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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여, 스웨덴의 인내와 실패에서 배우라 *
이름 : 궁금이 (2004-10-08) 제목 : 열흐마니님 이 내용은 어떻게 생각하셔요? 다음 글은 중앙일보 디지털 국회의 6월 베스트 논객으로 뽑히신 이주경님의 글 입니다. 현재 한국은행 연구원으로 계십니다. 이미 읽으신 분들이 계시면 양해 바랍니다. 긴 글 입니다. ************************************************ * 민노당의 약진: 거품 또는 사회혁명의 시작? * ************************************************ 민노당이 급부상하면서 이들이 비전으로 내건 스웨덴 식 사회주의(이른바 제3의 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세계화의 무자비함, 이라크 전쟁, 중산층의 몰락 등을 배경으로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시장경제 모형 자체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고 있지요. 틈새 없는 복지제도로 사회구성원 중 단 한명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최고의 부국을 만들 수 있다는 이른바 스웨덴식 모형의 비전은 참으로 매력 있는 유토피아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지요. 그렇다면 스웨덴식 사민주의는 과연 개인주의도 집체주의도 아닌 중도의 길, 황금의 길일까요? ************************************************ * 세계에서 제일 부유한 사회주의 경제? * ************************************************ " 스웨덴은 1920년대까지 세계 최고 파업률을 보이며 극심한 계급 대립을 겪었지만, 30년대 사민당 집권 이후 ‘노사 대타협’을 이뤄 국가의 모습을 확 바꿨다. 노동이 ... 자본의 경영권을 인정하고 인금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자본은 세금을 더 내고 노조와 사회의 감시를 받아들였다. 정부는 세금 감면과 복지 확대로 화답했다. ... 네덜란드·벨기에·노르웨이·핀란드 등 인접 국가들도 스웨덴과 유사한 계급 타협을 통해 강소국 모델을 정착시켰다. " (한겨레 신문, 2004-05-16)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은 다 들어보셨지요. 1932년 이후 지금까지 사민당이 쭉~ 집권한 나라(1976~82: 1991~94년 제외). 병에 걸릴 경우 일수 제한 없이 유급 휴가를 쓸 수 있고, 65세 이상 노인은 국가부담으로 유급 보조인을 둘 수 있으며, GDP에 대한 정부소비 비중이 60% (미국은 30%),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교육 의료 교통은 물론 임업 광업 제철 등 상당수의 산업이 국유화된 나라. 임금의 60%에 달하는 평균세율, 어린이 한명 당 연간 1,500만원에 달하는 육아보조금. 신자유주의적 경제관에 의하면 이런 나라는 진작 망했어야 하지요. 그러면서도 1870년에서 1970년까지 100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 (일본 다음)을 성취했고, 스위스와 더불어 세계에서 제일 잘사는 나라로 흔히 인구에 회자되는 바로 그 나라. 진보세력들이 이 나라에 주목하는 것은 어쩜 너무 당연하지요. 스웨덴의 성공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민노당의 주장처럼 공평한 분배가 오히려 사회통합을 배경으로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건가요? 시장경제만이 대안이라는 생각은 대중에게 주입된 허구적 이데올로기에 불과한가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이려는 것이 이 글의 목적입니다. 