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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매일경제
작성일 2016-01-19 (화)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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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경제세월호
[매경포럼] 경제세월호  

기사입력 2016.01.18 17:10:17 | 최종수정 2016.01.19 09:29:57      


생각해보면 제일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 장면 중의 하나는 그게 아니었을까 싶다.
더듬더듬 해경의 부축을 받으면 팬티 바람으로 구조선에 올라타던 선장의 모습.


배 안에는 아직도 400명 넘는 아이들이 선내 방송의 지시대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과 승객들은 그렇게 배에 버려두고 선장과 승무원들만 차례차례 기울어가는 배에서 탈출했다.
속절없이 뒤집히는 배를 보며 발만 동동 구르던 그때 이미 우리는 오늘의 무력감, 오늘의 좌절,
오늘의 침몰을 예감했는지 모른다.


19대 국회의 남은 두 달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안 봐도 삼천리다.
대통령 입에서 "경제·안보 동시 위기", "대량 실업 사태" 같은 무시무시한 말이 쏟아져나오는데도 오불관언(吾不關焉), 소 귀에 경읽기다.

배가 기울어간다고 아무리 외쳐도 자기는 갑판에 있으니 상관없다는 식이다.

`패권주의`라는 이름으로 진영논리의 극단을 보여준 한 무리나 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세 규합중인 다른 한 무리나 오로지 관심은 4월 총선 뿐이다. 금뱃지만 달면 구명정 앞자리는 무조건 본인들 차지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술 먹다 의기투합한 몇몇 정치 지망생들이 우르르 몰려가 입당신청을 했더니 다음 날 인재영입으로 발표되더라는 웃지 못할 얘기가 나도는 소위 집권여당도 일점일획 나을 것이 없다.


선거구획정을 미루는 속내는 여야가 똑같다.
현역인 자신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판이니 굳이 뜯어고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경쟁자들은 등록도 못하고 선거운동도 못하고 당원명부도 못보게 손발을 다 묶어놓고 본인들은 의정보고회니 뭐니 제멋대로다. 법을 빙자한 폭력이자 공정을 사칭한 반칙이다.

명예와 품위라고는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으니 신사도(紳士道)는 커녕 시정잡배 만도 못하다.


노동법은 어떠한가.

대통령이 나름 타협안으로 기간제(계약직)근로자보호법은 철회하고 파견법만 처리하자고 제안했지만
야당은 요지부동이다.

애초에 비정규직을 2년 쓰고나면 기업들이 알아서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정부가 어리석긴 했다. `2년 후 정규직 전환`을 기대했는데 `2년 후 해고`가 일상화됐으니 말이다.

근로자 본인이 원할 경우 2년 더 고용하도록 하겠다는 `2+2 구상`역시 4년짜리 비정규직만 양산할 것이라는 야당과 노동계의 주장이 옳을 지 모른다. 하지만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한노총, 민노총 주장대로 모든 근로자를 정규직화 하기는 불가능한 얘기다.

2년 짜리 비정규직과 4년 짜리 비정규직 중에 오르라면 4년짜리 정규직이 낫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80%가 기간제법에 찬성하는 이유다.

기간제법은 계약직 근로자가 3개월만 일하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했고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는 꼼수를 막기 위해 쪼개기 계약도 금지했다. 위험한 일에 비정규직을 주로 투입하는 관행을 막기 위해 생명·안전 핵심 업무에는 계약직을 고용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한마디로 정규직을 만들어 줄 수는 없지만 지금 비정규직들이 당하고 있는 부당한 처우들은 개선해주겠다는 법이다. 55세 이상 장년층 일자리를 위한 파견법도 마찬가지다. 주유원, 음식조리업 등 32개 업종으로 제한된 파견을 금형, 주조, 용접 등 만성적 구인난에 시달리는 제조업종으로 확대하는 게 주 내용이다.
3D 업종이든 뭐든 몸 성할 때 한푼이라도 더 벌어 빈약한 은퇴후를 대비하겠다는 장년층을 가로막고 `전 국민의 만성 빈곤화`를 추천하는 게 지금 야당의 행태다.


정권 골탕먹이듯이 무려 4년간 붙잡고 있는 서비스산업기본법은 또 어떤가.

우리나라 청년들의 80%는 서비스업에서 일하기를 원하지만 우리 경제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도 59%에 불과하다. 영국(79%), 미국(78%), 일본(73%) 등에 턱없이 못미친다. 20년 내내 서비스업 육성은 제자리걸음인데 제조업 취업 비중은 2004년 18.5%에서 2014년 16.9%로 되레 감소했으니 실업률이 치솟는 건 당연하다.아이가 부모한테 토막살해 당하는 처참한 일이 벌어지는데도 70개 넘게 국회에 발의돼 있는 아동학대방지법안 역시 감감무소식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인 아동, 비정규직, 청년 실업자, 반퇴 중장년층들을 모두 외면하고 그저 금뱃지에만 골몰하는 여야의 작태가 가라앉는 배에 아이들을 놔둔 채 팬티바람으로 혼자 도망친 선장과 뭐가 다른가. 성장률이 1% 뒷걸음질 칠 때마다 국부는 15조원씩 날아가고 한 해 1만 4000명이 빈곤 때문에 자살한다. 국회의 직무유기는 세월호 선장보다 백배,천배 더 죄질이 나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불과 2년 전 한국이 2015년 1인당 국민소득(GDP) 3만807달러로 인구 5000만·3만달러 클럽에 세계 7번째로 가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지난 해 한국의 1인당 GDP(2만7600달러로 추정)는 2014년(2만7970달러)보다 오히려 후퇴했다. 올해는 2만7000달러선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연속 2%대 저성장에다 강달러에 발목잡힌 탓이다.

IMF는 부랴부랴 2017년이면 한국이 3만달러 국가에 진입할 것이라고 수정 전망했지만 노동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친 한국경제는 이미 침몰하는 세월호와 같다.


저출산·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제조업 붕괴, 서비스업 정체, 투자 부진의 궤멸적 밀물이 배 안으로 들이치고 있는데 선장은 도망친 지 오래다.

아이들에게 그때 얘기했어야 하듯이 이제 각자 알아서 탈출해야 할 때다.


[채경옥 논설위원]

이름아이콘 매일경제
2016-01-19 10:14
(출처)

http://news.mk.co.kr/column/view.php?sc=30500001&year=2016&no=48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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