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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망할 조짐
시사저널 (펌) http://www.sisapress.com [ 2003.10.23 730호 ] 얼마 전 사석에서 한 언론계 선배가 충격적인 얘기를 했다. 자기는 요즘 이 나라가 곧 망할 것 같아서 잠을 못 이루겠다는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재신임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해진 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했더니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최근 중고등학교에서 등록금을 못 내는 학생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기사 내용도 놀랍거니와 그 보도를 받아들이는 정부나 이 사회의 반응이 너무나 ‘담담해’ 절망스럽다는 거였다. 예전에 우리 또래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주변에 월사금을 못 내 학교에서 수모를 당하는 친구들이 제법 있었다. 선생님들은 돈을 안 냈다고 야단치기가 민망하니까 언제까지 내겠다고 약속하게 하고 나중에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다그치곤 했다. 살기가 좀 나아지면서 우리네 학교에서 그런 풍경이 사라진 지 꽤 오래되었는데 요즘 다시 벌어지는 모양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각 시·도 중고등학교에서 등록금을 못 낸 학생이 2001년에 5천6백명, 2002년에는 6천1백명이었으나 올해는 8월 현재 벌써 2만6천명을 넘어섰다. 경남 창원의 한 학교는 등록금을 못 낸 학생 100여명을 출석하지 못하게 했다가 빈축을 사고 철회한 일도 있다. 서울 강북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10%가 넘는 학생이 등록금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이 소식은 각 방송사의 저녁 뉴스 시간에 잠깐 떴다가 더 커지지 못하고 잊히고 말았다. 등록금 못 내는 학생이 늘어나는 까닭은 자명하다. 경제가 자꾸 나빠지기 때문이다. 실직자와 신용불량자 부모가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등록금을 못 내는 학생 수는 지난해의 7배에 달할 전망인데, 그 가파른 상승세가 아찔하다. 불우한 학생이 불어나는 것은 이혼율 급상승으로 인한 가정 해체와도 관련이 깊다. 우리 사회의 정신적·물질적 기반이 무서운 속도로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 같아 겁이 난다. 앞서 언급한 선배는 “국가적 재앙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이미 올랐다”라고까지 단언했는데, 그의 말이 틀리기만을 바랄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 재신임 문제로 신경이 곤두선 정치권은 앞으로 한참 동안은 그런 ‘사소한’ 문제에 신경 쓸 여유가 없을 테니까. 문정우 편집장 mjw21@sisapres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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