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board
한빛자료실

작성자 한 빛
작성일 2004-12-05 (일) 04:19
홈페이지 http://www.hanbitkorea.com
ㆍ추천: 0  ㆍ조회: 10491      
개혁 덫에 걸린 한국 경제인가?


2004-09-04
< 프레시안 >

장하준 교수의 신간: 개혁의 덫


덫에 걸린 경제 개혁론자들의 오만과 편견

'개혁의 덫' 저자 장하준 교수의 한국 경제 위기 진단


노무현 정권의 ‘주류 개혁론자’들은 좌파인가 우파인가.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의 장하준 교수는 최근 발간된 <개혁의 덫>(부키 간)에서
‘자본가 편인가, 노동자 편인가’ 하는 기준으로 보자면, 현재 흔히 ‘좌파’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주류 개혁론자’들은 “지극히 우파적“이라고 규정한다.

 

  “노무현 정권의 ‘주류 개혁론자’들은 ‘지극히 우파적’”

   장 교수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
 

 가령 재벌 통제의 문제에 있어서 이들 주류 개혁론자들은 노동자를 비롯한 이해당사자 집단들의 관여에 의한 통제가 아닌, 주주의 재산권 행사에 의한 통제를 주장한다. 또 이들은 소액주주 권한의 강화를 강조하는데, 이는 노동자의 이익과는 상충되는 것이다.


주로 단기적 주가에 관심이 있는 소액 주주 입장에서는 경기가 안 좋을 때에는 노동자를 해고해서라도 이윤율을 유지해 주는 편을 선호하는데, 이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주류 개혁론자들을 시장 원리의 확대를 외치면서 노동 시장 규제 완화를 강화하는데, 복지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우리나라 상황에서 이것은 노동자에게 매우 불리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장 교수에 따르면 ‘시장인가 정부인가’하는 기준으로 보아도 현재의 주류 개혁론자들은 우파적이다. 우리나라의 기존 경제 체제가 국가 주도 체제였기 때문에 지금은 국가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 ‘진보적’ 혹은 ‘좌파적’인 것으로 비춰지는지 몰라도 전통적인 기준을 본다면 현재의 주류 개혁론자들과 같이 개방과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우파적인 논리라는 것이다.



 
 “시장주의와 민주주의는 엄연히 달라”

     
 
 이어 장 교수는 우리나라의 많은 주류 개혁론자들은 시장 원리의 확대가 경쟁 심화를 통해 기득권을 파괴하므로 ‘민주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시장에서의 평등과 민주주의적 의미에서의 평등은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선진국의 경우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시장주의자들이 민주주의의 확대는 누진소득세 제도의 도입, 국유화 등 ‘반 시장적’인 제도의 도입으로 이어질 것이라면 현대 민주주의의 최소 요건인 1인1표제 도입까지 반대한 사실은 시장주의와 민주주의가 엄연히 다른 것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결론적으로 지금 우리나라의 ‘주류 개혁론자’들이 좌파로 분류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그들이 기존의 질서를 급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는 점에 있다”고 말한다.


 
 “노무현 정권 ‘주류 개혁론자’들이 빠진 ‘개혁의 덫’”



 
 장 교수는 여기서 노무현 정권의 ‘주류 개혁론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우파인지 좌파인지 이념적 설정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급진적’으로만 기존의 질서를 바꾸려들어 오히려 국민의 이익을 해치는 ‘개혁의 덫’에 빠져 있다고 진단한다.
 


 이들의 ‘무지’를 깨우치기 위해 장 교수는 그들이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어 있는 ‘주주 자본주의’와 ‘아메리칸 스탠더드’에 불과한 ‘글로벌 스탠더드’의 허구성을 지적한다.


 
 주주 자본주의는 다음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


 
 기업은 주주의 소유물이고 따라서 주주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어야 한다. 둘째, 주주의 이익이란 주가로 표현되는 기업 가치의 극대화를 말한다. 셋째, 이러한 기업 가치 극대화를 위해서는 적대적 인수.합병이 활성화되어 무능한 경영자를 갈아치울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기업 가치의 극대화는 곧 사회적 이익의 극대화이다.

 
 장 교수는 “일견 흠 잡을 데 없는 논리”라면서도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나 문제가 많다”며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주주 자본주의와  글로벌 스탠더드의 허구성




 실제로 영미계 나라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주주란 직접 금융의 조달자로서 경영진.노동자.채권자.하청업체.지역사회 등 여러 이해 당사자 집단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주주 대부분은 기업의 장기적 성공에 따른 이익보다는 단기적 배당이나 주가 차액만을 추구하는 만큼 주주의 이익을 따르는 것이 기업의 장기적 발전에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기업 가치는 주식 시장이 가장 잘 판단한다는 가정도 문제가 많다. 자본주의 역사 3백여 년은 주식 시장이 기업 가치 판단에서 얼마나 비효율적일 수 있는지는 최근의 인터넷 거품이 잘 보여준다. 특히 그 속성상 실적이 분기별로 평가되는 ‘단기주의’가 만연하는 주식 시장의 경우 설비 및 기술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통해 기업 성장을 도모하는 정통적인 경영 방식의 채택을 어렵게 한다.


 
 장 교수는 “무엇보다는 주주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국민 경제 전체에 득이 되는지 의문”이라면서 “한국도 주주 자본주의가 자리 잡으면서 기업들이 장기 투자보다는 경영권 방어에 더 힘을 써야 하는 상황이 돼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글로벌 스탠더드나 건전한 기업 지배구조는 경제 성장의 원인이라기보다는 결과”라면서 “경제가 성숙한 선진국에 진입한 다음에 형성된 것이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도입된 게 아니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개발도상국이 자신들의 경제 발전 경로를 선택하려 할 때 그런 식으로 역사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줘서는 안된다”면서 “선진국들이 개발 도상국과 후진국에게 자유 무역과 외국인 투자 개방을 외치고 있지만 사실 그들이 후진국 또는 개발 도상국이었을 때는 보호 무역을 하고 외국인 투자를 철저히 규제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각종 규제난 노사 관계 때문에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한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 자본에 부실 기업을 마구 팔 때 외국인 직접 투자가 크게 늘었다. 지금 와서 그 때에 비해 직접 투자가 떨어졌다고 난리를 치는 것이 옳은가?


또 이런 결과가 경제 정책의 실패 탓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지금도 그때처럼 기업을 막 팔아치워야 한다는 말인가? 외국 자본이 한국에 들어올 때는 물건을 팔 시장이 얼마나 큰지,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지, 노동력의 질이 어떤지 등을 따지는 것이지 노사 관계, 규제. 법인세 같은 건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세금 인센티브로 끌어들인 외국 자본은 그 매력이 없어지면 언제든 보따리 싸서 떠나 버리게 마련이다. 사실 떠나는 자본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빠져나간다. 한국을 떠날 생각이 없고, 나가기 어려운 외국 자본만이 꼭 노사 관계가 어떠니 규제가 어떠니 하고 문제 삼는다,”



 
 “동북아 금융허브? 꿈깨”


 
 그는 “자본에 색깔과 꼬리표가 있는 건 아니다”는 자본 유치론에 대해서도 “자본에 국적이 없다는 말은 강대국 자본들이 만들어 낸 신화에 불과하다”고 반론을 편다. 자본에 국적이 없다지만, 자본의 핵심 경영진은 철저하게 국적을 따른다는 것이다.