첫째, 스웨덴이 지난 130년간 이룬 경제성장은 대부분 사민당 집권 전에 완성되었구요 둘째, 사민당이 오늘날과 같은 완전한 반시장주의를 추구한 것은 집권 후 40년이 지난 1970년대 부터인데 그 결과는 30년에 걸친 경제후퇴였구요 셋째, 스웨덴 경제는 93년 이후 IT바람과 함께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으나 에릭슨이 본사를 런던으로 옮기는 등 장래를 예측하기 어렵고 넷째, 이 모델은 이미 선진단계에 이르렀을 경우 사회주의 실험이 타당할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보여줄 뿐 지금 우리나라에는 전혀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 글의 주요 결론입니다. ************************************* * 시장경제 때문에 거둔 절반의 성공 * ************************************* 스웨덴식 사민주의는 1936년 미국의 한 저명한 저널리스트(Marquis Childs)가 쓴 ‘스웨덴: 중간의 길(Sweden: The Middle Way)’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개인주의(시장경제)와 집단주의(스탈린식 사회주의) 중용을 취한 제3의 대안으로 인식되어 왔지요.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볼로, 에릭슨이나 아키아의 CEO가 청소부 아주머니와 같은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나라, 그러면서도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 부강해질 수 있다면 이건 정말 천국 다음으로 좋은 곳 아닐까요? (가령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가장 살고 싶은 곳이 1980년 여름의 스웨덴이라고 한 적이 있죠). 그러나 스웨덴에 대한 이러한 대중적 환상은 다분히 조작되고 이데올로기화된 (아마도 1932년부터 장기집권해온 스웨덴 사민당에 의해)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이 최근 경제학계의 컨센서스입니다. 공업화가 시작된 1870년 당시 스웨덴의 경제력은 유럽 16위에 불과했죠. 1870~1930년까지 스웨덴은 다른 서구권 국가와 마찬가지로 ‘작은 정부’와 ‘시장경제’를 지상원칙으로 하며 수출지향형 산업화에 박차를 가합니다. 공활한 국토와 천혜의 임업, 광업 자원, 적절한 공업화 전략과 우수한 교육을 바탕으로 스웨덴은 세계사에 보기드문 고도성장을 거듭, 1929년에는 이미 유럽 8위의 부국으로 자리를 굳힙니다. 이 당시 스웨덴의 1인당 GDP는 최상위국의 71%. 오늘날 최상위권 국가의 GDP가 3만 5천불 수준이라고 하면 스웨덴은 이미 2만 5천불 수준을 달성했던 셈이죠. (자료: Center for Business and Policy Studies, Annual Report (Stockholm, 1990), p. 18., Peter Stein (1991)에서 재인용) 자, 이제 감이 오죠? 스웨덴의 분배실험은 가장 자유방임적인 시장경제를 통해 이룬 경제적 부가 있었기에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죠. 몽상적 사회주의자들의 주장(가령 한겨레의 위 기사)처럼 ‘계급타협’과 ‘평등주의’의 결과 부자가 된 게 아니라는 것. 어쨌든 1932년 집권한 사회주의자들은 1970년까지 ‘성장’과 ‘분배’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서 나라를 훌륭하게 꾸려나가는 데요, 그렇다면 나라의 부가 선진국 수준으로 쌓인 후(가령 2만불 달성 후)에는 사회주의가 더 우월한 대안인 걸까요? ********************************************************** * 40년을 인내한 굉장한 사회주의자들 (황금기: 1930~70년)* ********************************************************** “시장경제원칙으로 50년간 일궈놓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사회주의자들이 불과 몇 년만에 완전히 말아먹었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으면 편했을 텐데. 스웨덴의 역사는 그와 정반대로 돌아갔지요. 스웨덴 사민당은 1932년 직후 고도의 누진세율, 부세(wealth tax; 민노당의 부유세는 여기서 아이이어를 얻은 듯^^), 고율의 소비세 등 세금을 줄줄이 신설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업보험, 국민연금, 사회복지 등 정부소비를 크게 늘립니다. 이른바 작은 정부와 시장이라는 종래의 틀을 대신 ‘큰 정부’와 ‘개입주의 산업정책’을 근간으로 한 스웨덴식 모델을 구축한 거지요. 