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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과 실정법을 통해 본 북한의 노동사상(2)
(펌) 6. 붉은 기 思想 (1) 동구공산권이 계속 무너지는 가운데서 북한의 주체사상을 창시하는데 깊이 관여를 하였던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황장엽이 1997년 2월에 갑자기 망명을 하자 김정일은 '붉은기24) 사상' 을 제창하기에 이르렀다. 거기서 김정일은 "적들이 바라는 것은 우리의 사상이 희어지는 것이나 우리는 붉다"고 외치며 순결한 사회주의사상의 상징으로 '붉은 기 사상' 을 내세우며 약화된 주체사상에 갈음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당시 황장엽은 북한의 유일사상체계에 문제를 제기하여 변증법적인 체제발전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던 것이나 이미 수령절대주의에 빠져 있던 북한은 이를 허용하지 아니한 채 "비겁한 자여, 갈라면 가라, 우리는 붉은 기를 지키리라" 는 적기가(赤旗歌)를 부르며 온 사회를 일색화 하자고 선동을 하면서 어떠한 체제의 비판이나 혁명노선도 단호히 거부를 하고 노동자들로 하여금 우리식 사회주의와 주체사상 외의 그 어떠한 노동사상이나 투쟁의식에 대해서도 판단중지를 요구하였던 것이다. 24) 붉은 기는 로동계급의 혁명사상을 상징하는 깃발로 알려져 있다. 사회과학원언어학연구소 편, 조선문화어사전, 평양 사회과학 출판사, 1973, p.458. (2) 북한에서의 '붉은 기' 는 로동계급의 공산주의의 실현을 위한 혁명사상을 상징하는 깃발이 아니라 수령절대주의사상을 흔들림 없이 순결하게 지켜 나가자는 상징의 깃발로 보아야 할 것인 바, 1997년의 신년의 공동사설에서 북한은 '붉은 기 사상' 에 대하여 "본질에 있어서 혁명의 령도자에 대한 절대적인 숭배심이며 령도자와 생사운명을 끝까지 같이 하려는 수령결사옹위정신"이라고 정의를 내림으로써 붉은 기는 결코 노동자들의 계급해방이나 원래 의미의 공산주의 혁명을 위한 깃발이 아님을 분명히 하였던 것이다. 헌법 제14조에는 "국가는 3대혁명 붉은 기 쟁취운동을 비롯한 대중운동을 힘있게 벌려 사회주의 건설을 최대한으로 다그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7. 勞動에의 倫理性 賦與 (1)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회주의의 일반적인 법의 원리에는 인민주권의 원리와 휴머니즘의 원리가 내포되어 있으며 북한 역시 헌법상 노동자주권의 원리를 선언하고 노동에 높은 윤리의식으로서의 휴머니즘을 불어넣고 있다 노동자가 수령절대주의사상과 노동당의 강력한 통제 아래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반체제적이거나 노동 거부적인 행동을 거의 나타내고 있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할 것 으로 생각된다. (2) 헌법 제4조에는 국가의 주권이「로동자, 농민, 근로인테리어와 모든 근로인민에게 있다」고 함으로써 단순한 국민이 아닌 노동자야말로 나라의 주인인 것이며 더 이상의 억압구조는 없음을 나타내고 있는바, 25)그들에게 있어서 당과 수령은 오직 로동자 계급을 대표하기 때문에 그들과 대립적인 존재로 생각할 수 있는 논리구조를 가지고 있지 아니한 것이다.26) 또한 헌법 제8조에서는 국가의 "사회제도는 근로인민대중이 모든 것의 주인으로 되고 있으며 사회의 모든 것이 근로인민대중을 위하여 복무하는 사람중심의 사회제도이다. 국가는 착취와 압 박에서 해방되어 국가와 사회의 주인으로 된 로동자, 농민, 근로인 테리와 모든 근로인민의 리익을 옹호하며 보호한다" 고 하며 제18조에서는 국가의 법은 "근로인민의 의사와 리익의 반영이며 기본 무기이다" 고 함으로써 법문에서 노동자 우월주의를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로동당규약에서도 또한 "조선로동당은 우리 나라에서 노동계급과 전체 근로대중의 선봉적, 조직적 부대이며 근로대중조직체 중에서 최고형태의 혁명조직" 임을 전제한 다음 "조선 로동당은 로동당, 농민, 근로인테리를 망라한 근로인민들 가운데서 근로대중의 리익과 사회주의 공산주의 운동의 승리를 위하여 헌신적으로 복무하는 선봉적 투사들로서 조직한다" 고 하여 로동당 이 노동자들에게 억압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자의 조직임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법에서도 "사회주의 하에서 모든 근로자들은 로동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서는 실업이 영원히 없어졌다. 