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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교수, 복직 요구 천막 농성에 들어가다.
아래 내용은 김민수 교수가 민족문제연구소 앞으로 보낸 메일 내용입니다. 2003. 9. 29 한빛코리아 대표 최 동 국 ..................................................................... 귀 연구소의 발전을 기원하며 한가지 소식 전합니다. 저는 월(29일) 오전 11시30분부터 서울대 대학본부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갑니다. 천막농성에 들어가는 저의 심정을 담은 '시'와 '글'을 전송합니다. 이제 모든 것이 정리되어 제 마음은 무척 고요하고 평온합니다. 소신껏, 최후까지, 후회없는 길을 가려합니다. 격려와 따뜻한 마음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민수 배상. - 유령의 노래 - 천막농성에 들어가며 김민수 산자의 부피도 실존의 무게도 느껴지지 않는 곳 자하연과 농협이 만나고 대학본부와 법대가 갈리고 미대로 뻗은 이상한 침묵의 길 위에서 나는 매일 유령이 된 나를 본다 스쳐가는 이들의 시선에서 내가 사라진지 오년 나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나는 없다 그래도 나는 그들을 본다 누군가 주문을 걸었나 보다 너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네가 안보인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본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내가 산자인지 유령인지 내 살과 내 몸뚱이를 만져보라고 말을 건넨다 나를 좀 만져봐요 나는 산 자입니다 2003.9.28. [천막 농성에 들어가며] 인간이 만든 문제는 인간이 풀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제 저의 복직 문제는 인간이 풀 수 없는 신의 영역으로 들어간 듯 합니다. 서울대학 미술대 초기 원로교수들의 친일행적을 거론하고 학과 패거리 교수문화에 동조하지 않은 괘씸죄에 걸려 부당하게 해직된 지 어느새 5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저는 서울대 내에 버젓이 세워져 있는 친일파 동상의 귀신들과 함께 학내에 떠도는 유령이 되었습니다. 1998년 8월 말, 저는 객관적 근거없이 부당하게 재임용 탈락하고 이 지난한 길에 서 있습니다. 그동안 2000년 1월 행정법원 1심에서 승소했으나 고등법원은 내용에 대한 본안심리 없이 "교수재임용은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각하시켰습니다. 그러나 소송 과정에서 제가 서울대 규정집에 명시된 '200% 심사기준'을 이미 만족시켰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논문과 저서 각 1편씩 합격점을 받았던 것입니다. 또한 심사위원들이 작성한 '재임용 심사보고서'는 허위 사실 기재와 편파적인 왜곡 판정 등 공문서로서 기본 요건도 못 갖춘 '부실심사보고서'였음이 전문가 감정 결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내용적 부실과 악의적 음모를 묻어둔 채 학교측은 계속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주장만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학 규정집보다 패거리의 음모가 서울대를 운영하는 기준이란 말입니까? 세계적 명문대를 지향한다는 서울대에서는 내용보다 '절차적 형식'이 더 중요한가요? 저는 지난 5년동안 대학내의 상식과 자정능력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간절히 바래왔습니다. 이는 학자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비폭력 시위의 형태로 무학점 강의 등을 해온 저의 그간 행적이 입증해 줄 것입니다. 그동안 저는 대학의 문제는 학문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원칙과 자세로 묵묵히 항의해 왔습니다. 따라서 부당해직 이후 학생들과 함께 해 온 무학점 강의 '디자인과 생활'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울대 8동 102호에 오시면 학생들과 제가 어떻게 무슨 강의를 하고 있는지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가을로 11학기째입니다. 저의 강의를 듣겠다고 찾아온 학생들을 바라보며 대학은 외면해도 아직도 식지 않은 그들의 열의와 지지에 고마울 뿐입니다. 복직투쟁의 와중에 저는 2권의 저서('멀티미디어 인간 이상은 이렇게 말했다' /'김민수의 문화디자인')와 편집인으로서 6권의 '디자인문화비평' 편저 발간 및 16편의 논문 발표 등의 연구활동과 한국영상문화학회의 학술위원장 등의 전문활동, KBS 다큐멘터리 <인물현대사> 자문위원, 한국편집기자협회 심사위원, 문화일보 객원기자, YTN 아침 생방송 <김민수의 문화디자인> 진행 등의 사회 활동을 해왔습니다. 