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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참여와 한국의 안보
[국회 공청회] 한국의 MD 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 지난 1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의 MD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의 발제문과 토론문입니다. 이 공청회는 나라와 문화를 생각하는 모임, 평화네트워크, 참여사회연구소가 공동 주관하고, MD 저지 평화실현 공대위가 주최했습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가 사회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김종대 새시대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이 발제를 맡았으며, 서주석 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팀장, 김원웅 한나라당 의원, 김승국 평화문제 평론가 등이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 "MD 참여와 한국의 안보" - 김종대 (군사전문가) - Ⅰ. '잃어버린 10년' 가장 지루하고 위험한 전쟁이 될 것이라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대테러전쟁이 종결되었다. 이 전쟁 이후 한반도 안보상황은 1991년 걸프전쟁이 종료되고 난 후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1980년대 후반기부터 폭발한 남북 화해협력과 평화통일의 기운은 노태우 대통령의 [7·7선언]과 뒤이어 남북 고위급 회담을 탄생시켰다. 이어진 남북간에 [비핵화 공동선언]과 [남북 기본합의서]가 한반도의 군사적 안정과 위기관리의 기본틀로 부각되었다. 그러나 걸프전쟁 직후의 미국의 일방주의가 고취되고 소위 '깡패국가'의 특정한 군사위협이 의도적으로 부각되면서 이전의 평화조치들이 이룩한 성과는 부정되었다. 이 때문에 정상적 위기관리와 공존의 틀이 무시되고 북한 핵시설에 대한 폭격이 거론되는가 하면, 뒤이어 위헌의 소지를 내포한 공세적 군사전략, 즉 군사적 통일의 가능성까지 확연히 열어놓는 '군사전략의 전환'이 나타났다. 이 과정은 우리 국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창군 이래 한국군의 정신사를 이뤄온 두 축, 즉 연합방위세력과 자주국방세력의 대립에서 연합방위세력의 완전 승리를 의미했다. 이러한 퇴행적 군사사상은 한국의 안보이익이라는 가치의 독자성을 부정하며 미국의 안전이 곧 세계의 안전이라는 논리의 비약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로인해 한국의 안보이익은 <표>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침해 당했다. 1991년이 한국민에게 있어 1980년대 민주화와 통일의 기반이 함몰되는 변곡점을 형성했다면 다시 미국의 공화당이 집권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1990년대 후반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토대가 유지되느냐, 함몰되느냐를 결정하는 분기점이다.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과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성명]은 다시금 한민족에게 '자율적인 한반도 위기관리의 공간'을 제공했다. 기존에는 북한 위협은 '관리 불가능한 영역'에서 존재했다. 이 경우 대응전략은 '군사 절대주의', '안보 지상주의'가 된다. 그러나 남북 대화·협력은 북한 위협을 '관리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내오고 있다. 이 경우 '군사적 상호주의', 국방만이 아니라 경제·외교적 수단을 동원한 종합적인 위기관리와 안전보장의 개념으로 전환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전환기에 10여년전 상황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한민족의 자율성과 한국의 안보이익이 부정된다면 앞으로 10년의 역사는 지나온 10년의 역사를 반복하는 것이 된다. <표2>에서 보듯이 최근 국방정책에 대한 개입의 양상은 10년전 상황과 유사하다. 미국이 동북아 위기관리의 틀로 다자간 안보협력이 아니라 패권주의에 기초한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을 강행한다면 모처럼 구축된 한반도 평화의 기반은 위협받게 된다. MD구축을 위해 그 존재여부가 확실치 않은 북한의 생화학무기와 미사일 위협을 부각시킬 수 밖에 없고, 이것은 연합방위체제 하의 한국의 국방정책과 군사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장기적인 군사발전과 자주적 국방정책의 길이 가로막히고 북한의 특정한 위협에 국한된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는 국방으로 왜곡·굴절된다. 