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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작성자 이석현
작성일 2011-05-10 (화)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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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연극 <그대의 봄> 상술인가? 사기인가?




연극 <그대의 봄>(제작: 카톨릭 문화원, 극단 ‘나비’) 상술인가? 사기인가?


안중근 의사를 안과의사 쯤으로 아는 세상이다. 안중근은 정작 모르고 엘지 야구선수 봉중근을 잘 아는 지금의 대한민국에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다룬 연극들이 제작되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최근, 안중근 의거 100주년(2010년), 순국101주년(2011년)에 맞춰 그를 다룬 연극들이 한꺼번에 제작되었음은 반가움에 앞서 일말의 상업적 혐의를 벗어나기는 힘들 것 같다는 게 나의 옹졸함 탓이었으면 좋겠다.

안중근 의사의 친손녀 안연호씨가 올해 2월 미국에서 별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 반면 안 의사가 처단한 이토오 히로부미의 외고손자 마쓰모토 다케아키 (松本剛明 52세)가 3월 9일 일본 외무대신에 임명되었다고 한다. 두 집안의 엇갈린 운명이 가슴을 치듯이 ‘우리 민족의 집단 기억의 파일만큼 여러 종류의 봉인으로 심하게 왜곡되거나 축소 은폐된 예도 드물다. 그러한 왜곡의 선두에는 일본 제국주의가 있고, 당시 프랑스 외방선교회 신부들의 영향 아래 카톨릭 조선 교구가 있었다. 다행이도 해방과 더불어 일제의 봉인이 대부분은 벗겨지고, 카톨릭 한국 교구도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교인 안 토마스를 복권시켰다.’ (이문열 작 <불멸> 책머리에, <불멸> 1권 P.8)

아무튼 안중근 의사를 다룬 연극은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보셨던 뮤지컬 ‘영웅’(원작 : 한아름 연출 : 윤호진)과 ‘나는 너다’(작 : 정복근 연출 : 윤석화)가 그것인데, 오늘 내가 관람했던 ‘그대의 봄’(원작 : 김의경 연출 : 방은미)와 뮤지컬 ‘영웅’에 관해 짧은 생각을 말하고 싶다.

우선 이 연극 ‘그대의 봄’에서 가장 감동스러웠던 것은 배우들의 연기였다. 타이틀 롤을 맡은 장재승(안중근 역)의 연기는 뮤지컬 배우에 버금가는 발성과 열정적인 연기였다. 오랜만에 무대에서 만난 추상록(우덕순 역)은 너무 반가웠고, 이토 히로부미 배역을 맡은 박화진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와, 소년 독립군 유동하 역의 최유미 연기 또한 경이로웠다. 수많은 배역을 소화시킨 이계영의 만능 연기와 마당극에서 잔뼈가 굵은 조도선 역의 김수보와 이석규의 연기는 찬탄을 금할 길 없었으며, 또 안중근의 아내 김아려 역을 맡은 홍유리의 연기 또한 싱그러웠다.


* 사진 : 연극 <그대의 봄>(제작: 카톨릭 문화원, 극단 ‘나비’) 포스터




이제 주례사 같은 비평은 그만하기로 하고, 나는 다음을 지적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포스터에 나와 있는 메인 타이틀에 올려진 출연배우들의 얘기다.
정재진, 송영창, 오광록. 이들 모두는 1시간 30분이라고 하는 극 진행 가운데 불과, 극 종료 시간 5분 전에 등장해서 열 마디 쯤 되는 대사 - “공판개정을 선언합니다. 미조구치 검사. 시작합시다.” “조용. (시즈카니)”, “비방은 삼가시오.”, “그만 그만하라. (야메로 우루사이)”, “안중근은 사형이다.” - 등을 한다. 이들은 안중근(장재승)의 재판장 역을 하는 단역 연기자에 불과하며 그것도 따블 내지 세 따블 캐스팅 된 배우인 거다.

그런데, 이렇게 TV나 영화에서 낯익은 배우들을 주연으로 느끼게 하는 포스터를 만든 건 왜일까?  스타마케팅을 해서 관객몰이를 하자는 의도를 모르는 건 아니다. 연극의 당사자들도 인터뷰에서조차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까.
(http://www.ddanzi.com/news/63324.html, http://blog.naver.com/his_spring/30107339450)

