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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가 '진보'인 까닭,'진보' 자체가 진보해야 하는 이유..
http://www.jinbonuri.com 쟁정토론실 (펌) 무정유 (2003-02-21 21:57:51, Hit : 44, Vote : 3) Subject [이강토님께] '진보'가 '진보'인 까닭, 글구 '진보' 자체가 진보해야 하는 이유.. 1. 노동/계급 패러다임 한국 좌파들은 요즘 '좌파(Left)'보다 '진보(Progressive)'라는 말을 더 자주 씁니다. 그러나 '보수'에 대립되는 '진보'는 전통적인 '좌파'보다 더 넓은 개념입니다. 머 좋습니다. 일단 진보와 좌파를 같은 것이라 치죠. 해방이후 '좌익' 콤플렉스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한국에서, 그와 비슷한 '좌파'라는 말보다 '진보'라는 말을 선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근데 왜 '진보'입니까? 왜 '개혁'과 구분되는 '진보'일까요? 그것은 바로 노동/계급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가 자본주의인 한, 노동계급(프롤레타리아)이 그러한 자본주의를 지양하는 사적 유물론적 과업에서 특권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이러한 노동/계급 패러다임이 흔들린다면, '진보'는 더 이상 (노무현 유시민 등으로 대표되는) '개혁'과 구분되는 차별성을 갖지 못할 것입니다. 2. 노동계급의 다양한 구성 노동/계급 패러다임의 특권적 위치를 (어느 정도) 받아들인다 해도, 노동계급이 단일체적인(monolithic) 집단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그 내부에 이러저러한 분할선이 있습니다. 우선 노동부터 '육체노동 vs 정신노동' '생산적 노동 vs 비생산적 노동'.....등등으로 가르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노동자는 '화이트칼라 vs 블루칼라'로 구분되기도 합니다. 물론 조직화된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노동자,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그 외 별별 구분이 다 있을 수 있습니다. 근데 여기서 화이트칼라노동자는 중간계급(계층)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또 노조를 결성한 공무원이나, 극단적인 예로서 언젠가는 노조를 결성할 프로야구 선수나 연예인들처럼 애매한 경우가 있습니다. 진보좌파 혹은 민주노동당과 그 지지자들이 말하는 '노동자(계급)'은 당근 이 다양한 구성의 노동자들을 끌어안아야겠지요? 그렇잖아요. 어떤 사람들이라도 노조를 결성하겠다면, 적극 지지하는 게 민주노동당이잖아요. 자! 그렇다면! 이왕이면 전통적인 블루칼라 혹은 프롤레타리아 위주의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노동/계급 패러다임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답보'가 아닌 '진보'랄 수 있지요. ('진보' 자체도 진보해야지요^^.) 이러한 문제는 분명 현재 민주노동당의 안고 있는 현실적 여건(조직, 자금....) 차원의 것이 아닙니다. 기본 노선의 문제입니다. 물론 현실적 여건으로 인한 선거전략상 주요대상과 부차대상 혹은 주타깃층과 부수타깃층을 나눌 순 있습니다. 그러나 TV를 비롯한 매스 미디어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해나가는 마당에,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그렇게 나누는 것이 뚜렷이 보이면 오히려 역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됩니다(민주노동당 당원도 아니면서 웬 우려^^?). 물론 조직화가 잘 돼있고 단결력이 강한 대기업 노동자를 비롯한 전통적인 블루칼라에 힘이 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요. 그러나 그것은 지금으로는 어쩔 수 없는 현실, 동시에 민주노동당이 정권에 근접하기 위해선 극복해야할 현실이지요. 아무튼 이강토님처럼, '계급'에 대한 명확한 (재)정의도 없이 막연하게('물질적 이해'라면 어떤 물질적 이해?) 사용하는 것은 진보(=좌파)답지가 않습니다. 자, 진보가 노동/계급 패러다임의 특권적 위치를 받아들인다면, 고쳐 말하면 그러한 것을 받아들일 때만 진보(=좌파)라고 할 수 있다면, 노동계급에 대한 일종의 재정의가 필요합니다. 즉, 자본가만이 아니라 국가(자본주의 국가지만 자본가는 아니죠)나 체제, 그 하부기관에 고용돼서 재화나 (육체적, 정신적) 서비스와 그밖에 어떤 산출물(연구 성과 같은 것) 등등을 생산하는 사람들, 이런 식으로요. 이것을 특히 강조하고 싶습니다. 3. 민중이라는 계급연합 혹은 계층의 다양한 구성 이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계급(계층) 연합의 문제입니다. 