그 결과는 놀랍게도 비약적 경제성장과 사회경제적 평등의 동시 달성이었습니다. 그 비밀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1. 富者여 스웨덴을 떠나지 말라, 그리고 투자하라 스웨덴 사민주의자들은 사회주의로의 완전 이행이라는 장기 비전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가령 스웨덴 사민주의 대표이론가로 사민당 정권 초대 재무장관을 맡았던 Ernst Wigforss는 대규모 공업기업을 육성한 후 이를 장기적으로 ‘주인 없는 사회기업’으로 바꾸는 것이 자신들의 궁극적 목표임을 분명히 했죠. 이 단계에 이르면 개인들은 회사의 주주가 될 수 있으나 더 이상 잔여수익에 대한 청구권(residual claim)을 행사하지 못하며 회사채 소유자나 마찬가지로 투자 지분에 대한 이자만 돌려받게 되지요. 모든 이윤은 회사내에 유보, 축적됩니다(참조: Henrekson and Jakobsson, 2000, 7쪽). 그렇다면 집권하자마자 노조의 경영참여부터 법제화하면서 10~20년 내에 기업의 소유권을 노동자들에게 이전시켰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오늘날 어느 나라 대단한 진보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러나 스웨덴 사민주의자들은 무려 40년 동안 이와 상당히 다른 길을 걷습니다. 이른바 노사정 타협으로 자본가들과 그야말로 ‘타협’을 한 거죠. 그 핵심을 이렇습니다: 첫째, 복지국가의 틀을 통한 과감한 소득재분배, 둘째, 기업의 소유 및 경영권 보장, 셋째, 사회연대원칙에 입각한 집합적 임금협상. 소득재분배 정책은 근로소득에 대한 강도 높은 누진세율 (1970년대 이후에는 최고세율이 약 20년 동안 80%에 달함)의 시행, 부세 신설, 소비세 강화 등 주로 조세확대의 형태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돈이 교육 의료 탁아 등 사회복지의 필요에 쓰인 거죠. 재미있는 것은 부자와 자본가들에 대한 세금은 그리 높아지지 않은 겁니다. 가령 좌파 정치경제학자인 Sven Stenmo같은 사람은 ‘고도의 소득재분배를 정치적 야심으로 하는 좌파정권이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무겁고, 자본 및 기업소득에 대해서는 가벼운 조세제도’를 설계한 것은 언뜻 보면 이해가 안 될 거라고 서술한 적이 있죠 (Sven tenmo, 2000, 3쪽). 또 재미있는 것은 법인세의 전반적인 체계가 대기업 및 기존 기업에 극히 유리한 반면 중소기업 및 기업창설에는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편파적이었던 것, 그리고 사회연대 원칙이 결과적으로는 동일 업종 내 임금 평준화와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기업에서 높은 기업으로 일종의 교차보조금(cross subsidy)이 지급되는 효과를 낳은 거지요. 이는 결국 한 업계(가령 자동차)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기업 하나(볼보)만 살아남는 치열한 구조조정을 유발하고 스웨덴은 대기업에 의한 경제집중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로 변신합니다. 볼보 에릭슨 이케아 등 세계초일류 기업이 나올 수 있었던 것, 스웨덴 산업부문이 높은 생산성과 국제경쟁력을 자랑할 수 있게 된 것은 결국 40년 동안 규모의 경제를 열심히 추구한 사회주의자들의 공로(?)였지요. 스웨덴 사회주의자들이 집권한 그날부터 “부유세로 필요한 돈을 걷자. 이걸로 빈곤 문제를 해결하자”, 이런 어젠다를 추구했다고 한번 상상해 볼까요? 이 나라가 과연 어디로 갔을까요? 네, 맞습니다. 스웨덴은 세계최고의 사회복지제도를 구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부자들을 손보지 않았죠. 요즘 온 나라가 재벌 개혁 문제로 시끄러운데 스웨덴의 예를 한번 볼까요? 가령 스웨덴의 三星 가문이라고 비유할 수 있는 Wallenberg가는 1925년 당시 스웨덴 최상위 25개 기업 중 2개만을 지배했으나, 1945년에는 5개, 1967년에는 무려 10개를 지배했다고 합니다. 스웨덴 공산당 지도자 C. H. Hermansson이 1962년 주장한 바에 다르면 스웨덴의 산업 전체가 가장 부유한 15개 가문에 의해 지배받고 있죠. (참조: Henrekson and Jakobsson, 2000, 21쪽). 