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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 국제환경 변화와 남북관계의 향방
동아시아국제정치학회 기획학술회의 "동아시아 국제환경 변화와 남북관계의 향방" 2001. 8. 24 동북아시아 국제환경변화와 남북관계의 향방 이호재 고려대 교수 I. 2000년과 2001년의 좋은 기회와 실기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는 최후까지 냉전체제의 고도로 남아 있던 한반도의 대결적 남북 양극체제 와해의 시작을 의미한 역사적으로 매우 중대한 사건이었다. 그 역사적 사건으로 한반도에 조성되었던 평화 공존 분위기가 국제적 관심을 남북한에 집중케 하여 미국 올부라이트 국무장관이 마침내 적대국 북한방문을 감행하게 만들었다. 바로 이어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방문도 예정되어 있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가정이지만, 만약 그 때 클린턴 대통령·김정일 위원장의 평양회담이 실현되어 북한의 핵과 미사일문제가 합의되었으면, 아마도 현재와는 달리 북·미관계 개선이 벌써 본궤도에 올랐을 것이고, 남북관계도 "6.15 남북공동선언" 정신을 따라 평화공존의 방향으로 좀 더 확실하게 전개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 때 아주 좋은 기회를 놓쳐 실기한 것 같아 생각할수록 매우 아쉽다. 현재 알려진 사실은 올부라이트 장관이 평양에서 북미협상에서 가장 장애가 되던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종식과 보상문제에 대한 이견을 북한측과 실무적으로 타결하여 북미관계 정상화 준비를 사실상 마무리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클린턴 대통령도 퇴임 전에 평양방문을 결행하여 한반도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려는 "페리 보고서" 구상과 과정을 성공적으로 매듭짓고 북미관계 정상화의 길을 열 것을 소망하였다고 한다. 그는 평양외교를 세계평화에 기여한 그의 마지막 외교업적으로 남기길 원하여 임기 말에 서둘러서나, 11월의 대통령 선거에서 고어 민주당 후보의 패배로 정치적으로 더 이상 평양방문을 추진할 수 없게 되었다.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방문 좌절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크게 고무되어 있던 남북한의 한민족 모두에게 매우 불행이었을 뿐 아니라, 미국측에도 핵 및 미사일문제 등 북한문제를 일괄적으로 해결하여 북·미 관계를 정상화할 절호의 기회를 상실케 했다는 것이다.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 등 모두가 "햇볕정책"과 남북 정상회담 성공으로 얻은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놓쳤다는 말이다. 이 점은 새로 취임한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 즉 대북화해협력정책의 전제가 되는 "북한의 변화"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확실한 검증"의 필요를 강조한 것이 북미관계의 악화로 나타난 결과가 증명하고 있다. 부시 공화당 행정부가 종전과 다른 강경정책을 추구하여 한국정부와 불화음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상당히 개선되던 북미관계를 악화시켜 협상재개조차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현 미국정부가 감행한 대북한정책의 강경 선회는 한미, 북미관계를 어렵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햇볕정책을 놓고 與野 및 국민간에 일어난 "북한 논쟁"을 더욱 악화시켜 심각한 국론분열을 일으켜 국민적 통합을 깨는 등 한국의 국내정치에 아주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 직후 많은 국민이 범국민적으로 "햇볕정책"을 환영하던 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북한문제로 여야가 극단적으로 대치하여 심각한 정쟁이 전개되고 있는 현 한국사회 분위기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 협상지위와 신뢰성을 크게 약화시켜 남북관계에 아주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지금처럼 국론이 분열되고, 여야가 심각한 정쟁에 휘말려 극심한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한국의 사회분위기는, 설사 김정일 위원장이 진지하게 서울방문을 원해도 그의 방문을 어렵게 하는 객관적 조건이 되고 있다. 