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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공약 실천이다
이젠 공약 실천이다 한국 의회 민주주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17대 총선이 끝났다. 정책과 이슈의 대결이 아닌, ‘얼짱’과 ‘바람몰이’식 선거 행태가 눈쌀을 찌프리겐 했지만, 그런데로 그 어느 때 보다 깨끗하고 페어 플레이한 선거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도 각 당, 각 후보들은 옛날과 다름없이 실현 가능한 것, 불가능 한 것, 가리지 않고 숱한 장미빛 공약들을 쏟아 냈다. 투표일 하루만 주인인 우리 유권자들은 언제나 그 공약들이 한갓 공약(空約)에 그치는 것을 너무나 오랜 동안 경험해 오고 있다. 그러면 이번에도 그들이 우리들에게 굳게 약속한 그 공약들이 물거품이 되어도 그대로 내버려 둘 것인가? 이젠 그럴수가 없다. 그 동안 우리는 그들에게 너무나 많이 속아 왔다. 너무나 어리석었다. 허나,이제는 시대가 변해 내 권리, 네 의무를 가릴 줄 알고, 또 주장할 수 있는 어엿한 민주 시민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금배지를 달아준 것은, 간접 민주주의 제도하에서 우리의 민의를 대변하라는 것이지, 결코 그 금배지가 특권의 상징이 되어 그들 멋대로 ‘해 먹으라’고 달아 준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젠 그들이 우리에게 한 굳은 약속이 옛날 같이 오직 한 표를 얻기 위한 사탕발림이 되는 것을 더 이상 방관만 할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그것은 곧 민주 시민의 권리의 포기이고, 우리가 우리의 권리를 포기하는 한, 그들은 아무 구속감 없이 그들의 의무를 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각 당은 주요 10대 공약을 내놓았다. 물론 모두가 그럴싸하다. 그것들이 모두 실현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 인가? 허나 필자는 그 너무나 거창하고, 막연하고, 실현성이 의문시 되는 그 10대 공약 보다, 선거 기간 중 각 당(수)이 표심을 잡기 위해 급하게 내놓은 몇몇 공약을 더 주시한다. 이 공약들은 그들이 진정 맘만 먹으면 해낼 수 있는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공약들이기 때문이다. 그 중 몇 가지를 여기서 되짚어 본다. 1. “이번에 당선되는 소속 국회 의원들이 임기 동안 일절 재산 증식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포함한 모든 재산을 제 3자에게 신탁하는 ‘자산 신탁제도 (blind trust)’를 도입, 입법화 하겠다” 2. “국회의원 면책 특권을 대폭 제한하고, 불체포 특권의 폐지와 의원 소환제 (recall) 입법화를 검토하겠다” 3. “당기위에 국민 배심원 제도를 도입, 의정 활동이 불성실한 의원은 그들의 표결로 징계 여부를 결정토록 하겠다.” 4. “당 지도부의 의사가 일방적으로 당론이 되는 낡은 정당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고, 당내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잘못된 정책과 노선에 대해서는 다수 당원의 의사로 이를 철회할 수 있는 ‘당원 정책 소환제’를 실시 하겠다” 5. “기초 단체장 후보 공천 배제와, 단체장 선거의 완전 공영제 실시를 위해 정치 관계법을 개정 하겠다” 6. “공정거래위의 금융거래정보 요구권(계좌추적권)을 부활시키는 공정거래법을 개정 하겠다.” 미국의 경우,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공약을 면밀히 검토, 표를 던진다. 그리고 당선된 의원들은 수시로 그 공약 이행 과정을 유권자에게 알린다. 특히 선거 때는 이를 종합, 스스로 그 성적표를 매긴다. 이 성적표가 당/낙선의 기준이 됨은 물론이다. 자, 그들은 우리들에게 이같은 공약 (public commitment)을 했다. 그들이 그 공약을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 유권자들이 나서 그들이 그 공약들을 이행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당연한 권리다. 대의 민주주의는 유권자가 제 권리를 주장할 때라야 비로소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닌가. <자유 기고가> <중앙일보(뉴욕판) 04/15/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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