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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중앙일보는 친일 안 했어요?”
2003년08월26일 http://www.digitalmal.com 여의도 하늘을 떠다니는 법안 “아버지, 중앙일보는 친일 안 했어요?” 허필경 기자 미디어오늘에 보니 SBS 어느 기자가 방송대상을 탄다고 한다. 기사 제목은 “한국인 BC급 전범을 아십니까” 이다. 내용을 보니 태평양전쟁 때 동남아 섬 등지의 포로수용소에서 연합군 포로를 감시했던 한국인 출신 일본군이 전후 군사재판을 받고 사형됐거나 일본에 숨어산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유사한 얘기는 이미 오래 전에 방송됐다. 정확히 언제 어느 방송에 의해 방영됐는지는 기억하기 어렵다. 하지만, 1990년대쯤일까 언젠가 TV에서 분명히 봤던 기억이 있다. 최근 수년 내는 아니다. 그때까지 내가 몰랐던 새로운 내용이었기에 기억이 선명하다. 일본군에 끌려갔으나 미군 등 연합군 포로를 감시하는 보직으로 근무하다 종전이후 군사법정에서 사형당한 사람도 있고 또한 살아남은 사람도 있었다. TV는 동남아 현지 사진도 비쳐줬고, 한국에 돌아와 살고 있는 사람을 인터뷰도 했다. 개인적 얘기지만, 큰아버지께서는 일본 규슈 탄광으로 징용을 당해 가셨다. 괴롭히는 일본인 십장을 그만 집어 들어 던져 버렸다. 몰매를 맞고 초죽음이 돼 방치되셨다. 때마침 ‘대일본제국’의 군인이셨던 아버지께서 영문 모른 채 안부편지를 보냈다. 필체 정연한 ‘황국군인’의 편지를 접한 광업소장은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고, 광업소측의 대우는 즉시 달라졌다. 그리하여, 해방 이전임에도 곧 귀가조치 됐다. 아버지의 편지가 없었다면 큰아버지는 필시 탄광에서 불귀의 원혼이 됐을지 모른다. 우리 집안에 내려오는 대일본제국 군국주의 신화다. 아버지께서는 징병으로 입대했으나 다행히 내지(內地=식민지에 대한 일본 본토 호칭) 후방에서 근무하셨다. 동남아로 배치됐으면 죽었을지 모른다는 말씀을 늘 입버릇처럼 하시곤 했다. 그래서, 나는 위에서 언급한 그 TV를 더욱 신경 써 시청했던 기억이 있다. 광복절 의미를 새기지 못하는 언론보도 상을 주는 것이야 일부러 만들어서라도 사기진작을 도모할 수 있다. 다만 이게 지금 처음 보도된 듯한 분위기라서 지적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 내가 이 방송대상 보도를 언급하는 데는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다. 해가 갈수록 광복절 의미를 새기지 못하고 신문이든 방송이든 통과의례적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만주와 중국 등지에 아직도 발굴되지 못한 독립운동의 역사가 묻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밝혀진 역사라도 반복 방송·기사화함으로써 새로운 세대를 교육시켜야 할 일이다. 현충일도 말할 것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현충일 날 일본 국왕과의 만찬·건배는 도대체가 생각이 없는 정부임을 내외에 천명한 게 아니었던가. 실용주의도 좋고 양국간 미래지향적 청사진도 좋다. 하지만, 가릴 건 분명히 가려야 한다. 지난 8월16일 저녁 8시 KBS1의 ‘한국사회를 말한다’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30년대 후반과 40년대초 친일행적을 방영했다. 조선일보의 일장기 게재와 히로이도 천황일가 찬양 등 대체로 알려진 얘기들이었지만, 기사와 사진이 선명하게 편집되었다. 충북 옥천 어느 시골에서 강제 동원된 지원병이 중국에서 처음으로 전사하자 그 부인이 “남자가 전사하는 건 당연하다”는 말을 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는데, 그 청상이 지금 80대 노인으로 살아있어 TV와 인터뷰를 했다. 물론 그녀가 했다는 말은 부인됐다. 60여년 전 새색시가 기자 앞에 나오기도 어려웠을 것이고, 부엌문 열고 마당으로 나왔다 한들 혼절 내지 울음 밖에 더 있었겠는가. 