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해 교전, 남한 사회주의의 원죄 -펌
1) 남과 북은 7.4공동성명 이후 각종 합의를 통해, 그리고 독자적인 입장 발표를 통해 남북통일은 무력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한다고 했다. 일부에서 이번 교전의 원인을 북방한계선(NLL)에서 찾는 이들이 있으나, 설사 이 문제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무엇보다 중시해야 할 것은, 북한이 "해결방법"으로서 무력에 호소했다는 점이다. 이는 남북통일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북한의 진의를 의심하는 편에 또 하나의 증거를 더해 주 었다. 또한 이 점에서 진중권 동지의 지적은 옳다. 2) "민주노동당의 창당 정신에는 지난 한 세기동안 이어져 온 한국 민중의 민족해방, 민주주의, 평화 통일, 평등 사회를 향한 투쟁의 역사가 깊이 새겨있다." (창당선언문) 그렇다면, 우리 당은 북한이 무력을 쓴 데 대해 이러한 평화통일의 정신을 어긋난 것으로 강력히 규탄하여야 마땅하다. 그것이 우리 당의 창당정신이다. 3) 우리 당은 며칠 전, 정부와의 정당정책협의회에 우리 당이 지난 지자제 선거에서 득표율 3위임을 근거로, 제3당으로 당당히 대접받을 것을 요구하였다. 그것은, 지자제에서 선전한 이후, 당 안에 가득찬 자신감의 표현이며, 당 밖에서 우리 당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음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2차 서해교전을 당해, 지자제 선거를 계기로 민주노동당에 관심을 가진 이들은, 당연히 민주노동당의 입장은 무엇인가에 깊은 관심을 가질 것이며, 사실상 이번이 지자제 선거 이후 우리 당이 남북문제에 대해 기존 보수정당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 실력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였다고 할 것이다. 우리 당은 아직 아무 공식 입장도 내지 못했고, 하다 못해 당 간부 개인 차원에서의 입장도 공개되지 않았다. 한 마디로, 낙제다. 구구한 설명이 필요없다. (이와 관련해, 지구당이나 지부보다 "중앙당"이 얼마나 중요한가!) 4) 김재기 동지는 지난 봄 베이징 대규모 탈북사건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우리 당이 재빨리 입장을 내지 못하는 밑바닥에는 "북한에 대한 온정주의"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저 당 안의 이른바 "주사파"에 당이 발목잡혀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공감하는 바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깊은 밑바닥에는 남북분단에 대한 일종의 "제3자적 방관자" 입장이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나는 지금까지 우리 민주노동당이 남과 북 양쪽 지배집단의 이해관계에서 독립된 제3자적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지금 지적하는 "제3자적 방관자"란 바로 "남북분단에 나는 직접 끼어들지 않았으니 책임이 없다", 그리고 그 결과 남북분단과 통일문제에 대해서도 당사자가 아닌 만큼 깊이 고민하거나 직접 이해관계가 걸린 것이 없다는 현실인식이다. 왜 논평이 빨리 안 나오는가? 그것은 어쩌면 간단하다. 평소에 정리된 입장이 없거나, 본능으로 튀어나올 이해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보기를 만들어 들자면, 김일성 중심의 북조선 노동당이 한반도 위 사회주의 정치전통의 주류라는 것을 부인하는 "남로당계"가 있다 치자. 박헌영이 6.25 개전 당시 북한의 2인자로서 남북을 "무력통일"하자는 데 "찬성"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있는가? 너무 가혹한가? 남한의 사회주의는 "사회주의자들이 선제공격한 무력통일 시도가 민족에 끼친 피해" 앞에서 무한히 부끄럽고 한없이 겸손해져야 한다. 마치 지금 독일이 유태인 앞에만 서면 무조건 예예 하고 보듯이. 그것은 우리 남한 사회주의가 짊어져야할 역사적 원죄다. 5) 우리 남한의 민주노동당, 그리고 사회주의 정치세력은 민족사상 최대의 피해를 낳은 이 한국전쟁 개전 책임에 대해 어떠한 입장인가? 책임을 공유하는가? 공유를 부인하는가? 우리 당의 대부분은 전쟁 이후 세대이고, 이에 대해 직접 책임질 의무는 없다. 그러나, 이 질문은 통일 때까지, 아니 집권때까지 언제까지나 (유권자들 마음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나는 전쟁 이후에 태어났다. 그럼에도 나 개인의견으로는, 이 책임까지도 공유해야 한다고 본다. 가톨릭교회의 교황은 천년전 자기 신앙의 선조들이 저지른 잘못도 회개했다. 자기가 직접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공동의 기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란다. 책임을 인정하고, 철저히 인정하고, 그리고 철저히 거듭나야 한다. "앞으로는 절대로 무력으로 통일문제를 풀지 않겠습니다" "앞으로는 절대로 동족의 가슴에 총을 쏘지 않겠습니다" "그런 놈이 있으면, 그것은 민족의 적이며 사회주의의 적입니다" 라고. 그 다음에야 비로소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진정하게, 분단의 원죄로부터 풀려난 우리는 유일한 한반도의 통일주체가 되는 것이다. 고맙습니다. 인쇄 이글 [2002/07/03] :: 박준영님이 올리신 글이셨죠. 가장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글 수준의 논평만 나왔어도 이 난리는 없었을 것입니다. 김철수 [2002/07/03] :: 좋은글 ^^ 백규석 [2002/07/03] :: 맞습니다 특히 5번부분은 소름이 다 끼칩니다. 가라타니 고진의 윤리21이란 책을 한번보세요.일본 사회주의 정당의 책임부분을 집요하게 파고 듭니다. 제 생각에는 이정도는 가야 진보정 백규석 [2002/07/03] :: 당이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무지랭이 [2002/07/03] :: 역쉬 박준영님이셨군요.^^ 정말 고맙습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