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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 003 - 국가이성 / 깨철이
진보누리 쟁점토론방 (펌) http://www.jinbonuri.com/ Name : 깨철이 (2003-03-18 08:41:09, Hit : 121, Vote : 10) Subject : 우화 003 - 국가이성 K는 공수부대원이었다. 그는 명령에 따라 총칼을 앞세워 광주의 사람들을 학살했다. 사람들 의 피가 자신의 손을 적시는 동안 그는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가 원래 나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선량한 가족의 선량한 아들이었다. 그는 그저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 국가는 말했다. 국가는 너희 개개인의 사견, 사익이 아니라 보 편이다, 그러니 나의 명령을 따르라, 그것이 윤리다. 국가는 또 말한다. 생각은 내가 한다, 너는 대가리를 박으라면 박아라! 그리하여 그는 이성도 없고 윤리도 없는 좀비가 되었다. 나중에 국가이성에서 겨우 놓여난 그는 고백한다. 나는 짐승이었다고. 그는 자신을 혐오하기 시작했다. M은 나치전범으로 재판에 회부되었다. 재판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난 국가의 명령을 받 아서 그렇게 했을 뿐이다, 나는 국가의 명령을 따른 죄밖에 없다, 고 말했다. 그를 기소한 사람들이 말했다. 당신은 당신 스스로 생각하는 자율이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행동할 권리와 의무가 있었다, 라고. 그는 다시 변명했다. 나의 생각은 개별적인 것이며, 국가이성은 보편이 다. 나는 보편을 따랐을 뿐이다, 그것이 보편의 힘이 아닌가, 라고. 그러나 나치전범 재판은 그에게 사형을 언도했다. 이리하여 헤겔에 의해 열렸던 국가의 시대가 근본적 회의의 대상 이 되었지만, 그것은 다시 변형된 모습으로 출몰한다. A는 회사원이었다. 그는 회사의 방침에 따라 기획된 신상품의 생산을 위해 사무실과 공장 을 오가며 열심히 일했다. 이윽고 신상품은 시장에 나왔고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러나 나 중에 그 신상품은 생태계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물질을 잔뜩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 혀졌다. 회사는 고소 당했으며, 그는 윤리적 갈등에 휩싸였다. 그는 재판에 회부되어 증언을 해야 했던 것이다. 회사의 사장, 신상품의 기획자, 그것을 연구한 과학자, 그 과정을 관리하 고 집행한 집행자, 그것을 생산한 공장의 노동자, 공장에서 나온 물건을 배달한 배달원, 그 상품을 전시한 백화점....그는 머리가 복잡했다. 도대체 이 모든 것에 대해 어떤 증언을 해야 옳단 말인가? 도대체 내가 그 신상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어떻게 알고, 그것을 알 필요가 있었단 말인가? 그래서 그는 말했다. 회사가 생각하고, 회사가 행동했습니다! 우리는 회사를 위해 회사가 시키는대로 그렇게 했습니다. 우리는 조직의 미션에 따라 그렇게 했던 것이지 요. C는 당원이었다. 그는 당의 명령에 따라 정치행동을 했다. 그는 당의 미션을 이해했다. 그것 을 이해하는 것이 당파성이었다. 당이 무엇을 하고, 왜 그렇게 하고, 어째서 그렇게 해야 하 는 것인지 그 불가피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나의 신념과 사고와 행동으로 하는 것이었다. D 는 한 정치인의 지지자다. 그는 자신의 자유로운 사고와 행위로 그 정치인을 열렬히 지지하 였다. 그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었다. 자신이 지지하던 정치인이 국가의 통치권자가 되자마자 그는 자신의 사고와 행위가 보편이성에 가장 가깝다는 것을 의심치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그 통치권자가 생각하는 것, 행위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서 생각하고 행위하기 시작했다. 그 는 통치권자의 이성을 복제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스스로의 의지에 따른 자유의지로 그렇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F라는 국가가 있다. 이 국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게 폭탄 을 떨어뜨리는 것을 지지하며 협조하려고 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 국가의 생각을 지지 한다. 그것이 그럴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려 한다.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전쟁에 반대 하지만, 국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고. 그리하여 이들은 생각하기를 멈춘다. 국가 의 생각을 더 존중하니까. 국가는 보편이성이므로 이들은 생각하기를 멈춘다. 만약 생각이 있다면 국가의 명령을 따라 쓰는 손과 따라 말하는 입이 있을 뿐이다. 헤겔이 열어놓았던 그 시대는 아직 닫히지 않았다. 헤겔은 얼굴을 변형하여 언제나 그 모습을 새롭게 드러내곤 한다. 새벼리 깨철이님,,덕분에 새벽의 우울한 기분이 한결 가벼워 졌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03/03/18 박권일 깨철이/글 잘읽었습니다. 저는 월간 말의 박권일 기자라고 합니다. 지난 번 <대통령과 평검사의 대화>라는 글을 월간 말의 권말부록인 <진보언론리뷰>란에 실었습니다. 진보언론리뷰는 진보인터넷매체의 좋은 글을 소개하는 란입니다. 사전에 허락을 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사실 매달 책을 만들 때 사전허락을 받을만한 시간이 없네요.( 변명같지않은 변명입니다..) 2003/03/18 수군작 탁월합니다! 건필! 2003/03/18 눈팅100 깨철이님의 코너를 신설합시당. 2003/03/18 평평자 깨철님의 반전평화의 이성을 깨우치기 위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다만 한가지, 노무현의 결정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국가이성의 압도에 의해 판단작용이 마비된 사람으로 묘사하는 건 사실과 다른 것 같습니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87년에 독재와 억압의 국가이성에 대항하여 민주주의의 시민적 상식으로 맞서 싸운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오늘날 노무현의 결정을 지지하는 것도 반드시 노무현에 대한 광신 또는 국가이성에 대한 맹목적 추종의 결과가 아니라 대개는 그들의 자율적 판단(부국강병주의, 경제적 실리주의, 민족 이기주의..)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2003/03/18 깨철이 평평자/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추종도 자발적 선택이지요. 제가 그걸 부정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마비에 의한 국가이성에의 추종이든, 자발적 추종이든 어떤 면에서 그것은 핵심이 아닙니다. 님의 말대로 노무현의 결정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87년에 독재와 억압의 국가이성에 대항하여 민주주의의 시민적 상식으로 맞서 싸운 사람들'이라면, 그게 맞다면 저는 이런 말을 들려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 시민적 상식이 이제 우리를 억압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란 반전평화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 '우리'는 님의 표현속에서 걸려내면 시민적 상식이 없는 '비시민'이 되고, 국가이성에 따르지 않는 '비국민'이 되겠지요. 국가이성은 비국민에 대해 아마도, 무심할 것이며( 그렇지요, 이라크 사람들처럼) 시민의 상식은 '비시민'에 대해 무심할 테지요. 2003/03/18 평평자 그리고 국지적/소극적/수동적 평화주의... 2003/03/18 깨철이 박권일/ 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지 사봐야 겠는걸요. 2003/03/18 해담 밥상에는 소금한종지 보리밥 한그릇 천정에는 굴비한마리. 굴비는 먹을수가 없다. 그럼에도 굴비를 보면서 소금에 밥을 찍어 먹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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