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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실패했는가?
진보누리 쟁점토론실 (펌) 이름 : 강영우 (2004-05-19) 제목 : 북한은 왜 실패했는가? 1. 획일성의 위험성 획일성의 위험성을 말해주는 좋은 예로 우리는 1840년대의 아일랜드 대기근을 듭니다. 연이은 흉년으로 수백만의 아일랜드인들이 굶어 죽거나, 해외로 이민을 떠난 사건입니다. 아일랜드의 대기근이 발생한 직접적인 원인은 감자의 연이은 흉년이었습니다. 감자가 1500년경에 신대륙에서 발견된 이후 1600년경부터 아일랜드에서 경작되기 시작했습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기후에 민감하지 않고 비료를 크게 필요하지도 않으며 많은 영양소를 가지고 있던 감자는 서서히 아일랜드의 주식으로 떠오릅니다. 감자의 단위 면적당 산출량이 타 작물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아일랜드의 농부들은 감자 재배 면적을 늘려갑니다. 아일랜드인들의 감자에 대한 주식 의존도 또한 점점 높아지지요. 감자의 성공은 아일랜드의 성공으로 이어집니다. 200만정도를 유지하던 아일랜드의 인구는 감자로 인해 1840년경에는 820만까지 증가합니다. 이러한 아일랜드의 성공에는 감자의 꾸준한 품종개량과 더불어 발생합니다. 보다 산출량이 많고 척박한 땅에서 자랄 수 있는 품종들이 개발됩니다. 최후의 승자는 럼퍼(Lumper)라 불리는 품종이었습니다. 이 품종은 감자들의 타 품종뿐만 아니라, 귀리, 밀 등과 같은 타 작물들조차 밀어내고 아일랜드의 토지를 장악해 나갑니다. 아일랜드의 성공은 갑작스런 종말을 맞습니다. 아주 고통스러운 종말이었습니다. 감자 잎 마름병(potato blight)이라는 전염병이 아일랜드를 강타합니다. 감자의 수확량이 갑자기 반으로 줄어듭니다. 감자의 작물특성상 장기 보관이 어렵습니다. 한해가 실패하면서 감자에 의존한 사회는 급작스러운 붕괴를 맞습니다. 더 나쁘게는 그 다음해도 그 다음해도 동일한 실패가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기근으로 죽고 캐나다 미국 등으로 떠나게 됩니다. 아일랜드의 감자 흉년은 독특한 특성이 있습니다. 그 당시 흉작을 기록한 작물은 오직 감자 하나였다는 것입니다. 다른 작물들인 귀리 밀 등은 평년작을 기록했습니다. 감자 중에서도 아일랜드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던 럼퍼만이 가장 심한 흉작을 기록하게 된 것입니다. 럼퍼 이외의 종들은 감자 잎마름병에 그리 크게 타격을 입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아일랜드의 대기근이 주는 교훈은 한 사회가 획일화 되었을 때에는 그 성공이 아무리 눈부실 지라도 엄청난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외부의 작은 환경변화나 내부의 교란등에 상당히 취약한 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아일랜드가 감자 이외의 다양한 작물을 심었거나, 감자의 품종을 다양화했다면 아일랜드의 대기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2. 권위가 가져오는 사회발전의 저해성 한 분야에 권위있는 학설은 그 분야의 학문을 발전시킬 가능성보다는 정체시킬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갈릴레오의 예는 기독교라는 권위가 어떻게 물리학과 천문학의 발전을 억압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성서에 기반한 천체관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운동관이 지배하던 중세시대에 이에 반기를 든 사람이 갈릴레오입니다. 그는 두가지 학설 모두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밝힙니다. 피사의 사탑에서 행한 그의 낙하시험과 망원경을 통한 목성 위성의 관측데이터, 동시대 인들의 다양한 물리학과 천문학에 대한 이론과 실험을 통한 새로운 사실들의 발견은 갈릴레오의 정당성을 강력하게 뒷받힘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갈릴레오의 주장은 철저하게 무시당합니다. 중세사회를 실질적으로 통치하던 교회가 성서와 아리스토텔레스의 권위로 그의 주장을 철저하게 봉쇄합니다. 권위에 의해 유지되는 학설이나 사회가 얼마나 새로운 사실에 대하여 적대적인가를 보여주는 예입니다. 권위있는 학설이 지배할 경우 새로운 학설이 인정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런 갈릴레오의 노력은 헛되지 않습니다. 곧 뉴튼을 비롯한 뛰어난 물리학자들이 뒤를 잇게 됩니다. 뉴튼의 세대에서는 더 이상 교회의 권위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권위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권위가 반론가능성을 봉쇄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주된 학설과 주장에 대하여 다른 이견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서구사회가 권위를 옹호하는 방향에서 철저하게 권위에 대한 비판을 장려하는 사회로 발전한 것은 바로 권위가 가져오는 폐해 때문이었습니다. 3. 획일화와 권위로 통치되는 사회: 북한 북한은 철저하게 김일성의 권위로 통치되는 사회입니다. 아직도 유훈통치를 하고 있지요. 북한의 헌법 서문은 온통 김일성으로 도배되어 있더군요. 북한은 또 획일화를 지향하는 사회입니다. 주체주의적 인간형, 집단주의라는 모토하에 모든 인간들의 행동양식과 인간성에 대한 동일화 욕구가 강한 사회입니다. 