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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정상회담의 명암 / 북-일 관계 주요일지
2002.9.17 한겨레신문/사설 북일정상회담의 명암 1948년의 북한 정권 수립 이래 거의 화석처럼 굳어있던 북-일관계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됐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어제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국교정상화교섭을 재개하기로 하는 등의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공동선언 합의는 2000년 10월 이후 중단됐던 수교회담의 단순 재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두 정상이 수십년 동안 쌓인 현안들을 놓고 솔직한 의견교환을 한 끝에 수교를 향한 큰 갈래를 잡았다는 점에서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북-일관계가 정상궤도에 오르면 한반도의 긴장완화 흐름은 대세가 될 것이다. 실무차원의 사전 절충이 있기는 했지만,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두 정상이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현안들의 일괄 타결에 합의한 것은 앞으로의 수교협상 전망을 밟게 해준다. 김정일 위원장이 오래 동안 북한 정부에 대한 ‘모욕’이라며 거론조차 못하게 했던 일본인 납치 의혹에 대해 대상자의 생사 여부를 밝히고 사죄한 것은 나름대로 성의를 보인 것이다. 미국과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평양행을 결정해 정치적 도박을 했다는 고이즈미 총리로서도 자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성과를 올린 셈이다. 그가 김 위원장으로부터 미사일 발사실험 유예를 2003년 이후에도 계속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은 부시 미국 행정부의 의구심을 덜어주는 구실을 할 것이다. 북-일관계 정상화는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래 이 지역에 거세게 불던 난기류를 걷어낼 수 있으리라는 점에서 고무적인 사태발전이다. 하지만 수교 교섭의 근원이 되는 과거사 청산에 대해 두 정상이 한일기본협정 체결 때와 마찬가지로 경제협력방식을 채택하기로 합의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이로써 한반도의 남쪽에 이어 북쪽도 불행했던 과거사를 정면으로 청산해 일본과 진정한 우호의 길을 여는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릴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현실화됐다고 본다. http://www.hani.co.kr/section-001001000/2002/09/001001000200209172108681.html ............................................................................................................................... 북-일 관계 주요일지 < 북-일 관계 일지 > △1948년 8월=대한민국 건국 △ 1948년 9월=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건국 △51년 10월=한국전쟁 진행 중 한-일 수교 위한 예비회담 시작 △55년 2월=북한 외무상,“대일 수교 토의 용의 있다”는 성명 발표 △65년 12월=한-일 수교 △72년 7월=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을 천명한 남북 공동성명 발표 △ " 9월 =중-일 수교 △88년 7월=노태우 대통령,통일문제 특별선언 △90년 9월=일본 자민·사회당 방북단과 북한 노동당, 수교 교섭 개시 밝히는 공동선언 발표 △ " =한-소 수교/ 북한, ‘소련의 배신’이라며 강력 반발 △91년 1월=북-일 수교 교섭 개시 △ " 9월=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92년 8월=한-중 수교 △ " 11월=일본인 이은혜 납치의혹 사건으로 북-일 수교 교섭 중단 △94년 7월=김일성 북한 주석 사망 △ " 10월=북-미 제네바 핵합의 △95년 3월=일본 여3당 대표단 방북, 북-일 수교 교섭 재개 합의 △97년 2월 =일본 니가타 여중생 요코다 메구미의 북한 납치의혹 부상 △99년 12월=일본 정부 방북단, 북-일 수교 교섭 재개 합의 △2000년 4월 =북-일 수교 교섭 재개, 평양에서 제9차 본회담 △ " 6월=남북한 정상회담 △ " 10월=일본서 북-일 수교 교섭 제10차 본회담 끝난 뒤 교섭 중단 △2002년 4월=중국 베이징서 북-일 적십자회담 재개 △ " 7월 =북·일 외상, 브루나이 아세안지역포럼서 회담 △ " 8월 =북-일 적십자회담 재개/ 외무성 국장급회담 평양서 개최 △ " 9월17일=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방북, 북-일 정상회담 http://www.hani.co.kr/section-007100002/2002/09/007100002200209172002077.html ............................................................................................................................. 2002. 9. 17 한겨레신문 북·일 정상회담 이모저모 17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역사적인 첫 만남은 높은 기대감 속에서도 반세기 이상 우여곡절을 거친 양국 간의 어려운 관계를 반영하듯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정상회담 1차 회의는 오전 11시 조금 넘어 시작돼 1시간 남짓 만인 12시5분께 끝났다. 1차 회의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 쪽의 기본적인 생각과 일본인 납치의혹, 한반도 안전 등 개별적인 문제까지 모든 입장을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고이즈미 총리의 말을 경청했으며, 오후 2시4분부터 재개한 2차 회의에서 일본 쪽의 주장에 대한 생각을 얘기하면서 의견을 절충했다.