그보다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을 것이라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그 전사자의 동생 되는 분의 증언이 절절하다. 지원은 무슨 지원이냐. 중앙에서부터 이름이 찍혀 내려왔으니 안가면 안된다고 강요해 떠밀려 갔다. 하는 수작이 예나 지금이나 같다. 거대조직이 힘없는 개인을 죽이는 방법은 지금도 별반 차이 없을 것 같다. 동아일보는 그 전사자를 “첫꽃” 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폐간당시 동아일보는 눈에 익은 광화문사옥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는데, “내선일체(內鮮一體)” 와 “ 보도보국(報道報國)” 이란 좌우 양대 플랑카드가 큼직하게 찍혔다. 조선일보는 폐간당시 호텔 회식장면 사진이 나왔다. 강제폐간이 아니었다는 메시지다. 조선·동아 두 신문의 논조·기사내용이 매일신보와 동일하므로 일제는 물자절약정책 일환으로 폐간 시켰으며, 두 신문은 당시 돈으로 몇 십만원씩 총독부로부터 보상을 받았다는 얘기다. 언론의 친일행적과 중학생 아들의 질문 이런 주장에 대한 반론이 18일자 동아일보 칼럼에 잘 나와 있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잠시 지적했다. 일제는 총독부 비밀자료 ‘조선출판경찰개요’와 ‘언문신문통제안’에서 “두 신문이 있는 한 언젠가 민족의식이 흘러 넘쳐(橫溢) 매일신보를 복멸(覆滅) 하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에, 폐간 시킴으로써 민족의식을 잘라버리고 매일신보의 발전을 선도해야 한다”고 기록했다. 즉 총독부의 치밀하고 은밀한 계획에 의해 두 신문은 폐간 됐다는 것이다. 또한 KBS가 조선중앙일보의 폐간을 1936년 일장기말소와 관련된 폐간으로 해석한 것도 잘못이며, 사실은 장기 정간에 따른 재정압박 때문이라고 반박한다(외국어대 정진석 교수). 그러나 어쨌든, 두 신문 폐간 뒤 방응모· 김성수 씨의 친일행적 기록은 조광 잡지 등을 통해 남아있다. 김성수 씨 공적등급이 유관순 열사보다 두 단계 높은 것도 지적됐다. 프랑스는 나찌 찬양 신문을 폐간 시키고 부역 언론인에게 사형 등 중형을 내렸다. 르 몽드(Le Monde)는 그리하여 2차대전 후 친나찌지 르 땅(Le Temp)을 인수해 새로 창간됐다. TV는 르 마뗑(Le Matin)을 자꾸 비추는 게 조선일보를 연상시키려는 의도인 듯했다. 촌철살인은 중학생 아들의 시청 소감이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아버지, 중앙일보는 친일 안 했어요?”라는 외마디 질문이다. 그 어린 생각에도 우리나라에 친일 안 한 신문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일었던 것일까. 나는 몹시 씁쓸했지만 답변했다. “조선중앙일보는 친일 할 시간이 되기 전에 문을 닫았고, 현재 중앙일보는 광복 후 만20년이나 지난 뒤 창간됐단다.” 154명이란 과반수 국회의원 이름으로 반민족행위 진상조사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서명 의원들만으로도 국회 통과는 따놓은 당상이다. 광복후 58년이 지났고, 반민특위 해산 된지 53년만의 ‘반민특위부활’이다. 까발리고 면박주고 응징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 대승적 차원에서 돌아보고 다시는 이런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막겠다는 게 근본 취지요 의의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참 슬프다. ‘법안’은 심의할 상임위를 못 찾고 여의도 하늘을 떠다니고 있다. 물론 조중동 메이저 신문은 일절 보도조차 안 했다. 이혼과 출산기피를 가속화 시킬 ‘호주제 폐지’는 정부와 정치권과 언론이 그토록 공을 들이면서 역사 바로잡기엔 냉담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2003년08월26일 ⓒ 디지털말 사이버네임은 느티나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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