그 뿐인가요, 유명 영화감독(가령 잉마르 베르만), 테니스 스타(가령 토마스 요한슨) 등 저명인사들도 당국의 각종 조세특혜로 세금을 거의 안내지요. 2. 평준화된 임금과 복지, 그리나 무임승차에 대한 사회적 압력 실제로 1960년까지 스웨덴의 조세부담율은 미국수준과 대강 비슷했지요 (정부지출이 GDP에 대해 30%, 참조: Peter Stein). 전체적인 세율이 그리 높은 것도 아니고 부자들을 손본 것도 아니라면 그 많은 사회복지예산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요? 그리고 스웨덴의 지니계수(소득불평등도 계수)는 왜 그리 낮은 거지요?(1995년 당시 23.0; 독일 28.2, 일본 26.5, 미국 34.4, 자료: OECD Economic Surveys, Sweden 1999, Steinmo 22쪽 재인용)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스웨덴의 누진세제는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가혹하고 자본소득에 대해서는 관용적인 양면성을 갖고 있지요. 이러한 조세와 기업 집중을 유발하는 산업정책은 국민을 아주 소수의 자본가 계층(이른바 15대 가문)과 나머지로 양분시켰습니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노동분배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다가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높은 누진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지니계수(불평등도)는 낮아지게 되지요. 결국은 스웨덴 복지국가는 같은 근로소득자들끼리 임금을 사전(사회연대적 임금협상), 사후(누진세)적으로 평준화시키는 노동계급내 상호부조체의 성격이 크죠. 가장 불만을 갖는 계층은 당연히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스웨덴은 의사들이 연평균 1600시간(미국은 2,800시간)밖에 일을 안 하죠. 남는 시간은 집에서 풀을 깎는 게 오히려 남는 장사라나요. 어차피 소득이 평준화된다면 구지 땀 흘려 일할 필요가 있을까요? 대충 일하고 낚시나 다니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러한 인센티브 문제는 노사정 타협에 의해 확보된 해고가 자유로운 노동시장 구조에 의해 상당히 희석됩니다. 부연해 설명해 볼까요? 앞서 설명한대로 이 시기 스웨덴의 임금은 사회연대원칙에 의해 결정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같은 자동차 업계의 임금은 현대자동차건 기아자동차건 모두 동일하게 정해지는 건데 우리나라처럼 제일 잘 나가는 회사의 잣대를 나머지 회사들에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업계 평균의 임금을 정하고 이를 모든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거지요. 다른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의식(solidarity)을 바탕으로 잘 나가는 회사의 직원들은 임금인상을 그만큼 자제하는 반면 실적이 좋지 않은 회사 직원들을 기업의 지불능력을 초과할 정도로 많은 임금을 받게 되는 거지요. 열심히 일한 경쟁사의 그 누군가 때문에^^. 그렇다면 대충대충 하면서 계속 옆집 (경쟁사) 덕을 보는 게 정답 아닐까요? 어떤 회사직원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계속 대충대충 일한다고 가정합시다. 이 회사의 경영은 저조한 실적과 인건비의 초과부담이라는 이중의 질곡 때문에 조만간 부실화되고 조만간 다운사이징을 실시하며 결국 문을 닫습니다(어느 나라 같았으면 구제금융이 나가고, 누가 분신하고, 결국 문을 안 닫겠죠^^). 흥미롭게도 스웨덴 사민당은 노사정 대타협을 한 30년대 초부터 이러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역동적인 산업구조조정이 대형화와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거죠. 따라서 이 사회주의자들은 요즘의 어떤 시장주의자들보다 훨씬 높은 정도로 해고유연성을 보장했던 거지요(Peter Sten). 해고와 고용이 수시로 일어나니까 유동적인 노동시장이 존재하고, 그 때문에 문제 있는 회사는 정치적 부담 없이 퇴출시킬 수 있었지요. 