노태우 대통령의 新국방정책이 북한 핵개발 위협이 부각된 시기에 좌절된 것과 유사한 과정이다. 이점에서 1998년 성안된 [국방기본정책서]와 [중장기 국방발전방향] 역시 새로운 정세의 급물살에 휘말려 빛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Ⅱ. MD 추진논리 검토 한국의 안보이익은 북한 및 주변국의 군사위협 속에서 전쟁을 억제하고 생존을 보장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과 전략적 안정을 이루며 한반도에서의 위기관리가 한민족 자율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최상, 최고의 안보정책이다. 그러면 북한 미사일 위협이라는 특정한 위협에 국한하여 군사적 대응을 서두르는 것이 곧 이러한 국가이익에 부합되는가? 여기에는 많은 논란과 연구가 있으나 본 발표자는 MD 참여가 한국의 국방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그 타당성을 분석해보기로 한다. 1. 위협설정의 비현실성 - '제한적 미사일 전쟁 개념'은 합리적인가? - ① 위협의 우선순위 문제 1998년부터 한미연합사 비밀문서, [한반도 정보판단서 98]은 북한의 생화학무기 위협을 강조하면서 북한 미사일이 아닌 북한 야포와 고첩에 의한 테러를 경고하고 있다. 북한 야포의 약30%가 화학탄 발사가 가능하다는 정보판단에 따라 전쟁 발발시 우리 측의 병력과 전차, 야포의 손실율이 산출되었다(작전계획 5027-98, JICM). 이 워 게임에 의하면 전면전 상황에서 북한 야포의 화학탄 투발은 우리 병력의 ○○%, 장비의 ○○%를 무력화함으로써 연합사가 설정한 4개 방어축선 하나가 조기에 붕괴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이 정보분석에 의해 대포병전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으며 화학전에 대비가 촉구되었다. 이 문서에 의하더라도 북한 위협의 우선순위는 중장거리 미사일보다는 재래식 야포를 최우선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미 1994년경부터 한국군은 각종 대포병 전력으로 대포병레이다(ANTPQ-37), 다연장로켙(ATACMS/MLRS), 사거리연장탄 등을 구매하기 시작하였는 바, 이 전력들은 애초 중기국방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던 무기체계들로서 국방부가 긴급히 타예산을 전용하여 미국으로부터 사들였던 무기들이다. 미국에 의해 북한의 포병전력 위협이 부각되자 한국군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절차를 위반하면서까지 계획을 수정하여 미국에서 직구매한 무기들이다. 이러한 대포병전의 위협에 대한 대비가 최우선적으로 강조되면서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를 두지 않았다. 수도권 전역이 북한 재래식 무기의 사정거리에 있기 때문에 비교적 화력이 미약하고 정확성도 낮은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다는 개념은 당연히 우선순위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② 정보분석의 객관성·신뢰성 미국이 대북 군사정보를 일관되고 합리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에서부터 갑자기 특정한 북한 위협을 강조하는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한국군이 배비한 전력이 하루아침에 평가절하되고 새로운 전력을 건설해야 하며 군사전략도 바꿔야 된다. 일정한 주기를 갖고 미국 정보기관에 의한 '북한 위협 바꿔치기'가 반복되어 왔는 바, 이것이 한반도 정세와 국방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특히 갑작스럽게 부각되는 북한 위협에 대한 정보는 그 객관성·신뢰성에 의문이 간다. 1997년 합참은 조직개편 당시에 합참의 정식직제로 있던 화생방과를 폐지했다. 만일 이 무렵 한미간에 북한 화학무기 위협에 대한 깊은 공감대가 있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1998년 갑자기 주한미군에 화생방 사령부가 창설되고 미 공군기지에 화생방중대(BIDS)가 배치된다. 주한미군과 그 군속, 가족들에게 방독면을 지급하는 등 새로운 조치들이 나타나는가 하면 전세계 미군 중 최우선적으로 주한미군에 탄저균 예방백신이 접종된다. 