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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매일경제
작성일 2018-10-29 (월)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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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의 기승전결
[매경시평] 경제위기의 기승전결

입력 : 2018.10.29 00:07:01

10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영화의 시나리오가 얼마나 좋은가 여부다. 탁월한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 대부분의 작가들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전개하는 방법으로 기승전결(起承轉結) 구조를 채택한다.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경제위기도 영화 시나리오의 기승전결 과정으로 구조화시켜 보면 매우 쉬워진다. 그리고 경제위기의 단계별로 정부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도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특정 국가 혹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제위기가 시작되는 첫 번째 단계는 기승전결의 기(起)에 해당한다.

이 단계에서는 시장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사람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시기다. 특히 소수의 전문가들이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이유와 가능성을 지적하지만,일반 소비자는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단계는 정부에서 경제위기의 가능성에 따른 다양한대비책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지만, 권력을 잡고 있는대부분의 정부는 위기의 가능성을 부정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예의 주시하면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들이 시작되는 단계임을 알 수 있다.


경제위기의 두 번째 단계는 기승전결의 승(承)에 해당한다.

이 단계에서는 시장에서 경제위기에 해당하는 현상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 대다수가 경제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기 시작한다. 일부 기업들이 매우 힘들어지고, 실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시장이 침체하기 시작한다. 이때가 되면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1~2년 전에 지적했던 현상들이 예상대로 일어나고 있다는 진단을 하기 시작한다.

경제정책을 주관하는 정부에서도 이 단계가 되면 더 이상 경제위기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상태로 발전한다.


경제위기의 세 번째 단계는 기승전결의 전(轉)에 해당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더 이상의 토론과 논란이 필요 없을 정도로 경제의 거의 전반에 걸쳐서 다양한 위기 현상이 나타난다. 기업들은 무너지기 시작하고, 실직자 숫자가 의미 있게 증가해 실직이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가 되고,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산들의 가치가 무너지고, 정부는 뒤늦은 대책들을 발표하지만 백약이 효력이 없는 상태가 된다. 전문가들은 위기에 빠진 경제를 구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면서 이런 현실을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정부를 비판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실상 정부나 시장이 채택할 수 있는 명확한 대안이 없어진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경제위기의 마지막 단계는 기승전결의 결(結)에 해당한다.

이 단계에서는 변화된 시장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일부 기업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기업들이 없어진다.근로자들 역시 현재 직장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사람들 외에는 대부분 실직하게되고, 자산 가치도 더 이상 하락하기 어려운 상태까지 추락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바닥까지 추락한 경제를 복구하기 위한 응급 대책들을 주문하기 시작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정부는 사실상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책이아니라 무너진 경제를 다시 재건하기 위한 정책들을 찾아야 하는 상태가 된다.



현재 한국 경제는 경제위기의 기승전결 중에서 이미 승의 단계를 지나서, 전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IMF 위기 때보다도 훨씬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소비자들은 이미 오래전에 지갑을 닫았고, 주식시장에서는 우량주들마저 가격이 30% 이상 하락했다.

10%대에 육박하는 청년 실업률을 넘어서 한창 일을 해야 하는 30대와 40대의 실업률조차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특히 40대 고용률 하락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이다.

작금의 한국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신뢰할 수 있는 경제정책을 제시하는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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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중앙시평] 문재인 대통령의 ‘위대한 후퇴’ (2018-08-04 18:13)
[중앙시평] 문재인 대통령의 ‘위대한 후퇴’

입력 2018.08.03 00:12

고대훈 기자


소득주도성장 핵심 동력 고장 나고 ‘일자리 대통령’ 꿈은 점점 멀어져
고용대란 걱정하는 기가 막힌 상황 무모한 돌진은 참극 빚을 수 있어
밥벌이 보장하도록 궤도 수정해야



직접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다.
기자의 펜을 잠시 접고 종이신문을 찍어내는 공장 대표를 3년간 맡았다.

윤전기에서 갓 인쇄된 신문이 긴 벨트를 타고 쏟아져 나오는 영화의 그 장면이 연출되는 곳이다.
영화의 낭만적 풍경과 달리 인터넷과 디지털에 밀려 사양의 길을 걷는 업종이다.

2014년 초 한겨울에 공장 노동자들과의 첫 상견례 저녁을 잊을 수 없다.
“고용 유지를 약속해 주세요.” 그들의 절박한 눈빛과 외침이 지금도 생생하다.
기계를 돌리는 230명의 블루칼라는 자신에게 닥칠지 모를 구조조정의 공포에 떨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할 수 있는 답변의 전부였다.
지키기 힘든 약속은 위험하다. 그러면서 터득한 게 있다.
 
