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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아리랑 어떤 의미인가 (한겨레신문)
2002. 2. 8. 한겨레신문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과 그 참모들이 토끼몰이하듯 북한을 악의 소굴로 내몰지만 않았어도, `아리랑'은 냉각 상태의 남북관계에 다시금 봄볕을 쪼일 것으로 기대됐다. 북한은 오는 4월말~6월말 남쪽을 포함해 외국관광객에게 보여준다는 목표 아래 오랫동안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대공연 아리랑)을 준비해왔다. 모두 20만명이나 참여하는 공연이라고 한다. 북한은 이 공연사업을 성공적으로 치루기 위해 그동안 얼어붙었던 민간급 혹은 당국간 협상 창구를 재가동할 조짐을 보였고, 육로 혹은 해로를 통한 평양 접근방안까지 거론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그러면 북한이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공연 아리랑>은 어떤 성격의 것일까. `아리랑' 전문가인 김연갑 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가 지난 30일 한 세미나(한민족아리랑연합회, 남북민간교류협의회 공동주최)에서 발표한 `북한의 아리랑 실상과 의미'는 <대공연 아리랑>을 이해하는 지침이 될 만하다. 김 이사는 북한에서의 아리랑 현상과 북한에서 형성된 아리랑 양식의 독자성을 알아야, <대공연 아리랑>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북한에서 아리랑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회령출신인 영화 <아리랑>의 감독 나운규의 전기 <나운규와 그의 예술>이 출간된 62년 이후다. 북한이 김일성 주석 이외에 다른 인물에 대한 전기를 출간한 것은 나운규가 처음이었다. 나운규의 <아리랑>은 어둡던 식민지시절 민족적 고통의 상징이자 민족혼을 일깨우는 등불이었다. 북한은 김일성이 일본군을 무찌른 간삼봉전투에서 아리랑을 불렀다는 얘기를 통해 아리랑과 항일무장투쟁을 연관시킨다. 이런 역사적 배경 속에서 아리랑은 71년 혁명가극 <피바다>, 72년 <밀림아 이야기하라>에서 주요하게 다뤄지고 76년 배합관현악의 상징인 관현악곡 <아리랑>이 만들어진다. 86년 발표된 소설 <아리랑>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89년엔 아리랑이 남북단일팀의 단가가 되면서 남북화합과 협력의 상징으로서 자리매김된다. 이 시기 북한의 아리랑 인식은 다분히 저항성·투쟁성·통속성(남쪽 표현으로는 민중성)에 가치중심을 둔 것이었다. 2000년 들어서면서 아리랑 인식에 중요한 변화가 발견된다고 김 이사는 전한다. 하나는 새로운 창작가요 `강성부흥 아리랑'의 대대적 보급이다. 다른 하나는 2000년 6월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위한 만찬이나 환영음악회의 연주곡이 관현악곡 <아리랑>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2001년 8월부터 대대적으로 보급된 강성부흥 아리랑으로 이어진다. 2000년 이후 북한에서 아리랑은 고난의 행군을 끝낸 `강성부흥을 상징' 하는 노래임과 동시에 남북화해 협력의 메시지를 형상화하기 위한 상징으로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대공연 아리랑>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김 이사는 본다. 실제 공화국 영웅의 칭호를 받은 인민예술가로 이번에 총연출을 맡은 김수조 피바다가극단장도 이렇게 말했다. “다른 대공연과는 다르다. 이번에는 민족의 얼이 깃든 명곡들, 민족적 색채가 짙은 우아하고 화려한 무용들, 기교높은 체조와 교예로 꾸며질 것이다.” 남쪽은 월드컵 전야제 행사로 2002명의 대합창단이 부르는 `월드컵 아리랑'을 준비하고 있다. 김 이사는 “아리랑의 속성이 연대와 대동정신을 지향하고 있으며 종국에는 해원상생에 이르기 위한 것이라는 걸 남북이 알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 남북은 아리랑을 통해 연대와 대동정신을 추구하고 있다. 강태호기자kankan1@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09100003/2002/02/009100003200202082104024.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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