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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이 미군 초기작전 실패 원인”
2005. 6. 24. 문화일보 (펌) “인종차별이 미군 초기작전 실패 원인” 한국전쟁 - 박태균 지음/책과함께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1950년 봄 김일성의 방문을 받은 스탈린은 남한 침공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의 개입여부에 대한 검토와 중국 지도부의 사전 승인을 들었다. 이에 대해, 김일성은 전쟁이 3일 만에 끝날 것이며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란 상세한 분석을 제시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북한 지도부의 무력 통일 방침에 대한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던 스탈린이 입장을 바꾸게 된 것은 주한미군의 철수와 중국의 공산화, 소련의 원자탄 실험 성공 등 1년 사이 중대한 반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완벽한 전쟁준비를 역설한 스탈린은 ▲38도선 가까이 특정지역으로 병력집결 ▲북조선 당국이 평화통일에 관한 새로운 제의를 계속 내놓을 것 ▲상대가 평화제의를 거부한 뒤 기습공격을 가할 것 등 기본적으로 3단계 공격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으며 이는 거의 그대로 현실화됐다. 같은 해 5월 북한 지도부가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스탈린의 의견을 전달하자 마오쩌둥(毛澤東)은 스탈린에게 사실여부를 확인한 뒤 북한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북한이 개전일을 6월25일로 정한 것은 7월부터 시작되는 ‘장마’라는 계절적 요인과 함께 5월이 돼서야 중국의 동의와 협력을 얻어낼 수 있었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그 전에는 전쟁을 개시하기 어려웠고 중국의 동의를 얻어 서둘러 전쟁을 준비했지만 6월을 넘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들어 전쟁계획과 관련, ‘스탈린의 전쟁 지시’를 강조하며 소련과 중국에 지나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당시 소련이 미국과의 충돌을 피하고 있었으며 중국에 권유는 할 수 있되 강요는 할 수 없던 상황이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현대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로 현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가 쓴 책은 일반인들을 위한 교양서를 지향한 최초의 한국전쟁사다. 지난 수년간 서울대에서 한국전쟁이란 주제로 실시한 강의자료를 바탕으로 쓰여진 것으로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과 박명림의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 등 이 분야를 대표하는 국내외 사회과학계의 최신 연구성과들을 소화해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전달한다. 책에 실린 ‘정전협정’문을 비롯한 68개의 사료와 각종 사진 및 지도, 전쟁일지 등이 한국전쟁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며 단순한 교재나 개설서의 형식을 뛰어넘은 구성을 통해 저자는 시종일관 우리에게 한국전쟁의 의미와 메시지를 되새기게 한다. 역사학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자료의 발굴과 함께 한국전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한국전쟁 초기를 ‘실패의 연속과정’으로, 전쟁 후반부를 ‘포로문제’에 초점을 맞춰 서술한 것 등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미군 40여만명과 중국군 약 100만명 등을 비롯, 세계 열강이 앞다퉈 군대를 파견하고 엄청난 물량이 동원됐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시작된 뒤 1년도 안된 1951년 봄, 전선은 다시 38선 부근으로 되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한 뒤 3일간 지체한 점이나 북한군의 전투력을 과소평가한 미군의 초기 패배, 인천상륙작전을 전후한 북한군과 미국의 작전실패 등이 잇따랐다. 포로문제는 국제협정만으로는 풀 수 없었던 한국전쟁의 특수성과 ‘인권’이란 보편가치의 문제를 담고 있는 중요사안이다. 저자는 한국전쟁의 기원을 내부의 좌우대립이나 외부인 미국과 소련에서 찾는 시각을 모두 비판하며 최대한 객관적으로 한국전쟁의 진상에 접근한다. 정치세력 간의 갈등은 어느 사회나 존재하는 것이며 이 점에서 한반도 분단과 한국전쟁의 책임을 외세에서 찾는 외인론이 내인론보다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2차대전 당시 패전국으로 신탁통치를 거쳐 영세중립국이 된 오스트리아와 미국의 개입에도 통일에 성공한 베트남의 사례를 들며 외세의 힘에 더해 이와 결탁해 특정지역에서라도 주도권을 장악하려 했던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분단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전쟁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남·북한에서 불러온 ‘6·25사변’이나 ‘조국보위전쟁’이란 표현보다 세계에서 통용되는 ‘한국전쟁’이란 가치중립적인 이름으로 통칭하는 것이 일단 이 전쟁에 대한 이데올로기적인 편견을 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입장이다. ‘인해전술’은 중국군의 일반적인 전술이 아니라는 지적과 군 내부의 인종차별이 미군의 초기 작전실패의 한 원인이었다는 점 등 책에는 일반인들이 알지 못했던 남북 분단 후 상황과 한국전쟁에 관한 사실이 풍부하다. 남침유도설과 제한전쟁설 등 그동안 한국전쟁 연구과정에서 제기된 갖가지 주장들을 검토하며 개관적인 진실에 접근하려는 저자의 노력은 한국전쟁의 전모를 규명하고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과제인지를 보여준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http://www.munhwa.com/culture/200506/24/2005062401012530074002.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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