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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과 실정법을 통해 본 북한의 노동사상(1)
(펌) 許秉道 (韓國公人勞務社會 副會長ㆍ法學博士) 1. 序論 (1) 남북관계에 있어서 이념과 사상의 장벽은 정치가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부터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는 듯하다. 북한은 휴전이후 1950년대까지만 해도 공산권 외에는 대외교역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으나 1960년대에 접어들어 중ㆍ소 분쟁으로 그들 국가의 원조가 줄어들면서부터 경제에 큰 타격을 입게되자 자본주의 국가에까지 대외교역을 모색하게 되었던 바, 김일성의 '평화공존5원칙' 에서 남북간의 균등정책을 펴는 자본주의 국가와도 정치ㆍ경제ㆍ문화면에서의 관계설정에 노력하겠다고 선언을 하였던 것이다. 그 이후 북한은 70년의 석유파동을 겪는 가운데 일본으로부터 채무상환연기를 받을 정도로까지 경제상황이 악화되어 1984년 1월에는 최고인민회의 7기 3차 회의에서 대외개방정책을 공식선언하기에 이르렀으며 1984년 9월 합영법을 제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북한은 외자를 유치하기 위한 여러 가지의 법을 연이어 제정을 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북한의 점진적인 개방정책은 때마침 남한의 햇볕정책과 만나게 됨으로써 2000년 6월 15일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하기에까지 이르러 남북경협은 드디어 본격적인 출발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아직은 경협을 통하여 남한이 큰 이익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나1) 보다 중요한 사실은 그러한 경협 과정을 통하여 우리는 점차 서로 다른 체제를 이해하고 사상의 융합을 시도해 나갈 수 있는 역사적인 전환점을 마련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1) 북한 노동자의 임금은 노동생산성에 비하여 다소 높은 편이며 아직은 노동력도 남한보다 떨어지는 등 현실적으로 경협과정에서 경제적 측면의 많은 문제점이 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동호,「북한 노동력 수준의 평가와 실제 사례에 관하여」, 선한승ㆍ조명철 외,<남북협력과 노동정책> 한국노동연구원, 2000, p.81. 2) 남북 분단 이후 50년만에 찾아온 이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여 이제 어두웠던 체제논쟁의 긴 터널을 빠져 나와 통일론적인 관점에서 경협 과정의 노동문제에 수반되는 북한의 노동사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남북한의 양 체제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모두 바라보고 한쪽의 장점과 다른 쪽의 단점, 혹은 그 반대로 비교를 하거나 양 체제의 장점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안목으로 종래 학자들 사이에 논의되어 오던 좌ㆍ우의 대립이나 몰가치적(沒價値的)인 분석을 모두 배격하고 어디까 지나 남북의 통일이라는 최고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철저히 목적적이며 가치 지향적인 시각에서 북한의 노동사상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3) 역사적으로 사회주의는 프롤레타리아의 혁명이론에 기초를 둔 노동사상에서부터 시작되었던 만큼 이러한 노력은 서로 다른 체계의 남ㆍ북한이 경협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노동문제를 미리 예측하고 그 해결방안을 마련해 나가기 위한 노력의 가장 핵심분야에 해당되는 일이라 하겠다. 북한의 통치이데올로기를 이루고 있는 주체사상과 그것을 구현한 여러 실정법의 분석을 통하여 북한의 노동사상을 살펴보고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봄으로써 남북경협 과정에서 예견되는 갈등을 사전에 해소하고 장기적으로는 양 체제의 노동사상을 융화시켜 통일의 사상적 토대를 형성해 나가는데 조금이라도 기여를 해 보고자 한다. 2. 主體思想의 歷史的 背景과 그 內容의 變遷過程 (1) 1989년 9월에 개정된 북한의 헌법, 이른바 김일성헌법 제3조에는 "조선인민공화국은 사람중심의 세계관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사상인 주체사상을 자기활동의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 고 규정되어 있고 1980년에 개정된 조선로동당규약에도 "조선로동당의... 