 
 나아가 장 교수는 주주 자본주의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받아들인 나머지 ‘금융강국’으로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열겠다는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에 대해 “헛고생마라”고 직격탄을 날린다.

 
 “세계 금융의 중심이 암스테르담,런던.뉴욕으로 이동한 것은 그 나라의 제조업 발달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앞으로 1백년간의 손실을 보전해 준다는 약속이 있으면 모를까, 그런 약속 없이 오랫동안 홍콩, 싱가포르에 뿌리박고 영업해 온 국제금융센터들이 한국으로 옮겨 올 리 만무하다. 동북아 금융허브는 좋은 말로 헛고생이고, 자칫 남의 장단에 춤추는 꼴이 될 수 있다.”

 
 그는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려면 빨리 제조업을 버리고 금융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으로 옮겨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강력한 제조업 없이 금융중심지로 성장해 잘 살게 된 나라는 없다고 단언한다.
 


 “제조업 강국만이 금융강국으로 발전 가능”



 제조업 강국인 부국에서 금융이 발전하는 것이지, 금융의 발전을 통해 부국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관광업,금융업 등 서비스업에 의존해 부자가 된 것으로 알려진 스위스는 사실 최고의 공업국이라는 것이다. 스위스의 1인당 제조업 부가가치액은 98년 기준을 8천달러가 넘어 세계1위다. 당시 미국 5천3백달러, 영국 4천1백달러, 우리나라 2천1백 달러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단지 제조업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제조업 비중이 낮아질 뿐이라는 것이다.

 
 금융허브론자들이 모범 사례로 거론하는 싱가포르나 홍콩도 금융강국이기 이전에 제조업 강국이다. 싱가포르 1인당 제조업 부가가치액은 98년 기준으로 6천1백달러였으며, 홍콩도 중국과 통합되기 전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1인당 제조업 부가가치가 85년 기준으로 1천3백달러로 당시 우리나라의 6백68 달러의 2배가 넘는 공업국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 형성된 재벌체제를 발전적으로 키워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재벌은 장기적인 성장 동력이나 국민 경제 틀 안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대성공, 그리고 삼성자동차의 실패는 재벌 체제라는 같은 구조에서 나온 것이다. 재벌 체제는 자금 동원력을 통해 대규모 투자를 과감하게 할 수 있고, 계열 기업 간 상호보조를 통해 장기적으로 전망 있는 산업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채산성 없는 부실기업을 지탱시키고 계열사 연쇄 부실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위험도 크다. 모든 제도는 장단점이 있다.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없애 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문제는 타율이다. 재벌 체제 개혁은 재벌이 한국 경제에서 3할대를 치도록 할 것이냐, 4할대를 치도록 할 것이냐의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재벌 체제 살리되, 재벌 총수.주주 권리는 사회적 통제돼야”


 
 이같은 주장은 자칫 ‘친재벌적 학자’의 주장으로 매도할 수 있다.

여기서 장 교수는 “물론 재벌 총수 가족의 지배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면서
“재벌 총수 일가 자신들부터 ‘주주 자본주의 이론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사회적 간섭을 피하려는 구태를 버리고 사회적 통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지금까지 국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정부의 보조와 보호 아래 성장한 것인 만큼 재벌 기업들은 총수 일가의 것도 아니지만 주주들만의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재벌 총수를 통제한다면 그것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이지, 주주들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재벌 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이 꼭 기존 총수 가족의 지배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일본의 경우에서와 같이 가족 소유가 없이도 주거래 은행제도, 관련사 간 상호주식 소유 등을 통해 재벌 체제의 장점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정 지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총수 가족에 의한 통제를 단시간내에 없애려 하면 재벌 구조 자체가 붕괴되고 국민 경제가 외국 자본에 의해 교란당할 수 있다. 때문에 그는 “국민들은 재벌들이 안정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도와주는 정치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구체적 방안으로 그는 재벌들의 안정 지분 확보를 위해서는 출자총액제한을 완화하고, 지주 회사 설립 요건을 완화해주는 동시에, 은행의 기업 주식 소유를 용인하며, 재벌들 사이의 상호 출자를 시도하고, 국민연기금의 사용으로 ‘국민 지분’을 만드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또한 사회적 통제기법으로 그는 종업워, 거래 은행, 하청업체 등 기업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해 당사자들에 의한 내부 감시도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그는 민주 사회에서 기업에 대한 사회적 통제는 정부의 산업 정책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부의 개입이 권력 남용이나 정경유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국식’ 개입주의 정책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노르웨이,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 민주주의가 발달하고 부패도 적은 선진국들이 지난 50여 년간 은행의 국가소유, 선별적 산업정책, 주요 산업의 국유화, 외국인 투자의 엄격한 제한 등 ‘한국식’ 개입주의적 정책을 추구해서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어 왔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9월 4일 이승선기자




************************************************************************


2004/07/16
월간 말


“어설픈 개혁경제론, 우리 경제를 종속의 늪에 빠뜨렸다”

개혁세력에게 월간『말』이 드리는 제언

개혁강화-종속심화의 아이러니


이종태 기자 jtlee@digitalmal.com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경제개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온
대안연대 정승일 정책위원과 케임브리지 대학 장하준 교수가 만났다.
두 사람의 좌담은 지난 6월 1~2일 본사에서 진행되었다. 이하는 그 내용이다.



참석자 정승일 대안연대 정책위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사회 이종태 월간『말』 편집부장


▲사회(이종태 월간『말』 편집부장)

“우선 최근 우리 경제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경제는 원래 수출이 내수(소비와 투자)를 이끌어가면서 성장해온 구조였죠.
그런데 요즘 들어 수출과 내수의 관계가 끊어졌다고 합니다. 수출은 엄청나게 잘 된다는데, 내수는 바닥을 기고 있거든요.”




