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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총리 `야스쿠니` 참배 뭘뜻하나<도올 김용옥기자 현장속으로>
2003. 1. 16 문화일보 (펌) <도올 김용옥기자 현장속으로> 日총리 `야스쿠니` 참배 뭘뜻하나 김용옥 기자/doholk@munhwa.co.kr 지난 14일 일본수상 코이즈미 쥰이찌로오(小泉純一郞: 표기는 씨케이시스템에 의거)는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했다. 그는 수상이 되기전에 이미 선거공약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일년에 한번씩 참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니까 그는 일년에 한번씩 꼭 야스쿠니신사에 가야한다는 부담스러운 대국민약속을 몸에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그 공약을 조건으로 ‘총리대신’(總理大臣)이 되었으니까. 그래서 그는 매년 그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총리가 된 당년(2001)에는 종전기념일인 8월 15일에 못가고 이틀을 당겨 8월 13일에 감으로써 행위의 정당성을 약간 누그러트렸고, 주변국에다가는 “전쟁을 두번다시 일으키지 않겠다는 마음을 담아 참배했다”느니 ‘신사 대체시설’을 만들겠다느니하는 헛소리로써 한·중과의 갈등을 얼버무렸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02년에는 4월 21일 참배를 강행했다. 월드컵의 공동개최국으로서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화시켜야 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입장과 중국의 제반요건을 고려한 절묘한 타이밍이었던 것이다. 2003년에는 지난 14일 참배함으로써 ‘신정나들이’의 관습으로 포장을 했으나 그 실상인즉슨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면서 주변국에 새로 들어서는 정권과의 마찰을 회피할 수 있는 타이밍을 선택한 것이다. 후진타오와 노무현의 새정권이 출범하기 전에 후딱 부담스러운 대국민약속을 해치워버린 것이다. 이러한 코이즈미의 행동양식은 일본국내정치의 맥락에서 보자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요, 현명한 타이밍을 고른 것이요, 후쿠다(福田康夫) 관방장관의 말대로 “법석을 떠는 쪽이 문제”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도대체 야스쿠니신사가 뭐길래 이토록 국제사회가 들끓어야만 하는가? 일본의 독특한 문화로 이해하고 인정하면 그만일 수도 있지 않을까? 야스쿠니신사는 태평양전쟁 A급전범 14명을 비롯한 전몰자들을 군신(軍神)으로서 추도하는 위패를 모시고 있는 사당이다. 그러니까 이러한 사당에 수상이 간다는 것은 태평양전쟁의 주범들을 찬양한다는 것이고 이것은 곧 일본군국주의의 부활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야스쿠니’란 ‘쿠니’(國)를 ‘야슨지루’(靖), 즉 ‘나라를 평안케 한다’라는 말을 줄인 것인데 ‘춘추좌씨전’ 희공(僖公) 23년조에 그 용례가 있다. 초(楚)나라의 자문(子文)이 전쟁에 공이 있는 자를 포상함으로써 국가를 평온케 한다는 맥락으로 기술되어 있는 것이다.(吾以靖國也.) 일본수상은 자기나라를 위하여 싸운 사람들의 영혼에 참배함으로써 나라를 평안케하려하는데 왜 주변국가들은 그렇게 불안해할까? 야스쿠니신사를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나 우리나라 동작동 국립묘지와 비슷한 것으로 이해하면 그만 아닐까? 왜 일본의 평안(平安)이 동아시아의 불안(不安)이 되어야 하는가? 우리는 모든 사태를 보다 본질적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일본수상이 전범위패사당에 참배하기 때문에 일본군국주의는 부활할 것이고 따라서 우리는 일본군국주의에 대한 쓰라린 경험을 상기시켜 무조건 반대해야 한다는 정도의 천박한 상식으로는 풀릴 길이 없는 것이다. 일본 총리대신이 야스쿠니신사에 간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가 흔히 쓰는 수상(=premier)이란 말에 해당되는 일본어 어휘가 ‘소오리다이진’(總理大臣)이다. 우리는 이 충격적인 말부터 이해를 해야한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수상이 ‘모든 것을 총괄하는 큰 신하’로서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누구의 신하인가? 국민의 신하인가? 물론, 아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공복(公僕)이니 하는 따위의 말을 썼을 것이다. 신(臣)은 반드시 군(君)의 상대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이 군은 ‘텐노오’ 즉 천황(天皇)이다. 따라서 근대적인 의회민주주의가 도입된 일본이긴 하지만, 그 최고책임자인 수상은 아직도 입헌군주제, 아니 입헌천황제의 체제속에서, 철저히 ‘천황의 대신’으로서 자기이해의 틀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역사에는 혁명(革命)이 있을 수 없다는 논리와 상통하는 문제이다. 혁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명(命)을 간다(革)는 뜻이다. 그것은 동방역사에서는 역성혁명(易姓革命)으로 나타난다. 우리 조선의 역사에는 끊임없이 역성혁명이 성공해왔다. 통일신라에서 고려로, 고려에서 조선왕조로, 박정희·전두환에서 결국 김대중으로, 이 모든 것이 역성혁명의 실례이다. 