최종목적은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사회를 건설하는데 있다" 고 명시되어 있는 바, 이처럼 주체사상은 곧 북한체제의 핵을 이루고 있는 통치이데올로기라 할 수가 있는 것이다. (2) 북한은 정부수립이후 처음에는 다른 사회주의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고수하여 왔는데 1956년의 조선로동당 제 3차 당대회에서 채택된 당규약의 전문에 "조선로동당은 마르크스-레닌주의의 학설을 자기활동의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 는 규정을 두게 되었던 것이며 1961년의 규약에는 "수정주의ㆍ교조주의의 온갖 표현들을 반대하며 조선혁명과업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과 국제공산주의 및 로동운동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순결을 고수한다"는 내용까지 규정을 하였던 것이다. (3) 그러나 북한은 1970년 제5차 당대회에서 개정한 노동당의 규약에는 "조선로동당은 조선공산주의자들이 항일무장투쟁에서 이룩한 영광스러운 혁명 전통의 직접적 계승자이다. 조선로동당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게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창조적으로 적용한 김일성 동지의 위대한 주체사상을 자기활동의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 고 함으로써 주체사상을 마르크스-레닌주의와 함께 노동당의 공식 이데올로기로 삼았다. 그 이후 북한은 1972년 헌법도 개정을 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우리 나라의 현실에 창조적으로 적용한 조선로동당의 주체사상을 자기활동의 지도적 지침으로 삼 는다(제4조)"고 한 다음 1980년도에 제6차 당대회를 개최하여 "조선로동당은 오직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주체사상ㆍ혁명사상에 의해서 지도된다" 는 내용의 규정을 당규약에 명시하게 되었던 바, 이로써 북한은 주체사상을 공식이데올로기로서 천명을 하게 된 것이다. (4) 이러한 일련의 변화과정을 살펴보면 북한은 그 통치이데올로기를 처음에는 완전히 마르크스-레닌주의에 두었다가 그 다음 단계로는 병존을 시켰으며 최종적으로는 거의 완전히 마르크스-레닌주의로부터 독립시켜 유일사상으로 규정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소련이 사회주의를 진전시켜 가는 과정에서 레닌이 핵심적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나 스탈린 시대에 와서 스탈린적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입각하여 체제를 뿌리 내리게 된 점이 김일성에게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아지는데2) 김일성은 인민들과 보다 가깝게 밀착될 수 있는 통치이데올로기가 필요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점차 동서 냉전체제가 허물어져 가는 과정에서 소련은 갈수록 힘을 잃고 그 내부의 허약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여 더 이상 마르크스-레닌주의만으로는 체제의 유지가 힘들었을 것은 분명하고 그렇다고하여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부정하여 사회주의국가의 근본 뿌리를 뒤흔들 수도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서 무엇인가를 필요로 하였기 때문이다.3) 남북경협이 그러하듯이 주체사상 또한 그 스스로의 자각이나 사고의 변화에서가 아니라 국외사정의 변화에 따라 체제유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아니 되었던 사상이라고 하겠다. 2) 상세한 것은 정성장,「북한체제와 스탈린 체제의 비교」<현대북한체제론>, 을유문화사, 2000, p.83. 및 황장엽, <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 한울 1999, p.370 참조. 3) 이에 대한 연구로서 양재인 외, <북한의 정치이념 : 주체사상>,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1990, pp3∼5 및 김갑철, 「북한 통치이데올로기(주체사상)의 형성과 그 기능에 관한 연구」편, <북한 통치 이데올로기 연구 : 그 현황과 방향>, 정신문화연구원, 1984, pp47∼100 참조. 5) 그렇다면 주체사상은 완전히 마르크스-레닌주의로부터 분리되고 그 이념도 전혀 다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게 된다. 