정리해 볼까요. 1930~70년까지 스웨덴식 모형에는 사회주의 특유의 인센티브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포석들이 충분히 깔려있었습니다. 자본가들은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얼마든지 부자가 될 수 있었고요,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하지 않을 경우 일종의 단체 징벌(회사의 도산)을 받게 됩니다. 꾀병을 부리거나 게으름을 피우면서 사회복지로 살아가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다른 노동자의 일한 댓가 위에 무임승차하는 것이기 때문에 강한 또래집단압력(peer pressure)이 존재했겠지요 ^^ 연공서열과 종신고용이 지배적인 질서. 회사가 좀 크다 싶으면 대마불사의 ‘신화’가 ‘실화’가 되는 어떤 나라에서 제일 잘 나가는 회사의 정규직 근로자를 기준으로 모든 임금을 상향평준화하고 일하지 않아도 아무 걱정이 없는 사회복지 까지 도입하면 그 나라가 어디로 갈까요? 스웨덴입니까, 아니면 아르헨티나입니까? 3. 소 결 스웨덴은 일단 선진국의 대열에 확실히 안착한 후 복지국가로 이행했습니다. 사민당은 1932년에 집권했지만 놀라운 인내심으로 40년 동안이나 본격적인 사회주의의 추구를 유보합니다. 그 핵심은 자본가 계급과의 타협, 복지혜택에 대한 반대급부로 근로계급에게도 강도 높은 시장규율을 요구한 것, 적절한 산업정책을 통한 경제역량 제고에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우선 경제에 대해 뛰어난 현실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고, 정치적 경쟁자가 사실상 없는 상황 속에서 장기적인 정책시계를 추구할 수 있었으며 ‘대기업으로의 산업 및 소유권 집중’ (1단계) -> ‘노동자의 경영참여 및 소유권의 집체화 (2단계)’라는 슘페터적인 사회주의 이행전략에 충실했던 것 같습니다. 조건이 성숙하기 전에 세상에 나가면 (미숙아?) 필패할 것이라는 슘페터 선생의 충고를 놀라운 인내심으로 따랐던 것 (참조: Henrekson and Jakobsson, 2000, 3~5쪽). ***************************************************** * 진짜 사회주의를 향한 일보 전진. 그리고 결정적 추락 * ***************************************************** 40년을 인내한 사민주의자들은 1970년부터 드디어 행동에 나섭니다. 본격적인 사회주의 실험을 실시하는 거지요. 노동유연성을 포기하고, 산업의 광범위한 국유화를 추구 했지요. 소득세의 한계세율은 이제 최고 80%까지 높아졌고, GDP대비 조세부담율은 OECD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습니다. 노조의 외연이 너무나 커져서 노사정 합의는 더 이상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되었고, 사회적 연대의 개념이 희석되어 복지제도에 대한 무임승차가 만연하게 되었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민당 정권은 사회주의 이행의 열망을 더 강하게 불태웠지요. 인내심이 그리 많던 사람들이 어떻게 된 것일까요? 너무 오랜 성공과 비판의 부재 때문에 제 정신을 잃은 것일까요? 1976년 노총 총회(LO Congress)에서 이른바 Meidner 플랜이 제시되면서 사민당은 Ernst Wigforss의 장기 비전 즉 생산수단의 집체화를 실현할 때가 드디어 무르익었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그들은 지난 40년간 대규모 공업기업을 육성한 후 (1단계) 이를 장기적으로 ‘주인 없는 사회기업’으로 전환(2단계)한다는 거대한 꿈의 1단계를 다져왔던 셈이지요(Henrekson and Jakobsson, 2000, 3~5쪽). Meidner 플랜의 구상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 50인이상 기업의 경우 종업원 기금(wage-earner fund)을 의무적으로 설치 - 해당기업은 매년 이윤의 20%를 증자, 이를 종업원 기금에 신주로 교부 - 연간 수익률을 10%로 잡을 경우 35년 후에는 임금소득자 기금이 기업지분의 과반수를 확보 - 궁극적으로는 개별 회사의 종업원 기금에서 전국단위노조와 시민단체로 구성되는 전국 단위 기구에 회사 지배권 이양 한마디로 자본가 계급과의 타협(노사정 대타협)에 종지부를 찍고 노동자만의 유토피아로 넘어가겠다는 얘기지요. 