개혁강화-종속심화의 아이러니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이하 장하준)

"수출 부문이 잘 되는 것은 해외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수출과 내수의 고리가 끊어졌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요. 예전엔 수출이 잘 되면 이게 투자를 유발하고, 투자는 고용 및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니까(비정규직도 많지 않았습니다), 수요가 활성화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수출과 내수가 양극화되어 버렸어요. 수출쪽에 있는 사람들만 잘 나가고 그 움직임이 내수로 연결되지 않는거죠.“



▲정승일 대안연대 편집위원(이하 정승일)

"통계를 보니까 1997년 이전까지 우리 나라 GDP 성장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40% 정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김대중 경제개혁이 시작된) 1998년 이후엔 60% 정도로 올라갔습니다. 우리 경제가 수출에 의존하는 비중이 훨씬 켜졌다는 의미입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1980년대 이후 이것(GDP 성장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내려가는 추세에 있다가 IMF 사태와 경제개혁을 거치면서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만큼 수출 의존도가 높아졌고 외부 충격에 취약해진거죠. 어떻게 보면 더 종속된 겁니다. 거꾸로 된거죠. 김대중 경제개혁의 결과입니다.“



▲장하준

"참으로 역설적인 현상입니다. 지난날 박정희 모델을 '수출의존형' '대외의존형'으로 비판하며 개혁을 주장했던 분들이 집권해서, 그 개혁을 실천으로 옮긴 결과가 도리어 대외의존의 심화로 나타나고 있거든요. 옛날 모델이 종속적이라고 비판해온 분들이 우리 경제를 더 종속적인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는 겁니다."



신자유주의는 원래 저성장을 위한 체제

▲사회

“‘종속’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셨습니다. 혹시 현재의 내수침체가 ‘종속’이라는 ‘구조’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선생님들과 반대로 정부 측에서는 ‘일시적 현상을 위기로 호도하지 말라’며 곧 ‘좋아진다’고 주장합니다만….”



▲장하준

"일시적인 것은 아니죠. 최근의 현상은 한국경제가 신자유주의적 구조로 바뀐 결과입니다. 신자유주의의 기본 특징이 바로 저투자, 저성장, 고용불안입니다. 모두 내수를 침체시키는 요인들이죠.“



▲사회 “신자유주의의 기본 특징이 저투자, 저성장, 고용불안이라고 하셨는데, 왜 그런지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장하준

“우리나라 보수언론들은 성장을 위해 신자유주의적 정책, 즉 탈규제와 노동시장 유연화(고용불안)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신자유주의는 저성장주의이며 저성장을 위한 체제라고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를 간단히 설명한다면, 신자유주의는 금융자본을 위한 자본주의이기 때문입니다. 금융자본이 기업운영의 주도권을 장악한 시스템인 것입니다.

그런데 금융자본 입장에서는 경제성장을 반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경기를 안정시켜 물가상승율을 낮춰야 (투자한 돈에 대한) 자본이득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편집자 주 : 투자가 많이 이루어지면 고용과 생산이 활발해지면서 물가가 인상될 위험이 커진다. 그리고 금융자본, 즉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물가가 상승하면 이후 회수해야할 원금과 이자의 총액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금융자본은 또 장기적 투자엔 무관심합니다.

이 회사에 갔다가 안 되면 다른 회사로, 이 나라 갔다가 신통치않으면 다른 나라로 이동하면 되니까 장기투자에 대한 안목이 없을 수밖에요. 그래서 여러 나라들이 경제성장률을 높인다며 신자유주의 개혁을 추진하는데 실제로는 개혁 이후에 성장률을 높인 나라가 거의 없습니다. 우리 나라도 결국 점점 더 투자를 꺼리고 성장도 없는 체제로 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정승일

“정말 이상한 분들이 한국의 진보 성향 경제학자들입니다. 이 분들도 지금까지 신자유주의 개혁을 추진한 나라들에서 거의 저성장, 저투자, 빈부격차 심화 등의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국에서는 신자유주의 개혁이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IMF 사태 이전 30~40년 동안 한국경제가 재벌들의 과잉투자로 인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고 보니까요.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가장 중요한 목표가 재벌의 과잉투자를 저지하는 것이 되고, 투자를 저하시켜주는 신자유주의는 무척 올바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저투자 현상을 환영하고 반기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예전의 과잉투자가 정상화되었다는 식이예요.”(편집자 주 : 과잉투자는 저투자에 반대되는 현상인데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지나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TV를 생산하는 ㄱ사와 ㄴ사가 이미 시장에 존재, TV 공급과 소비가 무리없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ㄷ사가 새로 TV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ㄷ사의 새로운 생산물이 시장에 추가 공급되어 과열경쟁이 벌어지면서 TV 가격이 대폭 하락하고, 이 때문에 ㄷ사는 물론 예전엔 순조롭게 운영되던 ㄱ, ㄴ사까지 어려움에 처하는 등 시장이 교란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가 벌어진다면 ‘ㄷ사는 TV 부문에 과잉투자했다’고 결과적으로 말할 수 있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과잉투자의 사례는 지난 1990년대 현대, 기아, 대우 등이 치열하게 경합하던 자동차시장에 삼성이 뛰어든 것이다.)




‘항상적 과잉투자’는 성립될 수 없는 개념


▲사회 “우선 ‘현재의 저투자는 구조적 현상’이라는 선생님들의 주장에 대해 근거를 보충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과거 ‘재벌의 과잉투자’에 대한 정박사님의 이야기도 현재의 저투자나 재벌개혁과 관련해서 이야기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승일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의 김상조 소장 같은 분들은 저투자를 경기순환적 문제라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경제개혁만 잘 하면 투자가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보십시오. 지난 1990~1997년의 평균 투자율이 37%였습니다. 그런데 2000년 이후 투자율은 25~26% 수준입니다. 경제개혁 이후 투자율이 줄곧 이 수준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경기순환입니까.”



▲장하준

“6년씩이나 바닥에서 헤매는 경기순환이 어디 있습니까.”




▲정승일

“이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투자부진의 문제가 구조라는 점이 확인되어야 합니다.”




▲장하준

“그런데 정박사님처럼 이야기를 하면 ‘예전 한국경제가 항상적인 과잉투자였기 때문에 투자가 내려간 것은 오히려 좋은 거다, 혹은 (현재의 저투자는) 정상화된 거다’라는 반박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예전(1997년 이전)의 한국경제에서 정말 ‘항상적 과잉투자’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대로 ‘항상적 과잉투자’가 있었다면, 당시의 우리 경제가 어떻게 매년 높은 수준의 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요. 자본주의 경제에서 과잉투자가 이뤄진다는 것은 이 때문에 생산물 공급이 너무 많아져서 판매가 안 되고, 그래서 경제가 급속히 침체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정말 ‘항상적 과잉투자’가 있었다면, 한국경제는 지난 40년간 ‘항상적 공황상태’를 겪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항상적 과잉투자’란 개념은 성립될 수 없습니다. 특히 한국처럼 꾸준히 성장해온 나라에서는.”



▲정승일

“결국 재벌개혁론자들의 이야기는 우리나라가 항상적인 과잉투자를 해왔고 그 때문에 항상적인 부실상태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부실이 안 터지고 부자연스럽게 버텨오다가 1997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터졌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1997년 이전엔 왜 안 터졌을까요.