특히 금년 7월에는 국제학술지 에 논문 "Mapping a Graphic Genome: A Cross Cultural Comparison between Korean and Japanese Designers"가 우수논문으로 선정되어 수록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될 조짐이 없는 사건의 피해 당사자로서, 저는 이 땅에서 산다는 것과 학문한다는 것에 강한 회의가 듭니다. 과연 개혁적 참여정부마저도 이 교육계의 부조리와 과거청산의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단 말인가요? 이 사회의 정의와 희망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한 인간의 학자적 생명을 끊고 학문의 자유, 인권과 교권 침해를 5년씩 방치해도 무심한 대학과 교육부. 물론 서울대 내에는 그동안 저를 도와주신 교수/학생대책위와 서울대 개교이래 가장 많은 서명으로 지지해 주신 400여명의 교수님들과 3500여명의 학생들, 그리고 묵묵히 연구와 교육활동에 애쓰고 계신 수많은 교수님들이 계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내에는 소위 대학의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 제가 스스로 사라지길 원하는 침묵의 카르텔이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의미와 피해 당사자의 피를 토하는 억울함에 대해서 단 한번이라도 귀기울여 보려는 관용의 마음이 아쉽습니다. 저를 전혀 모르는 분들께서 제가 복직될 수 없는 이유를 미대가 퍼뜨린 악의적 소문에 의거해 제가 나쁜 놈이기 때문이라는 비상식적인 놀라운 이야기도 듣고 있습니다. 저는 인간에 대한 무책임한 주관적 단죄와 맹신적 동조는 악마적 폐쇄성이 지배하는 사이비 종교집단에서나 일어나는 줄 알았습니다. 주변의 한 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같은 하늘 밑에 사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갈 인간들이 어떻게 이처럼 동료에 대해서 가혹할 수 있는지 믿기지 않습니다. 확실히 한 사회를 주름잡는 마피아의 구성원이 되는 사람이라면 인간임을 먼저 반납하고 그 '좁은 문'으로 들어가나 봅니다." 이 좁은 문에 입문하고자 인간을 무자비하게 짓밟는 그런 이들의 품성은 누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정중히 여쭤보고 싶습니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는 국공립대학 교원의 재임용법이 교육공무원법으로 함께 묶여 있는 구사립대학 재임용법에 대해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습니다. 참으로 허탈한 판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무엇때문에 지난 5년간의 세월을 보내야 했단 말입니까?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법에 의해 5년간 유령이 되어 산 것도 부족해서 아직도 떠돌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요? 이 부조리한 현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해법과 결단이 이 땅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에 또 절망합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 개혁"이라고 말한 소위 개혁총장 정운찬 총장은 자신이 취임전후 대책위와 했던 약속마저도 부인하며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총장으로서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정 총장은 지난 봄 학기 한달에 걸쳐 대화와 문제해결을 촉구했던 대책위의 '교수/학생 2인 시위' 마저도 외면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방법이 없어도 인간이 해야할 일은 항상 남아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천막농성이라는 마지막 비폭력 표현의 수단을 선택했습니다. 그동안 제 사건을 통해 이 사회를 누가 어떻게 주무르는지, 그 집단이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에 대해 얼마나 과민한지, 그리고 생각이 다른 사람에 대해 얼마나 무자비한지, 이 모든 것이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 정의와 살아볼 희망이 존재하는지, 또한 아무리 집단적 폭력이 유령으로 만들어도 저는 아직 살아있는 인간임을 서울대학 본부 앞 저의 농성장에 오셔서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대한민국 헌법정신과 서울대 규정집에 따라 원직복직되어, 다시 연구하고 교육하는 교수 본연의 임무로 복귀될 때까지 학자적 양심과 소신으로 끝까지 도리를 다하고자 합니다. 김민수 2003. 9. 29 ▣ 격려 메일 : 김민수 getto@chol.com ▣ 관련 누리집 : http://astro.snu.ac.kr/~cbp/savek/contents.ht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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