이에 대하여서는 연구자들에 따라서 다소 견해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지만 이후의 마르크스-레닌주의는 겉치레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보는 설이 일반적이다.4) 1960년대 말부터 주체사상의 철학적 원리를 체계화하였던 황장엽은 1999년에 '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 는 논문을 발표하여 "계급적 이익을 사회공동의 이익, 인류공동의 이익 위에 내세우는 계급주의는 계급이기주의로 전락될 수밖에 없고 계급이기주의는 지도자의 이기주의로 이어지게 마련이며 그것은 다시 지도자에 대한 개인숭배와 개인독재로 집약 될 수 밖에 없다" 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고 하며 "인민대중을 사회운동의 주체로 규정을 한 것은 계급주의자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라고 회고한 점을 미루어 보면 초창기의 주체사상에는 마르크스-레닌주의의 계급주의적 사상을 탈퇴하고자한 노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5) 그러나 황장엽은 이러한 사상을 전개한 이후 그의 사상은 계급독재를 무력화시키는 수정주의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비판을 받게 되어 그는 "마르크스의 계급투쟁 및 프롤레타리아 독재이론을 버리게 되고 인간과 인류에 충실한 인본주의자로 전환" 하게 되었다고 증언을 하고 있으며 그 이후 북한에서 전개된 현실에서도 황장엽의 의도가 그대로 반영되지 아니한 것을 그 자신의 또 다른 증언을 통해서도 알 수가 있다.6) 그는 "북한 통치자들에게 있어서 계급적 입장을 버리는 것은 노동계급의 당의 영도적 입장을 버리는 것이며 노동계급의 당의 수령의 절대적 지위를 버리는 것으로 되어 그들의 사활적인 이익과 대치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북한 통치자들은 사회적 운동의 주체가 인민대중이라는 명제를 계급주의와 수령절대주의에 맞게 왜곡했다. 그들은 인민대중의 이익은 노동계급이 대표하기 때문에 인민대중의 참다운 이익을 옹호하는 입장은 곧 노동계급의 입장이며 노동계급의 참다운 이익을 옹호하는 입장은 곧 노동계급의 당의 입장이며 노동계급의 당의 이익을 이상적으로 옹호하는 입장은 곧 수령의 입장이라는 주장을 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북한 통치자들은 '사회적 운동의 주체는 인민대중이다' 라는 명제를 '사회 운동의 주체는 노동계급이며, 노동계급의 당이며, 노동계급의 수령이다'라는 명제로 바꾸어 놓았으며 '인민대중의 입장이 곧 수령의 입장'이라는 주장을 하게 되었다"고 주체사상에 관하여 언급을 하고 있다.7) 4) 하수도, <김일성 사상 비판- 유물론과 주체사상>, 한백린 역, 백두, 1988, p.21참조. 5) 황장엽, 앞의 글 p.156. 6) 황장엽의 인간중심 철학에 관하여는 선우현, <우리시대의 북한철학>, 책세상, 2000, p.73이하 참조. 그는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방식으로 사회주의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비사회주의적인 방법이라고 보고 반대하여 반계급주의적 인본주의 사상을 전개하고 있는 바, 전반적으로 매우 깊이 있고 독창적인 사상이라 생각된다. 7) 황장엽, 앞의 글 p.376. (6) 이처럼 김정일은 1974년 2월 19일 그의 이름으로 발표된「온 사회를 김일성주의화 하기 위 한 당사상 사업의 당면한 몇 가지 과업에 대하여」는‘주체사상의 전일적인 체계’에 대한 설명이었는데 거기서 김정일은 철학적 원리, 사회 역사적 원리, 지도적 원리로 구성된 사상체계로서의 '김일성주의'를 선포하였던 것인데 그것으로 사실상 북한은 마르크스-레닌주의와의 결별을 선언하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 북한에서는 김일성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 마르크스주의 철학과 관련된 서적의 열람이 금지될 정도였다고 하며 사상통제를 위한 검열이 행하여지기도 하였던 사실을 보아도 이러한 변화를 알 수 있게 한다.8) 8) 김일성은 1974년 4월「당의 유일사상 체계확립의 10대 원칙」을 발표하였는데 그 마지막 제10원칙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개척하신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계승하며 완성하여 나가야 한다” 고 사회주의에서 사상 유례없는 세습체제의 초석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3. 北韓 實定法의 特徵 (1) 사회주의 법학자들은 말하기를 원래 사회주의국가의 법은 노동자 계급의 특별한 변혁임무와 연관되어 있으며 불평등하고 억압적인 계급체계의 파괴 뿐 아니라 무계급 사회인 공산주의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조건을 창출하는데 노력하고 사회주의국가와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법 역시 사회주의 혁명의 승리와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수립의 결과라고 한다. 즉, 사회주의 법은 소수 착취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근로인민전체를 위한 법이며 사회주의 법의 본질은 그 법이 인도하는 노동계급과 근로인민의 의지를 반영하는데 있으며 그것은 국가 의지적 성격을 가지게 된다고 하며 사회주의 법의 주요 원리로서 1)인민주권의 원리 2)민주주의의 원리 3)시민평등의 원리 4)시민의 권리와 의무간의 불가분의 연결원리 5)합법성의 원리 6)사회주의적 국제주의의 원리 7)휴머니즘의 원리를 내세우며 사회주의의 발전 과정에서 시대에 따라 법의 원리도 변화 될 수 있지만 이러한 주요원리들은 사회주의 법이 존재하는 한 동요하지 않고 존재한다고 한다.9) 9)취리킨외, <마르크스주의 국가와 법이론>,송주명 역, 새날, 1990, pp293∼321. (V. ChirikinㆍYu. YudinㆍO.Zhidkov, Fundamentals of the Socialist Theory of the State and Law) (2)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은 사회주의 법계를 따르고 있지만 그 내용이나 형식면 에 있어서 특수성을 나타내고 있다. 