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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도, 임전무퇴, 할복, 신도, 칠지도
진보누리 쟁점토론실 (펌) Name 수군작 (2003-05-01) Homepage http://www.buloniskra.com Subject 유지군/ 화랑도, 임전무퇴, 할복, 신도, 칠지도 그냥 언뜻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어서 써봅니다. 가볍게 들어주시길. 신라 화랑오계 중 "임전무퇴"라는 계율이 생각나는 군요. [화랑세기](저는 진본이라 봄)에 의하면 근친상간의 모계제 유풍이 지배적인 당시 신라사회에서 화랑들에겐 임전무퇴가 그토록 강조되었단 말입니다. 관창, 원술, 사다함 같은 신라 화랑 뿐만이 아니라, 익히 아는 백제의 계백의 경우도 임전무퇴를 위해서 일가족을 죽입니다. 고구려의 경우에도 그런 예가 있지요. 유리의 왕자 해명의 자살이 그것입니다. (할복이었는 지는 모르겠군요) 그리고 미국의 뉴에이지 코르쉬 종교집단(정확한 몇이이 기억나지 않음)의 미연방정부에 대한 집단항거 및 죽음이라든가, 인민사원의 집단자살도 익히 알려져 있구요. 인도의 분신자살이나 동남아의 엑스타시에서의 자해 전통도 떠오릅니다. 한국의 분신자살도 그러하구요.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옥쇄나 가미가제도 있지요. 다들 동기는 각각이 죄다 다르겠지만, 극단적인 자기파괴(죽음) 형태라는 공통점은 있습니다. <일본적인 죽음의 미학>이란 것이 여타 다른 자기파괴행위와 구별되는 것 또한 분명하지요. 저는 이것을 왠지 신라 화랑도와 같은 류의 군사도덕, 즉 일반적인 <임전무퇴>의 미적 승화라고 보고 싶어지더라구요. 어릴 대 장동휘나 허장강의 6.25 반공영화 보면 죽음을 각오하고 총들고 뛰어나가는 주인공들...^^ 미학이란 하나의 민속성ethnicity인데(모더니즘이니 리얼리즘이니 미니멀리즘이니 다 정구화의 차이뿐, 본질은 민속성이라 전 봅니다), <임전무퇴>의 군사적 계율이 종교적 미적으로 승화된다면...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제의화祭儀化하는 거지요. 그러면 대단히 정교하고 철차와 법도가 따라붙고 정형화되지요. 그런데 왜 하필 일본에서만 <임전무퇴>의 군사윤리가 제의화했느냐. 하필이면 그런 식으로...[일본서기]나 [고사기]의 창세신화에는 창(이자나기)과 칼(소잔존명)이란 무기가 등장합니다. 창세신화에 무기가 등장하는 신화는 참 드물지요. ^^ [일본서기]나 [고사기]를 서기 8세기 경(정확한 것이 아니라 기억나는데로) 정규화되었다고 보는데, 이것이 묘하게 신라-백제-고구려 시대랑 같습니다. 여기서 모종의 상상을 해봅니다. 삼국시대 경에 '임전무퇴'의 도덕계율화 정도가 아니라, 일본신화에서 보듯이 <군사력에 대한 신비화>가 진행되지 않았나 하는 것입니다. 일본신도('신도'라는 관념은 물론 훨씬 후대에 정규화되었지만, 그 제정일치의 유적과 유물들은 거의 기원 전까지 올라갑니다)가 지닌 국가종교적 제의 시스템을 생각해보면, <신비화된 군사력>을 제의화하는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나 싶어집니다. <칠지도>가 신도와 일본 천황가의 국보라는 것이 그러한 예가 아니겠습니까? 군사력에 대한 신비화, 도덕계울을 넘어서서 종교적 제의로까지 발전하는 것, 이것이 오히려 원형이며, 후대의 할복-옥쇄-가미가제는 오히려 평민화-대중화한 것이 아니냐는 거지요. 그냥 해본 생각입니다. 재미로 읽어주시길~^^ 수군작^_* 유지군의 원글--------------------- Name 유지군 (2003-05-01) Subject 유민호/ 기실 죽음에 대해 얘기하는 것만큼 민감한 것도 없습니다.-잘못 아시는 것에 대해 정정하겠습니다- 91년 명지대생의 타살로 촉발되어 노태우정권과 한판 결전을 '민중세력'이 마다하지 않았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실로 수많은 분들이 분신으로 노 정권에게 항의하며 돌아가셨던 그때를 말입니다. 