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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적 태도' 에 대해서
http://www.jinbonuri.com (펌) Name 이상헌 (2003-06-02) Subject 너무들 하시네요...ㅡㅡ '좌파적 태도'라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이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릴 수 있으려면 상당한 수준의 사회과학적 지식이 필요하겠지만, 저는 일단 간단히 "강자/다수보다는 소수/약자의 편에 서려는 태도"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제 마음대로의 정의가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합니다. 누가 강자이며, 누가 약자인가? 여기 계신 분들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도식일 겁니다. "강자/다수=자본가/남성/비장애인/이성애자/고학력자, 소수/약자=노동자/여성/장애인/동성애자/저학력자." 좀더 넓게 봐서는 백인-비백인/주류 민족-소수 민족(한 국가 내에서)/주류 종교-소수 종교라는 대립 구도를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저 중에 어떤 것을 쉽사리 받아드리지 못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똑같은 부자(혹은 빈민)라면 남성/비장애인/이성애자/백인/주류 민족/주류 종교에 속하는 자가 우월한 위치를 점하게 되리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1960년대에 중국인이 대량 학살된 것은 그들이 가난해서가 결코 아니었습니다. 동성애자들이 에이즈 확산의 주범인양 인식되는 사회 분위기도 그들의 경제력하고는 별로 상관 없을 겁니다. 각각 말레이인 중심, 이성애자 중심의 사회에서 소수이며 약자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부잣집 딸래미가 번듯한 대학을 나오고도 취직을 못하는 것은 그가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약자이기 때문이라고 해야 옳겠죠. 이렇듯 사회적 차별이라는 것은 '경제적 차별' 한 가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좌파를 자칭하는 사람들이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을 해소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좌파 정당임을 자처하는 민주노동당이 비례대표직의 50%를 여성에게 할당하기로 한 것 아니겠습니까. 아..."뭐니뭐니 해도 경제적 차별이 으뜸이고 인간은 있는 자와 없는 자로 구분될 뿐"이라고요? 만약 "인간은 오직 남성/여성으로만 구분되며 이 세상의 모든 차별과 억압은 여성에게만 가해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자가 '꼴통 페미'라면 저렇게 말하는 자들 역시, '꼴통 계급주의자'로 불러야 옳을 겁니다. 인간을 오직 아리안족과 非아리안족으로만 구분한 히틀러보다 저 따위 소리를 내뱉는 사람들이 나을 게 뭐가 있습니까? 자신과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무관심한 것이야말로 파시즘적 태도가 아닌가요. 어찌 좌파를 자칭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저런 소리가 그리도 쉽게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계급주의자 하세요. 사진 건만 해도 그렇습니다. 왜 다들 갑자기 좌파의 시뻘건 빛을 싹 닦고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시나요? 왜 강자들이 '자유'를 강조합니까. 그래야 거칠 것 없이 약자를 착취하고 억압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닙니까. 자유? 남자의 자유? 여성의 고통은 어디 갔습니까? 강자의 자유와 약자의 고통을 교환하는 것이 가치있다고 생각하시면 그냥 자유주의자 하세요. 약자의 고통을 우습게 생각하는 자가 무슨 좌파며 사회주의자라고... '꼴통 페미'라는 말이 제지받는 일 없이 편히 사용될 수 있는 곳, 페미니스트들이 속속 등을 돌리는 이곳이 정말 좌파의 공간인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현실 사회주의가 맥없이 쓰러진 이유는 꼴통 계급주의자들이 주류라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빈부 격차는 별로 없으되 그 밖의 온갖 전근대적 차별과 억압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사회가 무슨 매력이 있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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