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은 1차 회의가 끝난 뒤 “참석자들로부터 순조롭게 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1차 회의가 애초 예정 시각인 12시30분보다 앞선 12시5분께 끝난 데 대해 “내용적으로 이렇다 저다 말 할 일은 못 된다”면서 “순조롭다는 한마디로 괜찮은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회담을 마친 양쪽 참석자들은 별도의 장소에서 점식 식사를 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백화원 초대소에서 수행원들과 함께 식사했고 김 위원장은 백화원을 떠났다. …오후 2시4분에 시작된 제2차 회의는 3시36분에 끝났다. 1차 회의 뒤 일본 도쿄에서는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이 납치의혹 문제에 가장 강력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히라사와 가쓰에이 중의원 의원(자민당)을 부른 데 이어 외무성 쪽이 중의원 제1회관에 모여 정상회담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납치의혹 사건 가족들을 외무성의 이쿠라공관으로 모이도록 했다. 이에 대해 언론들은 “이 문제에 대해 북한 쪽의 답변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움직임을 주시했다. 또 북한 쪽이 회담이 열리고 있는 백화원 초대소에 일본의 카메라 기자를 불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방송들은 “뭔가 긍정적인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회담장인 평양 백화원 초대소 별실에 있던 김 위원장은 오전 11시3분께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에게 웃음을 띠며 다가가 오른손으로 고이즈미 총리의 손을 잡았으나 다소 긴장된 모습이었다. 고이즈미 총리도 간간이 미소를 띠었으나 시종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김 위원장이 먼저 “평양에서 만나 기쁩니다”고 인사하자 고이즈미 총리는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고 응수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아베 신조 관방부장관과 악수한 뒤 양쪽 일행과 함께 회담장에 들어갔다. 회담장에서 김 위원장은 “먼저 평양 방문을 다시 한번 환영한다”면서 “북-일 관계의 새역사를 창조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찾아와서 기쁘다. 기쁘다기보다는 미안한 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깝고도 먼 나라’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고이즈미 총리가) 평양을 방문한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 “‘가깝고도 먼 나라’는 20세기의 낡은 유물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총리께서 먼저 평양을 오는 모범을 창조했기 때문에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니라 가까운 나라 가운데 가까운 나라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관계정상화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오전 9시6분께 전용기로 순안비행장에 도착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일철 인민무력부장(국방위 부위원장), 김영일 외무성 부상의 영접을 받았다. 김 상임위원장은 비행기에서 내린 고이즈미 총리에게 “먼 길 잘 오셨습니다”고 인사했으며 고이즈미 총리는 “좋은 날씨입니다”고 하늘을 보며 대답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어 김 인민무력상, 김 부상과 차례로 악수한 뒤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일본 쪽이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김 위원장의 평양 순안비행장 영접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김대중 대통령,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북 때 보여줬던 연도와 평양시내의 열렬한 환영 분위기도 없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비행장 도착에서부터 회담장에 들어갈 때까지 굳은 표정이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본인 납치의혹 문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북한에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공항에 영접나온 김 상임위원장 및 백화원 초대소에서 만난 김 위원장과 악수할 때도 굳은 표정으로 한 손만을 내밀었다. …일본 방송들은 이날 아침부터 특별방송을 편성하는 등 회담 진행 및 결과에 큰 관심을 보였다. 방송들은 평양 현지를 위성으로 연결해 회담 상황과 현지 분위기를 시시각각으로 전하는 동시에 전문가들을 등장시켜 회담 내용을 분석했다. 특히 방송들은 8건 11명으로 알려진 납치의혹 관련자 친척들과의 인터뷰와 납치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이 문제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납치의혹 관련자의 친척들은 이구동성으로 “관련자 전원의 안부 등의 확인이 없이는 수교 교섭을 재개해서는 안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아침 6시 뉴스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과 관련한 ‘일본국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대신의 약력’을 9번째로 보도했다. 이날 <로동신문>은 고이즈미 총리의 약력과 함께 김 위원장이 지난 14일 <교도통신>과 서면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각국의 신문·방송·통신이 광범히 보도했다”고 1면에 크게 전했다. 평양/공동취재단, 도쿄/오태규 특파원 ohtak@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07100002/2002/09/007100002200209172004424.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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