모든 근로자들은 희망과 재능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며 국가로부터 안정된 일자리와 로동조건을 보장받는다"(제4조)는 규정과 '근로자들의 기술기능향상' 및 '로동보호' 등의 규정을 두어 국가의 배려의무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노동자로 하여금 자부심을 갖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성 근로자에 대한 보호규정은 남한보다 우수한 면이 많으며 이러한 보호의 의무는 사용자가 아니라 국가이며 그것은 곧 수령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그들에게 수령은 곧 은혜로운 보호자이기도 한 것이다. 남한의 헌법에서는 모든 국민은 특수계급제도가 부인되며 평등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특별히 노동자계급을 설정하여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남한에도 노동보호에 관한 규정이 헌법에 있기는 하나 그것은 노동자에게 우월적 지위를 부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평등권 실현의 의미로 보아야 할 것이다.27) 남한의 노동자들은 사용종속관계에 놓여 있는 사용자의 존재로 말미암아 항상 교섭하고 단체행동으로까지 나아가 투쟁하지 아니하면 스스로의 권리실현은 힘들어지게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구조를 갖게 됨으로써 노동자 스스로가 주인의식이나 평등의식을 갖기보다는 투쟁의식에 사로 잡히게 되기 쉬운 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25) 중국의 헌법에서도 노동자 우월주의를 반영하고 있는 북한과 비슷한 많은 규정을 두고 있으나 "중화인민공화국의 모든 권력은 인민에 속한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특별히 노동자를 명시하고 있지는 않는다.(중국헌법제2조) 26) 따라서 남한과 같은 노동3권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27) 우리 나라 헌법은 자본주의 체제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사용자의 권리는 헌법의 기본 원리인 재산권 보장, 영업의 자유나 경제적 창의의 존중과 같은 이론적인 바탕들을 헌법 전반에 걸쳐 이미 마련을 하고 있는 것이어서 굳이 경영자의 권리를 별도로 특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나 근로자의 경우는 노동3권을 특별히 규정하지 아니하면 노사평등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인 것이다. 보다 자세한 것은 졸저, <노사 평등론>, 효성 1994, pp38∼72. 참조. (3) 한편, 북한에서는 실정법을 통하여 노동 그 자체의 신성함을 강조하고 노동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점도 하나의 특징이다. 헌법29조에서는 "사회주의 공산주의는 근로대중의 창조적 로동에 의하여 건설된다" 고 하여 노동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가치를 부여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로동은 착취와 압박에서 해방된 근로자들의 자극적이며 창조적인 노동"으로 정의를 하는가 하면 "국가는 실업을 모르는 우리 근로자들의 로동이 보다 즐거운 것으로 사회의 집단과 자신을 위하여 자각적 열성과 창발성을 내어 일하는 보람찬 것으로 되게 한다"고 함으로써 28)노동은 즐겁고 자율적인 것이며 개성신장을 위한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나타내고 있으며 노동은 또한 "공민의 신성한 의무이며 명예"임을 명시하여 노동이 단순히 임금을 목적으로 거래되는 노동시장의 상품 그 이상의 것임을 나타내고 있다.29) 28) 북한의 노동에는 종속성이 배제되어 있으며 노동의 대가도 임금이라 하지 않고 '생활비' 라 하고 있는 것은 모두 노동의 윤리성을 제고 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헌법과 노동법에서 분배의 원칙에 있어서는 '노동의 양과 질' 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바, 이것은 능력껏 일하고 필요한 만큼 분배 받는다는 공산주의의 분배원칙에 벗어나는 것이지만 노동자들의 '자각적 열성' 과 '창발성'을 북돋우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 하겠다. 29) 북한은 6. 25이후 전후복구를 위하여 '천삽뜨고 혀리펴기 운동' , '새벽별 보기운동'이나 '천리마 운동'과 같은 지속적인 군중노선체제를 유지해 왔던 것도 이러한 노동관이 정신적인 에너지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의 노동자는 노동생산성이 낮고 형식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로 근로에 임한다는 분석이 있기도 하나(김영윤, 앞의 논문) 이것은 북한노동자의 생활고와 낙후된 생산시설에서 오는 현상이라 생각된다. 노동법에서도 또한 헌법조항과 같은 의미의 내용들을 규정하고 있어 마치 북한은 체제 내에 막스ㆍ베버의 사상을 도입한 듯한 인상이 들기도 한다. 