만일 우리 국방부가 북한 생화학무기 문제를 심각하게 취급했다면 최근 러시아제 무기도입 목록에 포함되었던 제독헬기가 갑자기 삭제되어 타 품목으로 변경된 사실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미국도 1998년 그처럼 요란을 떨 정도로 주한미군에 생화학전 대비태세를 강화했다면 왜 1999년 클린턴 정부의 [페리 보고서]에는 북한의 생화학무기를 북미관계 개선의 의제로 취급하지 않았는가도 의문으로 제기된다. 미국의 국방정책과 외교정책이 제각기 움직이고 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미국의 북한 군사정보 분석이 보다 일관되고 투명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면 이러한 혼선과 불일치가 과연 가능했는가 의문스럽다. 이점이 미국의 대북 군사정보가 대단히 '정치적'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정한 시점에 특정한 위협을 부각시켜 기존의 군사전략을 흔들어대는 미국식 '정보정치'의 폐해야말로 대부분의 군사정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에게 더욱 당혹스러운 것이다. 더군다나 이 군사정보의 객관성·신뢰성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지금 논란이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생물무기와 미사일에 관한 것이다. ③ 미사일 위협과 야포 위협 분리 북한 포병 위협에 대한 우선순위에 따라 적어도 부시정부 출범 전까지는 미사일 방어문제가 한국군에게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또 하나의 시나리오가 준비되고 있었다. 1997년 초 김동진 장관 시절의 국방부는 한미 공동으로 [북한의 12가지 유형의 국지도발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 작성을 완료한 것이 그 시작이다. 12개 시나리오 중 하나가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 발사 상황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강조해 온 미국이 스커드 미사일 발사상황을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 상황으로 설정한 것이 이채롭다. 이 시나리오의 의미는 북한의 포병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순수하게 미사일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상황설정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문제는 스커드 발사 후 2분30초 내에 요격이 거의 어려운 한국군 입장에서는 미사일 요격을 꿈꾸기 어려우며, 따라서 스커드 발사 이전에 발사기지를 지대지 공격미사일이나 전투기로 사전 제압하는 길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전면전 상황에서나 가능하다. 국지전이라면 북한 스커드 기지를 항공전력으로 타격할 수 없는 한국군이 스커드 미사일을 얻어맞든지, 아니면 요격 미사일로 대응해야 한다. 전쟁이 아닌 상황에서 원거리에서 날라오는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해야 하는 상황, 이를 가정한 시나리오가 미국 측에 의해 제시되면서 MD 찬성론자들에게 힘이 실렸다. ④ 제한적 미사일전쟁 개념 그러나 대량살상무기를 탑재한 스커드 미사일 발사가 전쟁상황이 아닌 국지전에 불과하다는 특수한 상황설정은 합리성이 없다. 스커드 미사일 발사는 고강도 전쟁 단계에서 가능한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상황설정은 1991년 걸프전 당시에 이라크가 전쟁 상대국인 미국을 공격하지 못하고 이스라엘을 스커드 미사일로 공격했던 상황을 염두에 둔 것 같다. 이 당시 이스라엘은 전쟁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스커드 미사일과 '제한된 전쟁'을 수행하게 된다. 이와 유사하게 북한 또는 주변국 미사일이 미군을 타격할 경우 한국에서 미사일 요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시나리오가 준비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걸프전 당시의 이스라엘과 같은 입장이 한국에 투영된 것이다. 이러한 '미사일에 의한 제한전쟁' 개념은 장차 한국군의 MD 참여의 유력한 명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매우 비현실적 시나리오다. 우선 한반도 전장은 이스라엘이나 중동과 판이하게 다르다. 한반도 전장은 재래식 전력에 의한 전면전의 가능성이 항상 상존해있다. 소규모 우발적 충돌이 곧바로 전면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다. '제한전쟁'의 가능성이 매우 낮으며 상상하기 어렵다. 