그리고 북한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 상실은 여야의 차기정권 창출문제와 얼켜 한국정치를 더욱 실망스럽게 몰아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의 심각한 정쟁으로 더욱 약체화된 현정부는 부시 미국정부와 북한정책 조율에서도 별로 유리한 지위에 있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먼 훗날 역사가들은 아마도 2000년 6월 남북정상 성공 이후 약 6개월간을 한반도문제가 해결점을 찾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주어졌으나, 그 후 얼마 못가서 국내외 조건변화로 좋은 기회가 무산되고 말았다고 평가할 것 같다. II. 남북정상회담 성공과 실패의 교훈 작년 6월 최초의 남북정상회담 성공 이후 대충 1년 조금 넘는 짧은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짧은 기간동안 남북관계에는 남북정상회담의 영향으로 대결종식과 협력·공존에 희망을 걸 수 있던 낙관적 상황이 전개되다가, 다시 단시간에 소강상태로 반전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 1년 간에 일어난 급격한 변화는 2001년 초엽 미국 부시 행정부 출범과 같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 시점을 경계로 낙관적 전기와 비관적 후기 2기로 대충 나누어, 이 짧은 기간에 일어난 현저한 변화를 관찰 분석하는 것이 한반도의 남북관계 현재와 장래를 결정할 중요변수들을 파악·이해하는 데 퍽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중요한 시기 분석은 좋은 사례연구로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우치게 한다. 전기는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햇볕정책"의 적극적 추진 결과인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이 남북 고위급 인사의 빈번한 교류, 경의선 복구 합의 등 남북대결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사건으로 한반도에 평화공존·협력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기대하는 낙관론이 대세를 이루던 기간이다. 이 시기에는 국민 대중 대다수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성과를 환영하고, 북한정책이 여야간 정권투쟁 필요에 따라 크게 정쟁화되지 않았다. 더욱이 시기에는 미국 클린턴 정부가 "페리보고서" 같은 한반도 문제의 포괄적 해결 구상개발로 한국정부의 햇볕정책 추진을 적극 지원하여 한미 양 정부간에는 긴밀한 공조체제가 성공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후기는 2000년 말 대통령선거 승리로 새로 집권한 부시 공화당 정부가 94년 "북미 제네바기본합의" 이전까지 추구하던 것 같은 대북 강경정책으로 복귀하면서 시작되었다. 부시 대통령에 의한 대북정책 강경화는 이 무렵에 상당한 규모의 경제지원에도 불구하고 북한으로부터 적절한 보상이 없는 점 때문에 남북관계에서 "상호주의 원칙" 무시 등 불만이 높아가던 국내 상황과 맞물려 "햇볕정책"에 대한 신뢰가 국내외에서 약화되어 갔다. 이러한 상황변화는 남북대화에 임하는 북한의 자세를 남북정상회담 직후에 비해 아주 경직시키고 있다. 현재 미국 부시행정부는 북핵 개발 동결을 위해 클린턴 정부가 북한과 합의한 94년 "북미 제네바기본합의" 내용과 성과를 불신하면서 대북한 정책기조에 상당한 수정을 시도하면서 한국정부와 이견이 있음이 공개했다. 대북 화해협력정책에 대한 한미공조체제의 약화와 거의 동시에 일어난 북미 관계악화는 한국 국내정치에서 햇볕정책을 둘러싼 여야대립을 정쟁화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정책의 정쟁화는 김대중 정부의 남북협상 지위를 상당히 약화시켜 남북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가 최근 약 1년간에 남북관계가 평화공존적 협력관계로 발전하던 전기로부터 남북정상회담의 긍정적 결과가 지속되지 못하고, 모든 것이 다시 불확실하게 된 후기로의 변화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 우리 한민족이 지금 바로 경험하고 있는 구체적 현실을 근거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을 제시하여 논의하여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첫째, 한반도의 운명은 적어도 현재와 같은 국내외적 조건 하에서는 (1)남북관계, (2)한미관계, (3)북미관계, (4)남남관계, 즉 한국내의 여야관계, (5)북북관계, 즉 북한의 정치상황 등 결코 단순하지 않은 여러 변수들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외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이 중요변수로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둘째, 남북관계, 한미관계, 북미관계, 남남관계, 그리고 북북관계 등 복잡하게 얼켜 있는 중요변수관계가 거의 동시적으로 "햇볕정책"을 수용할 때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직후 몇 개월간 우리가 경험한 것 같은 낙관적 상황이 한반도에 전개될 수 있다. 