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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관 장관 사표제출과 수리에 얽혀 있는 내막들..
서프라이즈(펌) 2004-01-19 이름 : 서영석 노무현 정부 외교노선의 본질(전편) 대미 실용외교노선, 그리고 극우보수언론들의 무식과 오해 필자는 남의 글에 대한 논평은 극도로 자제하는 편이다. 우선은 초점이 불분명한 논쟁이 싫어서이고(필자와 견해가 비슷한 인터넷 논객들은 그렇지 않지만, 대부분의 이른바 유명필자들의 글일수록 초점이 불분명하다는 치명적 단점을 안고 있다), 전반적으로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논쟁은 그대로 둬도 나름대로 자정작용에 의해, 무명이지만 발군의 시각을 가진 논객들에 의해 초점을 제대로 찾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필자가 끼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세상의 모든 일에 필자가 꼭 참견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세상은 넓어 써야 할 소재는 무궁무진한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윤영관 외교장관 경질을 둘러싼 해석에 대해서는 한마디 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필자는 윤영관 장관이 경질되고 반기문 신임장관이 임명되던 바로 그날(지난주 금요일 즉 1월 16일) KBS1라디오 저녁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해 그 문제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는데,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의 지식인 그룹 조차 노무현 정부의 외교노선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문석씨가 서프라이즈에 기고한 글을 보면서, 찌라시를 방불케 하는 조중동의 제멋대로 해석에 한마디로 기가 차기도 했다. 양문석씨는 전반적으로 전후관계를 정확하게 짚었지만, 최소한 노무현 정부의 외교노선에 대해서는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기도 해서 이 문제에 대해 본젹적으로 다뤄볼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북한식 대미 자주외교는 불가능 국내 언론, 특히 조선일보가 분류하는 자주라는 의미는 정말 폭소를 자아낸다. 극우찌라시인 주제에, 외교에서 자주 운운할 때는 언제나 북한식 자주의 의미를 끌어다 쓴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미국과 적대적 관계에 있다. 북한이 적대국가인 미국을 대할 때는 자주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그 적대국가인 미국이 세계초강대국인 바에야 북한식 자주외교는 벼랑끝 외교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한국은 미국의 적대국가가 아니다. 적대국가이기는커녕, 미국이 방귀만 끼면 여기서는 거의 화생방 수준의 질식상태로 갈 정도로 대미의존적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즉 국내에는 조선일보식 정의에 따른 자주파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최소한 정부라는 기구 속에서는 말이다. 따라서 조선일보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이종석 사무차장을 겨냥해 자주파란 레테르를 붙이는 것은 전형적인 색깔론이다. 조선일보식 정의에 따르면 이종석 사무차장은 자주파이기는커녕, 친미파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사실에 더 가까울 정도다. 진실을 거꾸로 선전하는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자, 색깔론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무엇이 진실인가. 노무현 정부의 대미외교는 철저한 실용주의 노선이다. 필자는 언젠가 용미(用美)노선이라고 명명한 바 있는데, 이것이 노무현 대미외교의 본질이다. 쉽게 얘기해, 미국을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한계 속에서, 최대한 미국을 국내안보나 외교환경 속에서 활용한다는 의미다. 외교(diplomacy)란 본래의 의미에서 진짜 우방국과 외교를 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용주의 외교의 극치는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때 나타났다. 실질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은, 노무현 정부 5년간 대미외교의 대강(大綱)을 정하는 방미에서는 극도의 립 서비스로 나타났다. 말로 하는 것이야 뭘 못하겠느냐는 노무현 대통령의 개성이 잘 드러난 대목이기도 하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의 대미외교를 자주나 동맹 차원에서 분류하는 것은 그 자체가 잘못이다. 자주의 색깔도 들어있고, 동맹의 색깔도 들어있으며, 그 근간은 국익이란 실용에 있기 때문이다. 국익을 위해서는 미국측의 이익에 일부 봉사할 수도 있고, 국익을 위해서는 미국의 의도도 일부 거스를 수 있을 것이다. 