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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씨의 역사관
2002.4.23 한겨레신문 여론칼럼 > 발언대 김동길씨의 역사관/ 송복남 “나라가 왜 이 꼴이 되어 가는가.” <월간조선> 4월호에 실린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의 `민족지도자를 민족반역자로 모는 사람들이 더 민족을 반역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글에 나오는 말이다. 이걸 좀 바꿔보자. `김동길이 왜 이 꼴이 되어 가는가'. 어떤가, 그럴 듯하지 않은가? 그의 친일행위자 옹호론은 아주 간단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니 그의 글에서 나름의 사관을 읽어내겠다는 욕심은 시간낭비일 뿐이다. 놀라운 것은 김 교수의 목적이 실은 친일행위자의 옹호가 아니라 수구세력 옹호라는 점이다. 얼마 전 `친북 좌경세력 명단 공개 추진위원회'라는 단체의 서정갑 간사가 이런 말을 했다. 친일행위자 명단 공개는 “종국적으로 한미동맹을 이간질시키려는 반미운동과 연관된 것”이고 “좌경세력들의 정치적 음모”라는 것이다. 김 교수와 서 간사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역사의식에 관한 한 무뇌아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런 무뇌아적 역사관을 가진 사람의 글을 놓고 자판을 토닥대는 일도 할 짓이 못된다. 그럼에도 이런 배려를 한 것은 역사의 왜곡을 진실로 받아들일지도 모를 수구적 역사관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나름의 우국충정 탓이다. 그런데 우국충정은 나만 있는 게 아니라 김 교수도 있는 모양이다. 친일행위자로 발표된 인물 16인 중 김활란, 모윤숙, 송금선, 황신덕, 심형구, 김성수, 방응모. 김 교수는 이들을 존경한단다. 친일행적이 존경스럽다는 것인지, 인격이 존경스럽다는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개인적인 친분이 개입했다는 점은 자명하다. 그 이유로 이들의 업적을 꼽는다. 지금 문제의 초점은 이들의 업적이 아니라 친일행위다. 공과를 따지자는 게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도 김 교수는 이들의 친일행위는 덮어놓고 친일행위자 명단을 발표한 단체에다 화살을 돌리고 있다. “역사학자도 아닌 국회의원 20여명”의 이름으로 “광복회와 손잡고 친일파 색출에 전념하였다는데, 광복회는 또 그만한 역사적 지식과 판단력을 지니고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며 문제의 초점을 흐려놓고 있다. 이게 지인에 대한 김 교수의 개인적 우국충정(?)이다. 그런데 개인적 친분과 역사적 판단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쯤 되면 사태는 학자적 양심과 인격의 문제로 옮겨진다. 게다가 김 교수가 개인적으로 친하고 존경한다는 이들을 전국민이 존경한다고? 누가 그럽디까?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이들의 친일행적을 지난 시대 독재자들이 언제 한 번이라도 국민 앞에 내놓고 검증을 받자던 적이 있었는가. 불리한 건 감추고 이로운 것만 선전해대 놓고, 세상이 좋아져 이제 까놓고 검증하자니까, “더 민족을 반역하고 있다”고? 이제 진실을 들여다보자. 김 교수의 친일행위자 옹호논리의 결정적 근거는 다름아닌 한국사회의 `연줄문화'다. 이 연줄문화는 한국사회에서 패거리를 형성시키고 학연주의와 지역주의를 생산해내며, 이를 토대로 하여 또다시 대물림의 기득권을 재생산낸다. 이것이 연줄문화이며 여기에는 민주주의도 없고 인격도 없다. 그런데 이 아킬레스건이 사학자 김 교수의 친일행위자 옹호논리에도 어김없이 적용됐으니 가히 역사적(?)이랄 만하다. 연줄에 기댄 김 교수의 논리는 전두환씨의 측근이 다수의 국민을 향해 그가 의리있고 인간성 좋다고 소리치는 모양새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이건 역사가 아니라 개그다. 우리는 지금 역사마저 연줄주의로 무장된 개그를 개그맨이 아닌 사학자의 목소리로 들어야 하는 참담한 현실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김 교수와 친하다는 그들. 이들 개인의 역사적 연줄은 친일에서 그 후 친미 반공주의로 연결된다. 친일―친미―반공. 이 공식은 역사적 진실과 상관없이 언제나 한국사회에서 수구이자 주류이며 반역사적인 그룹이었다.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고 했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김 교수의 연줄주의 역사학 강의는 한마디로 `희극'이다. 송복남/ 민족문제연구소 회원 ·시사월간 <피플> 편집장 http://www.zuri.co.kr/ http://hani.co.kr/section-001055000/2002/04/001055000200204222037666.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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