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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왼쪽으로 가고 있는가? (펌)
시사월간 피플 (펌) http://www.zuri.co.kr/ 기사작성일: 2003-05-06 제 목 : 한국사회는 왼쪽으로 가고 있는가? -정부와 시민사회의 패러다임은‘평등’이 아니다. 송복남 편집장 people@zuri.co.kr 신자유주의라는 세계사적 조류 속에서 우리사회가 평등이라는 이념적 패러다임을 사회적 아젠다로 삼을 수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어쩌면 이것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정부와 시민사회의 패러다임은 아직 평등을 말하기에는 역부족일뿐더러 내부개혁의 프로그램을 실현하는 단계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사회의 왼쪽은 가능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한 번은 명확하고 또 한번 불명확하다. 지금의 한계는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분단국의 멍에를 벗어난 뒤에야 답이 필요해질 것이다. ‘평등’은 좌파, ‘불평등’은 우파 노르베르토 보비오는‘제3의 길은 가능한가’라는 책에서 좌파와 우파 구분의 기준을 평등지향적인가 아닌가에 두고 있다. 그렇다고 단적으로 좌파는 평등주의자며 우파는 불평등주의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이런 단서를 달아놓고 있다. “좌파가 좀더 불평등을 축소하려는 경향을 강하게 갖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좌파가 모든 불평등을 제거하려고 한다거나 아니면 우파는 불평등을 존속시키려 한다는 것은 아니며 그저 전자는 좀더 평등주의적이고 후자는 좀더 불평등주의적이라는 것을 의미할 뿐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럼에도 그가‘평등’이라 축을 좌파쪽에‘불평등’은 우파쪽에 무게를 두는 것은 “평등주의자들은 선천적 평등이라는 대의를 걸고 사회적 불평등을 비난하며 반-평등주의자들은 선천적 불평등이라는 대의를 걸고 사회적 평등을 비난한다”는 보다 본질적인 태도로서의 양쪽의 입장을 주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원래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다는 게 좌파의 입장이라면 우파는 원래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불평등하게 태어났다는 확연한 입장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등지향에 있어 정확하게 좌파는 모든 것에서 평등주의적이며 우파는 불평등적이라는 결론을 말하지는 않는다. 그는‘좀더’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여기‘좀더’가 갖는 의미의 크기는 엄청나다. 단순하게‘조금 더’라는 의미를 넘어 이‘좀더’는 좌파와 우파를 가르는 명확한 경계선의 무게를 지닌다. 실과 바늘의 관계, 자유와 평등 그렇다면 한국사회에서의‘평등’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걸까? 실천적 패러다임의 측면에서 보면 해방 이후 우리사회에는 평등지향의 이념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이에 관한 한 우파를 넘어 극우파쇼적이다. 현대사가 증명하듯 일부 우파들의 특권적 지배이데올로기와 이익추구의 권력남용은 평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를 해치면서 오히려 불평등만을 고착시켜왔다.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라는 대의를 내건다. 한국사회에 자유민주주의가 존재하지도 않는데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서라는 헛소리를 늘어놓았고 자유주의자도 아니면서 자유주의자다 라고 하지를 않나 민주주의적이지도 않으면서 민주주의를 말했다. 너무나 뻔한 이런 얘기를 늘어놓는 것은‘평등’이라는 좌파적 이념은 우리역사에서 한 번도 공유되어본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며 이제 학습해 출발을 해야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점 때문이다. ‘평등’에 관한 한 진정 우리사회가‘평등’이라는 이념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지향하고 있는가는 차치하고서라도 한국사회 대중이 이 이념 자체를 대중적 패러다임으로 공유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실은 여전히 요원한 문제이다. 알게 모르게 스스로에게 각인된 특권의식과 그것에로의 편입욕망은 우리사회에 보편적으로 깔려 있는 대중욕망이다. 반평등적인 특권의식이 한 사회의 욕망으로 자리잡고 있는 현실은 우리가 얼마나‘평등’이념이라는 것으로부터 멀어져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평등’이라는 개념은 원칙적으로 개인으로서의 개체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이념이다. 이태리의 철학자 캇치리아는“평등은 수입이나 환경 그리고 공공 서비스처럼 우리의 삶의 질을 이루는 부분이다. 평등은 다양성을 가능케하며 모든 이들로 하여금 개인으로 취급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필자 강조). 이는 같지 않은 사람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하는 평등에 대한 추상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사상과는 다른 것이다”라고 말한다. 우리사회는 이와는 정반대다.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의식은 전혀 자유롭지도 민주적이지도 않으며, 전체주의적이고 개인적 자유의 억압이라는 조폭논리마저 담겨있다. 조폭논리는 권위주의와 특권의식이다. 모든 자유는 개인으로부터 출발하고 있지만 중요한‘개인’이라는 코드가 말살되고 있는 것이다. 