이는 기업주들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켜 1983년 기업주들의 거리데모 사태를 유발했고 사민당 내에서도 만만찮은 반대여론이 존재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사민당 정부는 1984년에는 마침내 다소 순화된 형태로 Meidner 플랜을 도입했고 (1992년 비사민당 정부에 의해 폐지) 노사정 대타협은 힘겨운 말년을 끝맺게 됩니다. 이뿐인가요? 또 1976년에는 노총의 강력한 정치적 압박에 의해 노동자의 이사회 참여와 주요 경영이슈를 단체협약 대상에 포함시키는 공동결정법(Codetermination Act 1976)이 제정되지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1970년부터 스웨덴 경제는 급속히 내리막을 걷습니다. 한 때 세계최고를 자랑하던 1인당 소득수준은 최근(2002년) OECD 14위로 까지 주저앉았지요. 전체 경제활동참가자 400만명 중 무려 100만명이 일 대신 사회복지 프로그램으로 연명(2003년)하고 있으며, 그 결과 재정고갈 및 ‘임금->인플레->임금...’의 악순환으로 경제위기가 초래(1990년)되었죠. 스웨덴 모형은 순식간에 유령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1. 초현실적인 세금과 복지병 근로소득세 최고세율이 80%가 되다보니 별 희안한 일들이 다 일어납니다. 또래집단에 대한 사회적 연대감과 기업에 대한 공동책무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인 이기심과의 균형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었지요. 가령 스웨덴의 근로자는 연간 일수 제한 없이 유급 병가를 쓸 수 있게 되어 있고, 그 비용은 회사가 아닌 국가보험프로그램이 지급하지요. 꾀병을 부린다한 들 직장 상사가 굳이 얼굴 붉혀가며 추궁할 일이 없고. 1988년 현재 스웨덴 근로자의 연간 병가 일수는 무려 26일(Paul Stein). 상상이 잘 안 가시죠 ^^ 근로자의 평균 소득세율은 50%, 여기에다가 간접세와 고용세를 합친 평균 실효세율은 80%, 그러나 보니 부자들은 물론 일반 근로자들도 너나 없이 세무변호사를 고용하고요. 심지어 치과의사가 세무변호사에게 공짜로 이빨 치료를 해주고, 세무변호사는 공짜로 연말정산을 해주는 물물교환이 성행 ^^ 2. 인플레이션의 악순환 노사정 협의의 붕괴와 함께 고통분담의 정신은 사라졌지요. 비대해진 공공부문 노조는 임금인상을 주도했고 임금의 상향 평준화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노조는 높은 세율을 감안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이는 재정적자와 더불어 인플레이션을 유발했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구매력 감소는 더 높은 임금인상 요구를 낳고요. 불행하게도 스웨덴 모형은 남미형 모형으로 전락하고 말았지요. 3. 자본과 우수한 인력의 해외 이탈 스웨덴 사민주의자들도 세계화의 압력 앞에는 속수 무책. 1980년대에는 마침내 외환자유화를 단행했고 자본과 우수인력이 해외로 도망갈 수 있는 길이 마침내 뻥하고 열린 거죠. 앞서 말한 것처럼 에릭슨 본사가 런던으로 가버렸지요. ******************************************* * 진보여, 스웨덴의 인내와 실패에서 배우라 * ****************************************** 스웨덴 사민당은 마침내 1991년 선거에서 굴욕적인 패배를 겪게되고 소위 브루조아 연합이 정권을 잡게 됩니다. 이들은 당연히 조세개혁부터 착수하는 데요, 이른바 ‘세기의 조세개혁’(Tax Reform of the Century)라고 하는 것이죠. 근로소득세 최고세율은 80%에서 50%로 낮추지고요, 빈곤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납세자는 단일세율(50%)을 부담하게 되었죠. 마가레트 대처 수상의 인두세(poll tax)를 연상시키는 충격적인 변화로 누진세 개념의 완전한 포기를 의미합니다. 자본소득세율은 30%의 단일 세율. 수많은 소득 및 세액 공제가 전부 폐기 되었고 85%의 납세자는 소득정산 자체를 하지 않게 되었죠. 세법의 틈새를 이용한 이른바 절세가 불가능하게 되었고 수많은 조세 전문변호사들이 생업을 접게 됩니다. 