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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기자가 만난 사람>노무현대통령(1)-그는 大道의 원칙적 인간
2003. 4. 15 문화일보 (펌) 김용옥 기자/doholk@munhwa.co.kr 지난 8일 오후 1시. 나는 예산 삽다리 보성초등학교에서 일어난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전교조에서 활동하시는 분중에서 내가 옛부터 안면이 있었던 존경스러운 교사들과 나는 부지런히 전화통화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내 데스크로 민병두 정치부장께서 다가왔다. 내가 통화에 열중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는 나에게 메모를 하나 남겨놓았다: “노대통령과 취임 50일기념 단독 인터뷰 성사.” 신문사에서 기자로서 보내는 나의 하루하루는 정말 비극적이다. 너무도 소모적이고, 너무도 가슴이 쓰린 일이 많다. 철학책들의 더미속에서 현사명상(玄思冥想)에만 빠져있던 한가로운 시절이 너무도 그리운 것이다. 그러나 민부장님이 남긴 쪽지 하나는 나에게 매우 심원한 가슴의 반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정말 뜻밖이었다. 노대통령이 첫 인터뷰대상으로 나와 같은 부담스러운 상대를 선택하다니…. 특종을 따냈다는 기쁨에 앞서, 그리고 다른 기자님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앞서, 나의 책임감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 나는 정직하고 싶다. 기자로서의 나의 명운(命運)을 가름지을지도 모르는 이 붓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도는 나의 느낌에 충실하는 것뿐이다. 나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우리나라 대통령에 관한 나의 느낌을 정직하게 전달하고 싶은 것이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착한 심성의 소유자라는 것을 회의하는 사람은 이 땅에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만나는 사람들, 그러니까 내 또래 혹은 그 이상의 연령의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노대통령에 대하여 후한 평가를 아낀다. 그리고 노대통령이 경솔하며, 국정을 수행하기에는 언행의 깊이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표현을 노골적으로 내뱉는다. 그러나 내 주변에서 생각을 깊이 하는 사람들이나 나의 제자들, 그리고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젊은이들과 노대통령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나의 세대의 엘리트임을 자처하는 모든 사람들의 노무현인식론이 본질적으로 축적된 시대적 편견에 사로잡힌 결과라는 상반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들의 노무현지지는 예상외로 확고하며, 근본적으로 노무현을 인식하는 우리 기성세대의 카테고리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나는 이러한 상반된 갈등속에서 노무현에 대한 판단을 괄호에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과연 노무현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이며 어떤 조국의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그리고 과연 나는 공식인터뷰라는 짧은 시간을 통해 내가 원하는 대답을 정직하게 얻어낼 수 있을까?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노대통령에게 가기에 앞서 어떤 선물 하나를 준비할까 고민을 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껏해야 내가 쓴 책 몇권을 선사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나는 책갈피에 정성스럽게 매화와 난초를 쳤다. 봄을 알리며 나는 이렇게 썼던 것이다: “春來好消息來”(봄이 오니 좋은 소식이 있겠지요). 그리고 한 책에는 이렇게 썼다: “執大象天下往”(큰 모습을 잡고 있으면 천하가 움직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큰 원칙만 바로 세우면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는 노자의 치자(治者)에 대한 충언이다(‘도덕경’ 35장). 그런데 불행하게도 나는 나의 노대통령과의 만남을 이 한마디로 모두 예언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내가 만난 노무현은 너무도 대상(大象)의 인간이었고, 대도(大道)의 인간이었다. 매우 프래그머틱한 관점에서 나의 질문에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는 너무도 진지했고, 너무도 원칙적이었다. -저는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노대통령님에 관하여, 역시 기성세대들과 젊은 세대들의 견해가 분명하게 양분되더군요. http://www.munhwa.co.kr/polview.html?gisaid=2003041501010122234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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