말로 미국의 보수세력을 안심시킬 수만 있다면 수위 높은 발언도 마다치 않겠다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며, 말로는 어떻게 했든 실제 미국과의 외교교섭이나 협상이 필요한 대목에 이르러면 우리 측에 유리한 쪽으로 압박할 수도 있다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처럼 노무현 정부 대미외교의 근간인 실용이란 잣대를 빼놓고 본다면, 어떨 때는 대미맹종적인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고, 어떨 때는 지극히 자주적으로 비칠 수도 있다. 대미맹종적으로 비친 대표적인 사례는 방미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자주적으로 비친 대표적인 사례는 용산기지 이전협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선일보는 이와 같은 노무현 외교정책의 실용노선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시각장애인 코끼리 더듬기 식의 왔다갔다 논리로 일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왔다갔다 하는 것은 노무현 정부의 대미외교노선이 아니라, 무식하기 짝이 없는 조선일보라는 결론이다. 실용노선이 자주파로 오해되는 이유 노무현 정부에 대한 증오로 무장된 조선일보나 혹은 그와 유사한 사람들이야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도 노무현 정부 외교의 본질인 실용노선이 자주파(북한식 의미는 아니겠지만)로 종종 오해되기도 한다. 그것은 사실이며,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우리 외교부가 갖고 있는 비극적 본질을 우선 이해해야만 한다. 아니 엄밀히 얘기한다면, 우리 외교부가 갖고 있는 비극이라기 보다는 광주학살로 집권한 전두환 조폭 이래의 한국 외교의 관행이 갖고 있는 비극이기도 하다. 아시겠지만 전두환 조폭은 광주민중을 학살하고 집권했다. 미국은 오지랖이 넓은 나라다. 자기 자신도 문제가 엄청나게 많은 나라이면서, 세계 경영적 측면에서 이 나라, 저 나라 간섭하기 좋아한다. 어떨 때는 무력을 행사하기도 하지만… 전두환 조폭은 미국의 승인을 얻어야만 했다. 미국은 박정희 전대통령 말기의 자주노선 포기를 요구했다. 즉 자주국방을 위한 미사일 개발에서부터, 미확인 루머지만 핵개발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포기를 요구했으며, 완벽하게 한국 외교가 미 국무성 하부기관으로 편입되기를 요구했다. 전두환 조폭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전두환 조폭이 미국으로부터 승인받은 이후 한국 대미외교는 사라졌다. 한국 외교부는 완벽하게 미국 국무성 한국과의 하부기관으로 전락했다. 전두환 조폭 집권 이래 한국 외교의 대강(大綱)은 언제나 미 국무성 한국과가 만들었다. 우리는 그 원칙에 따라 그대로 하면 그뿐이었다. 미국은 이에 따라 주한미군의 우월적 특권적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하부기관이 뭐라 하겠는가. 시키는대로 해야지… 소파가 개판된 것도, 미군이 한국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전두환 조폭 집권 이래 생긴 새롭고도 골 때리는 관행일 뿐이다. 따라서 외교적 측면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에서 볼 때 과연 자주성을 눈꼽만치라도 갖고 있는 나라인가 하는 질문을 대단히 많이 받았던 것이다. 물론 외교부 관리들도 쪽팔리는 줄은 알기 때문에 그런 말은 입밖에도 꺼내지 않았겠지만. 이런 정말 쪽팔리기 짝이 없는 한국 외교의 관행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전대통령의 집권부터라고 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 자체가 대북 포용정책이었기 때문에, 미국과의 줄타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북관계는 한국만의 이해가 걸려있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에서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이해도 함께 걸려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거래, 특히나 평화공존정책은 미국의 이해와 일치할 수도, 상충될 수도 있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미국의 비위를 상하지 않으려 그토록 노력했던 것도 결국은 실용주의적 외교노선에 기인한 바 크다. 북한과 화해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 못지 않게, 이러한 남북화해를 언제든지 뒤집어놓을 수 있는 미국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는 것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따라서 미국과의 줄타기 외교란 형식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대로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는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전두환 조폭에 못지 않은 부시가 집권한 이후 김대중 정부와 미국과의 관계가 삐걱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미 아시는 바와 같다. 하지만 부시 집권 이후 김대중 정부의 구심력은 극도로 약화됐다. 미국과 삐걱거리긴 했지만, 미국도 차기 한국 정권과 논의한다는 식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게다가 미국은 이회창이 집권할 것으로 믿고 있었다. 이것이 김대중 정부 말기에 한미관계가 냉랭해졌긴 했지만 극도로 악화되지 않았던 이유다.