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경제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http://www.taeri.org (펌) 21세기경제학연구소 / 최 용 식 우리 경제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작은 틈새 하나가 거대한 콘크리트 댐을 무너뜨리듯이, 아무리 큰 재앙이라도 그 시작은 사소하게 보이는 일에서 비롯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늘이 미리 징조를 보내지 않는 재앙은 없다는 말도 그래서 태어났을 것이다. 문제는, 수많은 사소한 일 중에서 어떤 것이 재앙을 일으킬 것인가를 알아보는 안목에 있다. 누구나 이것을 알아볼 수 있다면, 재앙은 좀처럼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재앙을 예방하는 일은 그래서 더욱 어려운지 모른다. 그런 안목을 갖추기가 어렵고, 그런 안목을 갖춘 자가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좀처럼 알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재앙의 징조를 쉽게 간과해버리곤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경기가 추락할지도 모르고, 이에 따라 축소재생산의 악순환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의미에서, '언론이 지나치게 경제위기감을 조성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은 아직도 아쉽기 짝이 없다. 그 언급이 잘못이라는 것이 아니라, 후속대처가 너무 미온적이었다는 것이다. 만약 그린스펀이 1987년에 그랬던 것처럼 더욱 적극적인 의지와 강력한 후속조치를 취해 주었더라면, 국내 경기는 회생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1987년 10월 19일 미국 주식시장 다우지수는 하루 동안에 22.7%나 하락한 적이 있었다. 이 때 그린스펀이 '연방준비은행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유동성을 지원할 태세가 되어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화폐를 발행해서라도 주식시장을 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의지를 즉각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연방준비은행은 상업은행을 통해서 충분한 유동성을 주식시장에 공급했으며 금리인하까지 단행했다. 만약 이 때에 그린스펀이 이런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더라면 미국경제가 어떻게 되었을까? 당시 미국경제는 5년 간이나 지속한 장기호황의 끝자락에 서 있었는데, 주식시장 폭락이 지속되고 이에 따라 경기마저 추락한다면, 대공황 때보다 더 심각한 경제난이 닥쳤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실제로도 당시 미국경제는 심각한 난제들을 여러 가지 안고 있었다. 지속적인 경기부양정책의 결과로 재정적자와 국제수지 적자가 누적되어 있었다. 그리고 개인신용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서민은행인 저축대부조합들이 이미 1985년과 1986년 사이에 무더기로 지급불능사태를 빚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금융시스템 위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위와 같은 위험한 사태를 그린스펀은 단 한 줄의 성명으로 가라앉혔던 것이며, 결국 미국경제는 1990년대에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긴 호황을 구가할 수 있었다. 그린스펀이 '경제의 신'으로 추앙받는 이면에는 이런 업적이 뒷받침하고 있다. 그의 업적을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은 일본의 정책실패였다. 당시 일본은 세계 최강의 산업경쟁력을 보유하였으면서도 1990년대 내내 장기침체에 시달려야 했는데, 이미 몇 차례 언급한 것처럼 경제정책의 실패가 결정적이었다. 우리가 몇 년 전에 겪었던 환란도 초기에 적절하게 대처했더라면 그처럼 심각한 경제난을 겪지 않아도 좋았을 것이다. 1997년 연초에 한보사태가 터졌을 때, 신용수렴 운동원리가 본격적으로 작동하고 금융시스템 위기로 발전할 것을 포착했더라면, 그래서 그린스펀이 취했던 것과 같은 강력한 정책처방을 취했더라면, 환란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이것은 지금에 와서 한탄이나 하자는 과거형이 아니라, 당시에 미리 경고했던 미래형이다. 따라서 내 판단은 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경제가 아주 심각한 상황을 예비하고 있다는 것이 내 인식이다. 수출이 5개월째 매월 20%씩 증가하면서 국내경기를 겨우겨우 버텨주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비관적인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경제시스템이 축소재생산의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국내 경기는 이미 하강의 길로 접어들었다. 설비투자는 얼어붙었고 내수까지 부진한 상황이다. 지금 막지 않으면 가속도가 붙어서 좀처럼 반전시키기가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재정지출을 상반기로 집중시키거나 더 확대하여 경기를 부양해야 할까? 이것은 아니다. 석유가격이 폭등한 상태여서 물가는 불안하고 국제수지도 적자를 보이고 있다. 이런 때에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직접 부양한다면, 물가불안과 국제수지 악화를 더욱 부추길 뿐이다. 금리를 인하하거나 세금을 낮춰주는 방법은 어떨까? 이것도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이다. 경기부양효과는 미미한 체, 지금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가계부채와 국가부채만 키울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정책수단은 비관적인 분위기를 더욱 짙게 할 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간단하다. 