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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일보
작성일 2016-10-14 (금)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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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 B-52와 샌들
[박보균 칼럼] B-52와 샌들

[중앙일보] 입력 2016.10.12 18:32
수정 2016.10.13 10:41

박보균 기자


워싱턴 박물관의 대조적 물품
저항 의지는 마력이다
베트남전에서 첨단 과학 압도
외교의 상상력도 공급한다
승전의 축가는
밀림 밖으로 새지 않았다



우드바르-헤이지(Steven F. Udvar-Hazy) 센터는 항공기술을 과시한다. 그곳은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 박물관의 별관이다. 그 박물관은 거대하다. 160개 기종의 항공기로 차 있다. 20세기 하늘을 누빈 전투기들, 히로시마에 원폭을 떨어뜨린 에놀라 게이(B-29), 스텔스기, 우주왕복선. 과학은 전쟁의 부산물이다.


그곳에 독특한 전시품이 있다.

호찌민 샌들과 B-52 전략폭격기다(사진). B-52는 모형이다.

실물의 144분의 1 크기. 샌들만큼 작다. 두 진열품은 베트남전쟁 코너의 유리 박스 안에 나란히 있다.
B-52는 지금도 미 공군의 주력기다. 북한의 핵실험 때 등장한다. B-52는 한반도 상공을 난다. 괌 기지에서 핵폭탄을 싣고 온다.

샌들은 50년 전 북베트남(월맹) 군의 전투화다.
자동차의 폐(廢)타이어로 만들었다. 호찌민 샌들 군대는 기술과학의 미군을 물리쳤다.
1960~70년대 베트남전쟁에서다.


검은색 샌들은 볼품없다. 관람객들의 눈길은 거의 없다.
하지만 B-52와 함께 보면 격정적으로 다가온다.

정신력과 기술력의 독보적인 대조다.

샌들에서 뿜어나는 여운은 강렬하다.
인간의 투혼은 원초적이다. 그것은 첨단 과학을 압도한다.


인간 의지는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다.

20세기 후반 북베트남은 그것을 격렬하게 작동시켰다. 프랑스와 미국을 패퇴시켰다.

1979년 중국과의 전쟁에서 사실상 승리했다. 그 역사의 영향력은 쇠퇴하지 않는다.
그 주역은 보 구엔 지압(1911~2013)이다.
그는 베트남 건국의 아버지 호찌민(胡志明)의 군사참모(국방장관)였다.
지압의 자세는 ‘내 나라는 내가 지키자’였다. 지압은 그 투지를 국민에게 넣는다.





첫 시험대가 디엔비엔푸 전투(1954년)였다. 프랑스와의 싸움이다.
디엔비엔푸는 라오스와의 국경 근처. 그곳은 800~1000m 산에 둘러싸였다.
전력은 프랑스군의 거침없는 우위였다.

대응은 선제적인 모험이다. 그것은 산 위로 대포를 끌어올리기다.
프랑스군은 그것을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산은 험하고 길이 없다. 지압은 선입관을 깬다.
105㎜ 곡사포(무게 2t)를 끌고 갔다. 병사 20명이 한번에 30~50㎝, 하루 평균 50m씩 올렸다. 대포는 산꼭대기로 옮겨졌다.

다음은 기습. 프랑스군은 허를 찔렸다. 무기력하게 항복했다.


자주 의식은 절제를 주입한다.
디엔비엔푸 드라마는 절묘해진다. 프랑스군의 항복 6일 뒤 지압은 밀림으로 들어갔다. 디엔비엔푸에서 35㎞ 떨어진 곳. 지압은 그곳에서 승전 기념식을 열었다. 그것도 상식 파괴다. 전투 현장의 축하식엔 포로들이 배치된다. 그것으로 승리의 환희는 커진다. 프랑스군 포로는 1만여 명. 하지만 지압의 기념식엔 포로들은 없었다. 밀림 속에서 은근히 진행됐다. 왜 그런 방식이었을까.


무엉팡 마을은 계곡과 밀림 속에 있다.
그곳엔 엄청난 승전 기념 석상(石像·길이 16m, 높이 9.8 m, 2009년 건립)이 있다.
표지판엔 “이곳에서 디엔비엔푸 승리를 선언했다”고 적혀 있다. 승전식의 축가는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그 소리들은 밀림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호찌민의 지도력이기도 하다. “우리의 영웅적 승리를 찬양하라. 하지만 포로가 된 적에게 굴욕감을 주지 말라.”- 그 장면엔 베트남 지도자들의 지정학적 통찰과 분별력이 스며 있다. 은밀한 승전 파티는 절제의 압축이다. 타국에 국방을 의존하지 않는 나라의 리더십은 다르다.


국제관계는 냉혹하다.
습관적인 안면 몰수와 태도 돌변이다. 어제의 적(敵)은 오늘의 친구다. 오늘의 친구는 내일의 적이 된다.
지압은 그 속성을 잊지 않았다. 베트남은 그 지혜와 경험을 저장해왔다. 그것을 외교 비전과 경륜으로 활용한다. 나는 오랫동안 지압을 추적했다. 무엉팡의 기념 장소에 가면 전율 같은 울림이 온다.