주체사상이란 독특한 이데올로기가 최고의 이념형태로 구현되어 있으며 법의 체계에 있어서 조선로동당 규약이 헌법에 우선하는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다.10) 또한 모든 생산수단의 사유화가 금지되므로 뚜렷한 공법(公法)과 사법(私法)의 구별이 되지도 아니한다. 주요한 성문법원(成文法源)으로서는 헌법을 들 수가 있는데 이것은 국가의 조직과 인민의 권리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법률의 형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석이 제정하는 '명령', 중앙인민위원회의 '정령' 및 '결정', 정무원의 결정, 각급 국가 기관의 '지시' 등 여러 가지의 명칭으로 나타나고 있다.11) 북한의 실정법을 통해서 노동사상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것은 헌법, 사회주의로동법, 조선로동당규약 등을 들 수가 있으며 불문법원(不文法源)으로서 조리(條理)는 인정을 하지만 국제조약은 그 규범성을 잘 인정하지 아니하고 자국에게 유리한 것만 인정을 하고 있는 추세이며 판례와 관습법도 법원으로 인정을 하지 아니한다. 북한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주의국가에서도 판례와 관습은 법원(法源)으로 인정을 하지 아니한다. 즉, 판례는 사법부가 법과 그것에 기초한 규범적인 법령에 따르지 아니하고 자의적(恣意的)인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를 신뢰하지 않으려 하며 법에 대한 정치우위의 관행도 이에 한몫을 하고 있는 듯하다. 과거의 봉건적 유습으로부터 사회를 개혁해 나가고자 하는 혁명사상을 신봉하는 사회주의국가에서는 관습 또한 이미 버렸어야 할 폐습의 반영으로 보기 때문에 법원으로 인정을 하지 않는 것이다. 10) 헌법 제11조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령도 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과거의 소련(USSR)헌법 제2조에는 "소련연방의 모든 권력은 인민에게 있다"는 조항을 두었고 동독헌법 제2조 ①항에는"독일민주공화국에 있어서 모든 정치적 권력은 노동자에 의해 행사된다"는 조항을 둔 것과 대조적이며 특정정당의 영도 밑에 국가의 활동이 전개됨을 규정한 예는 베트남헌법 제4조에서도 발견된다. 김영수, <사회주의국가 헌법>, 인간사랑,1989, p.37. p85. p.521. 참조. 11) 북한에서 제정된 성문법령은 모두 1천 3백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현재 북한법은 예외적인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 내용이 공개되어 있지 않고 법전이 완비되어 있지 않아 법체계도 불분명하다. <북한의 노동법제>, 한국경영자 총협회, 2000, p.45. 4. 個別勞動者의 主體的人間으로서의 勞動問題 (1) 황장엽에 의하면 주체사상이 초기에는 북한식 사회주의의 건설에 상당부분 긍정적인 역할을 한 면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주체사상은 민족적 자존심을 강화하고 민족이익을 존중하였으며 인민대중의 창조적 적극성을 발현시켜 사회주의 건설의 발전논리가 되었다는 것이다.12) 이러한 주체사상은 반사대주의적이며 독립적인 민족의 자긍심을 드높이고 북한주민들의 국가발전을 위한 열정에도 불을 붙여 경제발전의 정신적 에너지 역할을 하였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러나 주체사상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사상이 변질되어 ′70년대 이후에는 수령절대주의에 의한 유일 체제의 지배올로기가 되고 마는 것이다. 12) 황장엽, <개인의 생명보다 귀중한 민족의 생명>, 시대정신, 1999, p.134. (2) 원래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이론에 의하면 공산주의를 실현해 나가는 주체는 노동자계급이며 그러한 인민대중은 어디까지나 자주적인 존재인 것이나 주체사상이 수령절대주의로 변질되면서 노동자계급에게 부여되었던 역사발전의 주체로서의 역할은 부정되었던 것이다. 즉, 모든 노동자계급이 항상 혁명의 주체로서 훌륭한 역할을 수행하여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령의 사상과 영도에 의할 때만 비로소 그것이 가능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의 노동자는 더 이상 자주적인 인간이 아니라 비자주적이며 수령 의존적인 인간으로 전락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것은 소련에서 스탈린이 1인 독재체제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과 유사한 현상으로서 종국적으로는 권력의 세습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다. 