그분들은 정부가 부실을 막으려고 보조금을 엄청나게 쏟아 부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 같은 논리가 성립되려면 한국이 1997년 이전에 엄청난 재정적자를 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한국만큼 외환위기 이전에 재정적으로 안정되어 있었던 나라가 없었습니다. 그 덕분에 IMF 사태 이후 엄청난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었던 것이죠.

GDP 대비 국채비율이 미국과 독일 보다 낮았어요. 그리고 과잉투자란 것은 참 애매한 개념입니다. 투자 당시엔 그것이 무리한 과잉투자인지, 합리적 투자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1970년대 초반 중공업화 정책으로 조선소를 건설하기 시작할 때 언론에서는 ‘언청난 과잉투자’ ‘한국은 저런 거 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장하준

“포항제철 짓는다고 돈 빌리러 다닐 때는 모두 ‘미쳤다’고 했지요.”




▲정승일

“‘너희들 같이 조그만 회사가 왜 그런 무리한(과잉) 투자를 하느냐’ 반도체산업만 해도 처음엔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투자란 원래 무모한 겁니다. 사실은.”



▲장하준

“슘페터적 관점에서 보면 남들이 봐도 좋은 투자라고 생각되는 곳에 투자하는 것은 ‘기업가 정신’이 아닙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 남들이 위험하다는 것에 투자해서 성공하는 사람이 기업가죠. 어떻게 해도 실패할 수 없는 투자만 골라서 한다면, 안전하긴 할 겁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엔 당연히 저투자로 흐를 수밖에 없고 경제성장도, 일자리 만들기도 불가능해지는 거죠. 그냥 저투자하고 2~3% 성장하면서, 실업자 발생해도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다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더 잘할 수 있고 더 잘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투자라는 것은 야구선수들 타율 보듯이 보아야 합니다.

이승엽이 매일 홈런 칩니까. 이승엽이 삼진 당한 것만 모아 TV에 보여주면 모두 ‘저 XX 엄청 못 치네’ 할 것 아닙니까. 기업들도 모든 투자에 성공하지는 못 하죠. 예컨대 삼성의 경우 자동차에 투자한 것은 굉장히 잘못 된 거죠. 그래도 양복지 만들던 삼성이 노키아를 위협하는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회사가 된 것은 실패한 투자 보다 성공한 투자가 많았고, 다른 국내외 기업들이 2할 칠 때 4할을 쳐왔기 때문입니다. 전경련처럼 ‘홈런 치는 것’만 보여줘도 문제지만, 기업들이 실패한 것만 부각시키며 ‘항상적 과잉투자’로 주장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저투자의 구조적 원인은 주주자본주의



▲사회

“과잉투자론에 대해 많은 비판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비판은 아무래도 현재의 저투자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아까 잠시 언급은 됐습니다만, 저투자의 원인을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정승일 “저투자 현상의 구조적 문제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자본시장, 즉 주식시장의 압력이라고 봅니다.”



▲장하준

“주주들에 대한 배당률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지요. 현재 대다수 기업들은 부채비율 상승이 두려워 가뜩이나 대출을 꺼리는 상황인데, 배당률까지 올라가니 투자할 돈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리고 주식시장이 요구하는 높은 수익률을 맞춰줘야 하니 섣불리 지출(투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수익률 떨어지면 당장 경영권에 대한 압박이 들어오거든요. 그래서 어느 나라나 이 같은 주주자본주의를 도입하면 배당률 올라가고 투자율은 떨어집니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도 1980년대 이후 주주자본주의가 강화되면서 배당률이 계속 올라가고 투자율은 떨어지거든요.”





▲정승일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배당금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부 유보금이 없어서 투자를 못하는 기업이 말이죠.”


▲사회

“주주의 권익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 즉 주주자본주의로 한국경제가 바뀌어가고 있고 그것이 저투자의 원인이란 말씀인 것 같습니다. 그 주주자본주의란 것에 따르면 재벌은 당연히 해체되어야 하겠지요. 재벌 가문들은 실제로 가진 주식은 얼마 안 되면서 피라미드 구조를 통해 그룹 전체를 부당하게 지배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주주자본주의는 ‘경제민주화’의 정신엔 꽤 상응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정승일

“그래서 (개혁세력은) 출자총액제로 재벌의 피라미드 구조를 제한하고 약화시키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 분들은 또 재벌 계열사들이 피라미드 구조에서 벗어나 독립될 때 오히려 합리적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막연히 가정하는 듯 합니다. 그러나 이 분들의 주장은 재벌이라는 ‘절대 악’을 압박하기만 하면 좋은 일(투자)이 일어나리라는 막연한 주장 이상의 것이 아닙니다.

투자를 다시 늘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지요. 그러나 과연 삼성전자가 그룹에서 빠져나와 독립기업이 된다고 할 때 투자가 늘어날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소버린 같은 투기자본이 대주주가 되는 경우 지금 보다 훨씬 더 주식시장의 압력에 노출될 것인데 이 경우 삼성전자는 수익금을 재투자하기 보다 배당률을 높이거나 주가를 올리기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는 데 몰두하게 될 것입니다. 또 현재의 장기적 경영도 포기해야 겠지요.”



▲장하준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것이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의 가장 큰 단점입니다.”



▲정승일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인 것처럼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재벌개혁은 경제민주화와 무관합니다. 재벌이라는 시스템이 박정희의 개발독재와 연관되어 꺼림직하긴 합니다. 그러나 재벌은 사실 남들이 보기에 ‘과잉’이라고 할 정도로 과감한 투자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경제성장이란 것이 과연 경제민주화와 어긋나는 것일까요.”




▲장하준

“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일은 순조로운 경제성장과 이로 인해 일자리가 많이 생기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저성장 체제로 들어간다고 할 때 가장 피해보는 집단은 노동자들이죠. 부자들은 이 체제든, 저 체제든 사는데 별 문제가 없습니다. (개혁세력들은) 재벌체제를 깨면 일반 노동자들에게 적잖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보는 듯 합니다.

글쎄요. 사실 그 과정에서 이익을 챙기는 것은 금융자본과 외국인 투자자들입니다. 솔직히 1997년 이후 재벌개혁을 해왔습니다만 노동자들이 덕 본 것이 뭐가 있습니까. 일자리 불안해지고, 비정규직 많아지고…. 결국 과거 체제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이 잘못 되었기 때문에 처방이 잘못 나오고 있는 겁니다. 대외의존은 심화되고 불평등은 늘어났습니다.”






자본종속은 경제 자체가 넘어갔다는 의미



▲사회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개혁세력들이 그릇된 현상 판단으로 인해 주주자본주의를 수용했고 이는 불평등과 대외의존의 심화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으로 정리됩니다. ‘대외의존의 심화’는 좌담을 시작할 때 나온 용어인 ‘종속’을 가리키는 것이겠지요. 사람들이 ‘낡은 이론’이라고 비웃을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한번 ‘종속’을 화두로 계속 논의해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장하준

“미국도 근대화 초기엔 영국에 대한 자본종속을 엄청나게 경계했습니다. 그래서 20세기초까지 외국인은 미국 은행의 이사가 될 수 없었지요. 그리고 미국에 영주하지 않는 이상 은행의 주주라 할지라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었습니다.”




