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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2002.2.6. 오마이뉴스 부시 발언 한마디에 울고 웃는 한국 [긴급기획] 한반도 위기,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2 정욱식 기자 civil@peacekorea.org 미국과 북한간의 갈등으로 한반도에 난데없이 전운이 감돌고 있다. 비록 말로써 시작된 '설전'이라고는 하나 당사자간의 말투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부시 미국 대통령은 냉온탕을 오가며 연일 대북 비난발언을 쏟아내고 있는데 그 진의를 종잡기 어렵다. 오마이뉴스는 작금의 사태와 관련, '한반도 위기,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5회 규모의 <긴급기획>을 마련했다. 집필은 본지 뉴스게릴라이자 평화네트워크 대표인 정욱식 씨가 맡는다 - <편집자 주> 국내 주요 보수신문들은 미국의 도발적인 대북강경발언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한미공조만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잇따른 대북 강경발언과 북한의 반발, 그리고 한미간의 이견 표출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예사롭지 않게 흐르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서 위기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야 할 정부와 언론은 부시 행정부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1월 29일 밤,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고 강력한 대응을 천명했을, 때 한반도 전체가 들썩거렸다. 백악관 측이 다음날 "군사 행동이 임박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자 안도의 숨을 쉬는 듯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전국 순회 연설에 나서 대북 강경발언을 계속하자 미국측의 진의가 무엇인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얼마 전 교체된 한승수 장관이 2일에는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을 만나 "미국의 대북정책은 기본적으로 변한 것이 없다"는 해명을 듣고는 한미간의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대북 온건론자로 알려진 파월 국무장관, 매파의 선봉장인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콘돌 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그리고 데니스 블레어 태평양사령부 사령관까지 나서 북한의 위협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9.11 테러이후에도 미사일 수출을 계속하고 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는 발언이 흘러나오면서 북한은 물론, 남한 정부 역시 궁지에 몰리고 있다. '립 서비스'에 넘어가지 말아야 사실 정부와 언론이 부시 행정부의 발언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은 부시 행정부의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지속돼오고 있다. 부시가 당선되자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공조에 우려를 표하던 목소리는 부시 행정부의 출범 직후 "대북포용정책을 지지한다"는 부시측의 발언을 듣고는 누그러들었다. 그러나 2001년 3월 초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드러내면서도 "대북포용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하자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급기야 2001년 6월 6일 부시 행정부가 대북 대화 재개를 선언하자,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며 북한측에 북미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하는 상황으로 돌변했다. 정부와 언론의 '해바라기식' 한미 대북정책 공조는 9.11 테러 이후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부시 행정부가 사상 유례 없는 테러를 당하면서 국가안보를 전면에 내세우고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에게 압박을 놓여 갈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북포용정책을 지지하고 북한과의 대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는 부시 행정부의 '립 서비스'에 계속 넘어간 것이다. 이렇듯 대북정책에 있어서 핵심적인 축을 한미공조로 삼아온 김대중 정부는 미국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다,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연구소 연구원이 표현한 것처럼 2001년 3월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악의 축' 발언으로 두 번째 뺨을 맞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미공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부시 행정부의 '진의'는 무엇인가? 부시 행정부가 출범 이후 줄곧 '냉온탕을 왔다갔다'하는 모습은 국민들은 물론 정부 당국자들을 극도로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과 많은 전문가들은 얼마 전까지 "결국 대안이 없지 않겠느냐"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다소 낙관적인 기대를 해왔으나, 부시의 '악의 축' 발언 이후 이러한 기대도 누그러지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부시 행정부의 진의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최근 한층 강화되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강경책의 의도는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다. 첫째, 테러와의 전쟁의 전선 확대를 위한 명분쌓기 측면이 있다. 아프간 전쟁이 사실상 종결되면서, 부시 행정부는 향후 테러와의 전쟁의 초점을 생화학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제거하는 데 맞추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알-카에다를 비롯한 반미 테러조직과 연계망이 없더라도 대량살상무기를 개발·보유하려는 국가에 대해 군사적, 비군사적 제재를 감행하는 것은 '테러와의 전쟁' 일환이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 이라크 등 반미성향 국가들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이들 국가에 부과한 경제제재에 대한 비판 여론을 누그러뜨리고, 혹시 이들 국가로 전선을 확대하더라도 정치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 및 생물무기금지협약(BWC)을 비롯한 국제군비통제를 위기로 몰아넣음으로써 직면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을 희석화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즉, 다자주의적 통제체제하에서는 반미성향 국가들의 대량살상무기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미국 주도의 일방주의적 방식으로 대체하려고 하는 것이다. 셋째, 북미관계가 풀리지 않는 책임이 북한측에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 부시 행정부는 "언제, 어디서든 전제조건없는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전제조건없는 대화"의 의제로 핵사찰 조기 수용을 골자로 한 제네바 합의의 이행 개선, 미사일 포기, 재래식 위협 감축 등 북한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내용들을 '반대급부 없이' 제시해 왔다. 