주체사상에 의하면 노동자는 이제 더 이상 권력을 장악하여 프롤레타리아의 독재를 하여 자주적으로 자본주의를 타도한 후 사회주의를 거쳐 공산주의 혁명을 완성시켜 나갈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아니하며 오직 수령의 의지여하에 따라 움직이는 그의 손발과 같은 수단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체사상에 의하면 수령은 노동자계급을 대신하여 오직 노동자계급을 위하여 존재하고 있는 만큼 오히려 노동자는 그렇게 은혜로운 수령에 영원히 복종하고 충성을 해야만 하 는 것으로 이론구성이 되어 있다. (3) 그러면 현행 실정법과 김정일의 논문을 통하여 북한은 이러한 사상을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자. 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사회주의 헌법 북한은 헌법의 전문이라 할 수 있는 서문에서 "김일성 동지께서는 '영생불멸의 주체사상을 창시' 하였다"고 하면서 "김일성 동지께서는 이민위천을 좌우명으로 삼으시어 언제나 인민들과 함께 계시고 인민을 위하여 한 평생 바치시었으며 숭고한 인덕정치로 인민들을 보살피시고 이끄시어 온 사회를 일심 단결된 하나의 대가정으로 격변시키 시였다"고 하면서 "김일성 동지는 사상리론과 령도예술의 천재이시고 백전백승의 강철의 령장이시였으며 위해한 혁명가, 정치가이시고 위 대한 인간이시였다"고 함으로써 수령은 오직 노동자계급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존재로 부각시켜 마치 자식에 대한 어버이와 같은 위치로 자리 매김을 하였으며 또한 수령을 '천재'라고 할만큼 거의 전지전능한 존재이기 때문에 사회주의 혁명은 노동자계급보다는 이러한 능력을 가진 수령의 영도에 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조선인민은 조선로동당의 령도 밑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공화국의 영원한 수령으로 높이 모시며 김일성 동지의 사상과 업적을 옹호 고수하고 계승 발전시켜 주체혁명 위업을 끝까지 완성하여 나갈 것이다"고 결론지으면서 헌법 그 자체를‘김일성 헌법’이라 명명하였다. ② 조선로동당규약 북한의 조선로동당규약에서는 당을"로동계급과 전체 근로대중의 선봉적, 조직적 부대이며 전체 근로대중조직체 중에서 최고형태의 혁명조직”으로 정의를 내려 어디까지나 노동계급을 위한 당임 을 선언하면서도"조선로동당은 오직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주체사상, 혁명사상에 의해 지도된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러한 유일사상을 절대화하기 위해서 당원의 의무로서"당원은 당의 유일사상체계가 확고히 서 있어야 한다"고 전제하고는 당원은 당의 유일사상에 어긋나는 현상뿐만 아니라 사업과 생활에 서 나타나는 모든 결함과 부정적인 경향을 반대하여 투쟁할 뿐만아니라 그것에 대하여 당중앙위원회에 이르기까지 관계 당위원회에 신속히 보고하여야 한다"고 하여 철저한 사상통제를 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 두고 있는 것이다. 또한 당원으로 하여금 더욱 적극적으로 수령절대주의의 유일사상을 지켜 나가도록 하기 위하여 당원의 권리로서 "당원은 당회의에서 정당한 리유와 근거가 있는 한 어떤 당원을 막론하고 비판할 수 있으며 당의 유일 사상에 어긋나는 한 어떠한 지시의 준수도 거절할 수 있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당은 노동자인 당원이 유일사상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자유스런 의견을 발표하는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조직이 아닌 것이며 더 이상 노동자계급이나 당원의 의사를 대변하는 조직이 아니라 거꾸로 수령의 의사와 사상을 대변하는 조직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노동당규약은 노동자들의 조직에 대하여도 전혀 자주성을 인정하지 아니하며 당의 하부조직과 같은 위치에 두고자 한다.13) 즉, "사회주의 로동청년동맹은 우리의 혁명과업을 직접 계승하는 청년들의 혁명적 조직이며 당의 전투적 후비대이다"고 그 역할을 강조하면서도"근로대중의 조직들은 당의 지도하에 자기의 사업을 진행한다"고 함으로써 자주성을 박탈한 다음 각급 당조직은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자기 임무를 수행하도록 감독할 의무까지 부여하여 노동자조직뿐 아니라 노동자 개인에게까지도 자주성을 박탈하고 사상통제의 대상이 되게 한 것이다. 13) 자세한 것은 이종석, <현대북한의 이해>, 역사비평사, 2000, pp304∼341 참조. ③ 主體思想에 대한 김정일의 論文 1982년 김정일은 김일성의 70회 생일에 맞추어"주체사상에 대하여"란 논문을 발표하여 주체사상의 체계화를 시도하였다. 