베트남은 프랑스와 친하다. 미국·일본과도 어울린다. 자주 의지는 외교의 원칙을 두텁게 해준다.
그와 함께 유연성도 키운다. 베트남의 투혼은 우리에게 자극이다. 지금 한·중 외교의 기복은 심하다. 한·미·일 공조는 상처 나 있다.


군사적 자립 태세는 국가 품격을 높인다.

의타적인 인간은 얕잡아 보인다. 국제관계도 비슷하다.

베트남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대치한다. 하지만 베트남은 중국과도 가깝다. 중국은 베트남을 무시하지 못했다. 베트남의 자생적인 저항력 때문이다. 중국 불법 어선은 한국의 바다를 우습게 안다. 한국 해경 감시선은 형편없이 당한다. 북한은 핵무기 실험으로 위협한다. 한국의 대응은 한계를 갖는다.

한국은 중국에 의존한다. 주한미군에 매달린다.


저항 의지는 마력이다. 국가 전략을 풍요롭게 한다. 자주의 투혼은 국가운영의 공세적인 상상력을 공급한다. 군사적 대결에서 압박의 묘수를 제공한다. 평화 때는 외교의 기량을 키워준다.


박보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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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전쟁수행이 가능한 나라인가? (2016-10-14 09:14)
[매경의 창] 전쟁수행이 가능한 나라인가?

기사입력 2016.10.13 17:26:03 |
최종수정 2016.10.13 17:34:54    


선진화된 자본주의를 운용하는 나라는 전쟁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을까?

필자가 유학 시절에 연구모임에서 논의하던 주제 중의 하나다.
반공주의가 투철한 국가에서 교육받아온 필자는 그때까지만 해도 전쟁은 공산국가나 도발하는 것으로 생각했기에 이 주제가 참 불편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당시 읽던 정치경제학 교과서는 선진자본주의일수록 대규모의 군수산업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사실 전쟁의 영향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이론도 많다.

찰스 틸리라는 사회학자는 전쟁이 서구근대국가 형성에 기여한 바를 연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획득하느라 상업과 도시가 발달했으며 전쟁물자를 만드느라 공업이 발달하고 전쟁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보상을 하느라 정치적으로 자유주의, 나아가 민주주의가 발전했다는 설명은 그의 이론에 기반한 것이다. 그의 이론에 기초해 보면 왜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이 대규모의 군수산업을 유지하는지, 그리고 왜 과감하게 전쟁에 참여하는지 정치경제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20세기 들어 가장 많은 전쟁을 수행한 나라는 선진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운용하는 미국이라는 사실도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운용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라는 사실은 자랑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평화사랑의 논리가 전쟁 불능의 논리로 발전하는 것은 안보적으로 위험할 뿐만 아니라 보다 발전된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높은 수준의 문명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경제의 성장이나 국가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1400년대 조선은 일본에 통신사를 보내 높은 수준의 유교문화를 전달해 주는 선진문명국가였지만 결국 1592년 임진왜란을 당했다. 그리고 그 후 양국 간의 물리적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전쟁을 단념한 나라와 적극 활용한 나라의 차이는 쉽게 극복되지 않는다. 전쟁회피전략이 국가 발전에 항상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 대비 2.4%에 달하는 적지 않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
비율상 중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우리의 전쟁수행능력은 3.3%를 지출하는 미국에 대폭 의존하고 있고 독립을 하려는 계획도 당분간은 없다. 북한 지도자를 상대로 참수작전을 수행할 수도 있다고 정부가 공언하지만 이것이 정말 가능한지 국민들은 의문을 갖고 있다.


정작 중요한 건 의지다.

우리 정부에 전쟁을 하라고 부추기는 소리가 아니다. 하지만 정말로 정부는 수행능력과 의지가 있는가?


민주주의 평화론과 자본주의 평화론을 혼동하지 말라. 민주주의 국가들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설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국가끼리 전쟁을 안 한다고 본다면 이론적으로 오류다.

20세기 들어 시장자본주의와 국가자본주의는 세계대전을 벌였다. 미국과 독일이 그랬고 지금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으로 대립을 시작했다. 오히려 자본주의와 공산사회주의 간의 대결에서는 전쟁도 해보지 않고 미국이 구소련을 패배시켰다. 불편한 진실일지 모르지만 자본주의의 원동력은 이처럼 전쟁수행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전쟁은 피해야 하는 것이 맞는다.
하나 문제는 전쟁을 영원히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국가가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전쟁에 대비하고 수행할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오래 지속된 평화 속에서 역대 정부들은 정부가 정작 해야 할 일을 점차 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정부가 시장을 감독한다며 불필요한 규제를 늘리는 것보다 안보를 감당할 힘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을 전쟁수행이 가능한 국가로 만들려는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울타리는 견고하게 쌓되 그 내부는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것이 국가의 진짜 실력이다.


[이연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름아이콘 중앙일보
2016-10-14 09:29
(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2071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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