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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매일경제
작성일 2016-03-18 (금)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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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데스크] 누가 트럼프라는 괴물을 만들어냈나

[매경데스크] 누가 트럼프라는 괴물을 만들어냈나

기사입력 2016.03.17 17:26:21 | 최종수정 2016.03.17 17:52:45


"(야유하는 시위대에) 얼굴을 치고 싶다. 변호사비용은 다 댈 테니 누가 나 대신 좀 패달라."

"(불리한 질문을 던진 기자에게) 앉아, 앉아, 앉으라고(sit, sit, sit)."

"(유세 현장에 있던 무슬림·히스패닉에게) 여기서 쫓아내라(get them out of here)."

"(비판적인 여성 앵커에게) 월경 때문에 예민해진 것 같다."


정상인이라면 입 밖으로 내뱉기 힘든 인종차별적이고 여성비하적인 데다 폭력까지 부추기는 무책임한 발언들이다. 누가 이처럼 증오와 분열의 말폭탄을 쏘아댈까. 짐작했겠지만 도널드 트럼프다. 트럼프는 뇌성마비 뉴욕타임스 기자의 불편한 몸짓을 흉내 내며 조롱하기도 했다. 무례를 넘어 후안무치한 인성까지 바닥을 드러낸 셈이다.


그런데 이런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권을 거머쥐기 일보 직전이다. 공화당 수뇌부는 당혹스럽다. 어떻게 이런 괴물이 공화당원들의 지지를 받는지 이해 불가다. 그러면서 부화뇌동하는 유권자들의 양식을 탓한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한 게 있다. 트럼프라는 괴물을 만들어낸 게 워싱턴, 정치권 바로 그들 자신이라는 점이다.


지난 수년간 합의 문화가 실종된 워싱턴 정치 마비 현상은 미국의 아킬레스건이었다. 국가부채 상한선 상향 조정을 놓고 벼랑 끝 대치를 하던 민주·공화 양당은 2013년 말 16일간 연방정부를 `셧다운(업무정지)`시켜 미국민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이후에도 매년 미국민을 볼모로 삼아 셧다운 카드로 위험한 불장난을 계속했다. 오바마케어, 대법관 지명을 놓고서도 사사건건 반목하는 정치권 신뢰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기성 정치인과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 트럼프가 나타났다.

워싱턴 정치권을 싸잡아 독설을 퍼부으니 대중은 통쾌함을 느꼈다. 기성 정치권 때리기로 재미를 본 트럼프가 좌충우돌하기 시작했다. 도를 넘어서는 인종차별적이고 국수주의적인 주장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거창한 프레임으로 포장해 핵심 지지층인 백인 보수주의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은 무엇이든 떠벌렸다.


백인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이민자를 몰아세우고, 무슬림에 대한 반감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주류 정치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이처럼 인종 우월의식과 값싼 민족주의와 결합해 대중 독재를 부추기는 파시스트와 같은 트럼프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대중의 분노 배출 방향은 잘못된 것이다.

지지층 규합을 위해 백인과 유색인종·이민자 간 편을 가르고 분열을 조장하는 트럼프가 결코 기존 정치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민자에 대한 반감과 심한 편견(bigotry)으로 똘똘 뭉친 트럼프가 주창하는 위대한 미국은 백인 위주로 우리끼리 잘 먹고 잘 살자는 고립주의와 폐쇄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민자의 나라로 다양성과 개방성이 경쟁력인 미국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에도 트럼프라는 괴물이 탄생할 토양이 잘 갖춰져 있다.

진영 논리에 매몰된 19대 국회는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남겼다. 여당의 오만함과 야당의 발목잡기 속에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다는 오명을 썼다. 직무유기를 밥 먹듯 하는 정치인들을 향한 국민의 분노는 미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4·13 총선을 앞둔 최근 공천권을 둘러싼 정치권의 구태와 몰상식은 국민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반감을 한층 부추기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공천권을 휘두르며 계파·보스 정치가 활개를 치면서 나라를 들쑤셔 놓고 있다. 여당은 비박(비박근혜) 공천 대학살 논란 속에 복마전을 펼치고 있다. 야당은 친노패권 청산을 둘러싼 감정싸움 속에 공천 탈락자들이 대거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는 정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공천권을 놓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정치권의 민낯은 정치에 대한 냉소와 반감만 키우고 있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분노와 반감을 양분 삼아 트럼프 같은 괴물이 튀어나올까 걱정이다.


[박봉권 국제부장]


이름아이콘 매일경제
2016-03-18 13:49
(출처)

http://news.mk.co.kr/column/view.php?sc=30500221&cm=[매경데스크] 박봉권&year=2016&no=203219&relatedcode=&wonNo=&s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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