이 논문에서 김정일은"1)자주적 입장을 견지하야야 한다 2)창조적 방법을 구현하여야 한다 3)사상을 기본으로 틀어쥐어야 한다"는 3가지의 내용으로 크게 나누어 설명을 하면서 인민대중과 노동 계급에게 적극적 입장에서 주체성을 부여하는 형식을 빌리고 있으나 그 의미 내용을 분석해 보면 전혀 그러하지가 아니함을 알 수가 있다. 논문에서 김정일은 '주체'라는 용어를 인격과 의사결정의 독립성을 향유하는 개개의 인민 또는 노동자를 의미하는 뜻으로 사용하지 아니하고 어디까지나 유일 사상으로 무장되어 있는 인민대중 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어서 14)개별적 존재로서의 노동자는 유일 사상을 조금도 벗어나서는 아니 되는 대중의 일원일 수 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는 주체성을 완전히 상실한 허약하고도 운명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15) 14) 김연각, 「주체사상」, 김영수 외, <김정일 시대의 북한>, 삼성경제연구소, 1997, p.208. 15)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을 개별노동자가 자아실현을 하기 위한 과정으로서의 의미를 찾으려고 애쓰며 주관적인 면을 중요시한다. R. Dubin,「Work in Modern Society」in R.Dubin(ed.), Handbook of Work, Organization Society, Chicago, Rand Mcnally, 1976, pp5∼35 즉, "노동계급은 자주적인 계급이며 노동계급의 혁명사상은 자주적인 사상입니다. 노동계급의 혁명사상으로 무장하여야 혁명의 주인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어떤 어렵고 복잡한 조건에서도 혁명과 건설을 성과적으로 수행해 나갈 수 있습니다" 고 하면서도 "우리가 사상에서 주체를 세운다는 것은 주체사상과 그 구현인 당의 로선과 정책으로 무장하고 당의 유일사상 체계를 세우는 것을 말합니다. 전 당과 온 사회에 유일사상체계가 꽉 들어차야 사상에서 주체가 확고히 섰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하여 '당의 유일사상체계'로서 개개의 노동자들에게는 주체적, 개성적 사고의 여지를 남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 김정일이 사용하고 있는 '주체'의 의미는 개별적인 인간이 의사의 독립이나 사상의 자유를 누린다는 개념이 전혀 아니며 오히려 그러한 보편적 정신문화를 받아들여서는 아니 됨을 강조하기 위해서 역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당의 유일사상으로 무장되어야 하는 인민대중 속에 함몰되어버린 개개인의 노동자는 사상에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므로 이러한 집단적 형식의 주체의 의미는 개별 노동자에게는 극심한 인간소외의 감정을 느끼게 할뿐이다. 결국 김정일은 이 논문에서 개별 노동자를 노동계급과 인민대중이란 틀에 묶어 당의 유일사상과 연결시키는 방법으로 주체를 내세우고 있으나 이미 당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수령 개인에 대한 충성을 위한 조직으로 그 체제가 이루어져 있어 결국은 모든 노동자 개개인은 수령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시키기 위하여 김정일은 '사상개조의 선행' 을 주장하면서 "사회의 주인인 사람들이 공산주의적 인간으로 개조되지 않고서는 공산주의를 건설하였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고 하고 있는 것이다.16) 16) 북한의 교육수준은 다른 공산권 국가인 중국, 베트남보다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인데 (김영윤,「남북경협 활성화와 대북 노동정책 방향」,<남북협력시대의 노동시장 및 노동법제>, 한국노동연구원, 2000, 9. 6, p10.) 북한의 교육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주체사상을 주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유일 사상으로 철저히 세뇌가 될 수밖에 없는 노동자의 현실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④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사회주의 로동법 북한의 현행 노동법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사회주의 노동법)은 1978년 4월 18일 내각결정 형식의 하위법령을 최고인민회의에서 하나로 통합하여 사회주의 체제의 완전한 실현과 주체사상의 규범화를 시도한 것이다. 여기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근로자들은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집단주의 원칙에서 서로 돕고 이끌면서 공동으로 일한다" 고하여 근로자들은 수령을 위하 고 수령은 근로자들을 위하여 노동해야 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면서 "국가는 사상혁명을 강화하여 근로자들을 조선로동당의 주체사상으로 튼튼히 무장시키며 모든 근로자들이 로동에 대한 주인다운 태도를 가지도록 한다"고 함으로써 오직 수령절대주의하에서만 모든 근로자들의 노동이 이루어지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북한의 헌법, 노동법, 당규약과 김정일의 논문에서는 한결같이 노동자들을 주체사상이란 통치이데올로기의 틀에 넣어 오직 수령을 위해 일할 때만 그 존재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17) 17) 러시아는 공산정권을 무너뜨리고 1993, 12. 