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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들 500회 수요집회
2002.3.13 한겨레신문/사회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은 이제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11년 전 거리에서 처음 시위를 시작할 때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이거나 얼굴을 가리던 할머니들이 이제는 당당히 이름을 밝힌다. 치욕과 야만을 증언하며 사죄와 배상을 요구한다. 11년째 매주 빠짐없이 시위를 펼치면서 할머니들은 어느덧 인권과 평화의 선생님이 되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가 13일로 500번째를 맞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길에서 기념집회를 열었다. 할머니들은 노환과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지난 1992년 1월8일 이후 11년동안 단 한번도 수요집회를 거르지 않았다. 이 11년 동안 61명의 할머니들이 한평생 절규와 호소에 아무 대답도 듣지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이제 정부에 등록된 생존 할머니는 141명이다.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명예대표 윤정옥)이 주최한 이날 모임에는 황금주(83) 할머니 등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할머니 10명이 나와 일본 대사관을 향해 사죄 배상과 진상규명, 그리고 일본정부와 민간단체가 위로금 형식으로 내놓은 ‘국민기금’ 철폐를 요구했다. 일본정부는 5년 전 민간차원 형식으로 기금을 조성하고 올해 1월10일을 제공시한으로 설정했다. 액수는 할머니 1인당 위로금 명목으로 3500~4000만원 정도다. 그러나 할머니들이 정부 차원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돈 받기를 거부하자 일본쪽은 제공시한을 5월1일까지로 연장했다. 시위에 참가한 문필귀(77) 할머니 등은 “일본 기금쪽 사람이 할머니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돈을 받으라고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할머니들끼리 모여 받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대협 복지위원장 김신실(61)씨는 “처지가 어려웠던 할머니 7명이 개별적으로 기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히고 “일본쪽의 이런 책동을 정부가 막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수요집회에는 대학생·시민 등 100여명이 참가해 ‘할머니 지킴이’ 발대식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일본대사관 진입로를 차단해 ‘지킴이’들이 합류하지 못했다. 그러나 할머니들의 11년 시위는 무력하지 않았다. 할머니들은 단단해졌다. 그리고 2001년 헤이그에서 열린 ‘여성국제법정’은 일왕 히로히토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일본정부가 그 책임을 이행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이미 판결했다. 황금주 할머니는 “우리가 단 1명이라도 살아남을 때까지 이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위가 계속되는 동안 일본대사관은 철문을 닫아걸고 창문에 브라인드를 내렸다. 점심때도 대사관 직원들은 문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일본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대사관이 시위 자체에 대해 반응을 보인 적은 없었다. 다만 모든 사정을 본국에 소상히 보고할 뿐”이라고 말했다. 인기척 없는 일본대사관 건물 위로 일장기가 휘날리고 있었다.김훈 기자hoonk@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05000000/2002/03/005000000200203131906787.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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