열정은 있었으나 경험이 없는 이 브루조아 정권은 버블붕괴와 이후의 금융위기로 결정타를 맞게 되고 사민당은 94년에 다시 등극하게 되지요. 브루조아의 개혁을 전부 없던 일로 했을까요? ^^ 아니랍니다. 세기의 조세개혁에 약간 손질을 한 후 (누진세 요소를 다소 높여서) 그대로 받아들이고 재정지출을 줄였죠. 사회주의를 향한 2단계는 당분간 접은 듯 합니다. “진짜 사회주의를 향한 일보 전진. 그리고 결정적 추락”의 아픈 추억은 상당기간 사민당을 자숙하도록 만들 듯. 휴, 지치네^^ 이 것으로 스웨덴 얘기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요즘 진보진영의 주장이 정확히 뭔지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그 분들이 스웨덴 사민당을 모델로 삼고 있는 것은 진담인 듯. 자 그렇다면 사민당의 40년 인내와 실패로부터 배워야 겠지요? 우선 노동의 경영참가와 이윤의 처분에 대한 간섭은 접어주시길. 그것은 노사정 대타협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걸 폐기하자는 주장이지요. 스웨덴 사민당이 당분간 필요한 것으로 보았던 노사정 합의를 왜 40년 동안이나 지켰고, 또 그것을 마침내 폐기하려다가 참담한 추락을 맛보았으며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 갔는지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복지국가 문제. 진보진영은 당연히 여기에 정치적 승부를 걸어야겠지요. 그러나 복지국가의 이상이 스웨덴 형의 윈-윈으로 귀착될지, 남미형의 괴멸로 갈지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린 것이겠지요. 요컨대 복지에는 돈이 듭니다. 그 돈을 마련하는 방법은 다음 세가지: (1) 부유세로 부자들한테 접수한다 (활빈당 방식) (2) 국채나 화폐를 인쇄해서 조달한다 (페론주의) (3) 고도의 경제성장을 추구하고 그 과실로 한다 (스웨덴 방식). 제3의 방법으로 가려면 첫째, 부자들이 도망가지 않고, 계속 투자하게 타협해야 하며, 둘째, 노동자들이 복지에 안주하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엄격한 시장규율을 인정해야 합니다. 비정규직을 다 정규직화하고, 임금은 회사의 지불능력과 상관없이 상향 평준화하며, 해고는 불가능하게 하고, 기업이 부실화되면 은행들을 동원해서 구해내며, 대기업집단을 해체하고, 기업이 해외로 도망하기 전에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며 스웨덴을 만들자? 그건 몽상이고, 거짓말에 불과하겠지요. 노동자가 만든 이상적인 시장경제 스웨덴을 운운하기 전에 먼저 성찰하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 끝 ****** <참고문헌> Lennart Erixon (1996), "THE GOLDEN AGE OF THE SWEDISH MODEL: The Coherence Between Capital Accumulation and Economic Policy in Sweden in the Early Postwar Period", Department of Economics Stockholm University, October 1996 Magnus Henrekson and Ulf Jakobsson (2000), "Where Schumpeter was nearly Right - the Swedish Model and Capitalism, Socialism and Democracy" SSE/EFI Working Paper in Economics and Finance No 370 Peter Stein (1991), "Sweden: From Capitalist Success to Welfare-State Sclerosis", Cato Policy Analysis No 160. Sven Steinmo, "Globalization and Taxation:Challenges to the Swedish Welfare State", mimeo (http://stripe.colorado.edu/~steinmo/cpsfinal.pdf) **************************************************** 이름 : 열흐마니 (2004-10-08) 제목 : 노무현이 좌파라구요? >경제가 어렵다고 합니다. 어려운 거야 사실인데, 이렇게 어려운 이유가 좌파 정책 때문이라는군요. 동의 못합니다. 이 정권 들어서고 좌파 정책이라곤 눈을 씻고 살펴봐도 없습니다. 