원래 마르크스에 있어서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을 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부정하며 불행을 느끼며 자유로운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개발하지 못하고 자신의 신체를 채찍질하여 정신을 황폐화한다. 따라서 노동자는 노동 바깥에 있을 때 비로소 안도감을 느끼고 노동을 할 때는 탈아감을 느끼며 소외 된 노동은 자기활동 곧 자유로운 활동을 수단으로 격하시킴으로써 인간의 유적생활을 인간 의 신체적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베버(Max Weber, 1864∼1920)는 일찍이 독일의 관념론과 역사주의 사상을 섭렵하고 마르크스에 매료되기고 하였으나 독자적인 노동사상을 전개하였다. 베버는 마르크스와는 달리 산업사회의 변화방향의 큰 줄기를 '합리화' 에 두고 하부구조의 생산양식이 아닌 관념적 원인으로 바라 보았으며 노동의 의미를 사회결정의 토대라고 본 마르크스와는 달리 그는 분석의 초점을 인간행위자에게 두었으며 그의 주된 관심은 노동자의 주관적 측면이었던 것이다. 즉, 베버는 마르크스의 물질적, 경제적 조건의 핵심요소인 사회적 조건(social condition)이 일방적으로 사상이나 의식을 결정한다는 경제 결정론을 극복하기 위해서 법률, 정치 등의 상대적 자율성(relative autonomy)을 주장하면서 사회변동에 있어서의 이념(idea) 의 역할을 중시하였다. 물질적 조건과 경제적 계급위치의 중요성을 인정 아니한 것은 아니나 그것은 여러 요인들 중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마르크스에 있어서 노동은 계급사이의 갈등을 낳으며 노사는 항상 적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베버에 있어서는 계층간에 때로는 갈등을, 때로는 협조를 낳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면서 근면 성실한 노동이야말로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으로 보았던 것이다. 북한은 노동에 관한 한 자본주의체제를 전제로 한 마르크스의 이론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아니하고 노동을 부(富)의 원동력으로 본 베버의 이론을 더 필요로 한 것은 당연하였던 것으로 느껴진다. 노동자들의 근면성실함을 촉구하는 유인요소를 임금이나 다른 물질적인데 두지 아니하고 매우 관념적이고 원리적인 주관적인면에 두고 있는 것은 베버의 노동관과 매우 흡사한 것이다.30) 김일성은 그의 논문 '주체사상에 대하여' 에서 무엇보다도"혁명과 건설에는 반드시 사상을 기본으로 틀어쥐고 인민대중의 자각성과 적극성을 높이기 위한 사상개조사업, 정치사업을 모든 사업에 앞세워야 합니다"고 강조하면서 반 유물론적인 이론체제를 세우고 있는 것이다.31) 헌법 제8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로동은 공민의 신성한 의무이며 영예이다. 공민은 로동에 자각적으로 성실히 참가하며 로동규율과 로동시간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든가 노동법에서는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발전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ㆍ결정적 요인이 '근로'임을 강조하고(동법제2조) 모든 근로자들이 '로동에 대한 주인다운 태도'를 가지도록 하며32) (동법제6조) "인민의 지위는 근로의 성실성에 의하여 규정"되며 "근로에서 모범인 사람은 인민의 사랑과 높은 존경을 받는다"(동법제24조)는 등의 격조 높은 내용은 베버가 말하는 소명(召命: Beruf)으로서의 직업관 및 노동사상과 다름없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이렇게 본다면 베버의 노동관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양체제를 넘어서 적용될 수 있는 보편 타당한 사상이라 아니할 수 없으며 오늘날 자본주의 국가에서보다 사회주의국가에서 오히려 마르 크스와 대립되었던 베버의 사상을 설정법에 더 많이 담고 있는 것은 최종적인 베버의 승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30) 막스베버,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권세원ㆍ강명구 공역 일조각, 1992, p.52∼53. (Max Weber, Die Protestantische Ethick und der Geist des Kapitalismus(zuerst 1904∼1905) 31) 장기간의 폐쇄된 환경에서 교육되고 훈련되어 온 북한의 주민들은 몇 달이나 1년간씩 배급을 주지 않아도 불평은 있을지언정 직장으로 출근하여 일하고 언행에 조심을 하는 등 이러한 외적인 사회적 이념적 윤리의식은 간혹 제기되는 그들의 일탈행동이나 개인주의와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독특한 이중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김승철,「북한주민의 노동의식에 관한 연구」,<통일경제>, 1998, 7. p.63. 