▲사회

“예. 우선 그 ‘자본종속’이란 것의 정의를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과연 한국의 상황에 부합할까요.”



▲장하준

“자본종속이란 자본의 소유가 외국으로 넘어가 있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 경제 자체가 넘어갔다는 이야기지요. 이게 바로 외국인 직접투자와 차관의 차이입니다. 차관은 이자만 주면 외국인들이 기업운영에 간섭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직접투자를 하면 국내 회사를 소유하면서 운영에서 존폐에 이르기까지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거죠.”





▲정승일

“1997년 이전엔 대부분의 외자들이 소유권을 지향하는 주식 형태가 아니라 은행대출(차관) 형태로 들어 왔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엔 대부분 주식 형태로 들어오고 있지요. 그리고 주식은 소유권입니다.”



▲장하준

“그렇죠. 1997년 이전엔 외국인이 직접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비율이 제한되어 있어서 외국인에 의한 인수?합병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풀려버렸어요.”



▲정승일

“정확하게 말하면 (외국인들이) 기업지배권을 장악했다는 겁니다.”

▲사회

“예컨대 한국경제에서 주요한 부문의 키를 모두 외국인들이 잡게 되었다는 것입니까. 국민경제를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는 대기업들과 은행들의 소유권이 외국인들에게 넘어간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입니다. 그러고 보면 주주자본주의와 종속이라는 현상들은 꽤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것이군요. 주주자본주의를 수용하지 않았다면 외국인들이 주요 기업?은행들의 소유권을 장악하기는 어려웠을 터이니까요.”



▲장하준

“내수는 근본적으로 신자유주의 개혁 때문에 저투자, 저성장으로 가면서 발전동력이 사라졌구요. 또 연결고리가 끊어지면서 수출에 따른 동반상승도 못하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한 차원 깊은 의존상태가 된 것이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40% 이상 소유하고 있고, 은행들도 이제 거의 외국인에게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거 종속이론의 오류



▲정승일

“이쯤에서 옛날 종속이론 이야기 좀 해볼께요. 그 때 논쟁을 회고해보면 종속이론이 1984년도에 굉장히 확산되었어요. 당시 우리나라 외채가 400억 달러를 돌파해 세계 4위였습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한국…. 그런데 상위 3개국에 모두 금융위기가 터졌지요. 운동권에서는 (혁명적 정세를 기대하면서) 다음은 한국이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런데 1989년도쯤엔 외채가 엄청나게 줄어 들었어요. 3저호황으로 흑자를 내서 갚아버린거지. 그때 몹시 헷갈렸어요.”



▲장하준

"그때 운동권의 오류가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개방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겁니다. 자본종속이 안 되었기 때문에 채무를 갚는 것이 가능했던 겁니다."




▲정승일


"예를 들어 (자본이 종속된)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엔 수출하는 제조업이 거의 없었습니다. 남미 기업의 경우 외자에 지배권을 빼앗긴 상태였는데, 외자의 입장에서는 국내시장만 겨냥하니까 아예 수출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없었어요.

더욱이 수출하면 외국에 있는 자기네들 지사의 경쟁자가 될 것 아닙니까. 이와 달리 한국은 3저호황 시기에 반도체, 자동차, 조선 부문 등의 수출로 엄청난 이익을 냈던 겁니다. 잠시 예전 박현채 선생의 민족경제론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민족경제론 입장에서는 한국이 외자에 의존해 중화학공업화를 추진했기 때문에 조만간 붕괴할 거라고 봤습니다. 잘못 본 것이었지요. 왜냐하면 당시 한국은 외자를 들여 오긴 했지만 지배권은 뺏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장하준

"우리와 남미의 가장 큰 차이가 남한은 자본종속이 안 되어 있었다는 겁니다. 자본시장도 개방되지 않았구요. 가장 좋은 지표가 외국인의 100% 소유를 인정하느냐 여부인데, 1980년대 후반에 나온 통계를 보면 당시 수출자유지역에서는 외국인의 100% 소유를 인정했으니까, 다국적기업 지사 중 6% 정도가 외국인 100% 소유기업이었습니다.

그런데 브라질은 50%, 멕시코는 60% 수준이었지요. 남한과 남미는 완전히 다른 경제였던 겁니다. 그런데 예전의 종속이론가들은 우리나라가 종속되어 있다고 믿으면서 곧 붕괴할 거라고 믿었는데, 안 망했죠. 그런데 이젠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본이 종속되어 버렸거든요."




개혁세력의 자가당착



▲사회

“상당히 씁쓸한 이야기들을 하시는군요. 현재 개혁세력 중 상당수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청년 시절을 보냈고 당시의 한국경제가 종속되어 있다고 믿어 마지 않던 세대입니다. 그래서 당시 한국경제의 구조에 맞서 이론적, 실천적으로 투쟁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대안을 만들어냈고 그것이 1997년 이후 실현되어 왔다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선생님들 말씀은 오히려 당시가 덜 종속적인 경제였고, 개혁세력들이 추진한 개혁으로 종속구조가 더욱 심화되었다는 것이군요.”



▲정승일


"당시 한국경제가 종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근거는 ‘외국 차관을 도입해왔다’ ‘기술은 모두 외국 것이다’였지요. 그런데 차관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들여오긴 했지만 외국인의 경영권 장악은 차단했으니까 자본종속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기술종속에 대해서는…“



▲장하준

“이른바 기술종속은 경제개발 초기엔 불가피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1980년대 중반에 어떤 교수님께 이런 강의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분이 개탄하시면서 말씀하시길,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소 지어놓고 스스로 운영하지도 못한다. 자주 미국에 전화 걸어서 물어보고 해야 겨우 운영할 수 있는 것이 우리 나라다. 이런 나라가 어디 있냐.’ 그때는 ‘아! 그렇구나’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원자력 연구를 했다고 원자력 발전소를 몇 년만에 스스로 운영할 수 있었겠어요.”




▲정승일

“어차피 기술만큼은 후발국이 선진국에게 배울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런데 현재는 오히려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습니다, 수준이 세계 수위예요. 연구개발투자비율(GDP 대비 연구개발 비용)에서 보면 세계 6위로 영국과 이탈리아를 앞섰습니다.”



▲장하준

“미국 특허청에서 외국인에게 부여하는 특허 있잖아요. 그 특허의 개수를 GDP 대비로 따져도 한국은 세계 5~6위 수준입니다. 기술 부문에서는 선진국을 이만큼 따라잡았단 말이예요.”