또한 걸프전과 같은 개활지 전투가 아니라 산악지형의 한국 영토에서의 미사일 요격 개념은 매우 다른 것이다. 따라서 제한전에 국한된 특정한 무기체계 운용이라는 것은 현재 한국의 국방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크게 도움 될 것이 없다. 특정한 '창'과 '방패'의 우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쌍방이 갖고 있는 군사자산의 총량과 전쟁수행능력, 전쟁억제력이 중요하다. 또한 그러한 쌍방의 능력을 관리하는 위기관리의 틀이 더욱 중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2. 군사력 소요의 적실성·합리성 - '걸프전 악령'과 '첨단무기 중독증' - 위협에 대한 불확실한 분석, 정보판단의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군은 최근 미국의 TMD 아키텍춰의 핵심줄기를 이루는 첨단무기체계 도입에 착수했다. 개량형 패트리어트 방공미사일과 이지스급 구축함 도입사업이 그것이다. 이 무기체계들은 대부분 걸프전이 종료된 1990년대 초에 장기전력기획소요로 국방문서에 명기되었다가 1996∼1997년 무렵에 미국으로부터 집중 구매 압력을 받았고 1998∼99년경에 계획에 반영되었으며 2000년부터 예산에 반영된 무기체계들이다. ① 영공방어의 허실 지난해 12월19일부터 일주일 동안 한국군이 보유한 나이키 지대공 미사일의 성능을 둘러쌓고 이상스러운 논란이 나타났다. 1998년 국방과학연구소는 나이키 미사일의 성능을 점검한 결과 영하 50도에서 가동율이 8%에 불과하다는 충격적 결과를 내놓았다. 1백기 중에서 92기는 고철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상식적으로 이 수치는 고급 군사기밀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최악의 조건을 가정한 이론상의 가동율 추정치다.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이 노후화된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한국의 영공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한국군의 방공무기는 나이키 미사일 만이 아니라 중거리 방공미사일로 호크 미사일과 최근 개발이 완료되어 야전에 배치된 천마, 페가수스 미사일이 있다. 단거리 방공무기로는 40mm 기관포를 장착한 비호, 수도권 방어의 핵심인 발칸과 오리콘이 있으며 쟈브린, 스팅거, 미스트랄과 같은 휴대용 방공미사일도 수백발이 있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중인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도 있으며, 그 외에도 전투기에 의한 영공방어라는 또다른 수단이 존재한다. 지난 30여년간 총 국방투자비의 30% 이상을 쏟아부은 한국의 방공체계는 세계 방공 무기의 전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공이 무너져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은 별다른 검증도 없이 패트리어트 차기 방공미사일 조속히 도입하라는 '직접화법'으로 발전했다. 공군의 차기 방공미사일로는 미국제 개량형 패트리어트(PAC-Ⅲ)가 유력한 대안으로 이미 정리된 상태다. 그러나 이 주장은 한마디로 사기극이다. 놀랍게도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불량 나이키 미사일 문제는 전혀 해소되지 않는다. 왜 그런가. 개량형 패트리어트는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무기체계다. 이를 위해 우주의 인공위성과 정보가 융합되며 최첨단 탐지체계가 구비되어야 한다. 이렇게 값비싼 미사일을 도입하여 미사일이 아닌 항공기 요격용으로 쓰겠다는 발상은 한마디로 어리석은 일이다. 노후화된 북한 전투기의 자산가는 아무리 많아봤자 50억원이 안된다. 이 비행기를 잡으려고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미사일을 쓰겠다는 것은 망치로 모기를 잡는 것과 같다. 이 패트리어트 체계는 북한 미사일 요격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 한 도입의 경제성이나 당위성이 인정되기 어렵다. 이것이 바로 한국군이 MD체계에 군사전략적으로 흡수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렇게 비싼 미사일을 사려니까 소량을 도입할 수 밖에 없다. 현재 한국군이 도입을 검토하는 48기의 패트리어트는 2개 포대분, 2조4천억원어치다. 1개 포대가 방어할 수 있는 면적은 여의도의 5배 넓이다. 서울 방어에만 최소한 5개 포대분의 패트리어트가 요구되는 셈이다. 수도권 방어에만 최소 5조원이 필요하며 한반도 전역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매년 국방비를 여기에 다 털어넣어도 모자라다. 