32) 시카고 대학의 심리학자로서 일에 대한 몰입을 통한 인간의 행복을 탐구한 미하리 칙첸트미하리는 "삶의 질을 끌어 올리는 가장 손쉬운 길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라는 펑범한 진리를 우리는 여기서 다시 한번 확인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대부분 어쩔 수 없이 의무감 때문에 하는 일, 혹은 달리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하는 일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저 실가는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처럼 느끼고 살아간다. 그런 입장에 놓이면 아까운 정력을 탕진하고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자진해서 원하는 일을 늘려야 한다. 무엇을 원한다는 사소한 마음의 움직임이 집중력을 높이고 의식을 명료하게 만들며 내면의 조화를 이루어 낸다"고 하고 있는 바,(미하리 칙첸트미하리, <몰입의 즐거움>,이희재 옮김, 해냄, 1999, p.180.( Finding Flow by Mihaly Csikzentmihalyi) 북한이 노동법에서 이러한 심리적 측면까지 깊은 배려를 하고 있는 것은 인간의 노동을 소중히 하고 깊이 탐구하는 일면을 보는 듯하다. 8. 北韓의 勞動思想과 南北經協上의 課題 (1)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북한의 노동자는 비록 수령절대주의 사상과 노동당의 엄격한 통제 아래 놓여 있으나 노동자는 국가발전의 주역이며 국가의 존재이유이기도 할만큼 실정법상 우월적 지위에 놓여 있으며 노동 또한 매우 신성시되고 있고 노동보호도 법에 의해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면이 있어 북한의 노동자들은 경제적인 고달픔 속에서도 집단행동이나 반체제적인 혁명을 꿈꾸고 있지는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수령과 노동자의 관계는 개별노동자로서는 거역할 수 없는 지배종속관계인 바, 이것은 남한에서 개별노동자가 자유로운 근로계약에 의하여 설정하는 사용자와의 사용종속관계보다는 훨씬 억압적인 사회구조라 하겠으나 북한의 노동자들은 철저한 사상교육에 의한 세뇌와 단절의 벽 속에서 수령을 국가의 상징으로 생각하며 대립적이거나 절대적인 관계로 생각을 하지는 아니하는 것이다.33) 그러나 남북한의 경제교류가 시작되어 점점 활성화 될 경우 남한의 기업인과 북한의 노동자는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노사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이며 북한의 노동자들은 남한의 기업인들에 대해서도 그들의 수령을 대하듯, 당간부를 대하듯 하지는 아니할 것이며 그들이 사상교육에서 배운 대로 남한의 기업가를 자본주의 사회의 착취구조를 북한에 들여와 잉여노동을 착취해 가는 수탈자로 볼 여지가 많은 것이어서 이점이 크게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남한의 기업인들은 때때로 부도덕한 경영을 일삼거나 국내외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비윤리적인 착취와 억압을 일삼는 사례가 허다하게 발생되고 있어 그 우려는 더욱 크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33) 김정일에 대한 우상화의 예로서는 1977년 금호지구 경수로 현장에서 김정일사진이 실린 ‘로동신문’이 찢겨진 채로 휴지통에서 발견되자 작업이 중단되고 관련자 색출과 공식사과를 요구하였고, 2000년 8월 북한의 국립교양악단이 서울에 왔을 때 김정일 사진이 실린 포스트가 비를 맞고 있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우리 김정일 위원장님이 비를 맞고 계신다. 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연주를 하지 않겠다"고 말을 한 경우 등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많은 사건들이 전해지고 있다. (2) 남한은 북한과는 달리 봉건적 잔재로서 노동천시적인 사고를 청산할 수 있는 특별한 계기를 갖지 못하고 산업화의 과정을 겪은 탓으로 아직도 노동을 천시하는 사고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다. 