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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문한 ‘아리랑 박사’ 김학권 총련 비상임 문화부장
2003. 8. 24 한겨레신문(펌) 한국 방문한 ‘아리랑 박사’ 김학권 총련 비상임 문화부장 “3천개 넘는 가사마다 민초의 넋이…”  지난 21일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개막식. 경기장에 아리랑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남과 북의 선수들이 손을 맞잡고 들어섰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비상임 문화부장 김학권(55)씨는 텔레비전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기념해 열리는 아리랑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김씨는 일본 총련계 동포사회에서 ‘아리랑 박사’로 통한다. 10여년 동안 아리랑을 수집하고 연구해온 덕분에 얻은 별명이다. 그는 1989년 총련 산하 재일본조선인문학예술가동맹 음악부장 시절 일본인들이 “너희가 즐겨부르는 아리랑이 도대체 무슨 뜻이냐”고 묻는 말에 대답이 궁색한 자신을 발견하고 아리랑 탐구를 시작했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이 심정을 토로하는 말입니다. 마음을 울린다는 뜻과 성스럽다는 뜻이 섞여 있지요.” 김씨는 수십차례 북한을 드나들며 북한 지방 아리랑에 대한 자료를 찾았다. 정치적인 문제로 입국이 가로막힌 남한의 아리랑은 일본에 들어오는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53년 7월27일 휴전협정을 맺던 날 남북의 악단이 아리랑을 연주했고, 64년 도쿄올림픽에 단일팀을 내보내기 위해 극비리에 진행한 남북회담에서 단가를 아리랑으로 하자고 합의했던 사실을 찾아냈다. 정선뗏목아리랑과 고성아리랑처럼, 남북이 따로 이름붙여 지금껏 다른 아리랑으로 알려져왔지만 사실은 같은 아리랑이 많다는 것도 발견했다. 그는 이런 연구결과를 모아 97년에 〈조선신보〉에 20여 차례에 걸쳐 아리랑에 대한 글을 싣기도 했다. 그는 아리랑은 곧 민족의 넋이라고 강조한다.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아리랑에는 남녀의 석별의 정만 담긴 게 아니에요. ‘아리랑 백설(百說)’이란 말이 있듯이 지방마다 고유한 특색을 지닌 아리랑에는 사회에 대한 풍자, 고장에 대한 긍지, 삶에 대한 낙천성 등 민초들의 온갖 심정이 담겨 있지요.” 그는 “지금까지 3000개가 넘는 아리랑의 가사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25년간 총련계 학교에서 음악교사 생활을 한 김씨는 작곡가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는 합창곡 〈망향가〉 〈고향아〉, 교향곡 〈소원〉 〈임진강〉 등 민족적 정서가 풍부하게 담긴 곡들을 작곡했다. 91년에는 북한에서 공훈예술가 칭호를 받았다. 김씨는 지난 6월 재일동포의 한과 설움을 녹여낸 관현악곡 〈아리랑〉을 완성했다. 그는 “모진 시련을 겪고 일본에 정착한 뒤에도 끊임없이 차별을 받아온 동포의 삶에는 한국 아리랑과는 또다른 정서가 있다”며 “‘우리 동포 힘내라’는 심정으로 밤낮없이 작곡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리랑축제에 참가한 뒤 밀양, 정선, 진도 등 아리랑의 고장을 둘러본 뒤 25일 일본으로 돌아간다. “통일이 되면 38선에서 남과 북 그리고 해외 동포의 아리랑을 한자리에 모아 평화연주회를 열고 싶습니다.” 글·사진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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