▲사회

“그렇다면 개혁세력의 경제관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세수 대야의 물을 버리다가 아이까지 버린다’는 속담도 있지만 과거 시스템을 비판하다보니 긍정적인 부분까지 부정적인 것으로 보고, 더 반민중적인 시스템을 진보적인 것으로 착각한다든가 하는…. 그런데 개혁세력들은 박정희?전두환 등의 민중탄압에 저항하면서 성장해온 만큼 민중지향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많은 아이러니가 발생하겠지요.”




▲장하준

“얼마전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창작과 비평』에서 좌담한 것을 봤습니다. 이 분은 우리나라가 아직도 외국에서 기술 들여다가 하청작업을 하는 조립형 경제라고 주장하더군요. 어떻게 현재의 한국을 1960년대와 똑같이 조립가공형 경제라고 볼 수 있습니까.

제가 보기에 이분들은 개발독재 시대에 벌어진 일들을 모두 부정하고 싶은 거지요.
또 오늘 신문을 보니까 어떤 교수님께서 아주 좋은 지적을 했더군요.

지금 정부가 기업 인수 합병 시장을 자유화하면서 노동시장은 보호하겠다고 하는데 이건 앞뒤가 안 맞는 소리라는 겁니다. 사실 미국, 영국 외의 다른 나라에서 기업 인수 합병이 자유롭지 않은 이유는 영국, 미국만큼 해고가 자유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에서 인수 합병 시장을 자유화한다면서 또 노동자는 보호한다고 하니 모순이라는 거죠.”






‘60년대 종속이론’과 ‘재벌의 앞잡이’ 사이에서


▲정승일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을 노동시장 유연화라고 한다면, 적대적 인수?합병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을 자본시장 유연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에 재벌처럼 기업집단이란 것이 존재하면 자본이 마음대로 이동할 수가 없거든요. 이걸 깨버리고 모든 것을 자본시장에 맡기자는 것이 자본시장의 논리입니다. 그런데 적대적 인수?합병이 발생하면 경영자가 해고되고, 이 경우 그 경영자와 노조가 맺은 단체협상도 무효화되기 쉽습니다.

자본시장 유연화와 노동시장 유연화가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는 이야깁니다. 미국의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이 활성화되면서 노조가 무력화되어 버린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기원 방송대 교수 같은 분은 미국에서 노조세력이 약화된 것과 소액주주운동은 무관하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미국에서 소액주주운동을 주도하는 캘퍼스의 경우 가장 노리는 것 중 하나가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방어장치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이종태

"김기원 선생은 미국 기업체의 지배구조엔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 미국 노동자의 고용상황이 불안하고 점점 악화되는 것은 노조의 조직률이 약하고 사회보장이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정박사님 말씀은 미국의 기업지배구조 하에서는 노조조직률와 사회보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되겠군요.“




▲정승일

"외자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제도와 조건을 가지고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겠죠.
그런데 종속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하면 우리나라는 근대화 자체가 종속으로 시작되었어요.

저는 김기원 교수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분들이 일종의 ‘제2 근대화 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자본주의를 합리화, 투명화시키고 동시에 선진국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한국 같은 후발국, 약소국의 경우 근대화 혹은 현대화라는 것이 ‘제2의 식민지’화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합니다. 그걸 경계하지 않고 근대화 그 자체만 지상 목표로 간주하며 자주성을 잃어 버리면 상당히 위험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그 분들이 외국자본을 비판한 글은 한번도 읽지 못했습니다.“



▲장하준

"외국자본에 대한 환상이 많습니다. 모두 합리적 자본이라고 보시는 것 같아요.“



▲정승일

"그러나 설사 외국자본이 더 합리적이고 기술과 문화가 뛰어 나다고 해도 외국자본을 천사처럼 볼 필요는 없는 겁니다."




▲장하준

"좋은 지적입니다. 자본에도 국적이 있다는 말씀인데…. 제가 그런 이야길 하면, 공정거래위의 강철규 위원장 같은 분은 60년대식 종속이론?이라고 하고 반대쪽에서는 '재벌의 앞잡이'라는 바람에 극좌도 됐다가 극우도 됐다가 그럽니다. 그런데 설사 외국자본이 더 합리적이고 경영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곳에 맡기는게 우리나라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좋은 것인가. 글쎄요. 그렇다면 옛날부터 외국자본이 합리적이었으니까 100% 소유를 인정해버리는 것이 좋았겠죠. 삼성, 현대 있으면 뭘합니까. 포드와 GM에 모든 것을 해달라고 그러지."




▲정승일


"경영도 합리화시켰을 것이고 경영도 합리화시켰을 것이고 선진기술도 그냥 갖다 쓸 수 잇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안 그랬거든요. 남미의 경우를 보면 명확해지요. 지금까지 상황이 더 악화되었고, 기술은 거의 이전되지 않았습니다.“



“남미엔 투명성을 따질만한 기업 자체가 없다”


▲사회

“그래도 그 나라 기업들, 투명해진 건 사실 아닙니까? 우리나라에서 요즘 부쩍 강조되는 기업의 투명성과 전문성, 책임성…. 그리고 재벌들이 우리 나라처럼 기승을 부리는 일도 없을 것 아닙니까.”



▲장하준

"사실 투명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아니 따질만한 기업도 없습니다."



▲정승일

"재벌들이 제조업에 별로 없죠. 그리고 브라질 같은 경우엔 제조업이 있긴 한데 주로 하청기업들이죠."


▲장하준

"그래도 브라질은 워낙 덩치가 크니까 내수에 많이 의존해서 경제가 굴러갑니다. 그런데 멕시코 같은 경우엔 산업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죠."  


▲사회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 정도로 좌담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2004-09-04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경제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우리 경제가 근본적인 위기에 봉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드는데요.
이 시간에는《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장하준 교수》를 모시고 한국 경제가 처한
근본적인 위기의 원인을 진단해 보고 해법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 사회/김종욱 PD>


최근에 펴내신 책 제목이 ‘개혁의 덫’인데요.
과거 몇 년간의 개혁이라는 흐름이 이런 위기를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계신데,
어떤 의미인지 쉽게 납득이 안 가는데요.





◑ 장하준 교수>

소위 개혁 정책이라는 것이 과거 군사 정권 하에서 이루어진 국가 중심, 재벌 중심의 경제 성장 체제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외환위기가 일어났다고 해서 이것을 해체하고 재벌을 약화시키고 시장 질서를 더 도입하고 국가 개입을 줄이는 식으로 진행됐거든요. 국제적 기준으로 보면 신자유주의적 개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이 체제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다 보니까 성장이 안 되고 일자리가 안 만들어지고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를 낳고 있다는 이야기죠.


지금 일어나는 경기 침체라든지 불확실성이 단순히 자본주의 경제에서 당연히 있는 경기 순환에 의한 현상이 아니라 소위 개혁 정책에 의해서 일어난 구조적 문제라는 뜻에서 책 제목을 그렇게 붙인 겁니다.