남북관계, 북미관계 등 적어도 상기한 중요변수 관계가 동시적으로 "햇볕정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합의 혹은 상황전개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지난번 정상회담의 경험처럼 낙관적 남북관계가 형성 지속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다시 말해 현재와 같은 조건에서는 좋은 남북관계는 조성하기도 어렵지만 불확실한 많은 국내외 변수의 개입 때문에 유리그릇처럼 깨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 직후의 낙관론은 매우 성급한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셋째,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조성된 국내외 분위기를 적절히 활용못하고 한민족이 실기한 것은 북한의 책임도 크지만, 한국의 여야가 "햇볕정책"에 대한 초당적 합의를 얻는 데 실패하였을 뿐 아니라 북한정책이 여야정쟁의 중심문제의 하나가 되어 국내정치가 극도로 분열되고, 종국에는 국민통합이 붕괴되는 것 같은 우리 현실이 "햇볕정책"을 더 이상 앞으로 못 나가도록 묶어 두고 있다. 우리 책임도 크다는 것이다. 넷째, 미국의 대한반도정책 변화와 미국 대통령 교체 등 미국적 변수가 한국과 북한 그리고 남북관계 같은 것 못지않게 결정적 영향력을 한민족의 운명에 행사하는 냉엄한 현실을 남북정상회담의 성공과 실패과정에서 다시 한번 확인된다. 이상에 지적한 사실을 음미하면 할수록 세계적 대세인 동서냉전체제의 와해와 "햇볕정책"이 이룩한 남북정상 회담 직후 고양되었던 한반도의 장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들이 너무 안일한 것이었음을 다시한번 깨우친다. 그리고 과거 1945년 8월 15일 해방이 일본 식민지지배 체제 종식을 의미하였을 뿐 한민족의 독립을 결코 보장하지 않았던 것처럼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2000년 남북정상회담 성공도 오랜 남북 분단체제에 큰 충격을 가하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을 뿐 그 결과는 앞에서 논한 5개 중요변수관계 등 많은 변수의 향방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다시 말해 한반도는 다시 1945년 해방기 때처럼 위험과 기회가 있는 기존 체제 변화의 과도기, 즉 새로운 "해방기"에 들어와 있다. III. 21세기 동북아의 강대국 패권주의 충돌 위기 동서냉전체제 붕괴 이후 동북아 국제관계는 불행히도 미·중 및 중·일 패권경쟁 등 강대국간의 상투적 권력투쟁 현상, 즉 과거 미·소 중심의 냉전시대에 극복하려던 바로 그 20세기 유형의 강대국간 대결이 21세기에 다시 재연될 것 같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냉전의 종식에 긍정적으로 역할한 미국, 일본, 중국 3국 관계가 탈냉전 후기부터 변하면서 근년에 와서는 이 지역의 새로운 국제적 불안조성 원인이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특히 과감한 개방과 경제개발정책의 성공으로 중국이 21세기에 "초강대국"이 되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게 될 것이라는 "중국 경계론"이 확산되면서, 미국과 일본이 "중국 위험론"을 전제로 근년에 미·일 안보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한 것과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패권주의 강화 저지에 이해를 같이 하여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적극 강화한 것이 이 지역의 국제관계를 불안하게 몰아가고 있다. 다시 말해 냉전와해 후 전개된 새로운 동북아 세력분포의 변화에 대해 관련 강대국들이 각기 다른 전망과 대응책을 강구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냉전 혹은 권력투쟁이 재연될 것 같은 조짐이 아주 많이 나타나서 이 지역의 장래가 매우 불투명하게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한 동북아 세력 개편 중에 미국의 세계적 패권 강화와 '미국 제일주의'를 표방한 부시 행정부의 등장은 이 지역 국제관계를 평화공존적인 것으로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대만에의 무기판매 문제로 미·중 대립을 악화시켰고, 특히 MD계획 재추진을 단행하여 중국과 러시아의 결속을 부추기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우경화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최근사태의 영향으로 한·미 관계, 북·미 관계, 남북관계가 모두 연쇄적으로 다시 긴장되고 있다. 