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약소국의 중립? 모두의 적 되기 십상"/강성학교수의 글
"약소국 중립? 모두의 敵 되기 십상" 한반도 국제정치書 '새우와 고래 싸움'낸 강성학 교수 정부 "동북아 중재 나서겠다" 큰 착각 ▲ “한반도가 동남아나 태평양으로 이사가지 않는 한 강대국들 사이에서 생존과 번영을 추구해야 하는 우리의 운명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강성학 교수. / 이기원기자 kiwiyi@chosun.com 새우는 고래들이 싸울 때만 아니라 이들이 사이가 좋아도 등이 터질 수 있다. 한반도가 분단된 것은 미국과 소련, 두 고래가 동맹국이었던 시절이다. 강성학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펴낸 ‘새우와 고래 싸움’(박영사)에서 그렇게 주장한다. 말할 것도 없이 새우는 한국, 고래는 주변 강대국들이다. 강 교수는 19세기 말 열강들 사이에서 ‘으깨졌던’ 조선에서 얻는 역사의 교훈, 주한 미군과 한 미 관계, 북한 김정일 정권의 향방, 햇볕정책 등 ‘동북아’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의 위상과 정책, 쟁점들을 차례로 조명한다. ‘한민족과 국제정치’라는 부제가 바로 그 같은 시각을 담고 있다. 강성학 교수의 관점은 “힘이 운명을 결정한다”는 국제 정치의 비극성과 “한국은 ‘지정학적(地政學的) 약소국’”이라는 냉철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강 교수는 인터뷰 내내 냉정한 현실 인식과 현실주의를 주문했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거치면서 우리는 마치 강대국이 된 듯한 분위기 속에 있습니다. 이런 ‘강대국 신드롬’이 ‘민족주의 감정의 분출’과 결합돼서 우리의 위치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잘못된 정책을 낳게 됩니다.” 그는 “한국은 전 세계 200여 나라 중에서 경제력이나 국민 수준으로는 상위권에 속하지만,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약소국일 수밖에 없다”며 “최근 우리 정부가 한국이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중재 역할을 담당할 것처럼 말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고 지적한다. “어느 쪽에 속하느냐에 따라 힘의 균형을 달라지게 할 수 있는 강대국이 아닌 한 우선 남들이 중재자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약소국의 살 길은 무엇인가? 강성학 교수는 ‘동맹과 편승’으로 요약한다. 세계 역사를 이끌어가는 최강국의 편에 설 때만 안정과 번영을 기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0년 전 일본은 청 일전쟁의 승리로 차지했던 요동반도를 러시아 독일 프랑스의 3국 간섭으로 빼앗긴 후 당시 세계를 주도하던 영국과 동맹을 맺으면서 국제무대에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은 뚜렷한 외교 정책을 세우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나라를 잃고 말았다는 것이 강 교수의 분석이다. “약소국이 중립을 지키며 자기 이익을 챙기겠다는 태도로 나오면 결국 모두의 적이 되고 맙니다.” 그는 “한 미 동맹도 결국 우리의 국익을 위해서 필요한 구도”라고 잘라말한다. 미국은 한반도에 더 이상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서서히 손을 떼고 있으며, 동북아에서 미국이 빠진 자리는 일본이 메울 것이다. “이게 한국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하는 강 교수는 “미국이 떠난 후에도 주변 국가들이 우리를 무시하지 못하게 하려면 지금 미국의 도움으로 국력을 최대한 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 강 교수는 우리의 상황을 “단두대에 목을 걸고 있으면서도 칼날이 떨어질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기이한 국민”이라고 묘사했다. “전 세계가 북한의 핵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우려하고 있는데도 정작 한국은 모든 것이 잘 끝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과 낙관론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강 교수는 오늘 우리 민족이 놓인 상황을 국제정치의 시각에서 바라볼 것을 거듭 권했다. “한국은 어떤 나라보다도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가 삶과 죽음의 문제로 연결됩니다. 국제 정세에 대한 무지가 여러 차례 비극을 가져왔던 조상들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합니다.” (이선민기자 smlee@chosun.com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