님의 글 '죽음의 미학'을 읽고 있다 보니 문득 그때가 생각나, 설마하니 이때의 장면들도 님께서 '엽기적'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죽음으로 표현하는 경우에 대해 나는 정말이지 조심해집니다. 진중권씨처럼 미시마 유키오의 죽음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내리는 것조차 거북해지더군요. 기실 노동절날 죽음에 대해 언급하는 것 또한 송구스러운 일이나, 님의 견해 중 몇가지만 말씀드릴까 합니다. <흔히들 이러한 습속을 사무라이 전쟁 시대의 전통이라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전쟁시대에 죽음은 일상화되었으나, 그 죽음을 이데올로기 미학으로 완성한 것은 전쟁 후의 일이다. 전쟁을 끝낸 토요토미는 통일 일본을 통치할 지배이데올로기가 필요했다. 그가 선택한 사람은 일본정신의 원류로 불리는 센리큐라는 다도(茶道)가였다> ----센 리큐가 다도가로써 히데요시와 정담을 나누기는 했으나, 기실 토요토미 가문의 지배이데올로기 역활을 한 것은 문치파인 '이시다 미쓰나리'였습니다. 물론 '목상사건'으로 센 리큐가 할복을 하게 되었을 때 이것을 앞장서서 주도한 것 또한 미쓰나리였으니만큼 두 사람은 어쩌면 '경쟁의 관계'라고 평해도 무방하겠습니다만, 히데요시의 문화적 취향이 그 예전의 헤이안 시대로의 복원을 의미했으므로, 말 그대로 센 리큐는 히데요시의 다도 스승에 지나지 않은 것입니다. 따라서 센 리큐를 일본정신의 원류로 본다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해석인 동시에 협소한 시각이기도 합니다. <센리큐는 다도를 통해, 전쟁으로 황폐해진 사무라이들에게 세련된 문화와 잇쇼겐메이의 정신을 가르쳤다. 그는 일본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고, 일본인들은 센리큐를 토요토미보다 우러르게 되었다. 이에 질투심을 느낀 토요토미는 센리큐에게 죽음을 통해 그가 평소에 주장하던 다도 정신을 보여줄 것을 요청한다. 그는 기꺼이 자신을 죽이는 퍼포먼스를 통해 다도 미학의 진수를 완성한다. 이 센리큐의 죽음 장면은 시로, 소설로, 영화로 수없이 묘사되었다. 이 죽음 장면이 바로 일본 미학의 정수이기 때문이다.> ----이미 다도는 귀족문화가 화려하게 꽃 피워졌던 헤이안 시대에 정착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히데요시가 새삼 센 리큐를 통해 백성들에게 잇쇼겐메이를 가르치려 한다는 게 우스운 일이지요. 그것은 이미 가마쿠라 바쿠후 때 부시들의 행동지침이었으니까요. 그리고 할복은 이미 전 시대부터 부시들에게는 대중화되었습니다. 노부나가 가문에 대해 끝까지 의리를 지킨 시바다 가쓰이에의 할복이 일본 역사상 가장 통렬한 것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히데요시가 무엇때문에 센 리큐에게 할복의 정수를 보여달라 요구하겠습니까? 왜 이런 해석을 내리시는지 저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제가 할복에 대해 언급한 글에서도 밝혔듯이 그들의 독특한 할복 문화는 그들의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생존]이었습니다. 그것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할복의 정서를 느끼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님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여전히 죽음에 대해 얘기한다는 것은 참으로 난감합니다. 입가엔 여전히 쓸쓸한 미소가 걸리는 것 같습니다. 건승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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