12일자로 개정된 헌법에서 "노동은 자유이다"(제37조제①항) 및 "강제노역은 금지된다"(동조제②항)는 내용과 함께 "러시아 연방에서는 누구도 권력을 함부로 남용할 수 없다"(제3조제④항)는 내용을 명시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노동해방을 실현하였다. 러사아 헌법의 기본권 성격은 김승대, <러사아 헌법론>, 법문사, 1998, pp133∼143참조 5. 勞動者의 階級性 및 革命路線 (1) 마르크스는 그의 '자본론'에서 노동자는 자본가에 의해 착취당하는 종속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 있다고 한다. “노동자가 자기 노동력 가치의 정확한 등가(等價)를 생산할 수 있는 점을 넘는 노동일(勞動日)의 연장 및 자본에 의한 이 잉여가치의 취득, 이것이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과정이다. 이것은 자본주의 체제의 일반적 토대를 이루고 있으며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을 위한 출발점이 되고 있다.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에는 노동일은 두 개의 부분 즉, 필요노동과 잉여노동으로 나누어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잉여노동을 연장하기 위해서 임금의 등가를 더욱 짧은 시간에 생산하는 방법에 의해 필요노동시간이 단축된다.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은 노동일의 길이에만 관심을 가지며 그 반면에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은 노동의 기술적 과정과 사회의 인적구성을 철저히 변혁시킨다. 따라서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은 진정한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을 요구하게 되는데 이 생산방식은 자본에 대한 노동의 형식적 종속의 토대 위에서 그 자신의 방법, 수단 및 조건을 만들어 내면서 자연 발생적으로 발전한다. 이 발전의 과정에서 형식적 종속은 자본에 대한 노동의 실질적 종속으로 대체된다"는 것이다.18) 마르크스는 산업화 과정에서 노동자가 생산물로부터, 노동과정으로부터, 노동자자신으로부터 소외되며 자본가로부터도 소외되고 그들의 잉여가치가 착취를 당하게 되므로 결국은 노동자 계급이 공산주의 혁명에 이르지 않을 수 없다고 하는데19) 이러한 소외의 원인으로서는 사유재산제도, 분업, 계급대립뿐만 아니라 국가도 포함을 시키고 있다.20) 국가는 지배계급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려는 착취의 수단이며 계급지배의 도구로 보고 그것은 "정확히 말하자면 정치권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 권력은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을 억압 하기 위한 조직된 권력에 지나지 않는다" 고 공산당 선언에서 그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리하여 그는 「자본론」제3권의 끝부분에서 "프롤레타리아 운동의 목표인 계급폐지가 달성되자마자 대다수의 생산자들을 극소수의 착취자들의 멍에 밑에 붙들어 두는 기능을 하는 국가권력은 사라질 것이고 정부의 기능들은 단순한 행정기능들로 바뀔 것이다" 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이처럼 마르크스는 노동계급의 궁극적인 목적을 모든 억압과 착취로부터의 해방에 두고 종국적으로는 국가소멸론을 주장하였던 것이다. 18) K.마르크스, <자본론> I(下), 김수행 역, 비봉출판사, 1991, p641. 마르크스 이전에도 사회의 불평등구조에 관하여 고민한 흔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혁명이론으로까지 진전되지는 아니하였다. 루소(Rousseau, Jean Jacques. 1712∼1778)는 그의 '인간불평등 기원론'에서 "어떤 토지에 울타리를 두르고 '이것은 내 것이다'라고 선언할 것을 생각해 내고, 그것을 그대로 믿을 정도로 얌전한 사람들을 맨 처음에 발견한 자는 정치사회(국가)의 참된 창립자였다. 그 말뚝을 뽑아 버리거나 도랑을 메우면서 '그런 사기꾼의 말을 듣지 말게. 과일은 만인의 것이며 토지는 누구에게도 속해 있지 않다는 것을 잊어버리면 그야말로 자네들은 신세망치네' 라고 동료들을 향해 외친 자가 있었던들 그 사람은 얼마나 많은 범죄와 전쟁과 살인에서 벗어나게 하고 또 얼마나 많은 참상과 공포를 인류에게 면하게 해 주었을까" 하고 한탄하면서 사회적인 불평등의 기원이 사유재산제도에 있음을 주장하였다. 루소,<인간불평등기원론ㆍ사회계약론>,최현 옮김, 집문당, 1995, p. 75. 