관중들에게는 마치 공을 북한으로 넘긴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 사실 공을 경기장 밖으로 날려 버린 것이다. 넷째, 북미관계가 악화될 경우 조급해지는 쪽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이 남북한이 전쟁이 아닌 평화를, 분단이 아닌 통일을 선택한 역사적인 전환점이라고 할 때, 이후에는 이러한 정신을 구체화하는 정책적인 프로그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한반도 냉전구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군사안보적 대립 상황의 극복은 미국의 전향적인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에 미온적일 경우 김대중 정부의 한반도 냉전구조 청산 작업은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고, 이는 김대중 정부로 하여금 MD 참여, F-15K 등의 무기 구매 등 미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MD 문제나 무기 도입 사업에서 이러한 한미관계의 '정치적인' 측면이 크게 고려되고 있다. 다섯째, 대북정책과 MD 등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김대중 정부보다는 차기정권과의 한미공조에 비중을 두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관과 거의 똑같은 관점을 피력해왔다. 또한 김대중 정부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는 기본적으로 북미간의 사안이라고 인식하여 언급을 자제하고,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북한의 재래식 무기 및 병력보다는 대량살상무기 억제를 북미관계 정상화의 주요 협상 대상으로 내세워온 방식과는 달리, 이회창 총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재래식 위협도 함께 거론하면서 서로를 지원사격해오고 있다. 부시 행정부로서는 이 총재와 기본적인 대북인식 및 정책 방향이 거의 같고, 한국의 정권 교체시 MD에 한국을 동참시키기가 훨씬 수월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 것이다. 부시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기를 원할까? 여기서 논란의 여지가 많은 질문을 한 가지를 던져보자. '부시 행정부는 진정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이 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일까?' 역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가 풀릴 경우에도 부시 행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방어체제(MD)를 비롯한 신군사전략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을까?' 이는 음모론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지 않으면, 부시 행정부의 진의를 이해하는데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한반도 문제, 특히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가 평화적으로 풀리는 것과 부시 행정부가 추구하는 21세기 군사안보전략과는 상당한 긴장 관계에 있다. 특히 북한 위협을 '지역적' 차원에서 '세계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부시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가 평화적으로 풀릴 경우, 9.11 테러를 틈타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강화하려는 전략에 적지 않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내년도 군사비를 480억 달러 증액한 약 4000억 달러로 올려놓는 것을 비롯해, 향후 5년간 1200억 달러 규모의 국방예산 증액을 노리고 있는 부시 행정부로서는 이에 걸맞는 '위협'이 있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협의 중심에 대량살상무기를 놓음으로써 공화당의 오랜 숙원인 MD 구축을 비롯한 최첨단 무기 개발 및 생산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향후 5년간 최첨단 무기 개발 및 생산에 408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9.11 테러가 발생하기 10시간 전에 만난 부시 행정부의 MD 설명단 대표들의 발언은 이러한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 대사관의 주선으로 만난 MD 대표단은, "'MD는 중국이나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는 당신들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할 경우 MD를 만들지 않겠느냐는 뜻이냐?"는 필자의 질문에, 얼굴을 붉히며 "그건 높은 사람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얼버무린 적이 있다. 북한의 미사일문제가 해결될 경우 부시가 직면할 딜레마와 부시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강조하는 이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힘들지만 인정해야 할 현실 남북관계 전문가인 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현재 부시행정부의 행동은 매우 비합리적이며 국가간 관계의 기본마저 무시하는 폭력적 성격을 띠는 것으로서 그들이 말하는 북한위협에 동의할 수 없다. 부시행정부는 클린턴 정부시절 미국이 북한과 채택한 합의서나 성명서, 그리고 회담내용들은 모두 사인(私人) 클린턴이 아니라 미합중국 정부가 북한과 약속하고 진행한 것들이기 때문에 그 연장선에서 북한과 대화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부시는 대통령이 되자, 전임대통령의 대북정책, 특히 그 동안 전개되어온 북미간의 협상자체를 사실상 부정하였다.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이행해왔고, 미사일 관련 회담에 지속적으로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왔으며, 반테러 관련하여 몇 가지 긍정적인 조치들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깊숙이 관여해온 한 지식인의 힘들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한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어 "이번 위기는 최근 수년간 북한문제가 일정하게 외교협상을 통해서 해결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왔다는 점에서 '도발자'는 없고, '성난 응징자'만이 존재하는 넌센스 같은 것이다"며 위기의 성격을 일갈하고는, "부시의 대북강경책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없으면 위기가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결국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부시 행정부의 21세기 군사안보전략과 북한문제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한미공조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대응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대응책이 무엇인지 우리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하는 시점이 절박해지고 있는 것이다. http://www.ohmynews.com/article_view.asp?menu=c10300&no=61417&rel%5Fno=2&back%5Fur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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