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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민족경제 - 세계화의 그림자
<기로에 선 민족경제 - 세계화의 그림자> 4330년(서1997) 12월 3일은 한민족의 역사상 두번째의 치욕이 시작된 날로 기록될 것이다. 그 날로 한민족은 '국제적 한정치산자(限定治産者)'의 대열에 전락했으며, 그 난국을 극복하지 못하는 날에는 다시 '국제적 금치산자(禁治産者)'로 낙인찍히는 이외에 별 도리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반세기에 걸친 한국의 위정자들과 정상배들의 선택이, 극단적인 기아에 시달리는 북한의 시대착오적이고도 왜곡된 사회주의 운영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것이었음을 증명하는 명백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 짊어지고 있는 빚(대외채무부담)은 무려 2,000억 달러를 상회하는데, 그 중 대부분은 을사조약에 의하여 한국(대한제국)의 외교권과 재정권을 일본제국주의자들에게 강탈당했던 90여년전과 마찬가지로 일본에 대한 채무라는 점이 특별히 주목된다. 철저한 반성이 없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세계적으로 공인된 '역사적 진리'에 의거하면, 한민족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선열들이 무수한 희생으로 피땀흘려 간신히 재건했던 한민족국가는 또다시 외세에 의한 명실상부한 속국으로 전락해 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역사에 우연은 없기 때문이다. 아이엠에프 사태를 계기로 민족존망의 벼랑끝에 몰린 한민족은 올바른 문제의식과 민족의식을 바탕으로 올바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민족적파탄을 맞아서 공멸(共滅)할 수 밖에 없는 사지(死地)에 들어섰다. 그것은 민족경제잉여의 전반적인 해외누출을 통한 극도의 경제적 궁핍이라는 형태로 다가오고 있다. 즉, 타민족이나 외국인들의 경제적 국제노예로 떨어지는 것이다. 또한 막대한 경제력의 뒷받침을 필수요건으로 하는 현대전의 일반적 양상으로 볼 때, 그러한 경제력의 결핍은 곧 자주국방이 불가능해짐을 뜻하며, 따라서 민족생존의 터전인 영토, 영해, 영공등을 지킬 수 없게 될 것임을 뜻한다. 현대전은 고가(高價)의 첨단무기체계와 그를 뒷받침하는 경제력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즉, 돈없는 나라는 국토방위도 제대로 할 수 없으며, 거기에다가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자급마저 할 수 없다면 '이미 망한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존망의 위기국면에 치루어진 대통령선거에서 소위 '준비된 대통령'을 자처하며 당선된 김대중과 그의 각료들은, 너무나도 엄청난 역사적 전환점에 처한 한국의 좌표를 바로 읽을 수 있어야 했다. 아이엠에프 사태가 커다란 충격이었던 만큼,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과도 같이 잘만 이용하면 그 사태는 그동안 누적되어 왔던 한국의 고질적 병폐들을 단숨에 뜯어 고치고 새로운 민족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었다. 즉, 온갖 형태의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및 사회악에 대한 대청소를 단행하고, 민족 공동체의식을 확고히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잘못되어 왔던 소비행태들이나 풍요의 환상같은 것도 일소할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였다. 그러나 그 모든 기대는 정권담당자들의 무능으로 인하여 다시 한 번 좌절되는 쓰라린 과정을 밟고 말았다. 태생적으로 자기자본 비율이 국제적 기준치에 턱없이 모자랐던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은, 역대 정권들의 정경유착적 관행으로 말미암아 저들에게 울며겨자먹기로 편법적인 과잉대출을 해왔던 금융기관들이 국제통화기금의 관리하에 들어가자, 자금줄이 끊기면서 연쇄도산에 빠져 들었다. 그에 따라서 대기업과 연관된 중소 하청기업들은 물론, 전반적인 구조조정으로 함께 몰락해 버린 금융기관들의 임직원들을 비롯한 수십만명의 실업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 중 많은 사람들은 사업상 발생했던 개인적인 채무를 갚을 길이 없어서 집까지 처분하고 가족들은 산산히 흩어져서 각자 생업을 찾아 헤맸고, 집을 나온 채 직장을 찾아서 떠돌면서 지하철역이나 공원벤취등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초라한 가장들과 떠돌이 실업자들에게는 곧 '노숙자'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그리고 도산 또는 파산위기에 몰린 많은 대기업들은 국내에서 회생을 위한 자금을 조달받지 못하게 됨에 따라서 외국의 대자본가들에게 헐값에 팔려 버렸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외국자본가들의 대기업매수자금이 유입된 것을 '외환보유고가 증가했다'고 자랑하는 '경제적 백치'들이 경제정책을 담당하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지 않아도 국제하청업 형태를 면치 못하고 있던 한국경제의 주도권은 빠른 속도로 거의 완전하게 외국자본가들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부족한 외환보유액 일부를 일본으로부터 차관을 들여와서 메꿔보려 한 김대중 정권의 발상은 더욱 한심한 결과를 초래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수산자원을 노려 왔던 일본측은 차관공여를 미끼로 소위 '신 한일어업협정'의 주도권을 행사하여 거의 남한의 육지면적과 맞먹는 방대한 한국의 동해어장을 공동어로구역으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양국간의 어업경계선(배타적 어로구역;EEZ)을 울릉도와 독도 사이로 명시함으로써 독도영유권 문제에 심각한 오점을 남겼다. 따라서 명백한 한국영토였던 독도 주변의 풍부한 수산자원들에 대해서도 한국은 주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한국측에 심히 불리하게 전개된 매국적인 어업협정에 따라서 한국어민들의 어로활동은 육지가 보일 정도의 한국근해와,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든 북태평양과 남태평양 등지의 원양어업에 국한되었다. 그러나 그나마 러시아와 일본과 중국등 주변 국가들과 태평양의 여러 도서 국가들이 지극히 까다로운 어로조건들을 내세워 통제함에 따라서 한국의 수산업은 전반적인 파탄에 직면했다. 외국자본가들의 대거 진입에 따라서 경제자체는 국제기준에 맞게 합리화되었는지 몰라도 이상적인 민족자립경제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져 갔으며, 그에 따라서 한국사회의 모든 부문들에 있어서 정책적 난맥과 정신적 공황상태가 만연되어 갔다. 거기에다가 서기 21세기의 벽두에 대두된 소위 '뉴 라운드'에 의해서 한국농업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인식되고 있던 쌀농사에 대해서도 외국자본의 무차별 공략이 전개되어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농촌황폐화 현상과 농업포기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식량자급을 명색으로라도 포기하는 국가나 민족은 결국 자주국가 건설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세계사적 경향을 돌이켜 볼 때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제 2의 국망으로 일컬어도 별로 지나치지 않을 국제통화기금 경제신탁을 맞이하면서 국정을 떠맡았던 김대중 정권의 극히 제한되었던 운신폭과 태생적 한계성으로 볼 때 한민족을 위한 어떤 획기적인 정책적 전환을 기대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분단 반세기만에 이루어졌다는 4333년(서2000)의 6.15 평양정상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은 그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큰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초국적자본주의 또는 신자유주의경제로 표현되는 범세계적 약육강식속에서 한민족이 하나의 민족단위로 살아 남고 발전하려면, 무엇보다도 남북한을 중심으로 하는 한민족 전체가 자주민족국가 건설의 일념으로 사회적 부조리와 동족대결로 인한 낭비요인들을 일소하면서 대동단결해 나아가야만 하는 과제가 한민족현대사의 역사적 과제로 남겨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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