◎ 사회/김종욱 PD>


IMF 이후에 우리가 채택했던 개혁 방식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요?




◑ 장하준 교수>

개혁을 부르짖는 분들이 과거 우리나라 체제에 대해서 공정한 평가를 안 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가 정말 가난했거든요. 1961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82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아프리카의 가나는 1인당 국민소득이 179불이었어요. 우리나라보다 두 배를 더 잘 산 것이죠.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이 1만 불 정도이고, 그 나라는 아직도 350불이라는 말이죠. 우리가 이룬 경제 성장이 당연한 것 같지만, 다른 나라에서 기적이라고 부를 만한 측면이 있는 겁니다.


물론 그것을 이뤄낸 체제라는 것이 문제점이 없지 않았지만 개혁하는 분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렇게 다 때려 부술 것 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구요.


물론 IMF 위기 상황을 맞이해서 고르고 생각할 여유가 없었지만, 설사 그 체제를 바꾸는 것이 옳았다고 하더라도 개혁을 하는 과정에서 너무 급격하게 빨리 바꾸다 보니까 조금 더 천천히 했으면 없었을 문제까지 발생했다는 말이죠.


그래서 개혁의 방향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개혁을 하는 과정에서 너무 빠른 시일 내에 급격하게 하려다 보니까 잘 안 된 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사회/김종욱 PD>


너무 급격하게 개혁을 하면서 하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건드리고, 열지 않아도 될 문까지 다 열어버린 측면이 있지만, 꼭 IMF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 시기에 우리가 추진했던 기업의 투명성 제고 요구 등은 필요한 것 아니었습니까?





◑ 장하준 교수>

그럼요. 특히 선진경제로 가려고 한다면, 투명성 문제는 기본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다만 그 투명성을 이루는 경로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주주자본주의로 끌고 가려고 하다 보니까 그것이 여러 가지 단기주의로 흐른다거나 지나친 배당 요구 등으로 인해서 기업의 투자 여력을 떨어뜨리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을 하는 것이죠.



기업의 투명성이라는 것은 주주권 강화만으로 해결 할 수 없고 여러 가지 다른 매커니즘으로 보완되어야 할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야만 기업들이 주주들의 이익만이 아니라 국민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일할 수 있게 되거든요. 그런 면에서 투명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라 그것을 이루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하는 것이죠.



◎ 사회/김종욱 PD>


그 당시 경제 제도의 틀을 바꿀 때 가장 잘못했던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장하준 교수>

가장 문제가 있었던 부분은 결국 금융시장 정책입니다. 첫째로 자본 시장이 급격하게 개방됐고, 개방을 했을 때 우리나라 경기가 IMF 외환위기로 인해 완전히 박살이 나서 우리나라 기업과 국민들이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급격히 개방이 되면서 OECD 국가 기준으로 보면 거의 세계 최고 수준으로 외국인 주주의 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났는데, 그 과정에서 주식 시장의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는 투기 자본이 너무 많이 들어왔습니다. 이런 것들은 한국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력 보다는 단기적으로 자신들의 배당에 더 관심이 있거든요.


또, 정부에서는 안정성과 수익성 위주로 은행 정책을 변화시켰고, 많은 은행들이 외국인 주주의 손으로 넘어가면서 은행들의 행태가 급격하게 변했거든요.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은행들의 기업에 90%가까이 대출을 해줬는데, 요즘에는 40%밖에 안돼요.



그러니까 기업금융이 고갈이 되면서 삼성, 현대 등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큰 기업들은 괜찮은데 중소기업들은 굉장한 자금난에 봉착을 합니다. 그래서 금융시장 정책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소위 미국식 자본주의의 핵심이기도 한데, 미국같이 돈이 넘쳐나는 나라에서 쓰는 체제를 우리나라에 들여 다 놓으니까 투자도 안전 위주로 하고 그러다 보니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지지 않고, 성장도 빨리 안 되는 문제가 생긴 것이죠.




◎ 사회/김종욱 PD>


잘못된 개혁을 추진해서 금융시장이 왜곡됐고,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모든 원인의 출발점이었는데, 사실 이것은 몇 년 동안 지속되면서 고착화 돼 있는 측면이 있거든요. 이것을 돌려서 금융시장을 개혁하고 투자를 다시 활성화하는 과정이 가능한 지 의문이 드는데요.





◑ 장하준 교수>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에요.

지금 있는 법도 제대로 집행을 못하는 것들이 있거든요. 예를 들면 이번에 외국 펀드가 외환은행을 취득했는데, 우리나라 은행법에는 펀드에 은행을 넘기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게 돼 있습니다.



예외 규정을 만들어서 넘겨 준 것인데 그런 펀드들이 은행을 장악하다 보니까 기업 금융은 안하고 자꾸 손쉽고 이윤 높은 소비자 금융으로 가는 것이죠. 국가적인 차원에서 생각을 했다면 펀드에 안 넘겼어야 합니다.


사실 미국에서도 펀드가 은행을 취득할 자격은 없거든요. 그런 법만 제대로 집행했어도 최악의 상태는 막을 수 있었는데 그런 것 하나하나까지 다 안 좋은 방향으로 갔던 것이죠.



◎ 사회/김종욱 PD>



현안에 대한 질문을 몇 가지 드리겠습니다. 최근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부자들이 돈을 쓰지 않아서 경제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장하준 교수>

부자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투자를 하는 겁니다. 부자들이 아무리 소비를 해봤자 한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부자들이 돈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 돈이 비생산적인 소비로 흘러들 간다면 그나마 투자에 들어갈 돈이 더 없어지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투자와 소비는 구분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사회/김종욱 PD>


최근에 정부 여당에서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서 소득세와 특소세를 인하하겠다는데, 타당하다고 보십니까?




◑ 장하준 교수>

저는 사실 정부의 재정 확대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처한 문제가 그런 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기 순환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라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이 투자 부진, 고용 창출의 실패, 국제 경쟁력 저하 등의 문제에 대해서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래서 단기적인 경기 부양보다는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새로 도입한 시스템은 문제가 없는 것인지, 이런 문제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아요.



◎ 사회/김종욱 PD>


대기업들의 요구이긴 하지만 규제가 너무 많다, 시장 경제 원칙을 조금 더 강하게 지켜달라는 요구들이 많은데요. 이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 장하준 교수>

사실 제 분석으로는 IMF 위기 자체가 지나치게 급격하고 잘못된 금융시장 자유화로 벌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풀기만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규제를 해야 될 부분이 있고, 안 해야 될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잘 가려서 풀지 않고, 기업들이 풀어달라는 대로 풀어 준다면 무책임한 정부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고 국민의 건강을 위협한다면 정부가 나서서 규제를 해야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과연 이 규제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사회적 이익이 그 비용보다 큰지, 작은지를 엄격하게 따져 봐야죠.