이렇게 되면 1차분 도입 이후 추가사업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연연세세 방공무기에 얼마만한 예산을 투자해야 할 지 아무도 모른다. 그나마도 산악지형의 한국전장에서 그 성능이 검증되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무기체계다. 한국군은 또 하나의 값비싼 악세사리 하나를 더 달게 되는 것 밖에 없다. ② 상업적 이해논리에 의해 왜곡·굴절된 군사력 1999. 11. 9. 미 국방부는 '한국에 패트리어트 판매 허용'을 발표하면서 패트리어트의 한국판매가 그동안 "미국의 해외 무기판매 정책에 일치하며 궁극적으로는 미국 측의 부담을 경감할 것"이라고 논평하고 있다. 이것을 무엇을 의미하는가. 걸프전쟁 이후 미국은 이스라엘, 대만, 그리이스, 일본, NATO 등 주요 동맹국에 패트리어트 미사일 판매를 추진해왔다. 이 미사일 판매가 미국의 부담을 경감시킬 것이라는 의미는 미국이 전세계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하는 비용과 수고를 미사일 수입국이 덜어준다는 의미다. '깡패국가'들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전역미사일방어체계(TMD)를 구축하는 미국의 비용을 분담(burden sharing)한다는 의미다. ['1995 미 국방 연례안보보고서]에 의하면 냉전 이후 미군전력 감축에 따라 미국내 약5백억불에 달하는 군사잉여물자 발생, 방산업체의 지속적 경영난을 문제를 해소하는 대책을 강조하며 그 일환으로 '경제안보' 개념을 제시했다. 미 국방부는 20년째 미국의 모든 경제관계에 적용되는 독점금지법에 참여를 거부하며 독과점에 의한 무기공급 구조를 고수했다. 상업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방산정책이다. 이 정책 추진 이후 한국군의 전력증강은 정책상으로는 무기의 국산화를 명시하면서도 대부분 미국무기를 직구매하는 방향으로 굴절되었다. 현재 군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4대 무기체계 사업은 물론이요, 다연장로켙, 각종 포탄과 같은 재래식 무기까지 국산화가 아닌 직구매 방식을 취함으로써 대미국부유출을 초래하고 있다. 패트리어트 도입이 한국 안보에 기여하는 효과와 가치의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국방부가 이 무기도입을 위해 국방연구원으로 하여금 경제성(비용 대 효과) 분석을 하게 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했듯이 이 무기도입은 경제성에 대한 분석보다는 차기 방공망 건설(SAM-X)의 유일한 대안으로 이미 설정된 상태이며, 한국군의 차기방공망은 미국의 방공망 건설과 연계하여 추진한다는 것이 문민정부 중반인 1996년에 이미 청와대에 의해 결정된 정책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현재 노후화된 방공체계를 대체할 수 있는 국산 개발기술과 경험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부터 직구매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미국의 MD체계에 사실상 참여를 암시하는 '간접화법'이 구사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의 '경제안보' 개념과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Ⅲ. MD 참여의 문제점 1. 정보종속 심화 미사일 요격은 탐지→식별→추적→요격의 단계로 수행된다. 이 과정 전체는 정보전이다. 우리가 요격 미사일을 갖고 있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그리 중요치 않다. 원거리 정보감시와 정찰, 표적추적까지 망라한 거대한 정보전 수행체계를 갖고 있을 때 비로소 요격체계는 효과를 발휘한다고 하겠다. 현재 한국군은 원거리, 광역 감시 능력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전세계 미 동맹국 중 미국에 대한 군사정보 의존도는 한국이 최고 수준이다. 1996년 합참 정보본부의 [군 정보현대화 추진계획]에 의하면 신호정보는 99%, 영상정보는 98% 대미의존도를 나타내고 있으며, 2000년 국방부 자료에 의하면 다소 완화된 86%의 신호·영상정보 의존도를 나타냈다. 다른 자료에 의하면 아직도 95%를 미국에 의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된데는 세계 선진국이 전력투자비의 10%를 정보전력에 투자하는데 반해 한국은 4%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종 레이다 및 지휘통제 체제 역시 재래식이며 현대전 수행체계에는 부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상황에서 개량형 패트리어트를 도입한다한들 우리가 자주적으로 운용할 능력은 거의 없으며, 운용과정 자체가 미국에 종속된 형태를 벗어날 수 없다. 