(후편으로 이어집니다) **************************************** 이름 : 서영석 2004-01-19 윤영관 장관의 사표제출및 수리에 얽힌 내막들(외교노선 후편) 노무현 정부 외교노선의 본질(후) 외교부와 NSC의 주도권 다툼, 문제는 외교부에 있었다 노무현 정부는 이 같은 김대중 정부의 외교노선을 계승했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 자신이 외교면에서는 극도의 실용주의자였다. 문제는 김대중 정권의 외교노선을 계승한 노무현 대통령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달라진 환경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외교부 관리들에게서 발생했다. 클린턴 행정부 때야 그런대로 상호간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이었으니까 외교부 관리들의 전두환 조폭 이래 대미맹종적 노선에서도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 말기에는 모든 것이 새 정권으로 이월되는 판이었으니까 문제가 불거질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 문제는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떻게든 미국과의 관계에서 한국 국익을 극대화하는 노선을 채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모든 것이 이월돼 뭔가를 시작해야 하는 노무현 정부 하의 외교부로서는 전두환 조폭 이래의 관성상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데 대한 불만이 불거졌을 것이란 얘기다. 이것은 자주나 동맹이라고 하는 거창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 국무성 한국과의 하부기관처럼 움직여왔던 우리 외교부 관리들의 매너리즘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그동안 외교부 관리들은 워싱턴에서 사교파티나 하면서 미국이 시키는 노선과 정책을 얼마나 충실하게 이행하느냐 경쟁을 벌여왔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그것이 용납되지 않았다. 미국 국무성 한국과의 정책과, 노무현 정부와의 정책은 때로 일치할 수도 있지만, 때로 불일치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리들은 대통령의 명령보다 미국 국무성 한국과의 정책에 더 충실했던 과거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타성의 결과 외교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부딪친 극명한 사례가 바로 이라크 파병문제였다. 이라크 파병문제의 진실—자주인가 동맹인가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미국이 요구하는대로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 쪽은 외교부였다. 주미대사란 자가 아직 파병 여부에 대한 대통령의 방침이 결정되기도 전부터 미국이 요구하는대로 따르지 않으면 한미동맹관계에 금이 간다는 식의 발언—정말 한국 주미대사인지, 미국의 한국내 프락치인지 구별이 안가는 발언이다—을 해대기 시작했고, 이런 프락치식 발언을 여과없이 보도한 신문이 바로 조선일보 등 극우 찌라시들이다. 결과론적으로 해석해보면 이라크 파병문제와 관련해 가장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있었던 사람은 다름 아닌 노무현 대통령이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상당수의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 관점에서 본다면 이라크 파병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이란 한계를 인정했다. 국제사회에서 매도당하고 있는 미국 편을 들었던 것은 아마도 북미관계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김대중 전대통령이 갖고 있었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에서 평화공존정책의 계승이야말로 선택의 여지 없는 것이긴 했지만, 이러한 남북관계를 근본부터 깨어버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나라가 바로 미국이고 보면—미국은 언제든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고 공갈을 쳤었다—미국의 파병요청을 무작정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은 국익이란 실용노선에 입각해 상당수의 지지자들은 파병 자체를 반대했지만, 방콕에서 부시를 만나 일단 파병은 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신 파병의 세부 만큼은 우리가 결정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국내여론 수렴이란 전제를 달았던 것이다. 알려진대로 미국은 1만2천여명 규모(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의 순수 전투병 파병을 요구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외교부와 국방부에 비전투병 파병이란 원칙 속에서 대미협상이 진행되기를 원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명령은 이행되지 않았다. 