한 국가의 최고통치자의 성(姓)과 명(命)이 근원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역사는 아마테라스오오미카미(天照大神)로부터 오늘의 아키히토(明仁)천황에 이르기까지 최고통치자의 명(命)은 바뀌지 않는다. 실제 정무의 담당자는 오로지 이 명(命)을 ‘타테마쯔루’(奉)하는 자로서의 자기이해만 지닐뿐이다. 그래서 과거의 실제적 최고통치자인 막부(幕府)의 수장도 자신을 쇼오군(將軍), 즉 천황을 봉(奉)하는 장군으로서만 이해했다. 토요토미 히데요시에서 토쿠가와 이에야스로 정권이 옮아갔어도 그것은 전혀 혁명이 아닌 것이다. 그것은 천황을 ‘타테마쯔루’하는 사람의 교체만 있을뿐인 비혁명적 연속사건이었다. 일본에서는 정치를 ‘마쯔리고토’라고 하는데 이 마쯔리고토에는 제(祭)와 정(政)이라는 두 측면이 있다. 실제정무의 담당자인 신하가 천황을 모시는 것을 정(政)이라 하고, 천황이 신(神, 카미)을 모시는 것을 제(祭)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인의 관념속에는 이 제(祭)와 정(政)이 분리가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일본은 이 지구상에서 완벽한 제정일치가 존속되고 있는 유일한 근대적 원시사회이다. 그래서 일본에는 국립묘지가 없고 야스쿠니신사가 있을 뿐이며, 소오리다이진(總理大臣)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야만 하는 에토스(ethos)에 복속되어야 하는 것이다. 야스쿠니신사에 묻힌 사람들은 보편적·추상적 대의를 위하여 싸워 죽은 사람이 아니라 오로지 천황을 위하여 목숨을 던진 사람들이다. 코이즈미도 천황을 봉공하는 대신이다. 야스쿠니신사는 곧 일본천황제의 상징인 것이다. 일본에는 최고통치자를 국민이 직접 뽑는 직선제가 없다. 천황이 엄존하는 한 그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국민다수에게 혁명(革命)의 주체적 기회를 허락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내각제’를 운운하는 보수세력의 레퍼런스의 진의를 이제 국민들은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본내각제는 자민당일당 독재의 영속화를 조장하며, 천황제로의 국민적 복속을 정당화시키며, 군국주의의 부활을 탐탐한다. 이것이 일본 우익사상과 우익세력의 진원이며 그 최고의 상징체가 바로 야스쿠니신사인 것이다. ‘북핵’은 가상적 위협일 뿐이다. 그러나 일본의 군국주의는 역사적 체험의 반복이다. 야스쿠니의 망령은 주변국가에 ‘북핵’보다 더 리얼한 것이다. 일본국가의 본질적 문제는 무엇인가? 좌(左)가 아니면 우(右)라는 정치도식의 반복에서 우리는 일본역사의 정체성(stagnation)을 규명해 나갈 수 있다. 좌의 근원에는 사회당이 있고 우의 본원에는 천황제가 있다. 이 양자게임의 승패가 영원히 어느 쪽에 있을 것인가는 너무도 뻔한 것이다. 일본은 근원적으로 새로운 이념과 도덕성을 창출할 수 없는 국가로 점점 타락하고 부패해가고 있는 것이다. 코이즈미의 야스쿠니신사참배가 문제가 아니라, 천황을 타테마쯔루하면서 코이즈미의 참배를 강요하고 있는 일본국민의 ‘시마구니콘죠오’(島國根性)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 국민성의 원시성에 더 큰 죄악이 숨어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수십만명의 꽃다운 여인들을 제국군대 위안부로 동원하고, 한달새에 남경에서 30만의 무고한 인민들을 학살하며, 731부대에서는 눈하나 깜짝않고 마루타 인체실험을 자행한 일본은 일체 이러한 사태에 대해 함구불언하고 있다. 그런데 열세명의 일본인 납치사실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솔직하게 시인하고, 사과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관계자를 처벌했을 뿐아니라 다섯명의 생존자를 정중하게 보내준 북한의 조치에 대해서는 모든 외교사태의 진전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반북감정으로 온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그로 인하여 일본은 오늘날 북핵문제에 있어서도 동아시아 국제정세에 전혀 영향력을 행사못하는 무능력한 국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남한의 보수언론들은 아직도 마치 일본은 일류선진국가이고 북한은 기아에 허덕이는 삼류국가로만 부각시키는 인상만 던지고 있는 것이다. 한번만 가다듬고 생각해보라 과연 누가 일류이고 누가 삼류인가? 우리가 지금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코이즈미의 야스쿠니신사참배에 숨어있는 천황제중심의 자민당일당독재의 군국주의적 음모를 여실하게 파헤치는 것이다. 그리고 한·중이 합작하여 일본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일본국민에게 그들의 의식구조의 원시성이 더 이상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경제적 패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연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노당선자도 “코이즈미와 난 닮았다”는 등의 유치한 발언을 삼가고, 이번 사태에 대한 엄중한 항의를 발표해야 한다. < 미국에 대한 주체성 >의 실마리는 오로지 < 일본에 대한 주체성 >의 확인으로써만 풀려나갈 수 있다는 것을 노당선자와 인수위는 명료하게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http://www.munhwa.co.kr/series_imsi/html/doall_31.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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