즉, 예로부터 중국 유학사상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아오던 우리의 선조들은 노동이나 기술을 천시하던 사상적 영향도 적지 않게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일찍이 공자(孔子)는 육체노동이나 기술의 습득을 하는 것은 군자(君子)의 도(道)에 어긋나는 것이라 하였을 뿐 아니라 그러한 것을 알고자 하는 제자를 소인(小人)이라 불렀으며34) 공자 자신은 가난하게 성장을 하면서 여러 가지의 기술을 익혔으나 어려서 천(賤)했으므로 잡일에 능하였을 뿐이라고 하면서 지난 날을 후회하였던 것이다.35) 이러한 정신문화를 이어 받아 왔던 기성세대로서의 오늘의 남한기업인들은 노동이 신성한 본질을 가지는 행복추구의 수단이며 사회주의의 건설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된다는 신념을 가진 북한 노동자들의 자긍심을 해치게 될 우려가 없지 아니한 것이다. 34) " 樊遲請學家 子曰「吾不如老農」, 請學爲圃 曰「吾不如老圃」, 樊遲出 子曰 「小人哉樊須也 上 好禮則 民莫敢不敬 上 好義 則民莫敢不用情 夫如是則四方之民 襁負其子而至矣 焉用稼"(語語, 子路) 35) "...吾少也 賤故 多能鄙事 君子 多乎哉 不多也..."(論語, 子罕) (3) 노동자들이 자기가 하는 노동에 대한 소외의식과 투쟁의식은 북한의 노동자들이 아니라 오히려 남한의 노동자들에게서 쉽게 볼 수 있다. 현재 남한의 노동자들이 사용자나 정부에 대하여 전개하고 있는 노동운동은 아직까지도 투쟁적이거나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분위기는 노동자 대중의 광범위한 공감을 형성하고 있는 듯하다. 남한의 노동자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들의 가사를 살펴보자.36) “강제와 감시 속에 우울하고 고통에 찬 한 죽음의 고역 같은 노동에서 해방되어..." (노동해방가) "착취를 분쇄하고 가난을 쫓아내어..." (노총가) "아들아 내 딸들아 서러워 마라. 너희들은 자랑스런 투사의 아들 딸이다." (늙은 노동자의 노래) "허위와 기만에 지친 형제들, 논도 빼앗겨 밭도 빼앗겨 착취와 수탈에 지친 형제들" (전진가) "빼앗긴 우리 땅을 투쟁으로 찾으세" (철의 노동자) 그 어떤 노동가요를 살펴보아도 사용자가 협력의 대상자나 파트너와 같은 존재로 묘사되고 있는 가사를 발견할 수가 없으며 노동 또한 신성한 것이 아니라 비참한 착취의 대상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36) 한국노총, 단결의 합창Ⅰ,Ⅱ.(년도 미상) (4) 산업사회에 이러한 풍토가 조성된 것은 기업인들의 노동천시 사상 뿐만 아니라 부도덕한 경영에도 상당한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이 되고 있다. 이른바 3저 호황시절 쟁의행위가 극심하였던 1989년도를 즈음한 기업윤리의 실상을 보자. 당시 우리 나라 제조업체 근로자들은 주당 평균 50.7 시간이라는 세계 최장 수준의 근로를 하였으며37) 산업재해는＇89년 한해동안만도 1,724명이 사망하고 130,842명이 부상, 25,536명이 신체장 애인, 1,561명이 직업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38)재해율 2.01%로서 세계최고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근로자들은 열악한 근로환경 속에서도 참으로 열심히 노동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은 재투자를 외면하여 ＇90년도 기준으로 연구개발투자액은 국내총생산(GNP)의 1.85%수준으로 이것은 일본의 2.98%, 미국의 2.78%, 독일의 2.83%, 프랑스의 2.4%의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으며39) 우리나라 30대 재벌이＇89년도에 은행에 줄을 서면서도 정작 3조8천억 원어치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사재기에 열중하여 부동산 매매차익 수입이 기업 본연의 업무수입보다 더 컸으며＇89년 토지가격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이 85조원이나 되었고 한편 빈곤계층은 해마다 늘어나 월 30만원 미만인자는＇81년 20%에서＇88년은 22%로 늘어나는 경제현실 속에서 국민의 여론이 들끓었던 것이다.40) 37) 한국은행은 1991.6.11, 70년대에서 89년 중의 각종 경제 및 국민생활지표의 추이를 세계 여러 나라들과 비교 분석한 '세계 속의 한국경제' 란 자료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제조업의 주당 평균시간은 대만 47.6시간, 일본 41.4시간, 홍콩 44.8시간, 미국 41.0시간, 덴마크 32.0시간인데 반하여 한국은 50.7시간이었다. 38) 노동부 발표. 동아일보 1991. 6. 27. 92년도의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근로자는 노동부의 발표에 의하면 2,429명, 부상자는 103,678명으로서 더 증가하고 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재해 원인 중 유해위험방지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는 무려 66.6%나 증가하여 기업이 근로자의 재해예방에 필요한 투자를 꺼려하였음을 나타내고 있다.