외교부와 국방부 안에 존재하고 있는 전두환 조폭 이래의 대미맹종파들은 미국의 요구를 액면 그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괴리 때문에 파병문제의 결정은 정부 안에서부터 삐걱거린다는 인상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조선일보와 같은 극우찌라시 신문과 결탁한 외교부와 국방부 안의 대미맹종파들, 한국 관리인지 미국 국무성 한국과의 계약직 공무원인지 분간이 안가는 고위관리들은 대통령의 의도와는 반대되는 얘기들을 흘렸다. 이른바 언론플레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NSC에 힘을 실어주지 않을 수 없었던 배경에는 이와 같은 외교부 관리들의 무원칙한, 무국적적인 외교행태들이 존재한다. 지금부터는 일종의 추리다. 그래서 아마도 이종석 NSC사무차장은 대미협상의 주역으로 등장했을 것이다. 말이 주역이지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미국에 반영시키는 도구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원래 외교관리란 국민이 뽑은 통치권자의 도구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이종석 NSC사무차장은 전두환 조폭 이래 문자 그대로의 의미에서 외교를 시작한 최초의 외교관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원칙은 대강 이랬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투병 파병은 안된다. 규모도 미국의 필요보다 우리가 어떤 식의 파병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이런 원칙은 지금 알려진 그림의 모습을 최종적으로 띠게 됐다. 즉 3천명 규모이며, 전투병이냐 비전투병이냐를 가르는 기준은 결국 어떤 지역의 치안유지군이냐, 아니냐에 달려있었던 만큼 치안유지는 안된다, 그러니 치안은 예산부족으로 사장되고 있는 기존의 이라크 경찰력을 활용하고 우리는 고문단 역할만 맞는다, 이런 식이라면 한 지역을 맡는 수밖에 없다—이렇게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외교부는 미국이 요구한대로 한치 어긋남이 없이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렇게 미국요구를 공책에 받아 적는 식의 행태로 임했고, NSC측은 최소한 협상은 했던 것이다. 그래서 3천명 비전투병 파병이란 협상의 열매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윤영관 장관 사표제출과 수리에 얽혀 있는 내막들 노무현 대통령도 사람인 이상, 미국 요구를 조금이라도 수정하면 큰일 나옵니다 라고 나오는 외교부와, 어떻게든 대통령의 철학과 원칙을 구현해낸 NSC—이 두 기관 가운데 어디 손을 들어줬겠는가. 당연히 NSC 손을 들어줬을 것이다. 아마 외교부의 고위 관리들이 자주파 운운하면서 NSC를 씹기 시작한 것은 이러한 교통정리 직후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정치공학적으로 표현한다면 대통령을 가운데 놓고 벌인 주도권 싸움에서 외교부가 NSC에 KO패를 한 격이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솔직히 이러한 성과 자체도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조금 더 강하게 나갈 수는 없었을 것인가. 북한을 둘러싼 한미 간의 갈등이 조금 불거지더라도 이번에 한번 한국의 입지를 걸고 미국과 한판 싸움을 벌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필자가 정부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떻든 파병 자체를 뭉개는 쪽으로 나갈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NSC 주도 아래 이뤄낸 성과도 한국 대미외교사에서는 새로운 기원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전두환 조폭 이래 한국 대미외교는 미 국무성 한국과장의 손아귀에서 움직여왔었고, 그런 더러운 관행을 최초로 깼기 때문이다. 아마 노무현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했으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아주 공개적이고 노골적으로 NSC를 비난하는 척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실용외교노선 자체를 폄훼하는 외교부 고위공무원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실 그동안 그런 발언들에 대한 경고는 내부적으로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나 윤영관 장관은 이러한 경고를 귀담아 들은 것 같지는 않다. 외교부 관리들을 징계한다든지 해야만 그런 노골적인 공격은 중단될 수 있을 터인데도 그냥 뭉개고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윤영관 장관은 문제의 외교부 고위 공무원을 징계하라는 청와대 측 요구에 자신의 자리를 걸었다. 즉 자신이 사표를 쓴 것이다. 윤영관 장관의 경질은 말하자면 청와대 요구에 반발했던 것이고,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NSC와 외교부의 이와 같은 막후 주도권 다툼에 누군가 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내몰렸다. 윤영관 장관의 사표 제출이 사태를 그렇게 만들었던 것이다. 윤영관 장관의 사표를 반려한다면, 외교부내 반(反)NSC파 고위관리들을 그대로 둬야만 한다. 