따라서 그간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추진되어 온 "햇볕정책"과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조성되었던 좋은 기회가 2001년에 와서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간단히 말해 작년과 달리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자기들 이해관계로 한반도 문제에 다시 적극 개입하여 남북한에게 주어졌던 기회가 소멸될 위험이 닥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북한, 미국 3국은 남북정상 회담 성공으로 주어진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하고 과거에 여러번 범한 실패를 또 다시 반복할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남북관계 개선의 '키'로 간주되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도 불확실하게 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 극히 염려된다. 비극적 실패의 반복을 피하고 주어진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의 중요 결정자인 한국, 북한, 미국 3국은 서로 기본이해와 요구의 냉정한 검토 후에 모두가 적절한 양보 및 정책 수정을 감행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심기일전한 적극적 노력이 매우 필요함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장 먼저 신사고와 '개방 외교'를 표방한 북한 김정일 정권에 대하여 과감한 정책수정을 권고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 남북정상 회담을 통해 남한의 동포들과 국제사회에 북한의 변화를 지도할 수 있는 인물로 부상하는 데 일단 성과를 얻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대화와 협상으로 민족문제를 풀 수 있을 '인물'일 것 같다는 그에 대한 수정된 인상은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상승작용 효과를 내어 '북한변화' 가능성에 대한 국내외의 기대를 높여 줬다. 이점을 높이 평가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북한변화'를 확인할 구체적 증거가 없다는 점이 한국정치에서 햇볕정책이 아직 정착되지 못하고 오히려 갈수록 비판받고, 여야간의 정쟁에 빌미가 되고 있음을 북한 당국은 깊이 유의해서 한국정부의 햇볕정책 추진을 지원해야 한다. 북한은 아직도 시급히 해결하여야 할 최우선 과제가 경제개발임을 실천적으로 증명 못하여 국제적 신뢰획득에 실패하고 있다. 지금도 '강성대국' 구호를 무모하게 외치고 있다. 이런 잘못된 구호행위보다는 하루속히 한국 및 구미 국가들로부터 경제전문가 초청을 서둘러서 북한경제를 부흥시킬 마샬 플랜(Marshall Plan)같은 경제개발 계획안을 수립하는 것이 급하다. 좀 더 '경제개발 우선'에 적극성을 보여 국제사회에서 '북한변화'를 확신시켜야 한다. 그리고 경제개발에 필요한 자원동원을 위해 더 이상 북한에 도움이 안될 핵·미사일 등 허세 및 '공갈외교'에 매달리지 말고 미국과 일본과의 국교정상화에 적극 임해야 한다. 그런 과감한 '신 외교'가 '북한변화'의 확실한 증거가 되어, 북한에게 활로를 열어 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취임이래 미국의 대북한 정책 재검토와 한국의 '햇볕정책'추진에 조건을 부치는 이유도 북한이 아직도 과거 냉전시대의 논리에 근거한 '강성대국'을 외치는 잘못된 '공갈외교'에서 찾을 수 있다. 더욱이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미국의 세계적 안보전략에 큰 위협으로 믿고, 핵 및 미사일 문제해결 없이는 북한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때 일단 보류되었던 MD계획 재추진 명분도 북한의 위협에서 찾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외교는 이미 북·미 협상에서 생존권 보장 확보에 성공하였기 때문에 한계점에 와 있다. 더 이상의 '벼랑 끝 외교'는 아주 위험하다.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북 핵과 대포동 미사일문제에 대한 북미 합의가 없는 한, 한국정부는 미국의 견제로 북한에 대한 대규모 경제지원을 더 이상 추진 될 수 없는 점을 깨우쳐야 한다. 다음으로 미국 신정부에게도 간곡히 당부한다. 설사 '북한의 변화'가 좀 늦어도 남북문제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함을 역설한다. 90년대 초의 북 핵 소동 때처럼, 미국이 전면에 나서 개입하면 북한정권의 위기감만 더 조성시킬 것이다. 더욱 미국은 '햇볕정책'을 추구하는 한국정부가 가진 '기능주의'에 입각한 근본 믿음, 즉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관계가 먼저 개선되면, 군사문제도 해결 될 수 있다"를 존중하고, 새 시대를 열려는 한 민족을 좀 더 신뢰하여 줬으면 한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은 클린턴 정부가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 추진결과를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준 결과이다. 