 이득을 지상 목표로 삼는다. “이윤율이 10%라면 모험을 하고, 50%라면 뇌물을 바치며, 100%라면 살인까지 한다”는 `좌우명'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의 `환심'을 산다는 것은 한국경제나 한국사회를 멍들게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김대중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온갖 정책을 채택했다. 상품·외환·자본시장을 완전히 개방해 외국인이 한국경제를 지배하게 만들었고, 정리해고제를 실시했으며, 비정규직을 양산했고, 은행과 기업을 헐값으로 외국인 투자자에게 팔았으며, 엉터리 전투기를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했고,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의료보험을 개악했으며, 이제 거대한 기간산업인 발전까지도 국민들의 거대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게 헐값으로 팔려고 한다. │ │ 외국인 투자자의 탐욕을 규제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사회와 경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1997년 12월에 터진 외환위기를 다시 생각해 보자. 우리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우리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했던가? 외국은행은 한국경제가 계속 호황을 누릴 것으로 판단해 한국계 금융기관에 거액의 달러를 빌려주었기 때문에, 한국계 금융기관이 달러 빚을 못 갚으면 당연히 외국은행이 손해를 보고 도산해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완전히 적반하장이 되었다. 외국은행은 빚을 더 높은 이자율로 상환받았고 한국계 금융기관과 한국경제는 망했다. 정부가 외국인 채권자와 한국인 채무자의 중간에 들어서서 거액의 민간 빚을 정부의 빚, 아니 국민의 빚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 │ 왜 그렇게 되었을까? 첫째는 우리 정부가 외국인, 특히 미국인의 탐욕스런 요구에 너무나 쉽게 굴복했기 때문이다. `국가신인도' 또는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의욕'에만 신경을 쓰고 우리나라 국민이나 산업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다. 국민을 희생시켜 외국인 투자자의 탐욕을 만족시킨 것이다. 둘째, `도덕적 해이'를 우리나라의 기업이나 금융기관에만 적용시키고 외국계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적용시키지 않은 `사대주의적' 학문풍토와 정치풍토 때문이었다. │ │ 한국경제가 계속 호황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은 이미 1996년부터 알 수 있었다. 한국 수출의 거의 40%를 차지하던 반도체·철강·자동차·조선·화학제품의 수출이 국제가격의 폭락이나 엔화 절하에 의해 큰 타격을 받았고, 이에 따라 재벌은 `위기'라고 외치면서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해소하라고 온갖 방안을 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외국은행이 심지어 아무런 외환업무 경험도 없는 종합금융회사에 거액의 달러를 대출한 것은 미국 정부나 아이엠에프를 믿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위기에 빠지더라도 미국 정부 또는 미국 정부가 지배하는 아이엠에프가 빚을 대신 받아 주리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외국은행의 `도덕적 해이'가 아니고 무엇인가? │ │ 김수행/ 서울대 교수·경제학 │ │ http://www.hani.co.kr/section-001057000/2002/05/001057000200205102043800.html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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