◎ 사회/김종욱 PD>


정부가 정말 규제해야 할 부분은 어떤 분야라고 생각하십니까?




◑ 장하준 교수>

경제발전 초기에는 환경 문제나 사회 복지 등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지만, 점점 사회가 복잡해지고 선진화되어 가면서 점점 할 일이 많아집니다.


그리고 금융시장 규제를 잘 해야죠. 정부가 지금 은행의 소비자 금융 비율을 제한한다고 하면,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신들에게 더 자유를 주는 것이거든요. 돈 빌릴 곳이 많아지니까요.



그런 식으로 금융정책, 산업 정책도 계속 펴야죠. 정부가 무조건 ‘일을 조금 하는 것이 나라를 돕는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직무 유기라고 볼 수 있죠.



◎ 사회/김종욱 PD>


우리가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죠.




◑ 장하준 교수>

예를 들어 지금 우리나라가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노사의 타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에 대해 일부에서는 우리나라는 노사 간에 너무 불신이 깊어서 잘 안 될 것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요.


노사 대타협으로 유명한 스웨덴이 30년대에 타협을 했는데 20년대에는 파업률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나라였어요. 그러니까 그런 역사가 있다고 해서 우리는 영원히 타협을 못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해서는 안 되죠.



핀란드라는 나라가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아요. 스웨덴에 600년, 러시아에 100년 동안 식민지 지배를 당하고 1918년 러시아에서 해방되면서 좌우 대립으로 내전을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란드도 사회적 대타협을 해서 유럽에서 제일 못살던 나라였다가 지금은 가장 잘 사는 나라 중에 하나가 됐거든요. 그런데 이 나라도 한번 굉장한 어려움을 겪었어요.


이전에 러시아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2차 대전 때 나치 편을 들었거든요. 그래서 2차 대전 후 패전국이 된 후 러시아에 대해 굉장히 굴복적인 자세로 살아야 했고, 그래서 전체 무역의 30%를 구 소련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소련이 갑자기 붕괴되니까 무역의 30%가 없어진 겁니다.



내일 당장 중국이 없어진다면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되겠어요. 그래서 이 나라가 90년대 초반에 실업률이 15% 까지 치솟아 오르고, 엄청난 고생을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란드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투자를 하고 교육과 훈련에 투자를 해서 그것을 훌륭히 극복했거든요.


말하자면 어려울 때 일수록 장기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회/김종욱 PD>


노사정 대타협에 대해서 노동계가 불신하는 이유는 노사정위에 들어가 봤자 결국 노동계만 또 손해를 볼 것이라는 불신이 있기 때문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노사정 대타협이 한국적 상황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스럽습니다.



◑ 장하준 교수>

예를 들어 스웨덴은 노조도, 경영자측도 다 하나의 단체로 통합이 돼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노조도 2개이고, 경영자 단체도 경총, 전경련해서 대 여섯개 되기 때문에 협상을 하더라도 그들이 하부 조직을 컨트롤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가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 구조에서는 스웨덴이나 핀란드식의 노사정 대타협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노사정이 주축이 되지만 다른 사회집단의 이익과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매커니즘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고, 신뢰 부족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죠.


노조는 자신들의 조직원 뿐 아니라 비 조직화 된 노동자, 더 나아가서는 실업자들의 이익까지 대변해 줄 때 그것이 사회적 합의로 정착 될 수 있을 겁니다.


기업 역시 대기업만을 위한 주장만 한다면, 사회적 합의가 안 되거든요. 그래서 그런 자리에 있는 분들이 당장 직접적으로 조직원들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사회적,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생각해 주시는 것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 사회/김종욱 PD>


언제나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던 개혁이라는 단어가 오히려 우리 경제의 덫으로 작용했다는 말씀이 새롭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장하준 교수는 누구인가?  





▲ 미르달상을 받은 장 교수의 저서 <사다리 차버리기>  

 
27살 때 캠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하고, 최연소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후보로 물망에 오른바 있는 장하준 교수(42)는 '한국경제의 IMF 이후'를 연구하기 위해 현재 한국에 들어와 있다.


그는 '대안적 세계화'를 위한 제 3세계 중심의 국제포럼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함께 가는 세계화'라는 모토를 걸고 있는 이 국제포럼(Globalization and Development Forum/가칭)에서 장 교수는 인도 델리대학의 나야 총장과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미국 포드 재단이 후원하고 있는 이 포럼은 기존의 선진국 비즈니스맨들 '끼리끼리'의 포럼에서 벗어나 노동계·비정부기구·정부·노동계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세계화'에 대해 얘기해 보자는 것. 한마디로 힘센 나라가 일방적으로 몰아부치는 세계화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장재식 현 민주당 의원이 부친인 장하준 교수는 여성개발원 장하진 원장과 참여연대의 장하성 교수와 사촌지간이기도 하다. 특히 대안연대회의 소속의 장 교수는 사촌형인 장하성(고려대 경영학) 교수가 주도한 바 있는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에 대한 비판과 재벌개혁을 두고서도 견해차를 보여 주변의 관심을 끌었다.  

............................................................................................................



한 빛: (참고 내용)  * 클릭 -->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menu=c10100&no=144564&rel_no=1  [12/05-04:30]


  0
3500
    N     분류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68 금(金).청(淸)나라 시조는 신라인 한 빛 2016-07-28 1065
67 일본! 국제사회에 대마도가 우리영토임을 공인하였다! [1] 한 빛 2011-01-07 4869
66 일본 내 혐한류(嫌韓流)의 성격과 함의 [3] 한 빛 2010-07-22 9128
65 한국-몽골 국가연합론.. [1] 한 빛 2007-09-17 11548
64 간도는 우리땅... 청나라 문서 발견 한 빛 2007-08-07 12666
63 혁명가 김산과 나운규의 부활을 꿈꾸며.. 한 빛 2006-09-13 10627
62 혁명 후의 러시아 레닌그라드 캄차트카에서.. 한 빛 2006-06-14 16562
61 "한국정치의 보수와 진보"에 대한 재론 [17] 한 빛 2006-01-18 8686
60 북한인권 침해의 구조적 실태에 대한 연구- 정치범수용소를 중심.. 한 빛 2005-09-16 13090
59 친일인명사전 명단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한 빛 2005-09-01 5945
58 혁명가 김산 (KBS스페셜)- 나를 사로잡은 조선인 한 빛 2005-08-02 5997
57 대마도 반환의 첫 걸음!~ (동영상) [1] 한 빛 2005-04-01 9832
56 개혁 덫에 걸린 한국 경제인가? 한 빛 2004-12-05 10491
55 중국의 동북공정과 간도 영유권문제 [5] 한 빛 2004-08-11 12387
54 조선 역사가 남북한에 미친 영향 한 빛 2004-02-21 10059
53 남,북의 '사대주의/민족주의' 논쟁에 대해서... 한 빛 2004-01-12 10772
12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