즉 농민, 중하층 자영업자 같은 중간계급(계층)을 끌어안는 것입니다. 이들보다 생활여건이 나쁜 빈곤서민층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어느 정도 노동/계급 패러다임을 넘어서야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것을 안고서 넘어서는 것(김진석 교수 식으로 말하면 포월?)으로서의 계층론입니다. 당근 '모든' 계층을 끌어안는다는 건 난센스에 불과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한완상씨 식의 70-80년대 '민중' 개념도 어떤 식으로든 손질이 불가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글쎄요. 아예 그러한 '민중' 개념을 폐기하고 '시민'(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의미가 아님)을 내세우든지요. 민중이든 시민이든, 여기선 계급을 안고서 계층으로 넘어섭니다. '진보'니까 노동/계급 패러다임을 버릴 순 없습니다. 그러나 계급적 관점에서는 일테면 노동자와 농민은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현재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근데 여기서도 좀 미묘한 문제가 있습니다. 봅시다. 예정된 쌀 개방 문제와 관련해서, 현실적으로 노동자와 농민의 물질적 이해는 엇갈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쌀 개방 문제를 재협상하다가 안 되면, WTO를 탈퇴하겠다(대선 때 TV토론회에서 김영규 사회당 후보 공약)는 식으로 나간다면, 수출에 의존하는 대기업의 노동자들이 반발할 수도 있습니다. 송태경 국장에 따르면, 현대노동자들 같은 경우 민주노동당의 '재벌해체'에도 반대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 중소자영업자를 내세우는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다양한 계급 혹은 계층간에 나타날 수 있는 이해의 충돌을 조정하고 봉합해야 합니다. 그러한 실질적이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정책으로 지지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그들의 표 때문만은 결코 아닙니다. 그들도 노동자 못지 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어려운 삶을 살아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구 그들의 어려운 삶은 분명 한국자본주의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이 글을 정리하면, 민주노동당의 여러 여건 때문에 주요(지지)대상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해도, 미리 그렇게 자세를 잡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게다가 드러내놓고 그런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이유는 더더욱 없지요. 그런 것은 하다하다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결과론적인 사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급히 글을 마칩니다. 이왕 쓰는 김에 이것저것 주절대고 싶었는데(제가 늘 그렇습니다^^), 그건 담에 기회가 있으면. .......................................................................................... Name 이강토 (2003-02-21 23:11:10, Hit : 73, Vote : 3) Subject [re] 정통이냐 깡통이냐! 노동/계급 패러다임(계급론을 의미하는 것이겠죠)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보다? 유감스럽게도 제게는 정말 낡디 낡은 소리로 들리는군요. 이거 정통막시즘에서나 하는 소리죠. 세계가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진보의 상도 변화해야죠. 언제까지 계급타령하고 있을 겁니까? 자본주의 세계가 자본주의인 한 변화하지 않는 것은 바로 대중들에 대한 자본주의적 착취와 그것을 통한 사회적 소외입니다. 그것이 사회적으로 표출되는 방식은 사회적 특성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되고 있지요. 이론적으로만 본다면 계급은 사실 갈수록 양극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왜냐하면 자본주의가 발전할 수록 전자본주의 생산양식하의 직업층들이 갈수록 축소되고 자본적 분업체계에 포섭되게 되어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지주와 소작농민이 농업자본가와 농업노동자로 분화되는 식으로 말이에요. 