평등은 각각(그가 누구이든 간에) 개인 간의 차이와 입장 그리고 주장을 존중한다는 개인의 자유를 전폭적으로 담보한다. 자유와 평등은 실과 바늘의 관계인 것이다. 이 관계는 사회적 평등 속에 자유의 개념이 포함되며 개인의 자유 속에는 평등이란 개념이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보든 보수든‘평등’에 관한 한 미숙아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사회의 진보와 보수 양쪽은 '평등'에 관한 한 여전히 미숙아이다. 보수라는 사람들은 극우적 불평등주의와 권위적 특권주의로 똘똘 뭉쳐져 있으며 사회적 평등을 의제로 삼는 진보라는 사람들도 권위적이고 개인의 개체자유에 대한 존엄에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권위는 근본적으로‘평등’과는 거리가 멀다. ‘평등’의 대립각으로서의 불평등과‘자유’의 대립각으로서의 권위주의 이 모두가 우리사회의 진보와 보수에는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공통점은 또 있다. 전체주의적 집단논리는 진보 보수 양쪽의 핵심 이데올로기다. 이 문제점은 개인의 자유를 담보하는 또 하나의‘평등’을 무참하게 짓밟고 있다. 보비오의 핵심 사상은 현대 정치가 좌파와 우파 그리고 자유와 권위주의라는 두 개의 전적으로 분리된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으로 정의된다. 권위주의는 좌파든 우파든 구분없이 관통하는 평등의 적이다. 좌파가 사회적 평등을 주장한다고 해서 자유적이고 비권위적일 수는 없으며, 우파 역시 자유주의를 말하지만 권위적이지 않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권위는 개인과 개인 간의 존엄을 규정하고 규범하게 하는 인간에 대한 비민주적 태도인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극우보수는 말할 필요도 없고, 진보진영 쪽의 비민주적인 권위주의와 개인에 대한 경시풍조는 전근대적 잔재로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해보자. 우리 사회의 평등은 가고 있는걸까? 평등이념정책은 현실화되고 있는가? 개인의 존엄은 지향되고 있는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사안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회적 평등 정책을 실현할 현실 정치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과 개인자유의 존엄을 담보할 일상적 민주주의의가 착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전제조건은 이제 우리사회에서 출발의 신호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정치세력의 이념적 정책적 구분이 불분명하고 이로 인한 세력의 구성도 혼탁하다. 또 시민사회의 일상적 민주주의는 미천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지금 평등으로 가고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라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한정적이며 협의의 의미이다. 현상으로 존재하는 것이지 이념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평등이 특정정치세력의 이념이어서라거나 국민적 패러다임으로서가 아니라 절차적 민주주의의 착근을 위한 수순을 밟고있는 수준 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현상의 변화를 두고 우리사회가 전혀 평등으로 가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분명 우리사회는 평등으로 가고있으나 이를 패러다임화 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정책은 평등과는 한층 거리가 멀어지게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신보수주의(neo-conservatism)자들의 이념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사회가 지금 평등으로 가고 있는가 아닌가에 대해 확실하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게 만드는 딜레마이며 운신의 폭을 좁혀놓는 원인이다. 결국 현 정부는 좌파정권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 민주주의는 좌파나 우파 모두의 아젠다이며 이제 더 이상 이 기준은 좌파와 우파를 가늠하게 하는 기준이 될 수 없으며, 오로지 평등과 불평등의 관계, 자유와 권위의 기준만이 구분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현 정부가 평등지향적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주류사회는 평등을 지향하는가? 사실 진보라는 말과 좌파라는 말 그리고 보수와 우파는 좀더 명확하게 구분지어 사용하여야 한다. 진보가 곧 좌파도 아니며 보수가 곧 우파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구분의 필요성은 현 우리사회의 복잡성에서 비롯된 상황의 다양성이 이를 더욱 주지하게 만든다. 진보와 보수가 상대적 가치를 지닌 의미라면 좌파와 우파는 절대적 가치를 지닌 개념이다. 노무현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다는 사실을 두고 우파냐 좌파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보다는 진보적인가 보수적인가의 잣대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결정이 진보적인가 아닌가의 판단 역시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국제정세와 맞물린 결과물로 평가를 받아야 할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책판단 사안으로 들어가면 진보와 보수의 구별은 한층 복잡해진다. 국익 우선 논리는 진보인가 보수인가? 이것을 누가 답을 내릴 것인가? 