(노사신보, 1993, No. 13) 39) 세계경제포럼(WEF)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P)이 공동으로 행한 '92년판 세계 경쟁력 보고서에 의함. 40) 보사부 산하「사회복지 장기발전 위원회」가 보사부에 보고한 자료, '한국의 사회복지 장기발전 계획(1990. 1. 29)' 에 의하면 빈곤 계층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5) 우리나라에 근로를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탄압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기업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하여 임금체불을 하고 산재사고를 은폐하는 것은 물론이고 폭행까지 일삼고 있는 예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으며41) 노동부가 '96년도에 행한「외국인 연수생 사용 업체 실태조사」에 의하면 인권위반 사례로 신체적 폭행, 성폭행, 강제잔업, 여권압류, 감금 등 실로 전근대적이고도 가혹한 행동의 양상을 띠기까지 하여 노동부에서는「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에 대한 보호지침(근기68201-696, 99. 11. 23)」을 만들어 시행을 하기에 까지 이르렀는데 그 보호내용에는 폭행, 강제근로의 금지, 휴일, 휴게시간의 확보, 임금지급 등 노동탄압에 대한 거의 모든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41) 2000년 1월부터 8월까지 「성남 외국인노동자의 집」에서 행한 상담자료에 의함. 이외 외국인 노동자 권익보호 단체로서「부천 외국인노동자의 집」,「천주교 수원 외국인노동자 상담소」등 여러 곳이 산업사회 곳곳에 설치되어 있으며 인권탄압의 실태는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6) 또한 이러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탄압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 진출한 기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의 문제가 발생되고 있어 빈번하게 국제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참여연대 국제인권센터에서 2000. 4. 7 현재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특별히 중대한 문제를 야기하는 10대 기업을 감시대상으로 선정을 하여 그 사례를 나타내고 있는데 해고, 저임금, 폭행, 감시, 인종차별, 욕설, 성희롱, 노조탄압 등에 이르기까지 노동천시적이며 비윤리적인 행위를 저지르고 있어 때때로 현지의 국민들에 의한 불매운동, 가두시위, 손해배상소송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7) 물론 남한의 기업경영자들이 저지른 위와 같은 사례들이 남한 기업경영자들의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고 절대다수가 그러하다는 의미가 아닌 것도 물론이다. 그러나 남북경협의 활성화를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그것이 예외적인 데 지나지 않는다고 하여 그대로 방관을 하여서는 결코 아니 될 것이다. 만약 이러한 좋지 못한 사례들이 북한에서도 그대로 발생이 된다면 그들에게 우리는 매우 좋지 못한 자본주의에 대한 인상을 심어주게 될 것인 바, 기업인은 땀흘리는 자들의 일터를 보람의 장소로 만드는데 앞장 서 나가야 하겠다. (8) 남한의 노동자, 노동조합, 노동운동가들 또한 노동에 대한 건전한 철학을 가지고 자기성취수단으로서 노동을 인식해야 할 것이며 사용자와의 교섭도 보다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과격하고도 비민주적인 방법이 동원 될 경우에는 북한에서 남한의 자본주의에 대한 매우 좋지 못한 편견을 가지게 될 것은 마찬가지이며 이제 겨우 잠들어 가는 마르크스의 망령을 또다시 되살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현대사회에서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물결 앞에 노동계는 또 다른 시련을 맞이하고 있지만42) 투쟁보다 강한 사랑의 힘으로 갈등을 헤쳐나가는 진정한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42)현재 미국의 계급 지향적 노동운동을 위해 활약하고 있는 킴무디는 대다수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노동자들은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증가추세 및 다운사이징 공세 등으로 노동자계급은 심각한 사회적 위기에 처하여 있으며 새로운 기업문화와 시장개방, 살아남기 위한 생존경쟁에 직면하여 노동자들은 결국 투쟁하거나 도피하는 길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도피하는 방법은 좋은 선택이 되기 어렵다고 하는데 그것은 높은 실업률과 열악한 일자리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라 한다. 