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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매일경제
작성일 2017-02-02 (목)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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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내편, 네편 그것만 보는 정치
[매경포럼] 내편, 네편 그것만 보는 정치

기사입력 2017.02.01 17:27:50
최종수정 2017.02.01 19:12:45

[최경선 논설위원]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은 1592년 4월 임진왜란이 터진 후 20일도 안 돼 불탔다.
왜군 짓이 아니다. 이 땅의 백성들이 불을 질렀다.
민초들이 분노한 사정을 따져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내 편`인지 `네 편`인지 그것만 따지는 정치 탓이다.

한반도 역사에서 손꼽힐 정도로 무능했던 선조 임금 때인 1575년 인사파동이 벌어졌다. 인사권을 행사하는 이조전랑직을 놓고 조정의 신하들이 동인과 서인으로 갈라졌다. `내 편끼리 다 해먹겠다`는 욕심으로 진영을 구축하자 대화와 협상은 설 자리를 잃었다. 갈수록 감정 대립은 격해졌고 결국 사생결단을 내게 됐다.


정여립 역모 사건이 그 발화점이다. 정여립은 당시 집권 세력인 동인에 포함된다.
그가 역모를 꾀하고 있다는 고변은 1589년 10월 접수됐고 곧바로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됐다.

우의정 정언신이 수사본부장을 맡았는데 며칠 후 관군에게 추격당하던 정여립이 자살하면서 사건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역모의 실체를 밝혀줄 주모자가 사라지자 진실 규명은 제쳐두고 `네 편`을 난도질하는 광풍이 몰아쳤다. `정여립이 역적 수괴가 되자 서인들은 서로 축하했고 동인들은 모두 간담이 떨어졌다`는 선조실록 기록이 그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이때 특별검사가 등장했다.
정언신 수사본부장은 정여립과 9촌 지간인 데다 같은 동인이다.

그러니 수사를 맡겨선 안 된다는 상소가 제기됐고 한 달 만에 수사 책임자는 서인의 송강 정철로 교체된다. `관동별곡`으로 유명한 그 인물이다. 칼자루를 움켜쥔 정철은 동인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다.

임진왜란 발발 1년 전까지 이른바 기축옥사로 피바람을 일으킨다.
조선 4대 사화로 불리는 무오·갑자·기묘·을사사화에서 모두 500명이 죽었는데 이때 정철 특검이 죽인 사람은 1000명에 이른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기축옥사를 `조선 500년 제일 사건`이라며 선비들을 더 이상 바른말 할 수 없도록 만든 사건이라고 혀를 찼다.

조선의 대신들은 당장 살아남기에 급급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쳐들어오거나 말거나 그것을 걱정하는 건 한가하고 사치스러운 일이었다. 정언신은 병조판서 출신으로 조정 대신 중에서 거의 유일한 전쟁·군사전략 전문가였는데 그때 목숨을 잃었으니 유성룡이 징비록에서 그의 죽음을 한탄할 만하지 않은가.

일본 정세를 살피러 다녀온 통신사도 서인이 `쳐들어올 것`이라고 보고하면 동인은 `그럴 가능성 없다`고 딴소리를 토해 내는 식이었으니 참으로 나라를 말아먹은 내 편·네 편 싸움이다.


경복궁 앞에는 지금도 분노한 시민들이 넘쳐난다.

그동안 대통령은 참사라고 할 수밖에 없을 만치 인사 실패를 거듭했다. 그 주변에 스며든 비선실세와 핵심 친박들은 `우리끼리 다 해먹자`는 식으로 편가르기에 몰두했다. 오죽했으면 `친박 감별사`라는 말까지 등장했겠는가. 이제 보니 `네 편은 떡고물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못하도록 하겠다`는 듯 문화계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 밀어냈다.


그러니 "이번에 누가 어떤 사람인지 다 드러났다"는 며칠 전 대통령의 인터넷 TV 인터뷰 발언에 또 한 번 움찔하게 된다. 누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되돌아보는 발언이 아니라 이제 내 편·네 편이 분명해졌으니 탄핵이 기각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위협으로 들리는 탓이다.


싸움도 상대가 있어야 벌어진다는데 그럼 상대 진영은 좀 다른 태도일까.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누드화에 합성한 풍자화가 여성 모욕 논란을 일으켰는데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못 본 체 입을 다물고 있다. 그들에게는 `내 편인가 네 편인가` 하는 기준 외에 옳고 그름, 사실과 거짓, 정의와 부정에 대한 기준은 과연 없단 말인가.

정치권이 빅텐트니 스몰텐트니 하며 이합집산 하느라 분주하다.
언제 내 편이 네 편이 되고 네 편이 내 편이 될지도 모른다.
내 편에도 삿대질하고 네 편에도 박수 쳐주는 그런 실용주의적인 정치인을 한 명이라도 만나고 싶다.


이름아이콘 매일경제
2017-02-02 09:35
(출처)

http://news.mk.co.kr/column/view.php?sc=30500136&cm=[%B8%C5%B0%E6%C6%F7%B7%B3]%20%C3%D6%B0%E6%BC%B1&year=2017&no=74055&selFlag=&relatedcode=&wonNo=&s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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