판단은 시민사회의 몫이다. 그게 옳건 그르건, 진보이건 보수이건 이 판단에 대한 책임은 시민사회에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주류의 형성이 과도기적 형태를 띠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런 판단의 책임을 시민사회에 지우는 것은 버거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시민사회는 뭔가 선택을 하여야 하며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다. 아울러 시민사회의 성격을 판단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현 노무현 정부의 등장과 신주류의 등장이 곧 시민사회의 성격과 맥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얘기한 현 정부의 성격을 그대로 시민사회의 성격에 들이댄다 해도 틀리지 않다는 것이다. 시민사회가 과연 평등이념과 권위주의의 청산, 일상적 민주주의에서의 개인자유의 평등을 패러다임으로 삼고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은 현 정부에 대해 내린 답과 같다. 또 신자유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정도를 살펴 볼 때 노무현 정부의 등장과 시민사회의 성격은 같은 선상에 있다. 이것은 한국사회가 왼쪽으로 가고 있는가 아닌가에 대한 답이 된다. 한국사회가 진보적인 상황을 만들어가고는 있지만 좌파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오히려 우파적이라는 게 정확하다. 이 지점이 바로 현 한국사회의 이념적 리트머스다. 한국사회의 왼쪽은 가능한가? 세계사적으로 볼 때 한국사회가 확연하게 좌파적으로 흐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을 맹주로 하는 신자유주의는 물론이고 이를 수렴하고 추종하는 세계의 국가들은 현실 이득과 관계없이 우파의 게임 속으로 한 발 한 발 들어서고 있는 중이다. 세계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노동당의 토니블레어 총리가 제3의 길을 말하면서 신자유주의와 밀착된 정책을 구사하는 것은 세계사적 조류와 밀접하다. 이는 비단 영국뿐만 아니라 좌파정권 중심의 유럽에서조차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북유럽 역시 이런 세계사적 조류에서 자유롭지가 못한 형편이다. 이는 세계의 지도를 다시 그리겠다는 미국 중심의 패권주의와 관련이 깊다. 이 패권주의가 바로 신자유주의다. 경제이념에 불과한 이 신자유주의의 파급력은 단순하게 경제분야뿐만 아니라 정치사회 그리고 문화의 영역에까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중이다. 이 신자유주의가 인류에게 진보를 안겨준다는 것을 예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신자유주의 자체가 동물의 왕국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시장은 시장의 손에 맡겨야 한다는 욕망에 기댄 자율성을 하나의 정신으로 삼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시장에 대한 과신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며, 강자의 논리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질서를 재편하는 정신기조가 바로 미국 달러 중심의 신자유주의라는 것은 인류 모두가 고민을 해야 하는 숙제이며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는 중대한 문제다. 신자유주의는 더 이상 경제논리가 아니라 삶의 논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삶의 논리인 신자유주의가 지금의 세계사적 조류이며, 이 조류는 평등과는 거리가 먼 불평등을 인정하는 우파적 사고의 결과물인 것이다. 세계의 조류가 드디어 케인즈의 종말을 예고하고 스미스의 재기를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사회 역시 이 결과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데 있다. 이제 막 시민사회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사회에서 이 엄청난 세계사적 조류를 판단하고 대처해야하는 난제가 주어졌다는 것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게다가 이념적 스펙트럼마저 건강하지 못한 데다 분단국이라는 반쪽 운명의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조류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은 분명히 신자유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이 표방만으로 우리사회가 몽땅 신자유주의 체제로 귀속된다고는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의 구체적이고 확고한 개혁프로그램의 실현과 시민사회의 국가견제는 평등을 위한 긴장을 만들어내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신자유주의라는 세계사적 조류 속에서 우리사회가 평등이라는 이념적 패러다임을 사회적 아젠다로 삼을 수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정부와 시민사회의 패러다임은 아직 평등을 말하기에는 역부족일뿐더러 내부개혁의 프로그램을 실현하는 단계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사회의 왼쪽은 가능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한 번은 명확하고 또 한번 불명확하다. 지금의 한계는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분단국의 멍에를 벗어난 뒤에야 답이 필요해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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