“골드문트(딴지일보) : 최근 대학로에서 흥행이 되는 작품들은 대부분 연예인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작품에도 잘 알려진 송영창 배우와 오광록 배우, 그리고 정재진 배우가 출연하긴 합니다만 단역으로 출연한다고 알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어떤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송영창이나 오광록, 정재진 이라는 이름을 보고 이 작품을 선택한 사람들이 정작 작품에서 이 배우들이 너무 짧게 등장하는 것을 보고 속았다, 배신당했다, 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 점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다른 연극 작품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방은미(연출) : 대외적으로 송영창이나 오광록을 연예인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인정을 합니다. 또 그래서 도와 달라 했고요. 사실 저희는 30년 친구예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우정을 보여주는 거지요.
정재진 선생님은 작년부터 역할을 해왔습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기는 하지만 연출로서 캐스팅을 할때 이분들이 관객 동원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응원의 함성을 나한테 보내주고 있는 거라 생각하고요, 이 사람들이 단역으로 나온다고 실망할만한 작품은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계영(배우) : 예전에는 영화배우나 티브이에 나오는 배우들이 다시 대학로 무대 위로 올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연극을 했었던 중견배우들이었는데, 어느 순간 스타 마케팅을 하게 되면서 연기는 되지 않고 노래만 하는 배우들이 대학로로 오면서 수준이 떨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침체된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는데, 이제 점점 연기를 못하는 연예인들이 들어오면서 연기에 목숨 건 배우들까지 욕을 먹는 그런 상황이 되었죠.
연극열전이 특히 그런 것 같아요.
기존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은 소외되고 말이지요.  아예 공개오디션을 해서, 대학로 배우들도 오디션을 통해 실력이 안되고 이미지가 안맞으니 너는 탈락이다, 라고 하면 할 말이 없겠지만, 이건 자기들끼리 연예인 끌어 모으고, 또 그 입맛에 맞는 배우들만 데리고 공연을 하니까 점점 빈익빈 부익부가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연극열전의 목표 자체가 그렇게 돈을 벌기 위해 설정하고 시작했다는 것이 가슴 아픕니다. 그리고 돈을 벌면 새로운 작품을 해야 하는데, 기존에 검증된 작품들만 가지고 거기에 또 자본력을 이용해서 스타마케팅을 해버리면서 크게 판을 벌여 버리니까 다른 공연들이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게 되는 것이 현재 대학로의 현실이지요.”

그러나 이 연극 또한 스타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아닌가? 게다가 과거에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배우들을 굳이 메인타이틀에 내세운 것은 무엇인가? 이 타이틀이 배역의 중요도가 아니라면, 선후배 순인가? 나이순인가? 알파벳 순? ㄱㄴ순? 타이틀을 결정하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타이틀에는 아무런 일관성도 없다. 이런 배우들의 출연에 대해서는 우정출연, 특별출연, 카메오 출연 등의 여러 표현 방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주인공처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무엇인가?

안중근 의사는 의거 후 하얼빈 역에서 300m 쯤 떨어진 만주 둥칭(東靑)의 사무실로 끌려가서 “나는 대한의병 참모중장으로 조국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위해 적장을 총살, 응징했다.”고 진술했다. 안중근 정신의 첫 번 째는 하늘을 찌르는 기개와 당당함이다.

안중근 정신에 비추어 보면 이런 식의 연극 제작, 기획, 홍보 방법이라면, 최소한 후안무치(厚顔無恥-뻔뻔스러워 부끄러움이 없음. 파생어 : 후안무치하다.)라는 말을 피해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를 상술이라 쓰고 사기라고 읽는다.

이제 나는 묻는다. 이러한 작태는 상술인가? 사기(詐欺-법적으로 사람을 속여 착오를 일으키게 함으로써, 일정한 의사표시나 처분행위를 하게 하는 일.)인가?

두 번째는 이 연극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명품연극 <그대의 봄>
이 시대 진정한 연극, 당신의 봄을 책임집니다
오광록,추상록,정재진,송영창 등 대한민국 대표 연극배우들과 함께 하는 연극
이 연극은 이렇게 ‘명품연극’이라고 인터넷에 홍보되고 있다.
이 명품연극의 내용을 살펴보자.
극 서두에 이토오 히로부미는 이렇게 외친다.
“이제 대한제국 국민에게 국가보안법을 발포한다. 조센진은 집회와 결사를 금지한다.”
1907년에 국가보안법이라고? 이는 아마 치안유치법을 말하고자 하는 것 같은데, 치안유치법이 시행에 들어간 것은 그 이후 1925년 5월 12일이었다. 이 법안은 천황제나 사유재산제를 부정하는 운동을 단속하기 위하여 만든 법률로 1923년 간토대지진 직후의 혼란을 막기 위해 공포된 긴급칙령을 전신으로 한다. 이 법이 대한민국 국가보안법의 전신이다. http://ko.wikipedia.org/wiki/%EC%B9%98%EC%95%88%EC%9C%A0%EC%A7%80%EB%B2%95

<자서전의 행간을 들여다보며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연극은 뮤지컬에 비해 훨씬 사실적>이라는 작품이 이런 정도의 수준인가?......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