계급이 이렇게 양극화된다면 계급갈등 또한 높아져야겟죠. 그러나 아시다시피 현실과 역사는 전혀 그렇지가 않지요. 자본주의 스스로 내성을 가지며 그에 맞게 수정되어 왔기 때문이죠. 복지국가 형태의 수정자본주의가 대표적이죠. 계급양극화는 점차 진전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계급적대는 약화되는 이런 모순을 해리 브레이버만의 '구상과 실행의 분리'라는 개념으로 명쾌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원래 노동은 구상과 실행이 함께 동반되던 것이었는데 분업이 발전하고 그것이 분리가 가능해지면서 자본가들은 노동을 보다 쉽게 요리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처음에는 구상을 자본가 스스로 하다가 그것이 계급적대라는 직접적 갈등을 불러오자 결국 자신의 대리인으로서 노동자들을 두고 그들에게 구상의 임무를 부여합니다. 결국 노동자가 노동자를 통제하게 하는 것이죠. 관리사무직의 탄생입니다. 이들은 계급으로 따지자면 당연히 노동계급이지만 의식으로는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이런 층은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할수록 오히려 확대되는 경향이 있지요. 그러다 보니 계급양극화가 진전되면 될 수록 오히려 계급적대는 약화되게 되는 것이죠. 소위 90년초에 황태연씨등이 얘기한 지식노동자가 바로 이들이지요.(물론 황씨는 이들이 진보의 미래이자 대명사인양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해석했지만) 이들을 노동계급이란 패러다임으로 묶는다는 자체가 저는 어리석다고 봅니다. 우리의 경우만 하더라도 민주노동당은 애초에 386 화이트칼라 계층에 특히 기대를 걸었습니다. 70~80년대 민주화운동의 동지적 정서가 주로 작용했을 겁니다. 그리고 선거후반까지도 어느 정도는 그 기대가 전혀 무모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선거막판 정몽준 변수가 터지자 그들은 대거 노무현측으로 돌아섰습니다. 이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라 이들의 어떤 특성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그것을 중산층의 자유주의적 친화성으로 생각하구요. 자본주의적 착취와 소외의 사회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보고 그 궁극적 해결을 추구한다면 계급 패러다임을 버리더라도 개혁적 자유주의 세력과는 뚜렷이 구분될 수 밖에 없습니다. 개혁적 자유주의 세력이 기존 보수주의자들과 차이는 정치적 개혁을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개혁적 자유주의 세력은 결코 자본적 착취와 소외의 해소를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단순화 시켜서 말한다면 전자는 정치민주주의에 주력하고 후자는 경제민주주의에 주력하는 뚜렷한 차이를 가지고 있지요. 대중정당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자신의 주요 지지층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중요한 기반이 되는 것이겠죠. 이것은 마치 기업이 처음 시장에 진입해 상품을 파는 행위와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상품이 완벽할 수 없고 경쟁자가 도처에 널려 있는 상태에서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보다는 특정 타깃층을 선정해서 집중적으로 마케팅할 것입니다. 이 타깃층은 당연히 자신의 상품을 좋아할만한 사람들이 되어야겠지요. 민주노동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계층에 집중할 수 없다면 당장 누가 민주노동당이 내건 구호나 공약, 정책에 호감을 느끼겠느냔 말입니다. 지난 대선전까지만 하더라도 그것을 가늠할 만한 객관적 자료가 제대로 없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야 비로소 그 맹아가 보였죠. 온갖 우여곡절을 겪고 2강의 치열한 사투속에서 사표심리가 역대 어떤 대선보다도 높게 작용했음에도 민주노동당에게 표를 던진 100만에 가까운 표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들은 바로 우리 사회 진보정치의 현실입니다. 이들을 바로 우리의 종잣돈으로 삼아 재산을 늘려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과 동떨어져서 계급이 어쩌고 하는 정통을 저는 깡통이라고 봅니다. 정통적 계급패러다임에 갇혀 있엇다면 민주노동당의 상가임대차 보호법 같은 정책은 죽었다 깨어나도 나올 수 없었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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