19) 정문길, <소외론 연구>, 문학과 지성사, 1986, pp94∼103 참조. 20) 그러나 미래의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마르크스가 말하는 이러한 소외의 문제보다도 더 심각한 노동소외의 문제가 첨단기술이 노동력을 대체함에 따라 발생될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다. '노동의 종말'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은 이에 대하여 시장으로부터 축출된 수많은 노동력의 흡수와 기초적인 사회적 서비스와 문화적 생활을 더 많이 제공하기 위한 사회적 경제의 기능을 국가가 활성화 시켜나가지 않으면 앞으로 전개될 노동자 없는 경제는 문명사회에 사형선고를 내릴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Jeremy Rifkin, (2) 그런데 레닌은 산업에 대한 진정한 통제는 인민의 참여에 의한 통제, 즉 노동자통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그것은 곧 국가통제로 귀결되는 것이라고 하여 마르크스의 이론을 변용하고 있는 바, 노동자 통제는 바로 프롤레타리아 소비에트국가에 의한 통제와 등치(等値)되고 있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모호성은 노동자통제의 개념 아래에 권위주의적 국가관리를 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으로서21) 후에 스탈린식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모택동식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어 주게 된 것이라 생각된다.22) 즉, 마르크스 이후의 사회주의 통치자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이론을 내세워 노동자들의 계급투쟁에 의한 종국적인 국가소멸론을 부인하여 중앙집권적이며 관료적인 더욱 강력한 국가를 유지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것은 노동자의 계급을 인정하면서도 노동자의 계급투쟁과 혁명노선에 철벽같은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마르크스가 꿈꾸던 영원히 계급과 착취가 없는 유토피아, 공산주의 건설의 꿈을 깨뜨린 것이다. 정통 마르크스의 이론에 의하면 국가는 완전한 프롤레타리아의 공산주의를 실현해 나가기 위한 과도기적인 존재에 지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레닌, 스탈린, 모택동은 한결같이 그러한 국가의 권력을 더욱 강화하고 영속화 시켜 나갔던 것이므로 노동자는 더 이상 이상사회의 실현을 위하여 계급투쟁을 해 나갈 수 있는 처지가 되지 못하였으며 그러한 꿈을 실현해 나가고자 하는 기력마저도 상실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21) 상세한 것은 송병헌, <왜 다시 사회주의인가>, 당대, 1999, p.268 참조. 22) 현행 중화인민공화국의 헌법 전문에는 모택동의 업적을 기리면서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모 택동사상의 지도하에 국가가 통치됨을 선언하고 있다. (3) 그렇다면 북한은 어떠한 논리로 마르크스의 국가소멸론을 극복하였으며 몰락하는 동구공산권의 비참한 상황 속에서 스스로의 사회주의체재를 유지해 나갈 수 있었을까. 바로 여기에 등장하였던 사상이 '우리식 사회주의'였다. 1995년 5월 5일 김정일은 당 중앙위원회의 ‘책임일꾼’들 앞에서 "우리식 사회주의는 불패다" 는 연설로서 북한식 사회주의의 건설을 강조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정통 마르크스주의를 극복하고 사회주의 국가에서 유례없는 세습체제를 굳히기 위해서는 부득이 하였던 조치라 생각된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식 사회주의를 내세운다고 하여도 북한이 사회주의국가인 이상 노동자의 주체성과 계급성을 전제로 한 노동소외의 극복을 위한 몸부림을 스스로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국가에서 노동자는 사용자에 대한 사용 종속관계에 놓여 있는 것이라면 북한에선 노동자가 수령에 대한 지배종속관계에 놓여 있는 만큼 그 형태는 다를지라도 역시 착취구조는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며 마르크스의 노동소외 또한 존재하고 있는 것이므로 노동자는 진정한 의미의 사회주의 계급투쟁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나 수령이 이끄는 거대한 국가의 힘앞에서 혁명주체로서의 계급성을 상실한 채 그 방향마저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23) 23) 북한사회의 관료제와 특권층의 실상에 대해서는 선한승, <북한주민의 직장생활과 노동>, 정부간행물제작소(공보처 발행), p.75이하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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