이러한 노동문제의 진단은 자본주의가 심화되어 가고 있는 우리 나라에도 매우 시사하는 바가 커서 산업사회의 앞날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킴 무디, <신 자유주의와 세계의 노동자>,사회진보를 위한 민주연대 옮김, 문화과학사, 1999, pp294∼pp328. (Kim Moody, Workers in a Lean World-Union in the International Economy, Verso, 1997) (9) 남한의 노사가 동반자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이처럼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게 될 때 비로소 북한은 점점 자본주의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며 양체제의 노동사상은 서서히 융화를 이루어 통일의 길을 앞당겨 나갈 수 있게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참 고 문 헌- <서적> - 황장엽,〈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 한울, 1999. - 양재인 외,〈북한의 정치이념: 주체사상〉,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1900. - 하수도,〈김일성 사상 비판-유물론과 주체사상〉, 한백린 역,백두, 1988. - 선우현,〈우리시대의 북한 철학, 책세상〉, 2000. - 취리킨 외,〈마르크스주의 국가와 법이론〉,송주영 역, 새날, 1990. (V.Chirikin·Yu.Yudin·O.zhidkov, Fundamentals of the Socialist Thoery of the State and Law) - 김영수, 〈사회주의국가 헌법〉, 인간사랑, 1989. - 한국경영자 총협회,〈북한의 노동법제〉, 2000 - 황장엽, 〈개인의 생명보다 귀중한 민족의 생명〉, 시대정신, 1999. - 이종석, 〈현대북한의 이해〉, 역사 비평사, 2000. - 김영수외, 〈김정일 시대의 북한〉, 삼성경제연구소, 1997 - 김승대, 〈러시아 헌법론〉, 법문사, 1998 - K.마르크스, 〈자본론( I 下 )〉, 김수행 역, 비봉출판사, 1991. - 정문길, 〈소외론 연구〉, 문학과 지성사, 1986. - 루소, 〈인간불평등 기원론〉, 최현옮김, 집문당, 1995. - Jeremy Rifkin, 〈The End of Work-The Decline of the Global Labor Force and The Dawn of the Post-Market Era〉-,New York, G.P.Putnam's Sons,1999. - 송병헌, 〈왜 다시 사회주의인가〉, 당대, 1999. - 선한승, 〈북한주민의 직장생활과 노동〉, 정부간행물 제작소(공보처 발행). - 사회과학 연구소 편,〈 문화어사전〉,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73. -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권세원 강명규 공역, 일조각, 1992. (Max Weber, Die Protestantische Ethick und der Geist des Kapitalismus : zuerst 1904-1905) - 미하리 칙센트미하리,〈몰입의 즐거움〉, 이희재 옮김, 해냄, 1999. ( Mihaly Csikzentmihalyi, Finding Flow) - 한국노총, 〈단결의 합창〉. - 킴 무디, 〈신자유주의와 세계의 노동자〉 ,사회진보를 위한 민주시민연대 옮김, 문화과학사, 1999. (Kim Moody, Workers in a Lean World-Union in the International Economy, Verso, 1997) <논문> - 조동호, 「북한노동력 수준의 평가와 실제사례에 관하여」, 선항승 조명철 외, 남북협력과 노동정책, 한국노동연구원, 2000. - 정성장, 「북한체제와 스탈린체제의 비교」, 현대북한체제론, 을유문화사, 2000 - 김갑철, 「북한 통치이데올로기(주체사상)의 형성과 그 기능에 관한 연구」, 북한통치이데올로기연구, 정신문화연구원, 1994. - 김연각, 「주체사상」,김영수 외, 김정일시대의 북한, 삼성경제연구소, 1997. - R.Dubin,「Work in Modern Society」in R.Dubin(ed), Handbook of Work, Organization Society, Chicago, Rand McNally, 1976. - 김영윤, 「남북경협 활성화와 대북 노동정책 방향」,남북협력시대의 노동시장 및 노동법제, 한국노동연구원, 2000. - 김승철, 「북한주민의 노동의식에 관한 연구」,통일경제, 1998. http://www.hbd.co.kr/smn.ht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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