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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교과서 검정위원 성명서
한국근·현대사 검정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우리의 입장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검정과정에 참여한 검정위원들로서 그간의 경위와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국사 교과서는 1974년 이후 국정교과서로서 편찬되어 왔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제7차 교육과정에서 한국근·현대사를 사회과 선택과목에 포함하면서 검인정 교과서로 지정하였다. 비록 근현대사 부분에 한정된 것이지만, 국사 교과서 중 일부가 검인정으로 되어 편찬 주체를 민간으로 돌린 것은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한다. 본 검정위원들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이번 검정에 참여하였다. 본 검정위원들은 2001년 12월 초 교육인적자원부 담당자로부터 검정위원 위촉을 제의받고 이를 수락하였다. 2002년 1월 11일∼1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주관하는 1차 검정에 참여했고, 2월 20일∼22일 2차 검정에 참여하였다. 검정위원들은 대학 교수 4명, 교사 3명, 장학사 1명, 국사편찬위원회 연구직 2명 등으로 구성되었다. 1, 2차 검정과정은 공정한 심사를 위해 격리된 공간에서 진행되었다. 교육부에서는 간사 1명이 파견되어 검정에 필요한 참고자료의 제공과 작업진행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하였을 뿐 검정과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본 검정위원들은 검정과정에서 <교육과정>(교육부 고시 제1997-15호)과 <국사교육 내용전개의 준거안>(2000. 2)을 기준으로 각 출판사에서 제출한 9종의 심사본을 검정하였다. 제출된 심사본들은 표지가 백지로 되어 있어 어느 출판사에서 제출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검정위원들은 각 제출본이 <교육과정>과 <준거안> 등에 근거하여 서술되었는가, "교과서 공통기준"(헌법정신에 일치 등)과 "교과기준"(교육과정 준수 등)에 적합한가, 학계의 연구 성과는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가, 역사적 사실 파악에 오류는 없는가, 지나치게 주관적인 서술은 없는가, 고등학교 학생들의 학습수준에 적합하게 서술되었는가, 비교육적인 내용이 포함되지는 않았는가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하였다. 1차 검정과정에서 9종의 심사본을 전체적으로 검토하고, 각 심사본의 적부를 논의하였다. 그 결과 4종의 심사본은 수정과 보완을 전제로 검정 기준을 충족할만한 수준이라고 판정하였다. 나머지 5종의 교과서는 전반적으로 검정 기준에 미흡하다고 판단되었다. 검정위원들은 검정과정에서 의견 조정이 필요한 경우 수시로 회합하여 논의하였다. 몇 차례의 회의에서 이번 논란을 빚고 있는 현 정권 서술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없었다. 국정 국사교과서의 경우 관행적으로 그 서술 범위를 당대 정권까지 포함해왔고, 이번 검정과정에서도 <교육과정>과 <준거안>에 서술 하한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원들도 특별히 이를 문제로서 의식하지 못하였다. 또 역사교육에서 당대사 교육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직까지 학계에서 제기된 바 없었다. 서술하한에 대해서는 앞으로 학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결정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원들은 검인정제도의 기본취지에 따라, 가급적 교과서 집필자들의 서술을 존중하고 수정·보완요구는 최소한의 선에 그쳐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왜냐하면 검인정 과정에서 제출된 모든 교과서의 내용을 동일하게 서술할 것을 요구한다면, 이는 국정교과서와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검정위원 명단이 공개됨으로써 공정한 검정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판단해 검정위원직을 사퇴한다. 아울러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이 검정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명단 공개를 요구하여, 그 결과 검정제도의 근간인 '비공개' 원칙을 무너뜨린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일로 인해 검인정제도의 취지가 훼손되거나 검인정 교과서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강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본 위원들은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현 검정제도의 문제점과 보완해야 할 점을 한 두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현 제도는 <교육과정>과 <준거안>의 내용이 너무 구체적으로 되어 있어 검인정 제도의 장점인 집필과 검정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측면이 있다. 또한 검정과정의 경험으로 볼 때 검정에 참여하는 인원과 시간이 전체 작업량에 비해 너무 적었다. 현 정권에 대한 서술 부분을 면밀히 검토하지 못한 것도 사실은 그러한 사정과 연관되어 있었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부활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의 검정 제도를 어떻게 보완하고, 검정과정을 어떻게 완벽하게 할 것인가에 지혜를 모을 때이다. 2002년 8월 3일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검정위원 이완재 박찬승 허동현 김성보 김병규 김영훈 박진동 정행렬 장득진 이상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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