남북 간에 경의선이 실제로 개통되고, 개성공단 같은 것이 조성되어 북한에 경제적 효과를 낼 때까지 인내해야 한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극심한 식량사정 등으로 아직도 궁지에 몰려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대북한 정책을 좀 더 신중하게 조정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은 최근 MD와 ABM 논의가 증명한 것처럼 미국에 대한 한국의 일방적 지지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갈등을 초래하여 한국의 '4강 외교'가 큰 elf렘마에 빠질 것을 경계해야 한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MD계획이 매우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미사일 방위망 구축이 완성되면, 러시아와 중국의 핵 전력이 무력화되고 미국의 세계적 군사패권이 요지부동의 것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들 국가들의 반대는 당연하고 벌써부터 완강하다. 지난번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한 길에 ABM 체제유지에 대한 한국 지지를 요청했고, 그것이 한미간에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이 MD계획을 적극 추진하면 주변 강대국간의 신냉전에 한민족이 다시 희생될 처지를 깊이 고려할 것을 간청한다. 부시 대통령은 MD계획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반대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는 한반도 및 동북아의 미래에 미칠 영향이 심대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전문가들도 피하지 말고 좀 더 진지하게 토론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햇볕정책' 추진의 주역을 맡아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시켜 한반도에 새로운 시대 개척에 적극 나서서, 그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영광까지 얻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충심으로 고언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성공으로 "햇볕정책"에 대한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한때 범 "국민적 지도자"로 부상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전 국민적 지지 동원에 성공하여 국민통합에 기여하던 햇볕정책이 국내정치에서 점차 정쟁(政爭)의 대상이 되어, 현재는 이것이 국민을 분렬시키는 문제로 변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 대한 국민신뢰도 "햇볕정책"으로 오히려 더 손상되는 사퇴가 염려될 지경이다. IV. 맺는 말 이렇게 국론이 분열된 조건에서는 '햇볕정책'같은 민족적 대사가 성공적으로 추진 될 수 없다. 김대통령이 햇볕정책으로 한민족을 위한 새 시대 개척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북한 정책을 초당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야당과 범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시급하다. 국론분열과 김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기반을 약화시킬 야당과의 극렬한 정쟁은 특히 남북협상에서 한국의 협상 지위를 아주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민족의 장래를 위해 빨리 종식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한국의 4강 외교와 '평양외교'가 2000년을 넘기자 마자 시련기를 맞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우리민족이 한반도 문제를 자력으로 해결할 기회를 별로 허용하지 않는 현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독일민족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아 강대국들에게 개입할 시간을 주지 않고 짧은 시간 내에 통일을 이룩한 역사적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남북한 지도자들이 하루빨리 단결·협력하여 남북한의 '4강외교'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지난번 남북정상회담 성공으로 얻었던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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