위와 같은 수요측면의 경기부양정책이 효과가 없다면, 공급측면의 경기부양정책을 채택하면 된다. 그러면 공급측면의 상황은 어떤가? 경기침체에 따라 기업들의 경영수지가 지난해 상반기보다는 약간 둔화되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높은 이익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이익이 생존목적인 기업들이 생산과 투자를 전혀 늘리지 않고 있다. 그 이유를 찾아서 해결하면 현재의 난국이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그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지금까지 여러 차례 반복했듯이, 우리 경제의 비관적인 분위기 탓이다. 장래가 비관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생산과 투자를 늘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진짜로 우리 경제의 장래가 비관적일까? 신문언론과 경제전문가들은 이라크전쟁 가능성 때문에 세계경제가 어려울 것이고, 우리 경제도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해외경제가 어렵다면 우리 경제 어떤 부분에 영향을 끼칠까? 당연히 수출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러면 진짜로 우리나라 수출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일까? 세계경제가 연착륙을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우리나라 수출은 계속해서 두 자리 수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최근 5개월 동안은 20%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경기의 침체가 곧 우리 경제에는 축복인 셈이다. 그런데 왜 비관적이란 말인가? 도대체 나는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이러다가 비관적인 분위기가 수출기업마저 생산과 투자를 늘리지 않도록 하면 우리 경제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걱정이 눈앞을 가린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조폭언론은 지금도 우리 경제에 대한 저주를 퍼붓기에 여념이 없다. 조선일보는 3월 3일자 경제섹션 1면에 '무역적자 비상'이라는 머리기사를, 3/4일자에도 같은 면에 '기업들 장기불황 경계령'이라는 머리기사를, 3월 5일자에는 아예 종합지 1면에 '가구당 빚 2915만원'이라는 머리기사를 대문짝만하게 올려놓았다. 중앙일보도 이에 뒤질세라 3월 3일 경제섹션 1면 머리기사에, '무역수지 두달 연속 적자'를 올렸고, 3월4일자는 '외국투자자 심상찮다'는 기사를 종합지 1면 머리기사로 올렸다. 이것도 부족했던지 같은 날 경제섹션 1면에는 '가계대출 계속 조인다'와 '북핵 등 경제 펀더멘탈이 문제'라는 미국 뱅크원 수석부행장 신구씨의 인터뷰기사를 함께 싣고 있다. 3월 5일자는 '가구당 빚 2915만원'이라는 기사를 경제섹션 1면에 머리기사로, 4면에는 '세계경제 장기침체 우려'라는 큰 기사를 실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가? 경기하강에 확인사살이라도 해야 하겠다는 것인가? 우리 경제가 망하는 꼴을 기어이 봐야겠다는 것인가? 아무리 노무현이 싫더라도, 국민경제를 생각해야 할 것 아닌가? 그제(3월3일)는 노무현 정권이 출범한 직후 처음으로 열리는 경제장관 간담회가 있었다. 향후 경제정책을 가름할 중요한 회의였다. 많은 국민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봤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한시적인 효과를 겨냥한 경기부양책은 현 경제여건 하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고 중장기적인 안정과 성장을 저해할 소지도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하기로 했다"는 발표뿐이었다. 물론 이런 정책기조는 옳다. 그러나 모든 경제정책의 전제조건이자 출발선인 현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정책당국은 우리 경제가 기로에 서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듯 하다. 이래서는 안 된다. 현 경제적 상황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고, 적극적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축소재생산의 악순환은 첫 단계에서 잘라야 한다. 특단의 대책을 동원하여 기업들이 안심하고 생산과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필요하다면 조폭언론과 전쟁을 선포해서라도, 현재의 비관적인 분위기를 깨뜨릴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언론이 지나치게 경제위기감을 조성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이 아무런 뒷받침도 받지 못한 것은 아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강력한 후속조치가 뒤따랐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거듭 밝히거니와, 주식시장을 적극적으로 부양하는 것도 우회적이지만 유력한 해법 중 하나이다. 주식시장이 살아나면 현재의 비관적인 분위기는 많이 누그러질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우회생산이 생산성은 훨씬 큰 법이다. 더욱이, 주식시장 활성화에 따라 자산효과와 소득효과가 나타나면, 가계부채를 늘리거나 물가불안을 일으키지 않고도 국내수요를 살릴 수 있다. [21세기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주식의 통화성을 촉진하면서 경기부양효과는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http://www.taeri.org/EconoRead/Readboard.asp?name=newbox&number=332&page=1&startpage=1&step=0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