반대로 NSC에게 계속 대미 외교의 이니셔티브를 인정하겠다면 윤영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윤영관 장관의 고집과 철학이 빚어낸 일종의 해프닝이요, 외교부 고위관리들과 NSC사이에 벌인 파워게임에 윤영관 장관이 외교부쪽 고위관리들 편에 너무 깊숙이 개재됐기 때문에 일어난 일일 뿐이다. 윤영관 장관이야말로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노무현 대통령과 가장 코드가 맞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윤장관의 경질은 말하자면 앞으로도 대미외교의 주도권을 당분간 NSC쪽에 주겠다는 대통령의 의사표시이며, 외교부도 외교부 고유의 외교협상권을 돌려받으려면 최소한 전두환 조폭 이래의 타성과 관행에서는 벗어나야만 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외교노선의 변화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노선은 초지일관 실용주의 노선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극우 찌라시들은 윤장관 사표를 수리하자 자주파의 승리라느니 뭐니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들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동맹파인 반기문 장관의 등장으로 할말을 잃어버리지 않았던가. 전형적으로 시각장애인 코끼리 더듬는 식의 찌라시 보도를 자청했던 것이다. 양쪽에서 욕먹을 수밖에 없는 실용주의 노선 노무현 대통령의 대미 실용주의 노선은 자칫 잘못하면 양쪽에서 욕 들어먹기 십상이다. 실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립 서비스류에는 인색치 않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수용소 발언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본질에서는 전두환 조폭 이래의 대미맹종외교와는 차원을 달리하기 때문에 무식한 조선일보 같은 극우 찌라시들에게는 틈만 나면 북한식 자주외교라는 비난에 시달린다. 이런 무식한 신문들은 미국이 시키는 것을 그대로 노트에 받아 적어 순서도 틀리지 않게 꼭 그대로 해야만 한미동맹이 굳건하다고 믿는 편협한 사고의 지평선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라크 파병만 하더라도, 그 경과를 면밀하게 검토하면, 최소한 외교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극좌파들 시각에서는 많은 비난을 할 여지가 있다. 파병을 하는 쪽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국익도 상관없고, 복잡한 외교적 변수도 상관없다. 이라크 전쟁은 사악한 전쟁이고, 그 주역은 미국이니 무조건 파병은 안된다—이런 순결적 논리에서 한발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니 무조건 패고 보는 것이다. 이건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겠다. 반면 조선일보나 외교부의 멍텅구리 관리들 입장에서는, 왜 미국이 1만2천명 전투병 파병을 요구하고, 우리 군대가 치안유지까지 직접 맡아라고 지시하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뭐가 잘났다고 그러한 지시를 이행하지 않느냐고 불만에 차 있을 것이다. 실용주의 노선, 용미노선—말은 쉽지만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이것은 외교에서도 패러다임의 변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패러다임의 변환 속에서 정치부분만 이런 혼란을 겪는 것은 아니다. 외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외교부에 깊숙하고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는 대미맹종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혼란은 의외로 쉽게 해결된다. 외교부도 공무원 조직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는 대통령의 의지가 미치기 쉽지 않지만, 공무원 조직에서는 상대적으로 쉽다. 이번 윤영관 장관의 경질 이후 반기문 장관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외교부 고위관리들의 반성을 촉구하면서 어떤 형식이든 징계할 뜻임을 시사했다. 그러면 외교부도 바뀔 수 있다. 바뀔 것이다. 새로운 실용주의 패러다임은 정착할 것이다. 비관적이지 않다. 하지만 모든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실용주의 노선을 이해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차기 대통령은 이러한 실용주의 노선의 성과에 힘입어, 보다 더 자주적인 외교 쪽으로 한발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세계 패권국가 미국과 한판 겨룬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이제 미국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조금은 독립국가 다운 외교행태로 한발 나아갔을 뿐이다. 이것을 우리는 이해해야 한다.(끝) 한 빛: * 클릭 --> http://www1.seoprise.com/gnu3/index.php?doc=bbs/gnuboard.php&bo_table=chapaeye&page=3&wr_id=162283 [01/19-15: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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