어떤 분은 이를 비슷비슷한 좋은사람들을 많이 키워낸 집단주의의 긍정성이라고 표현하더군요. 하지만 세상에 좋은사람과 나쁜 사람은 없습니다. 사교성이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일까요 아니면 나쁜 사람일까요? 둘다 아닙니다. 그냥 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지요. 세상에 큰 변화를 가져온 사람들 중에 다수는 사회 부적응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 부적응자들(즉 그 시대의 통념상 나쁜 사람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 예가 역사에서는 종종 발견되곤 하지요. 북한 사회는 사회 부적응자들에 의한 사회발전의 가능성을 억압하는 사회입니다. 솔직히 말해, 남한 사회도 상당히 동일화에 대한 욕구가 강한 사회 중에 하나입니다. 북한이 문제시 되는 것은 이 동일화에 대한 욕구를 공공연하게 찬양하며 사회적으로 권장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이러한 사회분위기는 북한 사회가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전 인민이 일로 매진할 때에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요. 북한이 6.25전쟁의 폐허를 복구하는 과정에서는 이러한 면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위에 예로 든 아일랜드의 감자를 생각하면 됩니다. 외부의 환경이 변화하고, 내부의 발전이 정체되기 시작할 때에는 동일화의 경향들은 오히려 사회에 부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사회를 정체시킵니다. 사회가 고착화되지요. 북한은 70년대 이후로 고착화된 사회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권위와 획일화로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주체농법을 들 수 있습니다. 북한은 김일성이 교시한 주체농법을 북의 기근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합니다. 제가 농업전문가가 아니라, 이에 대한 세부적인 비판은 하지 않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주체농법이 옳은가 그른가의 논쟁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농법에 유일하게 옳은 방법이 있다고 믿는 사고체계에 있습니다. 이러한 체계내에서는 주체농법에 대한 비판과 이와 다른 농법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합니다. 주체농법이 확실하게 실패한다고 해도, 이를 교체할 수 있는 새로운 농법이 탄생하거나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적어지지요. 농업은 실패하고 대안은 창출되지 않습니다. 인민이 굶주리게 되는 것이지요. 4. 북한에 희망은 있는가? 북한의 현재 상황을 극복하는 방안은 그들의 통치 시스템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김일성에 의한 유훈통치를 포기하고, 주체사상을 포기하고, 선군정치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집단주의를 포기하고 보다 열린사회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수령에 의한 올바른 지도 방향을 인민들이 단합된 의지와 수령과 당에 대한 충심으로 이행한다고 해서 현재 북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극복되지 않습니다. 대장정과 천리마운동은 과거의 일일 뿐입니다. 유일한 희망은 북한 내부에서 현재의 시스템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사고가 창출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너무나 오랜 기간동안 획일화와 권위에 복종된 북한 사회에서 이러한 기대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들지 않나 합니다. 북한이 2002년 시장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북한의 식량은 이제 보급과 시장이라는 두가지 기능을 혼합한 시스템에 의해서 분배되고 있다고 합니다. 화폐 또한 상당히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하는 군요. 이에 의해서 빈부격차가 생기고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북한이 시장과 화폐경제를 받아들인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시장과 화폐경제는 북한의 정치 시스템과 사회 유지 시스템과는 상당히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가가 북한이 성공적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첨언) 북에 대한 비판이 필요한 이유는 북이 가진 획일성과 권위에 의한 통치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이러한 북의 시스템을 우리 당에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려는 분들이 계시는 한에서는 더욱더 가열찬 비판이 필요하는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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