첫째, 돈이 인격이다.
돈을 벌어 일자리를 보장할 때만 경영자는 존중받는다.

일감을 더 따와 가동률을 높여 매출과 이익을 늘려야만 고용을 유지해줄 수 있다.
그게 피를 말리는 일이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종종 찾아온다.


둘째, 사람 줄이기의 유혹은 유령처럼 배회한다.
현상유지는커녕 존폐의 기로 앞에 서면 임금 동결이나 비용 절감으로 버티기엔 한계가 있다.
최악의 경우 수지를 맞추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구조조정, 즉 감원이다.


셋째, 남의 밥벌이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
사소한 판단 실수가 누군가의 삶을 붕괴할 수 있다.
 

최저임금 논란이 공장의 기억을 불러냈다.
최저임금을 확 올리면 봉급생활자의 소득과 소비가 늘고, 덩달아 기업 생산이 증가해 일자리가 창출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분수효과(Trickle-up effect)’라는 고상한 표현도 쓴다.

각종 수단을 동원해 윽박지르면 사업주는 어쩔 수 없이 좇아온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식당·치킨집·편의점 자영업자든, 소상공인이든, 중소기업인이든 사업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걸 온몸으로 안다.


그들은 내년 최저임금 ‘8350’원을 그저 숫자가 아니라 위기의 메시지로 읽는다.

인건비 지출이 늘고 돈은 더 벌리지 않는 상황이 올 테니 계산기를 두드리라는 경고라고 본다.
경제는 심리라고 했다. ‘인격’을 버리고 긴축과 감원의 유혹에 다가서라는 장사꾼의 동물적 본능이 작동한다. 고용과 해고는 선악의 도덕적 차원이 아닌 실존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17년 만에 최악의 실업률과 역대 최대의 실업급여 지급액이 그 징후를 말해 준다. ‘8350’은 고용이란 시한폭탄의 뇌관을 건드린 셈이다.
 

최저임금의 역습은 220여 년 전 프랑스대혁명 때 벌어진 유명한 ‘반값 우유 사건’을 떠올린다.
공포정치를 폈던 로베스피에르는 혁명 지지세력이던 서민을 위해 우유 가격을 절반으로 내리도록 명했다.

이후 소값 폭락→소 사료값 등락→우유값 폭등의 연쇄반응을 몰고 와 종국엔 로베스피에르를 몰락시켰다.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게 역사의 교훈이라고 했던가.

소득주도 성장이 비슷한 운명에 처해 있다. 임금인상은 일자리 위협→물가 상승→소비 위축→경기 후퇴를거쳐 실질소득을 감소시키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선의였겠지만서민들의 불안한 일자리를 더 위협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펴는 사회주의적 분배의 정의에 공감한다.
111년 만의 폭염 속에 잠 못 드는 옥탑방 사람들을 배려하고, 배고프고 약한 사람에게 조금 더 나눠주자는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런데 실물경제를 잘 모르는 운동권과 시민운동가, 책상물림 교수의 절묘한 조합이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을 실험하고 있다. 임금을 올렸으니 소비가 진작될 것이라며 “하면 된다”고 우긴다.

한쪽에선 불복종 운동이 벌어지는데, 자신의 확증편향에 갇혀 오만과 독선 속에 밀어붙인다.
60% 초반으로 주저앉은 대통령의 지지율은 불황 탓도 크지만 이런 불통에 대한 실망감이 녹아 있다.

 
공장 경험에서 얻은 세 번째 교훈이 밥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는 것이다.
밥은 일자리에서 나온다. 저들의 이념과 가치 실현을 위해 내 밥벌이를 실험용 쥐 취급하는 건 모욕이다.

소설가 김훈은 『라면을 끓이며』에서 말한다. “그날그날 벌어서 겨우 먹고 살 수 있었던 서민들이 그보다더 하층으로 추락하고 있다. 아무런 죄도 없고, 책임져야 할 일도 없지만 그들은 사회 구조의 제물이 되 나락으로 떨어진다.” 지금 딱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동력인 최저임금 정책이 단단히 고장 났다.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꿈은 점점 희미해진다.
수리하지 않은 채 무모한 돌진을 하다 고용 대란의 참극을 맞을까 걱정된다.

문 대통령이 궤도 수정을 결정한다면 ‘위대한 후퇴’로 평가받을 것이다.

 
고대훈 수석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이름아이콘 매일경제
2018-10-29 09:48
(출처)

http://opinion.mk.co.kr/view.php?year=2018&no=67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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