적어도 500km 미사일 발사를 감시하려면 광역 원거리 감시 OTH 레이다, HF 초수평 레이다, 3차원 다기능 위상 배열 레이다, SAR, IR 센서를 탑재한 저고도 공전위성, 핵 및 ICBM 감시를 위해서는 EMP 수신기, 레이저 IR 센서를 탑재한 고고도 정지궤도 위성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뿐만 아니라 고공 정찰기와 정보분석 체계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정보전력을 다 갖추려면 국방비를 몽땅 여기에 털어넣어도 모자라다. 완전히 다른 군으로 탈바꿈해야 가능한 것이다. 결국 최첨단 패트리어트를 도입한다한들 초현대식 운용이 아니라 재래식 운용이 불가피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이 무기체계를 운용하겠는가. 미국의 정보자산에 완전히 종속되는 길 밖에 없다. 국가안보의 대미 의존도가 더더욱 심화되는 것이다. MD 이후의 한국 안보는 미국의 '정보우산'에 의한 위탁안보, 대리안보 성격이 더욱 깊어지게 된다. 그 거대한 정보체계로부터 우리의 자주적인 국방정책 발전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진다. 2. 군비경쟁 확산 미사일 방어체계가 구축된다면 그 방어망을 회피하기 위해 북한 및 주변국은 더욱 다양한 위협을 강구하게 된다.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선제 핵공격을 보장하는 미사일 방어망이야말로 미국의 선제 핵공격을 보장하는 것이며, 이로인해 자국의 안보는 상당한 위협에 직면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다탄두 미사일과 더욱 강력하고 정교한 핵무기 확산이 불가피하다. 이 '창'과 '방패'의 대결이야말로 군비경쟁의 극단적 형태이며 냉전질서로의 회귀다. 놀랍게도 이 무모한 군비경쟁이 실질적 안보증진과는 매우 거리가 먼 소모적 성격이 강하며 특히 한반도의 경우 그러하다. MD로 인해 과연 북한이 핵, 화학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군사적 열세를 인정하는 군사정책을 취할 리는 만무하다. 북한이 전쟁억제력을 발휘하기 위해 MD 방어망을 돌파할 수 있는 더 많은 핵, 화학무기와 더 다양한 투발수단을 강구하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러한 군비경쟁에 남북한의 사회 자원배분 체제가 왜곡되어 경제 회복과 성장을 가로막게 된다. 만일 국방부 발표대로 북한이 약5천톤 이상의 화학무기를 비축했다고 하자. 이러한 정도의 화학탄과 시설을 해체하는데 드는 비용은 최소 20∼30억불, 최대 1백억불에 달한다. 통일 이후 이 부담은 고스란히 민족부담으로 전가된다. 이 화학무기 위협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와 같아서 한번 생산되면 그 생산목적이 사라진 후에도 냉혹하여 존재하여 생존을 위협한다. 따라서 이 무기를 무력화하기 위한 군사적 대응, 즉 군비경쟁에 앞서서 이러한 무기 자체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 통일비용을 줄이고 장차 민족의 안전을 보장하는 의미에서의 군비통제 협상이 더 절실하다. 미사일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MD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미사일 협상에 전혀 응하지 않으며 이를 규제하는 어떠한 국제체제에도 참여할 의지가 없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 만일 북한이 자국의 미사일을 포기하는 대가로 적절한 보상을 수용할 용의가 있다면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것보다 북한이 미사일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값싸고 손쉬운 방법이 된다. 이와 관련하여 클린턴 정부 말기의 북미간에 미사일 협상이 주목된다. 2000년 10월 11일 북한 인민군의 조명록 차수는 클린턴을 방문, 서방이 민간 인공위성 발사에 협력해 준다면, 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할 용의가 있음을 내비쳤다. 당시 조명록 차수는 클린턴의 평양방문을 요청하는 김정일의 초청장과 더불어, 만약 서방이 북한을 위해 민간 인공위성 발사에 협력해 준다면, 장거리미사일을 기꺼이 포기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뒤이어 평양을 방문한 울브라이트 미국무 장관에게도 김정일 위원장은 미국이 인공위성 발사를 북한에 제공하는 조건으로 사정거리 3백 마일 이상의 미사일을 포기하겠다고 조명록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게다가 그는 미사일을 포기하는 대가로 이전까지 요구했던 10억 달러의 현금 대신, 경제난으로 인해 부족한 식량, 석탄, 물품 등 10억 달러 상당의 현물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 미사일 포기발언을 통해 북한은 북미간의 상호 적대 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국제 사회로 진입할 의지가 내비첬다. 