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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고해성사에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
민주노동당 당원게시판 (펌) 글번호 : 455 올린이 : 박준영 등록일 : 2002년 10월 17일 남한의 일부 진보세력조차 핵무기의 힘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군사와 폭력에 대한 매혹에서 벗어나, 생산과 평화에 대한 지향으로 진보세력의 내면을 정화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 북한의 대미 핵위협전략은 쓸모가 없다. 그건 환상이다. 그것도 마치 마약사용 뒤에 지독한 고통이 뒤따르듯, 깨고나면 지독한 고통이 뒤따르는 환상이다. 핵중독은 마약중독과 비교할 수 없다. 핵무기는 진보의 적이다. 북한이 예외가 될 수는 없다. 1. 북한 핵위기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는 한반도 평화와 군축을 향한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첫 단추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이 시인한 새 핵개발은 기존의 플로토늄식이 아니라 우라늄식이다. 플로토늄은 우라늄을 원자로에서 태운 뒤 남은 것을 재처리해서 얻는 것이고, 우라늄식은 이런 원자로 과정이 필요없다) 2. 북한의 평양방송은 어제까지도 켈리 특사가 "존재하지도 않는" 핵, 미사일, 인권문제를 거론했다고 비난했다. 북한이 회담에서 이미 시인한 문제를 평양방송은 여전히 부인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회담 중에 증거를 들이대자 시인했다는 대목과 더불어 잘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긴 하지만, 북한은 이 대화를 미국이 공개하지 않는 이상 굳이 먼저 공개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적어도 북한의 의도에 관한 한, "북한은 평화적 핵개발인데, 미국이 이것을 왜곡, 부풀리고 있다"는 가설은 근거가 없어졌다. 논란이 간단해 졌다는 것은, 사태가 해결을 향해 막바지로 달려간다는 것이다. 3. 북한이 회담 도중에 이 중대한 사실을 시인한 것은, 북일 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이 오전 회담에서 부인하던 "납치"를 오후 회담에서 과감히 인정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북한식 고해성사 외교다. 부수적으로 1994년 제네바합의의 출발점이 된 바, 북한의 영변에 있는 소형 흑연형 원자로를 둘러싼 핵의혹은 "평화적 연구용"이었다는 북한의 그간 설명도 스스로 부인한 셈이다. 4. 그러나 납치 문제와 달리 새 핵개발 프로그램은 일부 "망동주의자, 영웅주의자"가 김정일 모르게 한 짓일 수가 없다. 그러므로 이 사안은 심각해진다. 5. 이번 사건으로, 그나마 근근이 이어오던 제네바합의는 매우 중대하게 손상됐으며, 만약 미국이 원한다면 제네바합의가 이미 깨졌다고 선언할 수도 있게 됐다. 민주당과 김대중 대통령이 서둘러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 것은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6. 또한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은, 제네바 합의와는 별도로 그 이전에 남북간에 합의된 한반도 비핵화선언도 위반한 것이다. 한총련을 비롯해 "반핵"을 추구하는 일부 운동단체의 적극 대응이 요망된다. 또한 우리 당도 당 강령에 근거해 적절한 판단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개발은 적어도 우리에게는 북미관계이기 이전에 남북 문제다. 7. 북한의 이러한 행동양식을 좋게 해석할 때 "고해성사" 외교가 된다. 과거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쓸어내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질서를 신뢰를 바탕으로 시작하자는 제안으로 볼 수 있다. 반면에 나쁘게 보자면, 이건 완전히 "배째라" 전략이 된다. 한호석 같은 이는 2003년 북미대결 북한승리론에서 이 배째라 위협전략을 시사한 바 있다. 8. 나는 북한의 행동을 고해성사 외교로 본다. 북한이 회담 도중에 이 중요한 사항을 인정한 것은, 그만큼 북한이 북미관계 개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북일회담과 달리 이 문제는 그 회담 도중에 일정한 타협을 보지 못한 채, 상대에게 증거만 자인한 꼴이 됐다. 상대는 일본이 아니라 미국의 부시정권이다. 다만 북한은 앞으로 며칠간, 그리고 이번 토요일부터 열릴 평양 남북장관급회담를 비롯해 이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시기를 맞게 된다. 이미 북한은 켈리 특사 방북 당시 "핵비확산조약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납치문제처럼 이 기회에 "앞으로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할 수도 있다. 경제난에도 수많은 자원과 돈을 투자한 것이기에, 그냥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깝고 국내정치적 위험도 클 것이나, 다른 방도가 없다. 미련보다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 9. 핵무기는 북한의 자살골이다. 굳이 이번 기회가 아니더라도, 북한이 선택할 길은 핵포기를 비롯한 선군축 뿐이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에 대한 유혹을 과감히 떨쳐야 한다. 설사 북한이 핵개발에 성공한다고 해서 미군이 철수하거나 매년 5억달러를 핵포기 대가로 주지도 않을 것이거니와, 당장 이번 대선을 비롯해서, 북한이 얻을 것이 전혀없다. 몇년 전 인도와 파키스탄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동시에 핵폭발 실험을 해서 핵무기 보유를 과시했지만, 작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파키스탄은 대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협력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했다. 핵무기가 "자주권"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게 아니며, 국내경제를 비롯한 국내정치는 외부의 군사위협보다 더욱 심각하게 정권을 위협한다. "미국을 때릴 수 있는 대륙간 탄도탄을 보유했던" (소련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와 카자크스탄을 보라. 북한은 아직 핵무기 발사능력도 없다. 섣부른 대미 핵위협전략은 오히려 일부에서 지적하듯, 동북아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서는 북한의 정권교체 만이 문제를 근본 해결한다는 인식을 더 강하게 할 뿐이다. 대미 핵위협은 북한정권의 자살수단이 된다. 이미 현정권을 상대로 한 어떤 사찰합의도 북한의 핵의혹을 근본적으로 막지 못할 것이라는 증거가 이번 새 핵시설 시인으로 확인된 것이다. 그러므로, 2003년 북미대결-미국굴복설은 희망사항일뿐이다. 그나마 매우 위험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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