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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복은 역사의 철부지인가?(펌)
송복은 역사의 철부지인가?(펌) 송복은 '역사의 철부지'인가?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극우 헤게모니' 2002년 12월 19일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의 승리가 확정되자 <오마이뉴스>는 자신있게 선언했다. "대한민국 '주류'가 교체되고 있다"고. 맞다. 교체되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확신대로 2002년 한국사회에서 일어난 '인터넷 혁명'의 여파는 사회 곳곳에서 구시대의 잔재들을 쓸어낼 것이다. 그러나 결코 조용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대선 이후 한달 동안의 사건들(예컨대 '조중동'의 낯뜨거운 화해책동, 언론사 과징금 취소사건, 전경련의 떠보기 발언들, 극우기독단체의 반대시위, 난데없는 인터넷살생부(?) 소동 등등)에서도 그 징후를 뚜렷이 읽을 수 있듯이 100년을 지속해 온 이 땅의 극우 헤게모니와 반개혁적 저항은 쉽게 격퇴되지 않을 것이다. 낙선자 이회창 후보가 믿고 있었던 한국사회의 주류(main stream)가 단 한번의 선거패배로 자신들의 존재의 근원을 송두리째 부정하려는 '신주류'에 백기를 들고 고분고분 투항할 것을 순진하게 기대해서는 안된다. 22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6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 기조연설에서 불거져 나온 20∼30대 인터넷세대를 향한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의 "사회적 철부지들" 발언역시 노무현 정부의 정치 앞날의 험난함을 예고하는 '극우 헤게모니'의 거친 서막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식민지시대의 부끄러운 유산과 분단시대의 맹목적 증오심을 먹고 살아가는 극우 헤게모니는 학계와 교육, 언론, 정치, 사법을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어 왔다. 지난 대선을 통해 비로소 한 축이 무너졌을 뿐이다. 그것도 대단히 불완전한 형태로 무너졌다. 그것을 불완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우리 나라의 극우 헤게모니는 지역을 볼모로 잡고 자신을 지켜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구도가 완전한 형태로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 비극 때문에 극우 헤게모니에 대한 공격을 자신들의 지역에 대한 공격으로 착각하며 '자연인 김대중'을 찌르기 위해 '노무현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식 이데올로기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라 만차 지역에서 위력을 떨칠 것이다. 그래서 이중으로 어렵다. 그러나 정치와 언론영역에서의 극우 헤게모니 해체는 학계와 교육, 사법분야에서의 은밀한 극우 헤게모니와 그 해체가능성에 비하면 오히려 훨씬 낙관적이다. 이른바 학계를 대표한다는 학자들과 진보를 표방하는 학자들의 엄청난 위상차이를 비교해 보라. 실력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차이는 단순히 '실력차이'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믿기지 않는다면 북한에서는 어떻게 주사파가 학계를 지배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학계의 지식권력은 교과서 만들기와 교육을 통해서 그대로 교실의 학생들을 지배한다. 인터넷 세상에서 바라보는 세상과 교실의 교과서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얼마나 다른지는 대한민국의 학생들이라면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결코 이 장벽을 쉽게 뛰어넘을 수 없다. 그들 앞에는 인생이 걸린 입시에서의 '정답 맞추기'라는 난공불락의 절벽이 장승처럼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에도 보훈처의 친일인사들에 대한 서훈취소 시도가 국회에서 어이없이 좌절되는 기현상을 보았고, 서울대 김민수 교수의 해직사건은 지금까지 법정을 떠돌고 있으며, 외대의 이장희 교수는 아동용도서를 통해 통일문제를 불순하게 교육한 죄로 기소되었으며, 한완상, 최장집, 강정구 교수가 어떤 식으로 좌절했는지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발맞추어 한총련은 아직도 '구국의 수배대오'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조중동'이라는 종이신문지들은 '극우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무모한 '신주류'의 첨병들을 끊임없이 좌절시켜 왔다. 물론 그 이데올로기 경찰역할은 아직 박탈당하지 않았다. 공영방송은 현실안주를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날마다 세뇌시키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 '동의'를 얻어내는 이런 장치가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국가보안법이라는 '강제'수단은 아직도 건재하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도전하고 있는 '신주류'의 무기는 무엇인가? 오직 인터넷을 통한 이데올로기 투쟁(이제는 저항이 아니다)만이 그들의 유일한 수단이다. 물론 그것은 재래식 무기를 고철로 만들고 있는 남부러울 것 없는 21세기의 핵무기다. 문제는 '신주류'에겐 아직 프랑스에서처럼 '인종차별, 증오, 인종간 폭력'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강제수단이 준비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처럼 브리지트 바르도에게 벌금 2만프랑을 선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신주류'의 대선승리를 눈앞에서 보고서도) '지역감정, 집단적 명예훼손, 남북간 증오, 외국인 차별'등을 처벌하는 '반역사철부지'법 제정은 아직까지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물론 <오마이뉴스>의 자신감 넘치는 주장처럼 '껍데기 주류'는 사라질 것이다. 혁명은 괜히 혁명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극우 헤게모니를 어떻게 완전하게 해체시킬 수 있느냐이다. 김기덕 감독은 <해안선>이라는 영화에서 예술적 감수성으로 이 시대착오적 딜레마를 탁월하게 묘사해냈다. <해안선>의 비극은 '증오의 총을 겨누고 오지 않는(!) 간첩을 기다려야만 하는 시대착오적 상황'에 있다. 영화 속 음악은 끊임없이 '과거는 흘러갔다'는 걸 상기시키지만 광기어린(그러나 한편으론 슬프게도 보인다) 주인공은 아직도 백주대낮에 시내 한복판에서 총검술을 하며 느닷없이 관객을 찌르고 있다. 장난이 아니다! 찔리면 죽는다. 아∼, 이 '역사의 철부지'를 어떻게 제정신으로 되돌려놔야 하는가? 해법은 누구나 알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주도권은 결국 정치적 주도권의 문제로 귀결된다. 정치개혁을 완수하는 것, 그래서 극우 헤게모니를 해체하고 건전한 보수세력을 자리잡게 하는 것, 그리고 진보정당이 제몫을 찾게 하는 것, 효율과 공평을 위해 서로 대화하는 것, 이렇게 '명예(!)'없는 '사회적 철부지들'이라도 알 수 있는 상식의 제도화만이 미래를 향한 '철든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다가올 2004년의 총선은 '역사를 되돌릴 것인가'의 화두를 놓고 정당 내에서 또한 정당간에, 심지어는 여기저기 숲 속에서 철새와 텃새간에, 한편으로는 장외에서 '명예'교수와 명예없는 교수간에, 그리고 이 모든 대결의 결정판인 종이신문지와 인터넷언론간에 치열하게 펼쳐지는 마지막 승부가 될 것이다. 1997년 김대중 후보의 연정합의를 통한 최초의 정권교체와 2002년 노무현 후보의 기적같은 승리에도 불구하고 극우 헤게모니가 여의도와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정치적 환경은 지금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신주류'의 '극우 헤게모니'를 해체하기 위한 길고 지루한 싸움은 정작 이제부터라고 해야 할 것이다. '구주류'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2002년의 '신주류'는 아직은 유령처럼 청와대와 인터넷대한민국을 떠돌고 있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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