출자총액제한은 꼭 노무현 정권의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김대중 정권이 입안한 것을 노무현 정권이 승계했다고 봐야 합니다. 출자총액제한은 환란의 원인이 됐던 재벌집중을 해소하기 위함인데, 지금 경제현실이 이 정책의 연속성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 >노무현 정권이 실질적으로 좌파가 아니면서 죄파로 의심받는 이유는 있습니다. 경망성 때문이죠. 한마디로 촐랑대다가 그런 겁니다. 경제의 이니셔티브를 집행기관인 내각이 아니라 참모인 정책실이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겁니다. 이정우 정책위원장이 부동산 문제에서 좌파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입니다. 참모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그가 너무 매스컴을 자주 타는 것이 문제지요. 실제로 이정우가 한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 >그 잘한 부동산 정책을 봅시다. 재산세 인상했어요. 양도소득세 왕창 올렸습니다. 거래세 몇 배나 때렸습니다. 부동산 잡혔습니까? 최근에 고개를 숙이긴 하는 모양인데, 미안하지만 노정권 들어선 이후 폭등한 부동산 값은 여전히 그 자리 머물러 있습니다. 일부 강남 부촌은 지금도 ‘나는 나대로 간다’ 라고 하는군요. 서울 변두리, 지방의 부동산은 거래가 중단이 된 모양입니다. 세금 정책의 피해자가 엉뚱하게도 도시서민들이란 이야기입니다. > >그러다 보니 부동산에서 파생되는 내수경기가 더 위축됩니다. 건설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워낙이 크니까요. 당황한 정부가 세금을 원위치 하겠다는 애드벌룬을 솔솔 흘립니다. 한마디로 지좆대로지요. 그래서 좌파 소리 듣는 것입니다. 집값을 잡기 위한 미봉책이지 좌파의 철학이 담긴 정책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부유세라는 일관된 정책이 있지만 저쪽은 없습니다. 저쪽은 양도세와 거래세의 현실화라는 명분 하에 언제든지 세금을 원위치할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아마도 재산세만큼은 계속 올리는 쪽으로 가겠지요. > >아시다시피, 부유세라는 것이 부자를 때려잡기 위한 정책이 아닙니다. 부자들이 떳떳하게 살도록 우리가 도와주는 측면도 있습니다. 한국의 부자는 부동산투기와 같은 음성적 수단으로 부자의 반열에 올라선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부유세는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떳떳하게 존경받고 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생각만큼 가혹한 것도 아니죠. 과세 기준이 공시기준 10억이므로 시장가격으로 환산하면 대략 20억 정도 될 겁니다. 또 우리가 정권을 획득해서 막상 시행을 하다보면 10억 기준이 상향도 되는 겁니다. > >부유세를 도입하면 기존의 과도한 지좆대로 세금은 손을 봐야 합니다. 보유기준의 과세는 강화하되, 거래에서 파생되는 세금은 현실화해줘야 합니다. 양도세 강화해야지요. 상속세 탈루하지 못하게 시스템을 강화해야 합니다. 아무렴 사람 사는 동네인데, 좌파가 집권한다고 부자들 살림을 거덜 내기야 하겠습니까? 부자는 우리들의 우물입니다. 그들도 살고 우리도 사는 것이죠. > >노무현 정권의 종토세가 부유세적 성격이 일부 있습니다. 문제는 철학이 없다는 것이죠. 그리하여 경기가 약간이라도 하강하면 이리저리 손볼 준비를 하는 겁니다.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죠. 부동산 세금 정책이 그렇지 않습니까? 투기과열지구만 해제하면 사실상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재산세만 빼고. 이미 일부 지방대도시는 투기지역 해제를 검토 중인가 봅니다. 우리는 경기변동과 무관하게 일관되게 밀고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과격한 좌파를 연상하지 마십시요. 우리는 노정권보다 합리적입니다. 노정권 같은 날라리 들이 아닙니다. > >노무현은 좌파가 아닙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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