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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戰…천황만세…’ 참배객 넘쳐
2002.8.15 경향신문 ‘聖戰…천황만세…’ 참배객 넘쳐 15일 오전 8시30분 일본 도쿄(東京) 중심부 구단시타(九段下)에 있는 야스쿠니신사. 일본 전통 명절인 ‘오봉’을 맞아 한적한 도심과는 달리 이곳은 아침 일찍부터 참배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신사 주변 주차장에는 야마가타(山形), 미에(三重), 후쿠시마(福島)현 등 전국 각지의 참배객을 태운 버스로 가득했고 길가에는 우익단체들이 ‘국립위령시설 반대’ 등의 주장을 담은 책자 등을 배포하느라 북새통이었다. 20ｍ는 족히 넘을 듯한 야스쿠니 정문(第一鳥居)을 지나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일본 육군의 창시자인 오무라 마쓰지로(大村益次郞)의 동상이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옆에 찬 칼을 빼내 들 듯한 자세였다. 두번째 문(第二鳥居)으로 향하는 길가에는 우익단체 요원들이 참배객들을 붙잡고 2차대전을 일으킨 쇼와(昭和)일왕을 위한 신궁(神宮) 건립 서명을 받고 있었다. 두번째 문을 지나 모습을 드러낸 참배전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가족단위 참배객도 눈에 많이 띄었다. 오전 9시쯤 우익단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전 대동아전쟁’ 등의 깃발을 든 이들은 일본국가인 기미가요를 제창한 뒤 ‘천왕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는 교육칙어를 외쳤다. 3분정도 계속된 이들의 참배는 일왕에 대한 만세삼창으로 끝났다. 오전 10시. 경내 노가구도(能樂堂) 앞에서는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날리기가 시작됐다. 사회자는 확성기를 통해 “조국을 위해 산화한 영령들에게 ‘고마웠습니다’라고 크게 외친 뒤 비둘기를 날려 보내자”고 선동했고 참배객들은 사회자의 구호에 맞춰 일제히 비둘기를 날렸다. 미야자키(宮崎)현에서 왔다는 이마무라 쇼이치(今村勝一·43)는 “일본과 세계의 평화를 기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각 노가구도에서 채 30ｍ도 떨어지지 않은 본전(本殿) 참배대기소에서는 전혀 색다른 광경이 연출됐다. 30분마다 한차례씩 열리는 본전 참배를 기다리는 수백명의 참배객들 앞에 놓인 대형 스크린에서 VTR가 상영됐다. VTR는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와 함께 대동아전쟁을 얘기했다.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한 것은 자존자위(自存自衛)를 위한 것이었다’ ‘당시 미국은 일본에 대한 석유공급 중단을 위협했고 만주 진출까지 기도했다’ …. 전쟁에 대한 반성은 커녕 침략의 당위성만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지만 참배객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10시30분쯤 경내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신사 입구에서 열린 ‘제16회 전몰자추모 중앙국민대회’다. 2,000여명이 모인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A급 전범들의 위패를 다른 데로 옮기는 것을 반대한다”고 결의했다. 30분동안 계속된 집회 내내 끊임없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참배소 앞이 다시 붐볐다. 해군복을 입은 노병 10여명이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를 앞세우고 참배소 앞으로 들어왔다. 주변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노병들의 모자에는 ‘대일본제국 해군’ 마크가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퇴역장교가 ‘받들어 총!’을 외치자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아이치(愛知)현 오카자키에서 왔다는 한 노병은 “국가를 위해 먼저 간 이들에게 속죄하고 있다. 살아남은 게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탄 검은색 승용차도 신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초당파 의원들로 구성된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국회의원 54명은 11시쯤 참배를 마쳤다. 대리인을 보내 간접 참배한 의원 115명을 합하면 참배의원은 169명이다. 현직 각료 중에는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 경제산업상, 나카다니 겐(中谷元) 방위청장관 등 5명이 줄이어 참배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지난 4월21일 춘계대제때 참배했다는 이유로 야스쿠니는 찾지 않고 인근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정부 공식 추모행사에 참석했다. 낮 12시가 되자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합동묵념. 눈시울이 붉게 물든 이도 적지 않았다. 지난달 13일 새로 개장했다는 경내의 전쟁박물관 유슈칸(遊就館)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관에는 2차대전때 일본군이 자랑했던 ‘레이센’(제로 전투기)이 추모객들을 맞고 있었다. 전시실 1층에는 진주만 공격의 성공을 알린 암호전보와 포탄 속에 자살 특공대원이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발사됐던 인간어뢰 가이텐(回天) 등 태평양전쟁의 사료가 전시돼 있다. 2층에는 러일전쟁 당시의 전시물들이 ‘일본의 과거’를 빛내고 있었다. ‘평화로운 나라’라는 의미의 야스쿠니에서 패전 57년이 지난 지금도 ‘침략의 과거를 아름답게 떠올리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아이러니였다. 〈도쿄/박용채특파원 pyc@kyunghyang.com〉 http://www.khan.co.kr/news/view.khn?artid=200208151851341&code=97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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