뮤지컬 ‘영웅’이나 명품연극 ‘그대의 봄’이나 극의 도입부는 매우 중요하다. ‘영웅’은 첫 장면에 독립군 11명이 부르는 ‘단지동맹가’로 시작한다. ‘그대의 봄’ 역시 안중근과 사냥놀이가 끝난 초반부에 ‘단지동맹가’가 나온다.
‘영웅’의 2막 중간에는 우덕순과 조도선이 부르는 ‘아리랑’에서 웃음보가 터진다. ‘그대의 봄’ 중반부에서는 안중근,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가 부르는 ‘아리랑’이 배치되어 있고, 김지하 담시, 임진택 작창인 ‘똥바다’의 ‘조또 마떼“ 대목이 웃음을 위해서 불리워진다.
-이 연극 ‘그대의 봄’의 원작이라는 ‘대한국인 안중근’(원작 : 김의경)에는 이런 장면이 전혀 없고, 최수종이 주연을 한 ‘대한국인 안중근’(연출 : 표재순)에서는 만주에서 담배장수를 했던 우덕순이 아리랑을 부르는 대목이 초반부에 있다.-
음악은 ‘영웅’의 오상준의 작곡보다는 ‘그대의 봄’ 신상훈의 작곡이 더 비장미와 완결성이 있다고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리고 ‘영웅’의 마지막 장면에서 처형대 앞에 선 ‘영웅’의 안중근(정성화, 양준모, 신성록)은 ‘장부가’를 포효하듯 토해낸다. 이때 하늘에서 빛이 내려온다.
나는 ‘그대의 봄’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고개를 외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같은 장면을 다시 보는 데자뷰(deja vu, 기시감. 프랑스어로 '이미 보았다')에 너무도 손발이 오그라져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연극을 명품이라 쓰고 짝퉁이라 읽는다.

안중근 의사의 대표적 유필, [견리사의(見利思義-이익에 접하면 의를 생각하라) 견위수명(見危受授-불의를 보면 참지 말고 목숨이라도 걸으라)]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은 이 연극에 있어서 너무도 공허한 거다.
이는 실로, 개그맨 정준하의 표현처럼 “지하의 안중근 의사를 두 번 죽이는 거예요”다.

천주교 신자 안중근의 의거는 당시 조선교구 주교 뮈텔에 의해 비하되어 살인자, 테러리스트로 규정되었다. 심지어 뮈텔은 의거 당일 저녁 통감부로 가서 가장 먼저 조의를 표했고, 아흐레 뒤 이토오 히로부미의 장례식에는 성 바오로회 수녀들이 만든 조화 화환을 앞세우고 참례하였다.
백 년 전에 그랬던 천주교구가 이번에 안중근을 또다시 죽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여기 대해 제작자인 ‘카톨릭 문화원’(대표 : 박유진 바오로 신부)과 극단 ‘나비’(대표 :
방은미)에게 묻고자 한다. 과연 이 연극을 제작한 카톨릭의 입장은 무엇인가?
이 연극이 돌아가신 안중근을 욕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의사 안중근을 두 번 죽이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과연 ‘그대의 봄’에 안중근 의사는 편안하실까?

순국한 후, 중국 여순 감옥 어디엔가 있다는 그의 시신은 아직도 찾지 못한 채이며, 허물어져 가는 그의 허묘(墟墓)만이 효창공원에 놓여있을 뿐이다.


* 사진 : 효창공원에 있는 안중근 열사의 허묘.
백년의 세월을 두고 50대의 여배우(이 연극에서 조 마리아 역을 하는 김경원)와 32살의 청년, 안중근이 만나고 있다. 허묘를 어루만지는 배우 김경원의 표정이 너무도 처연하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는 사형을 앞둔 아들에게 수의(壽衣) 삼아 정성스레 지은 흰 한복과 함께 당당히 죽음을 맞이하라는 뜻을 이렇게 전한다.
“중근은 큰일을 했다. 만인을 죽인 원수를 갚고 의를 세웠으니 무슨 잘못을 저질렀단 말인가. 큰일을 하였으니 목숨을 아까워 말라. 일본 사람들이 너를 살려 줄 리 없으니 구차하게 항소 같은 것은 하지 말라. 네가 깨끗이 죽음을 택하는 것이 이 어미의 희망이다. (중략)
네가 혹시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이 불효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 어미를 욕되게 하는 것이다. 나와는 평화로운 천당에서 다시 만나자.”

안 의사는 사형 하루 전날인 1910년 3월 25일 동생들과의 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반드시 한 번은 죽으므로 죽음을 일부러 두려워할 것은 아니다. 인생은 꿈과 같고 죽음은 영원하다고 쉽게 생각하기 때문에 걱정할 것이 없다.”

실로 무명(無明-탐욕이나 무지에서 오는 어두움)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 미욱한 중생의 등짝을 후려치는 죽비와 같은 말씀이다. 이 연극의 초기 기획에 참여했던 내가 이 연극이 사기라고 한다면, 나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있다. 어릴 적에 읽었던 ‘대명’(작가: 자유당 시절의 유지광이란 정치깡패)이라는 자서전책 맨 앞 첫 마디가 “국가와 민족에 참회하며 이 글을 쓴다.” 였는데, 그 말이 묘하게도 어린 내 가슴을 쳤었다. 이 글 또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흔히 말하는 노이즈 마케팅이 결코 아니다. 나 또한 자유로울 수 없는 무명의 소치를 한탄하며, 다만 창의와 재능이 만발한 예술세상을 위해 ‘조국과 민족에 참회하며’ 이 글을 쓰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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