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혁신당의 이념과 정책노선
http://www.seoprise.com (펌) 이름: 유시민 2003/7/28(월) 개혁신당의 이념과 정책노선 '6월항쟁과 한국민주주의의 좌표'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6월항쟁 정신계승과 범개혁신당 창당을 위한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참가하는 유시민의원의 발표문입니다. - 개혁신당의 이념과 정책노선 - - 자유주의와 실용주의 노선 2003년 6월 9일 오후 2시 서울 YWCA 강당(4층) 범개혁신당 추진운동본부 출범 기념 심포지엄 토론자 유시민(개혁당 국회의원) 1. 신당열차의 진행방향 개혁신당 열차의 행선지를 묻는 분이 많습니다. 신당의 이념과 정책노선을 분명히 밝히라는 요구입니다. 물론 열차는 행선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는 누구도 그 질문에 대해 최종적인 답변을 줄 수 없습니다. 개혁신당은 아직 창당주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창당주체·방법·시기와 정책노선에 대해 개혁신당에 참여할 의지를 지닌 개인과 작은 집단들의 발언과 주장이 있을 뿐입니다. 개혁신당의 이념적 좌표는 국민 앞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최초 창당주체가 형성된 이후 내부논의를 거쳐야 제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는 열차의 진행방향에 대해서만 개괄적으로 전망할 수 있습니다. 개혁신당의 이념적 좌표를 거칠게 설정하면 한나라당과 자민련 등 보수정당과 민주노동당 등 사민주의 진보정당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입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중도개혁노선이라 했고, 어떤 이들은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중도개혁노선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보다는 '자유주의 개혁노선'으로 이름짓고자 합니다. 개혁신당은 그 이념적 좌표보다는 정당구조와 운영원리, 조직문화에서 기성의 정당과 뚜렷이 구별되는 새로운 참여형 정당이 될 것입니다. 2. 개혁신당의 이념적 좌표 : 개방적 자유주의 정당의 이념적 좌표는 그 정당이 우선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가에 따라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현대의 정당들은 헌법이 규정한 사회의 최고 목표 또는 최고 가치를 승인하며 그 가운데 특정한 가치에 상이한 무게를 부여합니다. 문명국가의 헌법이 규정한 최고 가치는 △개인의 자유 △물질적 복지 △평등 △사회정의 △공동체의 안전 △환경보호 등으로 대별할 수 있으며 우리 헌법도 예외가 아닙니다. 보수정당은 좁은 의미에서 해석한 물질적 복지의 향상(경제성장)과 공동체의 안전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으며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여기에 속합니다. 진보정당은 평등과 사회정의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며 민주노동당과 사회민주당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자유주의정당은 개인의 자유를 다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 가치이자 최고의 가치로 인식합니다. 한국 정치사에서 민주당은 개인의 자유로 표상 되는 일반민주주의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한 정당인 동시에 보수정당보다는 적극적으로 평등과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연대를 추구해온 정당입니다. 개혁당은 보수파가 주도해온 민주당에 비해 일반민주주의적 요구의 실현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를 더 전투적이고 비타협적으로 추구하는 진보적 자유주의 정당으로 봅니다. 저는 고전적 자유주의의 신조에 투철하면서도 시장경제 체제가 필연적으로 만들어내는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를 추구하는 이념적 경향을 '진보적 자유주의' 또는 '개방적 자유주의'라고 규정합니다. 민주당 개혁파와 개혁당, 시민사회 등 범개혁세력이 모두 참여하는 단일정당은 이념적으로 현재 민주당보다 좀더 강한 개혁적 색채를 가진 자유주의 성향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중도개혁' 또는 '신중도개혁'이라는 표현은 무슨 '주의'라는 딱지를 붙이는 데 따르는 거부감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그 명칭은 어떻든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개혁당의 이념적 좌표가 모호해 보이는 것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일부러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 모호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데는 향후 개혁신당 추진주체들 사이의 깊은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그 이념적 좌표를 지나치게 선명하게 규정할 경우 범개혁세력의 결집에 장애를 조성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견의 표출을 잠시 미루어 두고 있는 것입니다. 3. 개혁신당의 정책노선 개혁신당은 자유주의 이념에 의거하여 개인의 자유와 자주적 선택을 저해하고 억압하는 법률, 제도, 문화, 관습을 고쳐 나가는 데 힘쓰는 실용주의 정당입니다. 국가보안법, 검열, 호주제 등 제도 개혁은 물론이요 차이를 이유로 차별을 합리화하는 모든 형태의 낡은 문화양식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처럼 정치적 문화적 다원성을 옹호하고 발전시키는 정당입니다. 개혁신당은 확고하게 평화를 지향하는 정당입니다. 한반도에서 낡은 냉전의 틀을 걷어내 남북한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교류하는 평화의 시대를 정착시키고 전쟁의 위협을 항구적으로 제거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정당입니다. 개혁신당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한 평화번영정책을 확고하게 지지하며 핵문제 등 한반도의 현안문제를 해결하는 데 군사적 수단을 사용하는 데 결연하게 반대하는 정당입니다. 개혁신당은 국민을 사회적 위험에서 보호하는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며 약자를 위한 사회적 연대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정당입니다. 교육과 직업훈련 등에서 기회균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며 사회보험과 공적부조 등의 제도를 강화함으로써 실업과 질병, 소득 없는 노령 등 혼자 힘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시련에 봉착한 시민들의 자구노력을 돕는 정당입니다. 장애인과 노인들을 공동체 안에 통합해 내고 양성평등을 당내에서부터 획기적으로 실현하는 정당이 될 것입니다. 개혁신당은 신중도개혁 또는 자유주의적 개혁노선에 입각해 전국적 지지기반을 획득하는 정당입니다. 지역주의 정치지형을 허물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정당입니다. 개혁신당은 기존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확보하여 생존을 도모하는 정당이 아니라 민주당을 대체하는 정당입니다. 중도개혁 노선을 가진 정당이 영남에서 단 하나의 의석도 얻지 못하는 현재 상황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것이며 개혁신당은 이러한 비정상적 상황을 종식시키고 보수, 개혁, 진보정당이 각자에게 합당한 전국적 기반을 가질 수 있도록 정치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주역입니다. 4. 맺으며 이 글은 개인적인 소견을 적은 것입니다. 제가 소속한 개혁당 안에서도 당의 이념적 좌표와 정책노선을 확정하기 위한 노력과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향후 개혁신당이 출범할 경우 비슷한 내부논란이 벌어질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우리의 선거제도와 정치지형은 정당들의 이념적 분화 발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영남 독식에 대한 욕망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지역주의 정치지형을 무너뜨리는 데 필요한 선거제도의 개혁은 불가능합니다. 개혁세력은 게임규칙을 변경하고 싶지만 영남을 독식한 보수세력의 반대 때문에 할 수 없습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되었든 중대선거구제가 되었든, 게임규칙을 바꾸려면 바꾸려는 세력이 현재의 게임규칙 아래서 승리를 거두어야 합니다. 개혁신당은 새로운 이념에 따라 탄생하는 정당이 아니라 정당의 이념적 분화발전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현존하는 게임규칙과 정치지형의 해체를 겨냥한 정당입니다. 참여형 정당의 조직원리와 운영원리, 당원이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정당문화는 영속되겠지만, 그 정당에 몸담은 사람들의 주된 이념 성향과 정책은 시간이 흐르면서 다소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개혁신당은 당분간 중도좌파와 중도우파가 경쟁하면서 공존하는 범개혁세력의 결집체가 될 것입니다. (끝)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