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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략에 흔들리지 말라
http://www.jinbonuri.com (펌) Name 한누리빛 (2003-08-15) Subject 미국의 전략에 흔들리지 말라 부쉬 정부는 아프간을 삼키기 위해서 '테러'를 명분으로 내세웠고 이라크에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서 '대량살상무기'를 내세운 것처럼, 북한의 김정일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핵무기'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미국은 마치 북한이 핵무기를 당장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떠들어대면서 전쟁이 곧 일어날 것처럼 풀무질을 하지만 그것은,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어낸 것처럼, 가능성을 눈앞의 현실로 만들어내는 미국의 특유한 실력을 보여주는 것일 뿐입니다. 작년 말의 북핵 파문에서도 드러났던 것처럼 핵무기 카드를 이용한 그들의 대북 전략에는 상당한 거품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미국의 정보 공개와 전쟁 위협에 대해서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부쉬와 만난 직후 북미 방문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대통령의 대북 발언이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더이상 북한의 요구에 끌려다닐 수 없다"는 발언이 그것이었습니다. 그 발언으로 상당히 진전되었던 남북관계는 식어가기 시작했고 미국은 대한민국의 새정부를 대하는 방법을 비교적 손쉽게 알아내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신중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밀정보기관을 통해 수집한 미국의 정보에는 분명히 실(實)이 있지만 그 중에는 허(虛)가 상당 부분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최근에 미국에서 파견한 '스트라이커' 부대의 국내 훈련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한총련의 과격 시위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 이번 훈련은 미국의 계산된 전시 전략(display strategy)이라고밖에는 볼 수가 없습니다. 그 부대는 한국을 한바탕 시끄럽게 흔들어놓고서는 훈련을 마무리하지 않고 한국을 떠났습니다. 한총련의 시위 방식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곳에서는 어떤 형태의 시위도 불법 시위가 되는 상황에서 과연 그들의 과격성과 폭력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한총련 문제보다 우선 미국이 왜 하필 '스트라이커'의 첫 훈련 장소를 대한민국으로 택했는지에 눈을 돌리고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한총련은 미국이 6자 회담을 앞두고 주도권을 쥐기 위해 연출한 것이며 한반도에 전쟁을 벌일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전쟁에 대한 긴장감을 유지시키기 위한 계획된 훈련이라고 그 훈련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전자에 대해서는 조금 더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한반도 긴장 고조용이라는 후자에 대해서는 대체로 정확한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 스트라이커의 훈련이 '대북 선제공격용'이라는 한총련이 주장은 성급한 결론입니다. 오히려 아이러니칼하게도 한총련의 대응방식은 미국의 전략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 부대는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준비가 아직은 되어 있지 않은 실험용 부대입니다. 물론 실전 투입 가능성이 완전히 닫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한국 방문은 '북침'을 위한 실전 훈련이라기보다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전시 전략'이 담긴 훈련이었다고 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여기에 북한이나 우리가 위협을 느낀다면 미국으로서는 도랑치고 가재잡는 격이겠지요. 지난 번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미국은 그렇게 쉽게 북한에 대해서 전쟁을 일으키지는 못합니다. 주변 강대국들을 달래어 모두에게 이득이 돌아간다는 것을 설득하기 전에는 말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더더욱 정보 전쟁을 통해서 조작된 정보를 유출시키면서 그 정보를 이용해서 북한이 흥분하도록 자극하고 남한을 심리적으로 위협하면서 통제력을 유지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이번 훈련처럼 가끔씩 북한으로 하여금 물리적인 위협을 받도록 시위를 한다면 더더욱 효과적인 전시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지요. 미국의 대북 전략은 아직까지는 '북침'이 아니라 '자멸'로 맞추어져 있습니다. 광복절을 맞아 우리는 옛날 그 시절 흘러갔던 역사의 교훈을 다시 되새겨야 합니다. 우리가 누구의 힘을 빌어 일본으로부터 자유를 얻었던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떠했었는가? 빨간색, 파란색으로 나뉘어 친구와 혈육을 죽인 색깔론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지금 우리가 자유를 얻어내야 하는 대상은 누구인가? 그리고 누가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가? 우리는 단순히 외세에 대해서 반항 의식을 가지는 것으로부터 한 발 더 나가야 합니다.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면서 해방을 만끽했지만 우리가 우리의 힘을 가지지 못하고 또 다른 외세의 간섭으로 또 다른 주인을 맞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반세기 전 우리의 허리를 누가 잘랐습니까? 38선을 누가 그었습니까? 열강들이 마음대로 지도를 펴놓고 빨간 줄로 죽 그어대었겠지만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가 그것을 허용하고 승인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의 도움을 바라고, 러시아의 도움을 바랐던 우리들이 그것을 거부하지 못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의 이 현실을 보고서 남을 탓할 수 없습니다. 그저 남에게 반항하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못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이가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합니다. 우리는 누구보다 고난을 많이 겪은 민족입니다. 그러나 그 고난이 모든 사람들을 성숙시키지는 않습니다. 히틀러에게 고난을 받은 유태인들이 지금 팔레스틴인들을 향해 자신들이 받았던 고통을 똑같이 나누어주고 있습니다. 고난은 교훈을 습득하고 극복하는 자를 성숙시킵니다. 이제 우리의 자유는 우리의 힘으로 획득하고 우리의 힘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그것이 옛날 우리의 해방이 주는 교훈이고 우리의 나누임이 주는 교훈이고 최근 미국의 대한국 전략이 주는 교훈입니다. 이야기가 많이 나갔습니다. 우리는 미국의 전략 앞에서 좌우로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의 행동과 발언의 배후에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인지를 분석하기 전에 미리 겁먹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미국의 의도에 부합하는 반작용(reaction)일 뿐입니다. 그리고 더이상 우리에게 당파 싸움은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더이상 색깔 논쟁은 우리를 돕지 못합니다. 여기에 빠져있는 한 우리는 언제까지나 나누임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어떤 시련 앞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하고 하나됨의 열정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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