이러한 북미간 대화가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MD 체계가 강화될 경우 대화와 협력의 기반은 붕괴되며 소모적 군비경쟁으로 간다. Ⅳ. 결론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미국의 MD체제 구축과 이에 대한 한국의 참여는 실질적인 국가안보의 증진에 기여하지 못한다. 이점을 고려하여 우리정부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이 '모호성'은 정치적인 모호성이다. 군사전략적으로 한미는 이미 연합방위체제 하에서 움직인다. 미국의 새로운 힘이 정보군과 항공우주세력에 의한 미사일 방어체계에 의해 투사되고, 또한 이를 통해 '새판짜기'에 들어간다면 어떤 식으로든 한국은 참여할 수 밖에 없다. 그 주된 양상은 미사일 방어에 필요한 군사기지나 시설의 제공, 군사전략을 공유하는 등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의 모든 지휘통신과 정보와 군사전략을 장악한 미국의 새로운 군사 패러다임에 대해 한국군이 과연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을는지 의심스럽다. 이 때문에 낮은 차원에서의 참여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며, 그 시작점은 이미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들은 그간 이루어져 온 북미 대화나 남북 대화에 명백히 걸림돌이다. 북한은 적절한 명분과 실리를 대가로 미사일을 포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 왔고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정하여 사실상 안보위협이 고조되는 길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MD는 한국군의 자원배분 체계를 왜곡시킨다. 군사적으로 불요불급한 미사일 요격체계에 해당되는 무기체계 구입에 막대한 국부가 해외로 유출될 수 밖에 없으며, 이로인한 국방재원 잠식이 오히려 한국군의 정보·과학화를 가로막는다. 남북간의 군사대화를 통한 군사관계 발전, 궁극적으로 협력에 의한 재래식 무기의 군비통제에도 걸림돌이다. 종합적인 안보이익이 침해 당하고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다음 세가지를 제안한다. 1. 정보 자주화 주로 미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제공된 정보를 근거로 북한 위협을 분석하다보니 이 위협이 정말 위협적인지, 또한 이에 대응한 군사력 소요가 합리적인지 검증할 길이 없다. 그러한 모호한 안보정책으로 내일을 설계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어쩌면 이점을 노리고 한국군의 자주정보력이 말살되어 온 것은 아닌지 의문이 간다. 따라서 앞으로 국방 관리·운영의 패러다임은 대규모 무기도입이 아니라 정보·과학 인프라를 갖추는 방향으로 혁신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자주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한국의 안보이익을 꼼꼼하게 따져볼 수 있다. 2. 군비통제 정책 발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문제는 군사적 차원에서의 대응이 막대한 비용과 위험을 수반한 것이므로 협상에 의해 추진되어야 한다. 지금껏 군비통제 정책은 그 실무부서가 국가차원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국방부의 통제를 받는 부서로 국한되어 객관적이며 강력한 정책으로 발전되지 못하였다. 대통령의 직속기구가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군사력 증강 못지 않게 군비통제가 주요한 안보정책으로 자리잡도록 체제를 개혁한다. 3. 무기도입 전면 재검토 현재 주로 미국으로부터 직구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무기도입 사업은 대규모 국부유출을 수반한다. 사실상 MD참여 프로젝트다. 대량 군비경쟁으로 또다시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해지기 전에 이 계획들은 전면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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